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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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최근연재일 :
2018.07.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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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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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선미 이야기 3

DUMMY

지훈은 PC방으로 가서 경찰청 광역수사대 제보 메일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지훈은 제보메일에다 인신매매, 마약거래 등의 범죄사실과 거래 예정인 장소와 시간 그리고, 교회에 있는 비밀금고의 비밀번호, 중개업자의 인터넷계정과 비밀번호 등 그동안 알아낸 모든 정보들을 자세히 적었다.

경찰에서는 중개업자의 인터넷 계정에 접속하여 온라인 장부를 보고 제보가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현장 투입을 결정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은영과 선미는 중개업자와 목사를 계속 감시했다.


“그러니까 교회를 중심으로 인근 CCTV를 모두 뒤져보라니까. 아 그정도도 경찰서에 줄이 없어? 평소에 기름칠을 잘 쳐 뒀어야지.”

중개업자는 목사를 다그쳤다.

목사는 시키는대로 관할 경찰서에 가서 돌보던 아기가 차에 치였다며 가해자를 좀 찾자는 핑계로 CCTV를 보자고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날 아기를 데려가기 직전부터 교회 인근의 CCTV는 모두 순차적으로 전원이 나가 버렸다.


“이거 참, 신기하네···. 목사님, 도움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아, 잠깐만요. 여기 이 차인 것 같은데···”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는 CCTV에 그 때 왔던 것과 같은 경차가 지나가는 것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목사는 재빨리 번호판을 머릿 속에 외웠다.


“아, 아니네요. 이거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목사님. 도움이 못되어드려 죄송하네요. 그럼 살펴 가세요.”


목사는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중개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 번호판 받아 적으세요. XX조2454 아기를 데려간 경차예요.”

“알았어요. 수고했어요.”


‘어떡하지? 저들이 경차를 찾아 버렸네···’

선미는 걱정이 되었다.


한편 중개업자 집에 있던 은영은 중개업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을 들었다.


“어, 난데. 차 한대만 조회해 줘. XX조2454.”


10분도 안되어 중개업자는 전화를 받았다.


“어, 어, 고맙다. 어, 내 통장으로 쏘아 줄게.”


중개업자는 밖으로 나가 두명을 더 데리고 차를 타고 어디론 가 갔다.

선미는 그들을 따라가 보았다.

그들은 곧장 ‘무엇이든 시키세요, 심부름센터’ 사무실로 갔다. 직원들을 겁주자 직원들은 모든 자료를 보여주었고 중개업자는 경차를 부른 핸드폰 번호를 찾아 다시 수배를 했다.

그러나 그 번호는 대포폰 번호였다.


“이 자식, 프로아냐?” 중개업자는 책상을 치며 말했다


결국 대포폰이라 그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해졌다.

선미는 겨우 가슴을 쓸어내리고 은영에게로 돌아갔다.



이틀 후,

목사와 중개업자의 매매현장에서 미리 잠복하고 있던 광역수사대 형사들은 현장을 덮치는 동시에 교회와 중개업자의 집을 동시에 압수수색하여 범인들을 일망타진했다.

며칠동안 인터넷은 이 뉴스로 떠들썩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소아 장기매매와 마약매매를 일삼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범인들은 교회를 통해 버려진 아기들을 모집하여 중국에 보내 장기매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거액을 받고 팔아 넘겼으며 중국을 오가는 과정에서 마약도 대량으로 밀수입해 판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오늘 주범 이씨와 국내 일당을 일망타진했으며 앞으로 중국과 수사공조를 통해 중국 내에서의 장기매매범 검거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이 끝나자 지훈은 한강 고수부지로 가서 대포폰을 강에다 버렸다.


은영과 선미는 안심하고 아기를 맏길 수 있는 입양기관을 찾아 나섰다.

수일동안 활동을 관찰한 끝에 은영과 선미는 정말로 믿을 만 한 기관을 찾아냈고, 지훈은 아기를 그곳에다 맏겼다.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훈은 아기와 정이 듬뿍 들어 있었다.


‘보내기 싫다···’


지훈은 생각했지만, 회사원인 남자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기를 보내는 날, 지훈은 정성껏 기저귀를 갈아 채우고, 옷을 입히고, 아기를 차에 태웠다.

아기의 옆자리에는 선미가, 그 옆에는 은영이 탔다.


지훈은 입양기관에 아기를 맏기고 돌아왔다.


[선미씨는 여기에 계속 남아 있겠대요.]

“안녕히 계세요, 선미씨.”

[그동안 저희 모자를 위해 애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감사는 은영이에게 하세요. 저는 은영이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했으니까요. 후후~”

[두 분께 모두 감사해요. 이렇게 저희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라고 저를 이승에 남겨두셨나봐요. 부디 지훈씨와 은영씨도 정리 잘 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래요.]

“네. 그럼 조심해서 하늘 올라가세요.”

[네..]


지훈은 다시 집을 향해 차를 출발했다.


