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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코딩
작품등록일 :
2018.01.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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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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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22)

DUMMY

“푸흡.”


진우는 입안에 오물거리던 음식들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마실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틀어막았다.


“아휴, 아빠 그만 좀요.”


그 모습에 설희는 정이한에게 따끔한 눈길을 보냈다.

정이한도 머리를 긁적이며 음식을 권했다.


“아, 흠흠흠. 불편하게 했다면 미안하네, 부족하면 말하게. 우리 집이 음식점을 해서 말이야. 음식 맛은 꽤나 좋거든.”

“아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진우는 어색하게 맞장구를 치며 음식을 다시 입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런 진우를 바라보던 정이한은 설희를 돌아보며 두 손을 꼭 다잡았다.


“설희야. 우리 그만 포기하고, 다른 데로 이사 갈까?”


설희가 아무 말 없이 정이한을 바라보자, 정이한은 주름진 미소를 옅게 지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가 못나니까, 딸내미를 너무 고생 시키는 거 같구나.”

“그게 어째서 아빠 잘못이야.”


정이한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다, 아빠가 못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어이없이 가게를 넘기는 일도 없었을 거야.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것이 많단다.”


“아빠...”


“내 딸이 없다면, 아빠는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반대로 딸만 있다면 아빠는 앞으로 어디에서든 제기 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였지만, 정이한은 눈앞에 있는 설희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현실은 어려울지언정, 딸이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반평생 노력해 겨우 마련한 집 한 채였다.

그것을 진행된 재개발로 인해 이렇게 어이없이 잃을 줄이야 상상이라도 해봤던가.


시공사와 조합원장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앞으로 잘살아갈 길만 뚜렷할 줄 알았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길을 진짜라 여기며, 그동안 참 열심히도 달려왔다.


‘다... 내... 죄 지...’


잘 생각해보면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여러 징조들이 있었다.

그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시공사와 조합장에게만 맡겼으니, 어찌 보면 자신의 아니, 개개인 조합원 모두의 책임이 크다 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만큼, 조금만 더 신경을 썼었더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었더라면, 이와 같은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정이한은 솔직히 지쳐 있었다.

이번에 설희 실종된 사건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리라 라는 굳은 심지 역시 크게 흔들린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었다.


“아빠...”


눈시울을 붉히는 설희를 보자 지난날의 기억들이 주마등 마냥 스쳐지나갔다.


처음엔 그들이 찾아왔을 때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구나 싶었다. 그만큼 시공사측이 이야기하는 것 중 달달하지 않은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거기에다 나중에 시공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확약까지 받았다. 시공사와 조합장이 원만하게 협의하여 도장을 찍는 것까지 코앞에서 확인 했었다. 그 후 분양 완판까지 되었으니 오히려 추가 정산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입주 시기가 다가오자, 허상뿐인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던 시공사가 추악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순진했다.

시공사는 무이자 이주비라며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들도 대출을 받도록 권유했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이자 폭탄이 되어 되돌아 왔다.


물론 항변했다.

항변하자 시공사측은 이자를 대신 갚아 나가고 있었을 뿐이라며 환수 조취의 근거를 들었다. 그렇다면 무이자가 아니었다. 무이자라는 말을 꼬집고 들어가자 시공사 측은 이자 후불제라 말을 바꿨다.


물론 다시 거세게 항변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업계 관행입니다. 다들 그렇게 말해요.”


그 한마디로 모든 이자를 다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준비된 깊은 수렁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공정률 10프로일 때 공사비를 50프로 이상 회수해갔다. 공정률이 20프로 되자 공사비를 100프로 이상 회수해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모든 공사가 그렇게 진행되는 줄로만 알았다.


시공사는 공사비를 100%로 환수하고도 추가적인 사업비를 요구했다. 그러한 돈이 개개인의 조합원들에게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조합원은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공사측에 손을 벌려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였고, 빌린 금액에 대한 이자역시 말도 안 되는 탐욕스런 수치로 불어나 버렸다.


