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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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최근연재일 :
2018.07.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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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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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선미 이야기 2

DUMMY

“용범아, 너 혹시 경찰이나 검찰, 국정원에 아는 사람 있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너 혹시 음주운전이라도 했냐?”

“너야 말로 웬 음주운전? 암튼, 아는 사람 없단 말이지?”

“없는데···”

“알았다. 끊어.”

“무슨 일인데?”

“나중에 알려줄게. 나도 지금은 골치가 아프다.”

“나중에 알려주긴 할거지?”

“글쎄, 그것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뭔 일인데 그러냐?···, 암튼 알았어. 나 지금 미팅 들어가야 된다. 그만 끊어.”


옥상에서 사무실로 돌아온 후 지훈은 퇴근시간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까 지훈은 일단 아이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 볼테니 그동안 은영은 교회나 중개업자의 집에 가서 뭐라도 경찰에 신고할 만한 단서가 있는지 찾아보라며 은영 일행을 보냈다.


칼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지훈은 내내 어떡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훈은 집으로 돌아와 라디오를 켜 둔 채 저녁을 먹고 샤워를 했다.

은영은 좀처럼 집에 오지 않았다.


은영의 연락을 기다리고만 있자니 좀이 쑤셨다.

처음에 라디오 전파를 교란시키는 방법으로 은영과 대화를 시작했을 때는 그저 은영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만족했었다.

하지만 항상 라디오를 틀어놔야 하고 은영이 먼저 말을 건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점차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지훈은 곰곰히 생각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치이익, 치이익~~~’


라디오에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훈은 정신이 번쩍 났다.


“왔니?”


지훈은 라디오에서 들리는 모르스부호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는 모르스부호에 익숙해져서 부호표를 보지 않고서도 바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왔어요.]

“수고했다. 선미씨도 옆에 와 있어?”

[네.]

“뭔가 좀 알아낸 거라도 있니?”

[글쎄···도움이 될지···]

“모두 말해 봐.”


[목사는 사무실 금고에 현금과 장부를 갖고 있어요. 장부에는 그동안 팔아먹은 아이들에 관한 정보와 판매한 금액이 있구요.]

“응. 금고 비밀번호는 알고 있다고 했지?”

[네. 다행히 아기는 잘 돌보고 있어요. 팔기 전까지 문제가 없어야하니까 그러는 모양이지만요.]

“그냥 찾아가서 애 아빠라고 하고 아기를 데려 오는 건 어떨까?”

[그러다 쫒아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구요? 오빠 얼굴 기억했다가 나중에 길에서라도 마주치면 또 어떡하구요? 아 선미씨가 그러는데, 교회 곳곳에 CCTV가 장착되어 있대요. 금고가 있는 방에도 하나 있구요.]

“좋은 정보네. CCTV는 은영이나 선미씨가 비명을 지르면 망가트릴 수 있겠지? 중개업자 집은 어때?”

[여기는 제가 가봤는데 이 사람들은 진짜 범죄자에요. 장기밀매 외에도 이 남자는 중국에서 마약도 밀매하고 있었어요. 이 사람은 장부를 온라인으로 관리하고 있었어요. 로그인 계정과 비밀번호는 제가 봐 뒀어요.]

“오, 그래? 잘했어.”


지훈은 그날 밤 밤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 * *



다음날,

지훈은 아침 일찍 박부장에게 전화하여 몸이 아파 이틀간 휴가를 내겠다고 말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어젯밤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적어둔 선불폰 업자들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들고 집을 나섰다.

지훈은 주민센터 앞에 있는 공중전화로 가서 선불폰 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어···, 대포폰을 하나 구입하고 싶은데요···”

“지역이 어디시죠?”

“분당인데요.”

“퀵서비스로 15분 내 배달가능합니다. 한달에 50분 통화 가능한 걸로 25만원입니다.”

“네. 그럼 돈은 어떻게 드리면 될까요?”

“퀵서비스에게 주시면 됩니다. 현금으로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어디서 만날까요···”


지훈은 ATM에서 돈을 찾은 후, 약속한 서현역 1번 출구 앞으로 갔다.

퀵서비스는 정확히 약속한 시간에 나타났다. 지훈은 찾은 돈 중에서 퀵서비스에게 25만원을 세어 주고 유심카드를 받았다.

지훈은 근처 편의점에서 저렴한 3G폰을 사서 유심카드를 끼우고 자기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테스트해 보았다.


