경계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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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8.01.10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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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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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DUMMY

한 달 뒤.


나는 아버지가 보낸 공법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무언가를 타고 왔다. 그것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비행하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신기했지만, 지구에서도 비행기는 얼마든지 있었다. 다만 이 비행선은 추진 장치가 안보였고 날개도 없는 데다가 프로펠러도 없는, 기괴한 구체 형태였다는 것만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축구공처럼 육각형의 타일이 있는 비행체는 허공에 멈춰 섰다. 그곳에서 아래쪽 타일 한 개가 열리면서 그곳에서 누군가 계단을 타고 걸어 나왔다. 그 남자는 굉장한 미남자였다. 검은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한쪽 눈에 외알안경을 썼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선으로 치장이 붙어있는 옷은 굉장히 귀해 보였다.


“여어. 여기 사는 남작이 누구냐?”

“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 인생 10년에 이렇게 무례한 사람이 있었던가? 건달들이나 할법한 말투로 내게 말을 건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아하. 네가 그 꼬맹이 남작이구나. 반갑다. 네 아버지가 사정사정하고 빌어서 불려온 사이먼 크로프트다. 작위는 없지만, 깝치지마라.”

“네······. 네.”


나는 그 패기에 권, 아 아니 버스기사의 카리스마를 보는 듯해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귀족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나는 역시 소시민이었던 것이다. 그는 근육질도 아니고 호리호리한 몸에 젊은 청년이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고 있었다.


“오늘부터 여기 살 거다. 이 영주성은 상당히 쓰레기같군. 어떤 놈이 건설했는지 모르겠지만 미의식이라고는 쥐뿔도 없어. 내가 살 곳을 만들어야겠어. 에린! 피오나! 나와라.”

“네 주인님.”

“······.”


순간 거대한 구체에서 두 소녀가 뛰어내렸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음에도 깔끔하게 뛰어내린 둘은 그 남자의 뒤에 섰다. 상당히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였으나 무표정했다. 인형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이마에는 보석으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이 일대를 전부 체크해라. 모든 정보를 탐사하고 내게 보고해.”

“알겠습니다. 주인님.”

“······.”

“그들은 인간인가요?”


그 소녀들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굉장히 그들이 이질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사이먼이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찡긋했다.


“감이 좋구나? 그들은 리바이어라고 불리는 인형들이다. 최신 공법으로 제작된 특수한 형체지. 겉보기에는 인간이지만 속은 장치로 가득하다.”

“그렇군요.”


일종의 안드로이드 같은 것인가 보다. 하지만 신기하군. 이 세계에는 그다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 아직도 내 영지는 농업기반이고 그나마 있는 게 구리 광산 정도일까? 거대 로봇이라는 위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은 없었다. 기술력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 거대 로봇을 제작할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것에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겠지.


“잘 알아들어서 좋구나. 앞으로 넌 나를 스승으로 모셔라. 부를 때는 스승님이다.”

“예, 스승님.”

“좋아. 공법을 가르치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며칠 뒤다. 나도 내 집 정도는 만들어야 하거든. 그동안 내가 책을 한 권 건네줄 테니 읽고 있어라.”

“예.”


그는 움직이면서 실무자인 프레디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아직 10살이지만 나는 벌써 어려운 글자나 수학도 다 뗐다. 이곳의 귀족들이 받는 교육들은 전생의 교육과 비슷했다. 그러니 벌써 다 익힐 수밖에. 나는 스승이 준 책을 받아 들고 공부를 하기 위해 두근거리며 개인실로 향했다.


책은 상당히 신기한 느낌이었다. 책은 겉에는 종이가 있었고 중앙에는 뻥 뚫린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공간에 놓인 파란 보석에서 홀로그램이 세어 나왔다. 왼쪽의 글을 읽으면서 홀로그램이 나와서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을 담당하는 책의 자아, 오벨로스입니다. 책을 읽고 모르는 부분, 더 파고들고 싶은 부분을 제게 질문해주세요.”


홀로그램에서 나온 동그란 구체가 내게 그렇게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단 책을 먼저 정독하기로 했다. 책의 제목은 오벨로스였다. 자아의 이름과 똑같네. 무슨 뜻이 있겠지. 목차를 읽어보니 간단하게 초보 공법사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았다.


“공법이란 무엇인가? 공법(工法)은 이면심장의 검출되는 E입자를 다루는 능력이다. E입자는 결합과 생성을 기반으로 한다. E입자는 추찰(推察)과 사유(思惟)에 의해 규제된다. E입자는 만들고,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고정한다.”


음. 뭔 개소리야? 나는 전공 서적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일단 계속 읽어보기로 한다.


