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31번지
작품등록일 :
2018.01.18 21:39
최근연재일 :
2020.01.11 22:0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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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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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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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40. 변곡점(1)

DUMMY

상복은 입지 말라고 했다. 종로마법고교의 학생이니깐.

표정을 감추라고 했다. 강북의 지주는..흔들려서는 안 되니깐.

기관병 12명과 학생 하나. 일각에서는 합동장례식을 치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경원의 부모님에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강울아."

"죄송합니다."


오자마자 다짜고짜 구경원의 부모님에게 사과하였다.

부모님의 대답을 뒤로하고,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시끄럽던 테이블의 사람들은, 그의 등장에 일순 침묵하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이질적인 시선들을 무시하고, 강울은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꽃과 제사상, 그리고 구경원의 영정사진.


".........."


강울은 천천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번 절하고, 일어섰다.

천천히 일어나 조용히 걸아가 장례식장을 나갔다.


수많은 기자들의 촬영과 인터뷰 요청을 무시하고, 바로 옆 카페로 뛰어들어갔다.

그 안쪽 깊숙히 숨겨진 낡아빠진 철문을 열고,

철문에 인챈트된 주문들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예정된 주문의 인도에 따라 한지우의 집무실로 텔레포트했다.


그를 맞아들은 그녀의 집무실에는 아무도 없어서, 그저 시계바늘 소리만이 일정하고도 기계적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


그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함선은 차가운 북극해의 어딘가를 정처없이 항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한지우가 없음을 확인하고,


울었다. 아니. 울부짖었다. 원망했다. 자책했고, 후회했다.



----------------------------



왜 몰랐을까?

왜 당황했을까?

왜.. 막지 못했을까.

그렇게 뻔뻔하게 공격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공격했는데,


"왜!"

"어려운 질문이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눈물샘이 메말라버리고 목이 쉬어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할 무렵.

강울의 외침에 한지우가 조용히 대답했다.


"...."

"왜 막지 못했을까, 왜지켜주지 못했을까. 미칠듯이 괴롭도록 고민했었어."

"...그래서요?"

"모르겠어."


강울의 옆에 털썩, 주저앉은 한지우는 강울을 따라 창문을 바라보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은 깊고도 차갑게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의미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일들을 겪다가.. 잊어버렸어."


한지우는 강울의 손을 잡았다.

강울의 손은 차가웠다. 왜일까. 방 안은 분명 따뜻한데.


"그런가요? 그러면 저도, 잊어버리면 되는 건가요? 그저 참고 기다리면?"

"아니. 잊으면 안되. 내가 도와줄게."


조용히, 한지우는 강울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아프고 괴로웠을 땐 말이지,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의 네 옆에는 내가 있어."


자, 일어서자. 포근한 속삭임과 함께, 한지우는 강울과 함께 일어섰다.


"오늘 밤은 같이 있자. 그러면 좀 나을거야."

"...고마워요."

"별 말씀을. 자, 가볼까?"


오래 전부터 알고지낸 누나와 남동생처럼, 둘은 사이좋게 서로를 의지하며 문 밖으로 나갔다.

집무실이 인도한 또다른 세이프 룸의 가운데서, 더블베드에 누운 한지우는 강울의 머리를 안듯이 껴안았다.


그녀의 포근한 축복과 함께, 강울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으로 잠에 들었다.

그날의 밤은 길고, 어둡고, 깊었다.



----------------------------



그 다음날.

한지우와의 하룻밤 이후, 잠에서 깨어난 강울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100%. <오리진>의 완벽한 전수완료.."

"맞아. 이제 <오리진>에 보관되었던 방대한 마나통은 모두 네거야. 내겐 옮기고 남은 그것의 찌꺼기밖에 남지 않았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쉬며, 한지우는 강울의 품에 안겼다.

강울의 가슴팍에 머리를 맡기고, 그녀는 애교를 부리듯 중얼거렸다.


/"이제 내 몸은.. '내 모든 것'은 네거야."


마치 연인에게 안긴 듯 자신에게 안긴 한지우를 바라보며, 강울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누나'. 제가 지켜줄게요. 언제까지도... 항상."


애절하다는 말하며 강울에게 안긴 한지우의 두 손과 눈에는, 그러나 무언가의 주문을 영창한 듯한 흔적이 연하게 남아 있었다.

그렇게 둘은 연인처럼 손을 꼬옥 잡으며, 침실의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다시 나아갔다.



----------------------------



새로운 강북의 지주가 습격을 겪은 이후.

세상이 변해가기 시작했고, 그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비공식적인 강남군의 습격,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렸다는 듯 강북측은 차기 지주를 공개.

그리고 그의 절친의 '비극적인' 죽음은 사실, 철저히 계획된 것이라고.

음모론자들이 문제시하는건 역시 그 당시의 '생방송'.


너무나도 작위적이고 인위적이였다는 그들의 지적은, 더 나아가 사실 강남 또한 강북에게 이미 지배당한 꼭두각시 정부라고 주장하는 데에까지 이어졌다.


"유언비어와 괴담은 모든 붕괴들의 시발점이야. 완전히 분쇄해야만 해."

"네..."


대구의 어느 공장이 한밤중에 폭발했다.

사망자는 미스터리 및 음모론의 권위자 다수.

이들이 왜, 누구에게 죽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날 밤 강울이 홀연히 집에서 사라졌었음은 강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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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28. 임무 완료 20.01.04 23 0 7쪽
177 @27. 투입 20.01.03 30 0 8쪽
176 @26. 백업 19.12.29 28 0 7쪽
175 @25. 출동(2) 19.12.28 27 0 7쪽
174 @24. 출동(1) 19.12.27 33 0 7쪽
173 @23. 강림(3) 19.12.26 31 0 8쪽
172 SP. 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19.12.24 33 0 11쪽
171 @22. 강림(2) 19.12.23 31 0 8쪽
170 @21. 강림(1) 19.12.20 33 0 8쪽
169 @20. 조우(2) 19.12.19 36 0 8쪽
168 [보안] 과거마법기록 (세번째 조각) 19.12.15 22 0 5쪽
167 [보안] 과거마법기록 (두번째 조각) 19.12.14 23 0 6쪽
166 [보안] 과거마법기록 (첫번째 조각) 19.12.13 24 0 6쪽
165 @19. 조우(1) 19.12.12 29 0 8쪽
164 @18. 조율(3) 19.12.08 3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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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15. 개화(4) 19.12.05 30 0 7쪽
160 @84.198561. 대가代價 19.11.30 38 0 7쪽
159 @14. 개화(3) 19.11.29 39 0 8쪽
158 @13. 개화(2) 19.11.28 3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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