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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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지
작품등록일 :
2018.01.18 21:39
최근연재일 :
2020.01.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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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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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붕괴(#完)

DUMMY

뚜두둑-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

자신의 무언가가 '부서졌다'는 이질적인 감각을 느끼며, 강울은 눈을 떴다.


"여긴...?"


조용한 오후의 교실.

창문 밖에서는 뛰어노는듯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목재 의자와 책상은 그 어느때보다도 포근하고 따스했다.

십자형의 철제 창문에서부터 내려오는 노란 햇빛은 부드럽게 내부를 비추었다. 그리고 그것에 빛을 받아내는 수많은 책상과 의자는 여느 교실처럼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안녕?"


강울은 텅 빈 교실에서 멍하니 초록색 칠판을 바라보다, 누군가의 인삿말에 놀라 옆을 바라보았다.


"나 기억나?"

유카, 였던가.

"맞아! 날 기억해 주는구나!"

네가 있다는 말은... 그러니깐

"<오리진>과 <수선화>가 맞물려서 생겨난 과부화와 트리거!"

아, 설명해주셔서 고마워요.

"사실 이번에는 좀 달라. 지난번에는 안전장치였지만, 이번에는 제동장치로써 작동되었어."

제동 장치..?


그리고보니 지난번에는 영화관이였지.

유카와 함께한 강울은, 둘만의 배경이 바뀌였음을 알아차렸다. 이번에는 영화관이 아니라 학교 교실내부 랄까.


"그건 그냥 내 마음대로 정한거야. 매번 같은 장소라면 지겹잖아?"

아. 뭐 그렇다면 그런거겠죠. 마음대로 하세요, 귀엽고 가슴크고 단발머리가 어울리는 유카씨.

"아앗! 그렇게 훅 들어오면 곤란해!"


이상한 부분에서 핀트가 맞은 유카는, 자신의 붉어지는 얼굴을 감추며 강울의 머리를 후려쳤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다고요..?


"끄응... 여기가 네 무의식 속만 아니였으면 넌 죽었어!"

아.....


죽었어, 라는 유카의 농담에, 강울은 겨우 현실을 자각했다.

그래. 분명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분명 사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죽을려고 했다.


"지우를 위해서?"


'나'만 죽으면 지우는 살아남는다.

오랜기간동안 이어졌던 강북과 강남의 갈등이 끝난다.


그래. 모두가 바라던 평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죽음으로써 성립된다.


"정말로 그렇게 믿어?"

네. ....아니요.

"하? 그런 이상한 대답이라니. 네 진심은 뭐야? 네 무의식으로의 대답은?"

아니요. 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유는?"

지우는 이미 강남에게 지울 수 없는 죄를 지었어요. 제가 지주가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암살시도를 받았고요. 강남은 절대 지우를 가만두지 않겠죠. 설령 내가 죽더라도.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네?"


그것은.

한지우를 구한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적들을 모두... 격퇴한다.

그런 생각을 해내자, 강울의 답답했던 속마음은 시원하게 뚫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는 상쾌함을 느꼈다.

농담이 아니야. 정말로 상쾌해. 의지가 생겼어.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어.

바로 이거야! 이거라고!


마침내 삶에서의 목표를 찾고, 그로써 잠시나마 편안해하는 강울을 바라보며.

그러나, 유카는 이상한 질문을 하였다.


"그렇다면. 눈앞의 적을 죽이고 지우를 구하고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다음 네가 살아야 할 이유는 뭐야?"

...네?

"미안해. 애매모호하게 말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잠깐. 이건 무슨 소리지?

창밖의 희미한 사람들의 소리는 학생들의 그것이 아니였다. 그것은 학교라는 배경이 만들어낸 시각적 착각. 분명... 이건.

인간이 만들어낸 <처참한 비명소리>다.


"슬슬 멈추는 건가."

뭐, 뭐가요?!


강울의 깨달음에, 유카는 머리를 으쓱였다.


"자, 제동 장치로써의 역할은 여기까지야."

뭐?!

"그럼 앞으로 잘 살아보도록!"

자, 잠까ㄴ-!



