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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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최근연재일 :
2018.07.16 23:1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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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159,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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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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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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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귀신과의 조우 2

DUMMY

지훈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다 걸음을 멈추었다.

일단 현관문을 열고 나니 두려움에 조금 가셨다.

그리고, 아무리 귀신이라도 이런 백주대낮에 사람을 해치기야 하랴 싶었다.

지훈은 현관문을 반쯤 열어둔 채 조심스럽게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지훈은 여전히 두려운 마음에 모든 방의 전등을 모두 켜두고나서 다시 PC 앞으로 갔다.

떨어뜨렸던 핸드폰을 집어들고 100번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시작되었고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자 다시 규칙적인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치, 치이~~~~~’


지훈은 모니터화면의 모르스부호 코드를 보아가며 다시 글자를 받아적었다.


‘ㄹ ㅏ ㄷ ㅣ ㅇ ㅗ ㅌ ㅡ ㄹ ㅇ ㅓ’


다시금 자모를 정리해 보았다.


[라디오 틀어]


‘헉!~’


또다시 글자가 완성이 되었다.

두번째였지만 여전히 놀라왔다.

지훈은 지난번에 사용했던 라디오를 가지고 와서 틀어 놓았다.

일부러 주파수를 제대로 맞추지 않고 채널이 없는 곳으로 주파수를 맞추어 놓았다.


‘치이~~~~~~’ 하고 일정한 소음이 나즈막히 들렸다.


지훈은 PC에 아래한글을 띄워놓고 이렇게 입력해 보았다.


[이거 읽을 수 있어?]


귀를 기울이니 잡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치, 치이~~~~~’


[네]


‘헉!~’


여전히 글자가 완성 될 때마다 지훈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훈은 이번에는 말을 해 보았다.


“이 말 들을 수 있어?”


[네]


글자도 읽을 수 있고 말소리도 들을 수 있는 모양이다!


지훈은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나 보여?”


[네]


“난 네가 안 보여.”


[알아요]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어?”


[없어요]


“어떻게 된 일이야?”


[사고 후 귀신 되었어요]


‘헉!~’


귀신이라는 말에 지훈은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하면서 공포감을 느꼈다.

지훈은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호,혹시···, 몇주 전에 집에 전등 모두 나간 것도 너 때문이었니?”


[네. 미안해요]


“괜찮아. 언제부터···, 내 곁에 있었어?”


[응급실부터]


‘헉!~’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지훈은 숨이 막혔다.


“아~ 응급실에서도 전등이 꺼졌었지. 그것도 네가 한 거야?”


[네]


“그럼 그 때부터 쭉 내 곁에 있었단 말야?”


[네]


다시 한번 지훈은 놀랐다.


‘아무리 은영이지만, 그동안 내 옆에 쭉 귀신이 함께 있었다니!’


다시금 지훈은 간담이 서늘해 짐을 느꼈다.


“근데 이 잡음은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거야?”


[라디오 안테나 옆에 있으면 잡음 만들어져요]


“전파를 교란시키는 능력이 있나보구나?”


[아마도]


대화는 나누고 있지만 모습을 못 보니 지훈은 상대방이 은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너 진짜 은영이 맞어?”


[네]


“혹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장난치는 것일 수도 있잖아?”


은영은 지훈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자기라도 살아 있었다면 아마 믿지 못했을 것이다.


‘뭔가 내가 진짜 은영이라는 증거를 보여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은영은 뭘로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은영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지훈은 은영이 대답하기를 기다리며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생각해 볼게요]


한참을 기다린 끝에 돌아온 대답은 생각해 본다는 것이었다.

지훈은 여전히 놀라웠지만,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아 더이상 대화를 계속 해야 할지 망설였다.


‘치,치이~~~~’


라디오에서 다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신혼여행 첫날밤 허리 아파 못했죠]


‘헉!~’


이건 정말 은영과 나만이 알고 있는 에피소드였다.

최소한 지훈은 가끔 은영과 추억거리로 이야기할 때 말고는 다른 사람에게 말 한 적이 없었다.


‘혹시 은영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한 적이 있을까?’


지은이라면 절친이니 그 친구에게는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할 법도 했다.


‘혹시 지은씨가 장난치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의심이 생겼다.


“아직 못믿겠어. 지은씨 정도는 알 수도 있는 이야기 아닐까?”


다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저음의 화이트노이즈를 깨고 라디오에서 다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처음 소개팅하던 날 내가 입었던 옷 아베크롬비 카키색 야상 청바지]


[우리 신혼 초 오빠가 아침마다 나 부르던 애칭 깜찍이]


[나 뒷 허리 아랫부분에 조금 큰 반점 있음]


[오빠 겨드랑이 밑에 아주 작은 쥐젖 있음]


[오빠 오늘 아침에 먹은 거 빠리바게뜨 식빵, 올리브 열매 절인 것, 샹달프 블루베리 잼, 소화 잘 되는 우유]


[오빠 지금 입고 있는 팬티 색깔 파란색에 초록색 격자무늬]


“나 옷 갈아입는 것도 지켜 봤단 말이야?” 지훈이 끼어 들었다.


[미안해요]


[지금 책상 위 메모지에 글자 써봐요]


지훈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 집안에 CCTV 같은 것이 없는 것은 분명했다.

지훈은 메모지에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이렇게 써 보았다.


[우린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


잠시 후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린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은영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은영이 맞구나···!”


지훈의 눈에서 주루룩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훈을 보니 은영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훈은 냉장고에 가서 생수를 꺼내 머그컵에 한잔 가득 따라 몽땅 들이켰다.


