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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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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37)

DUMMY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외부인을 제압하기 위해 경호원은 그의 팔을 꺾으려 했다. 그러나 곧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진 건 경호원이었다.

순식간에 외부인의 주먹이 경호원 명치를 정확히 꽂아 버린 탓이었다. 옆에 서있던 다른 경호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먼저 건든 건 당신들이지?”


간단히 주먹을 피한 외부인은 경호원의 목젖을 강하게 내리 쳤다. 결국 남은 경호원마저 단말마와 함께 나란히 쓰러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하창택은 시장 통 같은 소란스러움 속에서 그 친구를 서둘러 끄집어냈다.


“그만들 하게! 아는 친구가 보내준 사람일세.”


경호원들은 하창택의 말에 가슴과 목을 부여잡고 길을 터줬다. 그들의 얼굴은 화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경호원들의 표정과는 상반된 표정을 지으며 하창택은 들어온 외부인을 맞았다.

입가에 만연한 미소가 피어나있었다.

두고 볼 것도 없이 아주 믿음직한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일련의 소동이 없었다면 그의 왜소한 체격 탓에 탐탁지 않은 눈길을 보낼 뻔했다.


“어이쿠, 이거 손님 대접이 영 허술했구만. 내가 하창택일세.”

“아, 네. 형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허허헛... 이 친구. 어서 들어오게. 당분간만 좀 부탁함세.”

“저도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하창택은 흡족한 얼굴로 사내의 어깨를 두들겼다.

순간 괜히 정택에게 물건을 쥐어 보낸 건 아닐까 할 정도로 믿음직스러웠다.


‘이따가 상황을 봐서 아들한테 다시 전화해야겠구만.’


물론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이정도 사람이 옆에서 지켜준다면 크게 무리가 없을 듯 보였다.

하창택은 간만에 이를 드러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허허허, 신세는 무슨. 그래 자네 이름은 뭔가?”


사내는 하창택을 보며 빙긋 웃어보였다.

그의 날카롭게 보이는 눈매가 순간 번뜩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음...?’


눈을 한번 끔뻑거리고 움직이자 그는 다시 가벼운 미소를 내걸고 있었다.

웃고 있는 그의 입가가 천천히 움직인다.


“아, 네. 진우, 김진우라고 합니다.”



******



대설 산업개발사라는 커다란 LED 간판이 걸린 유리 고층 건물의 사무실 안.

유리 창문을 깨어버릴 것 같은 고성이 터져 나왔다.

흥분된 고성과 함께 흩날린 서류들은 사장실 안을 배회하듯 나비처럼 나풀나풀 날더니 대리석 바닥위로 사뿐 내려앉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언뜻 보면 차갑게 보이는 여성의 안경너머 시선이 흥분된 목소리를 따라 방향을 천천히 튼다.


“하창택, 이런 건방진 새끼가... 감히... 그래서...?”


여자의 시선이 미끄러지듯 옮겨진 곳에는 중역책상에 기대어 어깨를 들썩이는 사내가 있었다.

중년 사내의 어깨가 거칠게 움직이는 모양새가 흡사 흥분된 멧돼지를 연상시킨다.

답을 요구하는 사내의 시선에 여성은 살짝 두 눈꺼풀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돈을 들고 이 사장님이 직접 나오라는 메시지 남겼습니다. 따로 보너스를 받아야겠다며...”


그 정도는 예상 했음인가.

이호식은 비대한 상체를 세웠다.

미간 사이를 잔뜩 구긴 그가 기름진 입술을 움직인다.


“얼마?”


한 비서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흥분한 이호식과 다르게 안경 너머로 언뜻언뜻 비추는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무료해보였다.


“약속한 보수의 곱절이면 충분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새끼가...”


이호식의 네모진 안경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눈매가 더욱 가늘어진다.

탐욕으로 점철된 그의 시선이 매우 불쾌해 보이는 표정과 어우러져 갈등을 내비친다.

탐욕과 협상 사이 절대 좁혀지기 어려운 간극으로 빚은 갈등의 눈빛이었다.

그 덕분에 당연히 답은 늘 하나로 귀결된다.


“목줄을 느슨하게 풀어줬더니, 주인을 몰라보고 물려고 들어? 이래서 족보 없는 개새끼는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교육이 필요하겠어.”


해결점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이호식의 눈매가 더욱 가늘어진다.

이호식은 시선을 돌렸다.

블랙 앤 화이트의 정형적이면서도 딱딱한 수트를 걸치고 있는 한 비서를 향해 가늘어진 시선이 닿는다.


그의 시선에 한 비서의 한 쪽 눈썹이 미미하게 꿈틀거린다.

