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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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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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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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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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42)

DUMMY

이성진은 사진 속의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그가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김 주임이 왜 여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대체. 크큭, 우리가 악연은 악연인 모양이군.”


이성진은 한동안 사진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그들이 김 주임을 찾았다고 한 시점이 그때와 맞물리는 건가.’


시기적으로 따져보니 그랬다.

그래 그런 거였어.


이성진의 눈가가 일그러진다.

그를 죽이기 위해 벌였던 일련의 일들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신 실패 한 것이 떠오른 탓이었다.

이성진의 시야는 하창택에게 닿아있었다.


‘혹시 이 녀석이 배후에 있는 인물인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누군지 모르지만, 배후가 없이 그가 살아남기란 불가능 할 테니까.


이성진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중한 빛을 띠고 있었다.

이호식 이 돼지새끼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위해서 이번일은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했다.

얼마 전, 찾아온 형사를 떠올렸다.

박 형사라고 했던가.


“계속 놈을 방치했다간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이성진은 뚜벅 뚜벅 걸어가 책상 서랍 밑을 열었다. 여러 2g폰이 어지러이 부딪히며 모습을 드러낸다.


대충 폰을 좌우로 밀치던 그는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구겨진 종이를 발견했다.

그는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꺼내 펴서 내용을 살펴봤다.

대충 휘갈긴 연락처가 적혀 있다.

일전에 만난 의문의 사내 연락처를 적어둔 것이다.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지만. 일을 해결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어? 그 당시 괴력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범상치 않은 사내였다.

당시 보여준 괴랄한 능력은 이성진의 머릿속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용 할 순 없지만, 아무렴 어떠랴.

이용만 하면 되는 것을.


“그리고 모든 일엔 예기치 않은 사소한 사고가 뒤따라 다닐 수 있는 법이지.”


이성진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종이 속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



“연락이 왔군.”


중역 책상 위에 휴대전화기를 내려놓은 사내는 입 꼬리 끝을 올리고 있었다.

소파에 누워있던 신조위가 바로 반응을 보인다.


“호오 정말 연락이 온 건가. 역시 대단하네.”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하늘하늘 날아 사내에게 닿는다.

사내는 피식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녀가 이야기 한 거니까.”


신조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지개를 길게 킨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그럼 이번이야말로 내가 움직이면 되는 건가?”

“아니.”


잔뜩 신이 난 음색에 사내의 목소리가 찬물을 쫙 끼얹었다.

신조위는 울상을 지으며 사내를 휙 돌아본다.


“뭐어? 왜에에?”


사내는 짧게 혀를 짜며 고개를 저었다.

신조위를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계약을 어기고 나선 것으로 자격은 박탈된 셈이야. 자넨 안 돼.”


사내의 확고한 대답에 신조위는 소파에 쓰러지듯 다시 엎어졌다. 그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싫단 말이야. 그리고 나만한 사람이 어딨다구우우우!”


계속되는 앙탈에도 그의 얼굴은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그녀를 힐끗 본 사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적임자가 하나 있긴 하지.”


그녀의 떼쓰는 말에 사내가 웃으며 화답한다.

신조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구?”


사내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그의 입가가 웃음기 가득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와서 제일 먼저 만나본 재미난 자랄까. 그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동굴 안에서 낮게 그르렁 거리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무겁게 새어나온다.

산 주인의 울음소리에 산새들은 화들짝 놀라며 퍼드덕 하고 날개 짓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당분간 아저씨 집에 들르는 것은 위험 할 수가 있으니, 가지 않는 것이 좋겠지.’


나는 칠흑 같은 동굴 안의 공간에서 도리어 포근함을 느끼며 엎드린 흑영에게 등을 기댔다.

앞으로 벌어질 일련의 일들을 정리하며 나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나저나 뜻하지 않은 휴가라니. 이번 기회를 모처럼 살려서 다행이야.’


안전하다 느낀 하창택에게서 휴가를 얻었다.

그 후, 바로 동굴을 찾았다.

물론, 홀로 동굴을 찾아 가는 길이라면 고됐겠지만, 흑삼 덕분에 편하고 빠르게 당도했다.


흑호의 등에 올라 탄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어 별 무리가 될 만한 일은 없었다.