“공법사는 E입자를 다루는 특별한 이능력자이다. E입자를 다루는 데 필요한 것은 의지력과 집중력이다. 그것을 보조해 주기 위해 매틱핸드가 개발되었다.”


매틱핸드가 개발되었다고?


“오벨로스, 매틱핸드가 뭔지 보여줘.”

“출력합니다.”


나는 그게 뭔지 깨달았다. 일종의 장갑이었는데 여기저기 기계적인 부분이 있었다. 일종의 첨단기기다. 그걸 이용해 E입자를 만지고 다루는 듯했다. 비슷한 느낌이라면 인형극을 할 때 손에다가 실을 매달아 쓰는 느낌이다. 손가락을 이용해 허공을 두드리는 터치패드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홀로그램을 매틱핸드로 두드리면 그것이 E입자를 이동시켜 적용한다는 개념이었다.


“공법사는 우주를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을 원점이라는 고정된 좌표로 규정한다. 원점을 중심으로 외계와 내계가 나뉜다. 외계는 공법사의 외부적인 표발이 위치되는 좌표를 말한다. 내계는 공법사의 내부에 있는 좌표를 말한다.”


쓰바 내가 지금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건가?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교육의 질이 다르지? 이능력인가 뭔가 해서 나는 손에서 전기가 나가거나 불꽃을 쏘는 초능력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이게 다 공부라고!


“내계에서 제작된 E입자는 사유로 조작되어 원점을 거친다. 그리고 외계로 발현되어 현상을 만든다. E입자는 물질계에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도 가공될 수 있지만 내계의 좌표를 점유하게 된다. 이 현상을 ‘절반의 그림자효과’라고 한다. 외부에 물질을 투사하기 위해서는 내부에도 그 물질의 그림자를 안고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공법사가 모든 물건을 만들어서 내계를 가득 채웠을 경우 ‘확장’을 시작한다. 이 과정을 계라고 부른다. 내계가 확장되면 공법사는 더욱더 많은 물건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음. 그러니까 물건을 만드는 게 만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내계에 그림자를 파기하면 외계에 발현된 E입자는 소멸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어떤 점유율이 있고 그 점유율만큼 만들면 만들었던 것은 사라지고 더 못 만든다는 뜻이지. 더 만들기 위해서는 내부를 확장해야 하고.


“하긴 어떤 물건이건 무한히 만들어 낼 수 있으면 귀금속은 왜 있겠고 무기는 왜 있겠어.”


거의 만물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용량에 제한이 있다. 용량이 넘치면 사라지니까 자연계에 존재하는 귀금속들처럼 불변할 수는 없다.


“그리고 E입자로 인간 같은 생물을 만들 수는 없다. 이는 생물이 E입자로 만들어져있지 않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인간의 성분을 분석해서 인간을 만들어도 그것은 껍데기만 인간의 모형일 뿐 속은 텅 비게 된다. 이것은 마법에서 말하는 혼백과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음? 그건 그렇고. 아까 전 이야기로 돌아가자.


“오벨로스. 그러면 위인기는 어떻게 존재하는 거지? 이 세계에는 수많은 위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위인기는 제작자인 공법사가 사라지면 없어지는 건가?”

“다음 페이지를 읽어주십시오.”


나는 오벨로스의 말을 따라서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탈’이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공법사가 만들어낸 물건을 공법사의 우주에서 이탈시키는 방법이다. 공법사는 외내계를 가득히 키우면서 용량을 확장하지만 점유된 부분을 떼어낼 수 있다. 공법사의 우주에서 이탈한 부분은 ‘코어’라고 불리며 물질계에 오롯이 남게 된다. 공법사는 자신의 외계와 내계를 떼어내서 최대용량이 적어지게 되겠지만 공법사의 죽음과는 관계없이 그 물건은 현재 세계인 에이라모스에 독립적으로 남게 된다. 이 기술은 7계 이상의 공법사들 만이 사용할 수 있다.”


굉장하다. 게임으로 치면 자신의 최대 MP를 깎으면 물건 자체를 세상에 만들 수 있는 거다. 이 최대 MP는 확장이라는 방법을 통해 다시 늘릴 수 있고. 진정한 의미에서 창조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능력이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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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청소년기(4) +5 18.01.14 5,256 171 10쪽
9 청소년기(3) +14 18.01.13 5,472 178 10쪽
8 청소년기(2) +7 18.01.13 5,381 16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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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수련 +3 18.01.12 5,644 173 9쪽
5 스승님(2) +14 18.01.11 5,806 185 9쪽
» 스승님 +12 18.01.11 6,298 19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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