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31번지
작품등록일 :
2018.01.18 21:39
최근연재일 :
2020.01.11 22:02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42,390
추천수 :
196
글자수 :
600,306

작성
19.05.29 22:30
조회
114
추천
0
글자
7쪽

&53. 이호석假(2)

DUMMY

그렇게 나무 아래서 나란히 앉은 둘은 하염없이 눈앞의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떼웠다.


철썩- 싸아아아-

푸르른 정적이 둘의 시아를 가득 채우고 하늘에는 어둠이 짙어졌다.

새빨간 절벽의 노을이 파아란 저녁하늘과 만나며, 그 이질적인 색의 만남에 기묘한 보라빛의 이공간이 꽃피워 올랐다.

문득 찬란히 빛나는 겨울밤바다의 우주를 바라보던 타냐는 강울에게 질문하였다.


"그 이호석이라는 인간, 너와 아는 사이였던 것 같던데.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나?"

"이호석이요?"

"무, 물론 궁금해서 그런건 아니고! 단지 아까 너와 대화하는걸 듣고..!"

"아, 알았어요. 알려드릴게요."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여서 그런가, 지나치게 허둥거리며 이유를 만드는 타냐에게 강울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이호석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호석, 그 사람은 말이죠."

"응응. 그 사람은 말이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였을까.

잠시 숨을 가다듬고 가장 괴로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강울은 한지우에게 들었던, 이호석 본인에게 들었던, 그리고 자신이 경험하였던-이호석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호석.

한지우의 '동료'이자 피오의 절친 그리고 강울의 옆집 아저씨였던 남자.

마법에 문외한이였던 강울은 처음 그를 만나고 그의 비행마법에 매혹되었었다.

그를 마법의 세계로 이끌고 모든것을 인도하였던 이호석은, 사실 한지우를 죽이고 싶어하였다.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강울은 사건들의 흐름에 정신없이 휩쓸리다 이곳 절벽에까지 오게 되었다.

종로마법고교에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었던 강울은 남의 과거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타냐로부터 이호석에 대한 질문받은 지금, 강울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느라 꽤나 긴 시간을 집중해야만 하였다.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보아왔던 '배신자 이호석'이 아닌, 인간 이호석은 어떤 사람이였을까.


"그 사람은.. 생각해보면 그저 평범한 고교생이였어요. 입학시험으로 종로마법고교에 합격하였고, 중상위권의 우등생이라는 평을 받았었고요."

"그런가. 어딘가 나사풀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옛날에는 아니였나보군?"

"그렇죠..."


그에겐 딱히 천재의 기운도 없었고 마법사로써 마나통이 크지도 않았다.

중간을 선호하지는 않았지만 '중간'이라는 자신의 위치에 불만족하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그 처지를 불만없이 받아들였다.

적당히 남들만큼 공부하여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거기서도 딱 남들만큼만 공부하여 적당한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였다.


크게 모난데 없이 무난한 성격이였던 그는 평범한 교우관계를 이루었고, 특히 피오와는 항상 짝궁일정도로 친했었다.

별다른 일 없이 흘러가던 일상이였지만, 그는 강울과는 달리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의 성격상 이러한 상황 자체를 특별하게 자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별다른 문제 없이 적당히 만족스럽게 굴러가는 삶은 자연의 섭리처럼 부드럽고 매끄럽게 흘러갔다.

별 문제라도 생기겠어?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살아가던 그는, 지루하리만큼 평온한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한지우가 오기 전까지는.


"적당히 우수한, 너무 튀지도 뒤떨어지지도 않기에 그녀의 전우조로 선택되었지만.

그것이 그의 고통에 시작이였을 거에요."


강울은 비논리적이고 어처구니 없었던 그때의 상황을 남일이라는 듯 당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한지우가 지주이던 시절엔 조금만 수틀리면 사람을 죽이고, 권위주의적 철권통치로 강북 사람들의 목을 졸라맸었으니깐.

개인의 자유가 존재했지만, 그것이 진정 자유인지도 불분명한 그런 암흑의 시절.

뭐.. '시절'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지만.



평범한 고교생이였던 이호석이 공포의 대상이였던 한지우와 전우조가 되고, 그의 삶은 변했다.

살해당할까 두려워한 친구들은 그를 피했고, 그를 응원해줘야 할 부모님은 도리여 그를 두려워하였다.

그가 지주앞에서 농담삼아 말했던 실언이나 비판들이 지주 본인을 통해 자비없이 실현되어 버렸고, 그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순간 순간의 단어선택이 너무나도 중요해져 버렸고, 주변에서의 압박과 관심은 그를 탈진시켰다.