지훈은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가 대포폰으로 역시 어젯밤에 인터넷에서 검색해 둔 ‘무엇이든 시키세요, 심부름센터’에 전화하여 배달심부름 아르바이트생을 불렀다.

배달할 것이 크니 오토바이가 아니라 경차를 타고 와 달라고 부탁했다.


“혹시 경차에도 심부름센터 로고나 전화번호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나요?”

“아닙니다. 오토바이에는 들어있지만, 경차에는 그런 표시가 없습니다.”


한시간 후에 아르바이트생이 경차를 타고 나타났다.

아르바이트생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껌을 짝짝 씹고 있었다.


“이 주소로 일단 갑시다.”


지훈은 선미의 아기가 맏겨져 있는 교회 주소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보여 주었다.


“아시죠? 기본 한시간에 2만원이고 추가시 30분당 만원씩 추가되요. 연료비는 별도고요.” 아르바이트생은 껌을 짝짝 씹으면서 동시에 말을 마치고 운전을 시작했다.


지훈이 앉은 뒷 좌석 옆에는 물론 은영과 선미도 함께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무표정하고 긴장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아기가 맏겨진 교회에서 3정거장 쯤 전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 지훈은 내렸다. 내리기 전에 지훈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주소에 나와있는 교회로 가시면 됩니다. 주소는 외우세요. 쪽지는 드리지 않을테니까. 가셔서 이걸 드리면 아기를 내어 줄겁니다. 아기를 데리고 다시 이곳으로 오시면 일은 끝납니다.”


지훈은 현금 190만원이 든 다소 두툼한 봉투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내밀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뭔가 범죄의 냄새가 난다는 듯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금방 ‘나랑은 상관없다’는 듯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출발했다.

지훈은 멀어지는 차를 보며 부디 이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랬다.


아르바이트생이 몰고가는 경차 안에는 은영과 선미 귀신이 여전히 타고 있었다. 교회가 가까이 오자 은영과 선미는 고함을 질러 인근의 CCTV들을 모두 고장내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은 드디어 교회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배달 심부름 왔습니다.”

“배달 심부름?”


목사는 문을 열며 물었다.


“이거 드리고 아기 받아가게요.”


아르바이트생은 봉투를 내밀었다.


“어? 그건 내일 오기로 했는데···” 목사는 봉투에 든 돈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평소에 아이를 데리러 오던 사람에 비해 많이 어린 것 같았다.


“전 몰라요. 배달만 하니까요. 늦으면 30분에 만원씩 추가됩니다.”

“알았소, 데려 오리다.”


목사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기 데리러 사람이 왔는데?” 목사가 돈봉투를 와이프에게 내밀며 말했다.

“내일 온다더니?” 와이프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 사장 전화번호 알고 있나?”

“맨날 바뀌는 번호를 내가 어떻게 알겠수. 항상 먼저 연락해 왔잖아요.”

“그래. 뭐 잔금도 190만원 확실하게 보내왔으니 맞겠지. 보내 줍시다.”

“자, 아가···. 우리 이제 바깥 구경 좀 하자?”


아기에게 외출복을 입혀 데려온 와이프가 아르바이트생을 아래 위로 번갈아 보더니 한마디 했다.


“잘 데려갈 수 있수···?”

“전 요 앞까지만 심부름하는거고 어차피 바로 받아서 데려 가실거에요.”

“글쿠만. 그럼 애 멀미하지 않게 잘 부탁해요. 먼 길 가야 하니까 애가 건강해야 돼. 안 그러면 말짱 쓸모 없어져···”


목사 와이프는 카시트도 없는 경차의 뒷좌석에 아기를 앉히고 조심스럽게 안전벨트를 매 주었다.


“애가 어제부터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생글생글 웃고 명랑해졌네. 그동안 키워주던 할아버지, 할머니 곁을 떠나는데 울지도 않아. 대견하네···”

“잘가라 우리집 복덩이, 좋은 부모 만나고~”


아르바이트생은 경차를 출발시켰다.


10분쯤 후,

심부름 아르바이트생은 지하철 역 인근에서 아기를 지훈에게 데려다주고 요금을 받아서 가버렸다.

지훈은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아기는 울거나 짜증을 내지도 않고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지훈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뒷좌석에 탄 지훈의 옆에는 물론 은영과 선미가 앉아 있었다.

아기는 선미를 보지는 못하는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엄마가 곁에 있는 걸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생글거리며 지훈의 팔에 안겨 있었다.