지훈은 죽은 줄만 알았던 은영과 이렇게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이혼 숙려기간 중에 마지막 만났던 냉랭했던 대화가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대화였다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내 손을 만질 수 있니?”


[아뇨]


지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은영과 귀신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감은 느낄 수 있니?”


[네]


“밥은 먹니?”


[아뇨]


“잠은 자니?”


[아뇨]


“그럼 밤새 깨어 있는단 말야?”


[네]


“문 저편을 꿰뚫어 볼 수 있니?”


[아뇨]


“가고 싶은 곳은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니?”


[그런 것 같아요]


“얼마나 걸려?”


[시속 50키로 정도?]


후라이팬을 태워먹고 은영 귀신과 이야기 나누는 통에 지훈은 아직 아침식사도 못하고 있었다.


[식사 하셔야죠]


“응. 식재료를 태워서 아무래도 시켜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나가서 드세요. 따라갈게요.]


지훈은 모르스부호 코드를 조그맣게 인쇄해서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있는 FM라디오 앱을 켜고 이어폰을 꽂은 채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다.


아침 겸 점심으로 지훈은 예전에 은영과 가끔 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갔다.


“몇분이시죠, 손님?”


“두명이요.”


지훈은 2인석으로 안내받아 자리를 잡았다.


“다른 한분은 잠시 후에 오시나요? 주문은 잠시 후에 하시겠어요?”


“아뇨. 지금 주문 할게요.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랑 봉골레 하나요.”


지훈은 예전에 늘 시키던 대로 자신을 위해서는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를, 그리고 은영을 위해서는 봉골레를 주문했다.

잠시 후 이어폰에서 규칙적인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훈은 지갑에서 모르스부호 인쇄한 것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스마트폰에 꽂아둔 이어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왜 메뉴를 두개나 시켜요?]


지훈은 주위를 둘러본 다음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장 앱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에 은영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었다.


[옛날 기억이 나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는 어디에 놓아 드릴까요?”


“이쪽이요.”


“봉골레는요?”


“저쪽에 놓아 주세요.”


지훈은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라디오앱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옛날 생각 나네. 여기는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은영이 말했다.


[그러게···, 우리가 마지막 여기 온 게 언제였지? 한 일년 반 정도 된 거 같은데.] 지훈이 답장했다.


지훈은 자신의 스파게티를 다 먹고 나서 앞자리에 놓인 봉골레도 조금 먹었다.

은영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곳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으니 마치 은영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도 많아 무섭지도 않았다.

지훈은 스파게티를 다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가자 종업원이 물었다.


“일행분은 안 오셨나봐요?”


“아니요. 왔어요.”


“예에···?”


눈을 크게 뜨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종업원을 뒤로 하고 지훈은 레스토랑을 나왔다.

지훈은 인근의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두잔이요.”


이번에도 지훈은 커피를 두잔 시켜서는 들고 2층의 조용한 안쪽 자리에 앉았다.

커피 두잔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놓아 두었다.

지훈은 자신의 커피를 조금 마시고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냈다.


“먹고 싶지 않아?”


주위에 사람들이 없자 지훈은 글자 대신 다시 나즈막히 말로 하기 시작했다.


[먹고 싶긴 해요.]


“미안. 난 그냥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주문한건데.”


[괜찮아요. 이젠 익숙해졌어요.]


두 사람은 대화하는데 시간은 좀 많이 걸렸지만, 과거 분위기 좋을 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둘 사이에 이런 평화로움은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누구나 귀신이 되니?”


[아뇨.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은 곧바로 하늘나라로 올라가요.]


“그럼 넌 왜 귀신으로 남았어?”


[그건 오빠와의 관계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나와의 관계라니?”


[이혼이요]


“이혼?”


[네]


“그럼 어떻게 해야 마무리가 되는데?”


[오빠와 이혼하면 되요]


“나랑 이혼을 한다구? 어떻게?”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잘 몰라요]


“나랑 이혼 못하게 되면 넌 어떻게 되는건데? 계속 이승에 남아있어야 돼?”


은영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망설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훈과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혼을 해야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이제 이혼을 지훈이 협조해 주는 일만 남았다.


‘오빠가 이혼에 잘 협조하게 하려면 뭐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까?’


[1년 안에 이혼하지 못하면 지옥으로 간대요]


은영은 지훈에게 이렇게 말 해 버렸다.


“뭐라구?!!”


지훈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은영의 말 대로라면 1년 안에 이혼을 해 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 * *


그날 밤 지훈은 무서워서 모든 방의 불을 켠 채로 침대에 누웠다.


[왜 불을 다 켜놓고 자요?]


“음···, 무서워서.”


[오빠, 제가 무서워요?]


“너는 무섭지 않은데, 귀신은 무서워서···”


[그럼 오빠 잘 동안 집 밖에 나가 있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지만 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아내였다.

아무리 귀신이 되었다고 해도 아내를 밤에 집 밖으로 내쫒는다는 것은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집에는 있되, 거실에서 자면 안될까?”


[저는 자지 않아요. 그냥 거실에 있을게요]


“잠을 안 잔다구?”


귀신은 잠을 안 잔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섬찟했다.


‘혹시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나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 지훈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잘 자요]


“그래. 잘자···”


지훈은 침대에 누웠지만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하고 이리뒤척 저리뒤척했다.

은영은 거실에서 그런 지훈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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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6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27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0 10 13쪽
26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6 6 12쪽
24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7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22 수목장 18.02.21 357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8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0 8 12쪽
17 선미 이야기 3 18.02.14 461 8 13쪽
16 선미 이야기 2 18.02.13 430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7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1 9 12쪽
»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7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0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2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7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20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8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4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3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7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3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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