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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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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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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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38)

DUMMY

한 비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사무실 내에 기름진 고기 냄새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호식은 껄껄거리며 흡족한 미소로 배를 쓸어댄다.


“그럼, 복날을 앞당기기 위해, 주재료부터 확인 해보러 가볼까.”



******



거실 소파에 앉은 하창택의 얼굴은 득의양양한 기세가 잔뜩 뻗어 올라오고 있었다.


“하 새끼, 그럼 그렇지. 지가 연락을 안 하고 배겨?”


하창택은 만면에 미소를 띠웠다.

얼마 만에 짓는 웃음이던가.


“자네가 온 뒤로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구만.”

“별 말씀을요, 제가 뭐한 게 있나요.”


맞은편 소파에 앉은 김진우가 살짝 고개를 젓는다.

하창택은 재명의 소개로 온 김진우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온 뒤로 더 이상 원치 않은 불면증에 시달릴 필요도 없었다. 늘 자신의 주위를 맴돌며 성가시게 하던 사내들이 김진우가 오자 거짓말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어떻게 한 건가? 그때 쫒아 내달라 했지만, 그 뒤로 여태까지 집 주위를 감시하던 이들이 없어진 것 같으니 속이 다 시원하구만.”


김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별거 없습니다. 그냥 혼쭐을 내주었지요.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끝까지 불지 않더군요. 아마 배후 쪽 역시 저희 형님이 확인하고 일처리 중이라 더욱 조용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창택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오랜 골칫거리였다.

그들은 사실 근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재개발 건에 손대고부터 시작된 종양과 같은 놈들이었다.

그런 앓던 이가 빠진 거 같으니 그 시원스러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

하창택은 고개를 저으며 진우의 손을 마잡았다.


“아하하하. 이 친구 겸손하긴, 뭐 이전에도 내가 재명에게 일을 맡겼지만 영 소득이 없었더란 말이지. 별의 별 수단을 써도 잊을 만하면 나타나더란 말이야. 써글것들.”


하창택은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욱신거렸는지, 뱁새와 같은 그의 눈가를 잔뜩 찌푸렸다.


“뭐, 아무렴 어떤가? 사실 내 눈앞에만 안보이면 된다네. 그런 것들이 뭘 할 수 있겠어. 나한테 원한을 산 놈들인지, 아니면 뭐 먹을 것이 있나 뜯어먹기 위해 들러붙은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한참 잘못 보았지. 감히 어디를 말이야.”


하창택은 간만에 형형 가득한 눈빛을 빛내며 크게 웃었다.

정택에게 맡겼던 물건들도 도로 가지고 왔다. 물론 아직 완전히 위협에서 배제 된 것은 아니지만, 당장 거래에 사용될 물건들이니 웬만하면 항상 가까이에 지니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옆을 김진우가 24시간 든든하게 지켜주니 이곳보다 안전한곳은 없어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하창택의 눈가가 빛을 낸다.

그의 의뭉스러운 눈빛에 김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씀하시죠.”

“앞으로 계속 나와 일해보지 않겠는가?”

“그게 무슨...”

“내가 이래저래 만지는 자잘한 일들이 있어. 뭐 큰 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부르게 먹으면서 지낼 수 있을 걸세. 뭐 재개발 할 때 뒤봐주는 일도 그 중 하나고 말이야.”


김진우는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 숙한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제가 무슨 재주가 있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할 줄 아는 재주라곤 주먹질 정도인데.”


하창택은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씩 웃었다.


“허, 이 친구가. 겸손하긴. 주먹질도 주먹질 나름이지. 저번에 경호원을 단숨에 제압하는 것도 그렇고 실력이 보통이 아니던데?”

“하핫, 과찬이십니다.”


하창택은 김진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정도 실력에 예의바른 겸손함까지 갖춘 것을 보니 그냥 주먹만 믿고 달려드는 양아치완 달라보였다. 솔직히 그것들은 언제 자신의 목줄을 뜯어버릴지 몰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그 범주에는 재명이 역시 들어가 있었다.


‘이 친구 내 마음에 쏙 들어서 그런가, 어쩐지 낯설지가 않아. 그에 반해 재명이는....’


정택의 소개로 알게 된 친구지만, 그의 불량함 때문에 바로 곁에 두기가 꺼려지는 인물 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런 인물 아래 이런 친구가 있었다니.


‘게다가 비용도 아낄 수 있고 말이지.’


비용만 많이 드는 사설 경호원을 이용하는 것보다 그를 자신 아래에 두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훨씬 절감효과도 컸다.