----------------------------



폭주, 대 폭주였다.


처음은 <간단한 얼음창>.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간 얼음창이 한지우의 목을 겨눈 칼을 쳐냈다.

창은 지우의 총상부위와 함께 그녀를 통째로 얼려버렸다.

그것은 의식을 잃은, 그때와 같이 인형처럼 공중에 떠오른 강울의 기습이였다. 그리고 그 직후, 강울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바, 발사!"


순간의 기습에 당황한 남자는 공격을 지시하였고, 모두가 질서 정연하게 의식을 잃은 강울을 향해 공격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였다.

온 사방의 마나가 강울을 중심으로 갑자기 폭발했다. 화약들은 강울에게 접근하지도 못했다.


"마, 마법이!"

"뭔가 이상합니다! 주변의 마나농도가 급격히 감소!"


폭발과 함께 주변의 마나들이 강울의 손끝으로 모아들었다. 그리고 그 직후,

슉- 하는 경쾌한 공기소리와 함께.

광범위한 지역의 마나들이 모두 강울에게 흡수되어, 빨려들어갔다.

공기 중의 마나를 잃은-더이상 증폭시킬 마나가 사라진-병사들은 당황해하며 비명을 질렀다.


"방어막이 전개되지 않습니다!"

"비행 불가! 주문들이 발현되지 않아!"

"으아아아악!"


마나가 없는 그들은 순식간에 구시대의 군인이 되어버렸다.

작동하는것은 오직 재래식 무기들 뿐. 하지만 그것으로는 <괴물>을 죽일 수 없었다.


"도, 도망쳐!"

"살려줘!"


이길 수 없다, 라고 판단되는 순간-지휘계통이 무너지는 순간-졸병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그 순간,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강울의 손끝에 모인 마나가 수백개의 선으로 나뉘어져 뻗어졌다.

누군가 이 장면을 본다면 근사한 레이져 쇼 라고 감탄했겠지. 하지만 현실은 철저한 살인마법일 뿐 이였다.


날카롭게 빠르게 솟아나 적의 심장을 꿰뚫는다. 한지우를 압박하고 강울을 저지하였던 최강의 장감차들이 장난감마냥 꿰뚫리고 유린되었다.


"이럴수가..."

"지주님!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지주님!"

"저, 저...."


충격과 공포의 장면에, 멀리서 전쟁을 지켜보던 강남의 지주가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저걸, 저 괴물을 어떻게 이겨라는 말이야.."

"지주님! 이곳도 위험합니다. 어서 피난을!"


강울의 공격이 더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강북을 넘어서, 서울 전역에서 번개와 화염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종로가 파괴되고, 그 여파가 한강을 넘어 강남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삼성동 지상벙커는, 이제 '피난 권고지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참모의 외침에도 그는 좌절한 듯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어디로 피하란 말이냐.. 피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냐?"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였다.

그렇게 강력했던 벙커는 마나의 압박에 일격으로 붕괴, 매몰되었다.



----------------------------



"...어라?"


눈을 뜬 곳은 학교가 아닌 폐허의 중앙.

수많은 붉은 살점들이 고철덩어리와 함께 대지를 장식했다.

흩날리는 것은 두터은 먼지와 핏자국들. 강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시,심장이...!"


갑자기 심장이 터질듯이 아파왔다, 아니, 심장이 아니다. '심장이 있었던 곳'이였다.

심장이 터져버리기라도 했다는 건가?

이상하게도 심장이 있어야 할 부위에는 일정하고 규칙적인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미칠듯한 고통과 타는듯한 '고기'의 냄새만이 짙게 밀려들어올 뿐.


타는듯한 고통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강울은 한지우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지우!"


잠시 후. 강울은 완전히 얼려져있는 한지우를 발견하고 끌어안았다.

그녀에게는 외상이 조금 있었지만, 해동한 직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래. 그녀는 무사하다.


"강울아...?"

"누나! 괜찮으세요?"


적막이 감도는 폐허 속에서, 강울은 한지우를 안고 일어섰다.


"분명 근처에 의료시설이 있을 거에요. 거기까지만 가면!