흑삼의 배려 덕분이라 생각되지만 말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흑영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크흥.


나의 손길에 흑영은 콧방귀를 가볍게 뀌었다.

여전히 고개를 앞발위에 묻어두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기분 좋음을 표하는 것 같았다.

흑영을 보던 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일그러진다.


‘일반인이라면 얼마든지 막겠지만... 저번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이전에 마주쳤던 신원 불명한 여자를 떠올렸다.

확실히 기이한 능력이었다.

그런 자가 그녀뿐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당장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그런 쪽으론 너무 정보가 부족한데, 혹시 정보원이 따로 없을까?’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였다.

나는 모르겠지만, 나에 국한되어서만 생각해선 곤란하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 즘이야 얼마든지 존재 할 테니까.


‘그놈 생각만으로도 복잡한데. 쯧.’


여러 형태의 능력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골치가 아팠다.

당시 그녀는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이성진’이란 이름에 반응을 보였다.


그렇단 이야긴 앞으로 그녀와 같은 자와 대면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말과 같았다.

어떤 식으로든 이성진과 얽혀 있는 일이라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긴 어려웠다.


‘이대론 힘들어.’


능력 업그레이드가 절실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적을 염두 해두어야 했다.


나는 오른 손을 들어 이리저리 살폈다.

손이 평소와 다른 거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이번 휴가 때 네크로 책자를 읽어 얻은 결과물은 두 가지였다.


‘지금은 이정도가 한계인가.’


책을 읽게 되면 며칠이 소모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사전에 무슨 일이 있으면 흑호들에게 신호를 보내주도록 이야기를 해둔 터였다.

그럼 환상 속 도중에도 빠져 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멀쩡한 다른 손을 들어 검게 변한 손을 튕겨보니 딱딱한 강도가 느껴졌다.

얼마 전 구슬을 깨지 못하던 때가 떠올랐다.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검은 홀씨의 기운을 두른 형태니까.’


테스트를 위해 세 개중 하나의 검은 홀씨를 사용해 버렸다.

두 가지 중 ‘검은 손’이란 능력을 얻은 것은 좋지만,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선 적당한 실험이 필요했다.


-띠링


동굴 바닥에 올려놓은 휴대전화기 스크린에서 빛이 들어온다.

그 주위로 깜깜한 어둠이 일순 물러간다.


하창택 호의로 개통한 휴대 전화기였다.

전화기를 집어 들어 메시지를 확인한 나의 눈가가 얕게 일그러진다.


[내일 만나기로 했네.]


‘마침 적당한 때 인가.’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흑삼을 불렀다.

그리고 흑삼 등 위로 바로 올라탔다.


“그럼 흑영, 부탁 할게.”


여전히 엎어져 있는 흑영의 털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흑영은 콧방귀를 뀔 뿐,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빠르게 동굴을 빠져 나갔다.


‘이제 남은 검은 홀씨는 두 개.’


어찌 보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풍족하게 충전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럴려면...’


순간 설희가 떠올랐다.

그녀가 원치 않은 괴물이 되어야 할지도 몰랐다.

나는 애써 머릿속 잡념을 털어냈다.


‘일단 좀 더 고민해보자.’




******



가게 문을 열지 않은 작은 카페 안에서 꼬마 숙녀가 채 발이 닿지 않은 의자위에 앉아 발을 동동 굴렸다.


“좋지 않아.”


꼬마숙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꼬마숙녀를 지켜보던 30대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녀는 이른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앞치마를 매고 있었다.


“아 오늘 메뉴는 계란이 떨어져서 오므라이스가 힘들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녀의 대답에 꼬마숙녀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그리고 불만 가득 불어넣은 양 볼을 부풀린다.

꼬마숙녀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새오나온다.


“그 뜻이 아니에요.”

“그럼...?”


여자는 의문스런 눈을 들어 꼬마숙녀를 살폈다.

꼬마숙녀는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발을 허공에 연신 튕기고 있었다.

생각에 잠기던 꼬마숙녀가 돌연 여자를 바라봤다.


“일전에 봤었다고 했죠?”

“...네, 말씀대로.”


여성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녀를 조용히 주시하던 꼬마숙녀가 미간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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