지훈은 중간에 세번이나 택시를 갈아타고서야 집에 도착했다.


“휴우~~~~~”


집에 도착한 지훈은 그제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아이는 지훈의 품에 안겨 잠이 들어 있었다. 지훈은 아이를 침대에 눕혀 재우고 거실로 나왔다.


“다행이야. 목사 내외가 눈치를 못채서.”

[오빠, 정말 수고했어요. 선미씨도 정말 감사하대요. 돈도 꽤 큰 금액이 들었는데, 어떡하냐고···]

“괜찮아. 그정도 비상금은 있으니까.”

[오빠 참, 그 비상금···! 나중에 얘기해요.]


지훈은 뜨금했다. 하긴 지훈이 은영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은영은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기획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겠지.


[근데 내일 진짜로 아이 데리러 사람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그제서야 속은 걸 알고 목사가 중개업자한테 전화하겠지. 돈을 줬으니 아마 잠깐 난리 치겠지만, 받은 돈을 돌려주면 정리 될거야. 처음에는 우리를 찾으려 애를 쓰겠지만, 근처 CCTV도 먹통이 되어 있으니 찾지 못할거야.

그보다도 확실한 단서를 빨리 잡아서 그놈들을 경찰에 신고해야 두번 다시 그런 짓을 못하지.”

[오빠,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아이는 이곳에서 2,3일 정도만 데리고 있다가 월요일에는 제대로 된 입양기관에 데려다 줄게. 그러니 그때까지 아기 돌보는 법을 가르쳐 줘. 아기 이름이 동원이라고 했나? 동원이 깨면 어떻게 해야 되지?”

[오빠, 선미씨가, 이유식, 우유 그리고 기저귀가 필요하대요.]

“마트 가서 사와야 되잖아? 밖에 나간 사이에 아이가 깨면 어떡하지?”

[냉장고 문에 자석광고가 붙어 있을거에요. 단지 내 수퍼인데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해 줄거에요.]


지훈은 마트에 전화를 걸어 거버 이유식과 다진 소고기, 각종 야채, 우유, 기저귀 등을 주문했다. 팔자에 없는 애 아빠 노릇을 몇일간 하게 생겼다.


신기하게도 아기는 어설픈 지훈이 돌보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잘 지냈다. 아기는 선미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기라도 한 듯, 선미가 곁에 있으면 생글거리면서 활발히 잘 놀았다.

다음날, 휴가를 내 집에 남은 지훈과 선미가 아기를 돌보는 동안 은영은 목사네 교회와 중개업자네 집을 번갈아가면서 방문하여 상황을 점검했다.


저녁때가 다 되어서 은영이 돌아왔다.


[오빠, 다녀왔어요.]

“그래 어떻게 돌아가고 있니?”

[처음엔 난리 났죠 뭐. 오전 10시쯤 교회로 젊은 남자 한명이랑 여자 한명이 왔어요. 아기 데리러 왔다고. 목사랑 와이프가 놀라서 어제 데려가지 않았냐고 하니까 무슨소리냐면서 그 중개업자에게 전화해서 통화하고 난리 치더니 경쟁업자 짓일거라고 애가 실하니까 중간에서 가로챈 걸거라고 죽여 버린다고 하더라구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됬어?”

[목사더러 CCTV 영상 확인하라고 해서 목사가 확인해보니 다 꺼져 있어서 또 한바탕 난리 났었어요. 이번에는 중개업자 집으로 가 봤더니 이곳 저곳에 전화를 돌려서 네가 우리 아이 빼돌렸냐면서 난리쳤는데 결국은 아무데도 못잡고 자기 부부끼리 분개하다 끝났어요.]

“다행이구나. 그나저나 경찰에 신고하려면 물증이나 단서를 찾아야 할텐데 어떡하지···”


[아기가 한명 더 있어요. 그 아기는 이틀 후에 보내기로 했어요. 원래 다음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번 사고가 터지면서 계획이 앞당겨졌어요. 경찰에게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현장을 덮치도록 해요.]


“좋았어!”


지훈은 무릎을 탁 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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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6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27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0 10 13쪽
26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6 6 12쪽
24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7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22 수목장 18.02.21 357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8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1 8 12쪽
17 선미 이야기 3 18.02.14 462 8 13쪽
» 선미 이야기 2 18.02.13 431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7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1 9 12쪽
12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7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0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2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7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20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8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4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4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7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4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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