그녀는 어두운 네이비 색 계열의 롱 재킷을 살짝 끌어올려 앞섶을 여몄다. 롱 재킷으로 가렸음에도 그녀의 굴곡진 맵시가 드러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호식의 탐욕스런 시선이 그녀를 훑듯 위로 지나간다. 그렇게 지나간 시선과 그녀의 시선이 결국 마주한다.

이호식의 기름진 입술이 움직인다.


“그래서, 언제까지?”

“당장 연락부터 달라고 했습니다. 요즘 인내심이 부족해서 자신이 늦다고 여길 시에는 착실히 모은 서류와 함께 다른 곳에서 대면하게 될 거라고...”

“하.”


이호식의 기가 찬 느끼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불나방 같은 건가? 같이 죽자는 거야?”

“잃을 것이 누가 더 큰지 잘 생각해보라고 하더군요.”

“아니.”


이호식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어느 새 복잡한 일련의 일들을 어떻게 처리 할지 정리 한 듯 표정이 보다 가벼워보였다.


“크든, 작든. 그 새끼는 폭탄을 들고 자멸 할 새끼가 아니야. 버려질 것을 잘 아니까 이번 기회에 한 몫 단단히 챙기려는 속셈 뿐 이겠지. 하여간 배포하난 대단한 새끼야. 그러니까 이 바닥에서 굴러먹고 다니고 있는 거기도 하겠지만... 양아치 기질은 영 어딜 가질 않는군. 그럼 저번에 몰래 챙겨온 그 서류는? 가짜였어?”


한 비서는 흐트러진 안경을 고쳐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복사본... 일거라 생각됩니다.”

“하이에나 같은 새끼. 눈치 채고 경고차원에서 내버려 둔거였나. 혹시 눈치 챈 거 아냐?”


한 비서는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그런 낌새는 없었습니다.”


한 비서의 대답에 이호식은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진다.


“그렇다 라면, 녀석에게도 연락이 오겠군?”

“네... 그럴 거라 생각됩니다.”


이호식은 굳었던 얼굴이 한결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 그 서류는 어쨌어?”

“지시 하신대로 확인 후 바로 파기 처리했습니다.”

“흐음...”


이호식은 이 중턱을 손끝으로 긁적이며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하창택의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 성가셨다. 뭐, 당연히 여러모로 안배를 해놓긴 했지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호식은 혀를 짧게 찬다.


“서류는 파도, 파도 나온 다라. 마술 주머니가 따로 없네. 하창택이... 그동안 꽤나 맘 좀 졸였겠어. 들고 있는 게 많았으니.”


이호식은 일으켰던 몸을 의자에 다시 뉘이듯 앉았다.

의자 등받이가 작게 비명을 지르며 들썩인다.


“새끼가, 어디서 연락 달라 말라야. 전화해서 일정 잡아. 신사답게 얼굴 보면서 대화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이호식의 기름진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들 걸린다.


“복날 멀었지?”

“네?”

“...자네 개고기 좋아하나?”


한 비서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진다.


“아니, 전 별로.”


한 비서의 탐탁지 않은 반응에 이호식은 껄껄 거리며 웃었다. 그가 몸을 들썩이며 웃을 때마다 잔뜩 휘어버린 의자 등받이가 불규칙적인 비명을 지른다.


“왜, 개고기가 얼마나 살이 부드러운데.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지. 왜 그런 줄 아나?”


한 비서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무료해보이던 눈 위로 두 눈꺼풀이 살짝 내려앉는다.


“잡아먹기 전에 흠씬 두들겨 패거든. 산채로 말이야. 처음엔 죽여야 하니까, 그리고 그다음에는 고기가 연해지라고, 아주 흠씬 두들기지.”


그의 입술위로 탐욕스런 혀가 훑고 지나간다.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 것 같구만. 게다가 주재료가 낚시 바늘에 걸린 주인 무는 개새끼라니. 여러모로 즐거움이 있겠어.”


한 비서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렸다.

탐욕스럽게 불러온 배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는 이호식이 시야 안에 잡힌다.

그녀의 눈가가 얕게 일그러졌다.


“...과장님께 연락 넣을까요?”


이호식의 눈알이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인다.

생각을 정리한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우선, 직접 만나보도록 하지. 적어도 이일에 관련해서 어떤 놈들이 더 붙어 있는지도 모르니, 확인도 해볼 겸 말이야. 동생을 일일이 번거롭게 할 수는 없으니까.”


한 비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사무실 내에 기름진 고기 냄새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호식은 껄껄거리며 흡족한 미소로 배를 쓸어댄다.


“그럼, 복날을 앞당기기 위해, 주재료부터 확인 해보러 가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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