그렇다고 사업비를 거부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공사비를 우선 회수한다는 계약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서 내용이 어려운 조합원들을 속여 먹기 위한, 조합장과 시공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가 없는 친절에 기대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입주 시기가 다가와, 고대하던 입주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모두 이것만 보고 달려왔다. 억울하지만 빚은 시간이 지나서라도 이를 악물고 갚으면 된다 생각됐다.

그러나 그들은 문을 틀어막고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아니 아파트에 발도 못들이 밀게 막았다.


역시나 어마어마하게 불어버린 추가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시공사 앞잡이가 된 조합원장이 조합원들 앞에서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계약서 내용은, 추가 분담금에 대한 조항이 확실히 들어가 있었다. 그 명목 하에 초기의 공사비가 두 배 이상 불어나 버렸다.


그것을 고작 입주하기 일주일 전에 통보 받았다.

더 잘 살 수 있는 길인 줄 알았던 재개발은, 그렇게 기존에 살고 있던 모두를 터전에서 내쫒고, 그들만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축제의 참가자인줄 알았다.

이 크나큰 착각은, 빚이라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아빠는 얼마든지 다시 시작 할 수 있어요. 이번엔 우리가 한 발 물러나자꾸나. 그들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란다. 그냥... 그냥... 더러워서 피하는 거야.”


정이한은 말과 다르게 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집을 잃고 빚만 남았다.

정말 개탄할 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진행하는 재개발의 실태였다.

취지는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어준다 였을 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두 눈 버젓이 뜨고 있는데 집을 강탈당한 것도 모자라 빚만 떠안게 되었다.


만약 설희 마저 곁에 없었더라면,

중년 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날아가고 있던 화살은 멀고 먼 과녁에 꽂히기도 전에 꼬꾸라져 버렸을 것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가진 것이 없는 자들에게는 더욱더 무겁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에, 돈이 들었고, 그나마 정직한 수단들은 편법이라는 단어아래 가로막히기 일쑤였다.


“더러운 건 치워야죠. 계속 놔두면 미관상 보기 안 좋지 않습니까.”


탁.


진우는 탁자위에 수저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잘 먹었습니다.”


진우는 후하게 배불러온 배를 만족스럽게 두들기며 씩 웃었다.


“이거, 너무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어서,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진우의 말에 정이한은 깜짝 놀라며 손 사례 쳤다. 딸을 구해준 은인에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망언이란 말인가.


“자네, 무슨 그런 황당한 농담을 하는가.”

“하핫, 농담이라뇨. 오랫동안 초코바로만 연맹 하게 되면 그런 이야기 안 나오실 걸요?”

“그게 무슨...”


정이한은 영문 모를 소리에 주름진 두 눈을 크게 끔뻑였다.

진우는 생각이라도 난 듯 손바닥을 마주치며 씩 웃었다.


“이건 어떨까요?”

“...?”

“별건 아니지만, 제가 아버님을 대신해 진정으로 염원하죠.”


정이한은 진우의 영문 모를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지금, 괴로워하시는 부분 모두 해결되기를. 이정도면 괜찮을까요?”


진우의 말에 정이한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하하핫. 재미난, 친구군. 아무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것이 어딘가.”


정이한의 말에 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씩 웃었다.


“이런, 제 염원은 꽤 잘 이뤄 진다구요?”


진우의 대답에 정이한은 그를 한동안 멀뚱거리며 바라봤다. 혹시 음식이 잘못되지는 않았나 생각하며.



******



“오늘도 있어...”


창문의 커튼을 살짝 들춰 가로등 아래 서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사내를 발견했다.

하창택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정체 모를 사내는 새벽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CCTV가 부숴 졌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지금은 감시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언제 들이 닥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내 전화를 피해?”


시공사 사장은 아주 노골적으로 전화를 피했다. 대신 전화를 받은 여비서는 앵무새 마냥 해외로 출타중이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뱉어냈다.

들고 있던 전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닫았다.

갑작스럽게 해외라니?

전화를 피하는 모양새가 더 이상 만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날 아주 물로 봤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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