게다가 실력은 훨씬 웃돌지 않은가.

하창택은 탐욕스런 눈빛을 빛냈다.


“내가 지금 받는 것보다 잘 쳐줌세. 뭐 솔직히 재명이 그 친구 밑에서 자네가 받아봐야 얼마나 받겠는가. 나랑 같이 일하면 인센티브도 쏠쏠 할 거야.”


하창택은 김진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아무래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공사와는 작별을 고해야겠지만, 이외에도 일은 많았다. 사실 대설 계열사라면 크기도 자못 커서 진득하게 붙어 있으려고 했는데, 상세하게 파고 들어가 보니 더럽기는 큰 곳이나 작은 곳이나 매한 가지였다.


더러운 것은 크기를 따지지 않는다.

그럼 차라리 자기가 좀 더 쥐고 흔들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일하는 것이 심적으로 편할 것 같았다.


‘물론 이번에 한 몫 단단히 땡기고 말이지.’


김진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게 저야 상관없지만, 저희 형님은 또 어떠실지.”

“충분한 값을 치루면 그만 아닌가. 그건 걱정 말게.”


하창택은 지체 없이 말했다.

비용이 얼마간 들겠지만 이것도 투자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갈 길이 먼데 그 정도가 대수 일까.

길게 보자면 전혀 아까운 투자가 아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앞으로 지켜 볼 때 재명도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 건은 내가 재명과 잘 이야기 해볼 테니 자네만 결심해주면 된다네. 아니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사람 마음이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당장에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 고민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하창택은 그의 반응에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이지. 충분히 천천히 생각해보게. 나 막 쪼아대는 그런 사람 아닐세.”

“네... 감사합니다.”

“자, 그리고 이거.”


하창택은 별안간 두툼한 흰 봉투를 내밀었다.

김진우의 의뭉스런 눈을 들었다.


“이건...”

“이걸로 수트 한 벌 맞춰 입게나. 조만간 나랑 같이 가야할 자리가 있으니.”

“아, 네 알겠습니다.”


김진우는 봉투 안을 슬쩍 확인하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에는 빳빳한 신사임당 지폐로 채워져 있었다.


“이, 이거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장님. 잘못 넣어 주신 건 아닌지...”

“어허, 아닐세, 넣어둬. 나머지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말이게.”

“...그럼 염치불구하고,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창택은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탐욕스럽게 번들거리는 입술이 움직인다.


“나랑 일하면 앞으로 더 재미난 일들이 많을 걸세.”



******



활기가 가득한 주말 오후 한 낮, 카페안의 기분 좋은 복잡스러움을 더해주며 설희가 물었다.

그녀는 파르페를 한 움큼 떠서 입안에 밀어 넣었다.

기분 좋은 달달함이 질문을 던지는 설희의 눈가를 웃게 만든다.


“우움우움... 그런데 갑자기 웬 정장이에요?”


파르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디를 퍼먹을지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얕은 미소가 번지게 만들었다.

나는 커피를 홀짝였다.

이른 오후의 커피의 달달하고 쓴 감각이 입안을 잠시 거쳐 목구멍 안을 타고 흐른다.


“아니, 잠시 일하게 된 곳에서 필요하다네. 정장이.”

“아 잠시 알바 한다는 곳 말이에요?”

“응.”


당연히 설희에게나 아저씨에게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하창택의 밑에서 잠시이지만 일을 하고 있단 사실은 아무래도 최대한 숨기는 것이 좋았다. 절대 달가워할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


‘괜히 마음 쓰일 이야기 할 필요 없지..’

“우음우음, 그래서 저에게 이런 조공을?”


설희가 파르페를 퍼서 입안으로 한가득 날랐다.

그녀의 모습에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이곳 지리를 잘 모르니까. 안내를 해줬음 해서. 근데 안 추워?”

“음? 카페 안은 따뜻하잖아요.”

“뭐, 그, 그야 그렇지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막힘없는 논리에 머리를 긁적였다.


“음, 이거 갖곤 부족할 것 같은데에.”


설희가 입맛을 다시며 토끼 같은 눈망울로 반짝 반짝 빛내며 나를 바라봤다.

난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다른 맛있는 것도 사줄게.”

“오! 약속했어요? 히히힛.”


설희는 손가락을 조물조물 움직이며 신나했다.

나는 그런 설희를 바라보다 문득 뭔가 눈에 띄었다.

눈가가 살짝 구겨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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