또한 최강이였던 한지우의 수준에 맞춰 그에게 내려진 엄청난 양의 과제는 자연스레 그의 일상을 파괴하였다.


"그런 그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는 피오,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여학생이였어요."

"피오, 라. 아마 둘의 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겠군?"


뭐, 지금에 와서는 알 수 없겠지만. 강울의 말을 경청하던 타냐가 덧붙였다.

강울은 그런 그녀에게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전부터 친했던 까닭도 있었지만, 서로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자 둘은 더욱 가까워졌어요. 게다가-"


본래 한지우에게 선택된 사람은 이호석.

그러나 그와 친하다는 이유로 피오까지 끌려들어갔기에, 그녀에 대한 그의 죄책감은 한층 더 깊어졌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피오가 한지우의 전우조가 될 일은 없었을테니깐.


"그건 너무 비관적이지 않나? 애초에 한지우 그 녀석이 전우조 없이 학교생활을 했었더라면 될 일일텐데."

"강북의 지주를 비판하거나 탓하기는 힘들었으니깐요. 자신의 운명을 탓하는 편이 훨씬 덜 위험했었죠."

"그런가.. 역시 너네들의 사고방식은 따라잡기가 어렵군. 아, 그런데 네게도 전우조가 있었지 않나?"

".....그건."


세상을 떠난 구경원과, 자신을 떠나간 이원진.

나는 그 둘에게 어떤 사람이였을까.

강울은 타냐의 일침에 둘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강울은 이호석의 이야기를 재개하였다.


"아무튼... 그 당시 상황은 정말이지 비참했지만, 이호석은 어떻게든 버텨냈어요."


최악이였지만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아니, 괜찮지는 않았지만 버틸만은 했었다.

일상이 파괴되었다고 해도 삶이 끝난것은 아니니깐.

2년만 버틴다면, 한지우가 졸업하는 순간까지만 버틴다면, 더이상 강북의 지주와 엮일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이호석과 피오는 그녀에게서 해방되는 순간만을 기다리며, 힘들게 고통의 시간을 버텨나갔다.

그러나 막연하기만 하였던 둘의 기대는 한 사건으로 인해 끝장나고 말았다.


"이후 강남의 습격으로 피오가 사망하자 이호석은 상당히 뒤틀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아."


그래, 그랬던 거구나.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호석의 과거를 복기하던 강울은, 이제서야 그의 감정과 상처를 이해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3류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글 잘쓰고 싶은데 그게 안되네요 +2 20.01.14 53 0 -
공지 너무 읽을게 많아서 골치아프신 분들-3부 부터 읽으세요 19.11.12 96 0 -
공지 [# : 1부] → [& : 2부] → [@ : 3부] 입니다! 19.04.17 139 0 -
공지 3류 마법사 1부 설정집 19.04.15 218 0 -
공지 3류 마법사 1부 해설집. 18.11.19 312 0 -
182 @31. 퍼즐(解) 20.01.11 29 0 9쪽
181 @31. 퍼즐(難) 20.01.10 28 0 8쪽
180 @30. 파견(2) 20.01.09 35 0 8쪽
179 @29. 파견(1) 20.01.06 24 0 8쪽
178 @28. 임무 완료 20.01.04 23 0 7쪽
177 @27. 투입 20.01.03 30 0 8쪽
176 @26. 백업 19.12.29 28 0 7쪽
175 @25. 출동(2) 19.12.28 27 0 7쪽
174 @24. 출동(1) 19.12.27 33 0 7쪽
173 @23. 강림(3) 19.12.26 31 0 8쪽
172 SP. 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19.12.24 33 0 11쪽
171 @22. 강림(2) 19.12.23 31 0 8쪽
170 @21. 강림(1) 19.12.20 33 0 8쪽
169 @20. 조우(2) 19.12.19 36 0 8쪽
168 [보안] 과거마법기록 (세번째 조각) 19.12.15 22 0 5쪽
167 [보안] 과거마법기록 (두번째 조각) 19.12.14 23 0 6쪽
166 [보안] 과거마법기록 (첫번째 조각) 19.12.13 24 0 6쪽
165 @19. 조우(1) 19.12.12 29 0 8쪽
164 @18. 조율(3) 19.12.08 36 0 7쪽
163 @17. 조율(2) 19.12.07 73 0 7쪽
162 @16. 조율(1) 19.12.06 25 0 8쪽
161 @15. 개화(4) 19.12.05 30 0 7쪽
160 @84.198561. 대가代價 19.11.30 38 0 7쪽
159 @14. 개화(3) 19.11.29 39 0 8쪽
158 @13. 개화(2) 19.11.28 36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