...어?"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분명.. 전쟁, 중이였지 않았나?

그러나 공포스럽게도,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아."


멈칫한 강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녹색 군복은, 강남군의 그것.

저 검은색 장갑차는, 강남군의 그것.


"아...맞다"


나, 포위됬었지. 지우가 총에 맞았었지.

그럼 설마?


강울은 놀라며 한지우를 바라보았다.

총알은 어깨에 박혀 있었다. 그러나 '치료'되어 있었다.

아무런 자국도 없이, 총알은 그저 '박혀져만 있었다'.


"설마, 내가, 이들 전부를,"


죽였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며, 강울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는 끝없는 시체들의 행렬을 보았다.


그들은 도망치다가, 숨다가, 저항하다가, 죽었다.

그들은 몸이 꿰뚫려서, 감전되서, 압박되서, 죽었다.


"아, 아아..."


감당할 수 없는, 끓어넘치는 감정이 머리속에서 휘몰아쳤다.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주저앉았다.

잠시 후, 먼지들이 가라앉으며 그 위에 숨어있던 푸른 하늘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먼지에 가려져있던 수많은 시체들의 산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한지우를 찾기위해 헤집고 다녔던 군인들의 내장이 강울의 손과 옷에서 찐득하게 흘러내린다.


밀려들어오는 감정을 부추기듯, 따가운 햇빛의 스포트라이트가 강울을 내리쬔다.

강울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모든것을 부정하며 소리를 지를려는 순간-

한 여성이 멀리서부터 두 손을 바짝 들어올린 채 강울에게 조심스레 다가왔다.


"?"

"저, 저는 강남의 대리 지주입니다! 현 지주님이 사망하였음에 따라 임시로 그 직위를 넘겨받았습니다!"


얼굴의 피와 먼지를 대충 닦고, 누더기가 된 정장의 옷 매무새를 가까스로 정리한 그녀는 강울의 앞에 복종한다는 듯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녀는 간절히, 애원하듯이 부탁했다.


"현 시간부로 강남군은, 아니 강남은 강북의 지주에게 무조건 항복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모두를 죽이는 일은 그만둬 주세요..!"

".......하."


강울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여자는 울고 있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를 맛 본 그녀는, 무조건으로 살려달라고만 외치고 있었다.


...나는 무엇가 싸우고 있었던 것일까.


그저 그런 의미없는 질문 하나와 함께, 강울은 실소하기 시작했다.


"...하. 하하."

"네..?"


강울의 웃음에 여자는 울음을 멈췄다.

멍하니, 그를 이해할 수 없어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강울은. 강울은, 더더욱 미친듯이 웃었다.


"하하하,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키히히히이이이익!!! ....으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



설명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강울의 비정한 웃음소리와 함께, 모든것은 끝났다.

##.







&&.

런던 외곽의 어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깊고 넓은 지하대피소의 안.

비행기 하나가 족히는 들어갈만한 거대한 동굴 안에서, 한마리의 늙은 용은 느긋한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동굴 밖은 꽤나 긴급한 상황으로 시끄러웠지만, 그는 평온히 휴식을 취하려고 노력 중이였다.

하지만 그 순간의 찰나에, 그는 단잠에서 깼다.


샤아아-

그의 단잠을 깨운것은 정체불명의 거대한 마나의 흐름.


"<우리>의 것이 아니군."


그것은 이 좁은 섬을 넘어선 어딘가. 그는 외부의 울림에 귀를 기울였다.


"동쪽. 그것도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 마나를 다뤘다. 그것도 기계의 힘조차 초월한 기적으로.

그것은.


"설마 그건가."


그래, 분명...

기억났다는 듯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용은 선반을 뒤졌다.


"아, 드디어.. 써먹을 때가 왔군."


고대언어로 작성된 무언의 계약서를 다시끔 바라보며, 그의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그저 자신의 '계획'을 관철해내기 위해.


고룡考龍은, <오리진>을 손에 쥔 채 씨익 웃어보였다.


"좋아. 드디어, 나무는 충분히 자랐다.

그럼 이제, 열매를 수확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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