“한동안 아기가 생각날 것 같네···”

[저두요.]

“우리도 아기가 있었다면 이혼 생각 안했을까?···”


은영은 말이 없었다.

은영은 마음이 복잡했다.

아기가 있었다면 이혼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은 분명했다.

두 사람의 결별에 가장 크고 가장 뿌리깊은 원인은 바로 아기였으니까.


하지만, 은영은 지훈에게 말하지 못했다.

살아 있을 때나, 지금이나···


은영은 조수석에 앉아 두 눈을 감았다.

지훈은 은영이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냥 계속 운전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곳곳에 아기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우선 집안 공기 자체가 아기의 젖냄새 비슷한 아기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챙겨 보낸다고 했는데도 집안 곳곳에는 새 기저귀들이 널려 있었다. 냉장고에는 뜯어 놓은 이유식들이 들어 있었다.

지훈은 아기 생각이 나서 이유식 하나를 꺼내 티스푼으로 떠 먹어 보았다.


‘아유 맛없어. 아기 이유식은 원래 이렇게 맛이 없는건가?’


그래도 동원이는 지훈이 준 이유식들을 잘 먹었었다.

지훈은 아기의 그 통통하고 말랑말랑한 팔다리를 떠올려 보았다.


집에 오면 늘 라디오를 틀어 놓는데 오늘따라 은영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집에 있어? 어디 나갔니?”


어디 다녀온다면 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가지···


지훈은 집안을 청소하고 샤워를 했다.



은영은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은영은 소파에 앉아 혼자서 울고 있었다.

은영도 역시 선미의 아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깔깔거리며 웃던 그 밝은 표정, 지훈을 피해 여기저기 도망다니던 모습, 자그마한 만두처럼 생긴 동그랗고 귀여운 주먹···


은영도 그런 아기를 갖고 싶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기를.

하지만···, 은영은 그런 아기를 갖지 못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그날 이후 은영은 한동안 우울증에 걸려 집안에서만 지냈다.

그리고 은영이 왜 우울증에 걸려 있는지 지훈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 * *



“무슨일 있냐? 한동안 연락도 없고.”

“어, 용범이냐?”

“음주운전 어떻게 됬냐?”

“음주운전? 아~ 음주운전 아니라니까.”

“경찰, 검찰, 국정원 다 찾는 걸 보면 뻔하지. 너같이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 범죄가 음주운전 아니면 과속인데, 과속 정도로 검찰, 국정원 찾을 리는 없고 그럼 음주운전 밖에 더 있냐?”

“아유~ 음주운전도 검찰, 국정원 찾을 일은 아니지 임마.”

“암튼 연락도 없고 조용했던 걸 보면 무슨 일 있긴 있었지?”

“있긴 했지···”

“무슨 일이었는데?”

“나, 아이 하나 입양할 뻔 했거든.”

“아이를 입양한다고? 말도 안돼. 넌 지금 싱글에다, 회사원이야. 아마 입양 자격도 안될껄?”

“그래서···, 포기했어.”

“잘 생각했어. 그리고 넌 이제 재혼 해야지. 입양이든 숨겨둔 자식이든 애 딸려 있으면 누가 너한테 시집 오겠냐, 임마? 자식이 자꾸 딴 생각이나 하고 있어. 지난번에는 귀신을 믿냐는 둥 엉뚱한 소리 하더니···”

“그래, 또 물어보자. 아직도 귀신 안 믿어?”

“얼마 지났다고 사람 가치관이 바뀌겠냐.”

“그럼 내가 네 가치관 좀 바꿔줄까?”

“어떻게?”

“귀신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걸 증명해 보이면···, 믿을래?”

“귀신을 어떻게 증명하게?”

“전화로는 힘들고 담번에 만나서 자세히 얘기해 줄게. 참···, 장례식 끝나고 나서 우리 연탄 삼겹살집에서 마시던 날 말이야. 너 집에 갔을 때 집에 전등 다 꺼져 있었지?”

“엥?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하하하~ 귀신이 얘기해 줬어. 오늘은 그만. 끊는다~~”


지훈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지훈은 허공에 대고 물었다.


“근데 그날 왜 용범이네 집 전등을 모두 꺼버렸어?”

[용범씨가 죽은 사람은 빨리 잊으라길래 기분이 상했어요.]

“그랬나?··· 화 날 만도 했네. 후후~ 그래서 그날 걔네 집까지 찾아간거야?”

[네]

“그 녀석 술 많이 취하면 옷 다 훌훌 벗고 자는데, 혹시 그거 봤어?”

[물론이죠.]

“야, 좀 심하다. 아무리 귀신이라지만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냐? 걔는 내 친구라고.”

[알아서 조심하든가.]

“걔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 나도 화장실에 안 쫒아 온다고 말로만 그러고 나 응가하고 샤워하는 거 다 훔쳐보고 있는거 아냐?”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으면 믿어요. 훗~]

“야! 너~~”


오랜만에 지훈과 은영은 즐거운 말다툼을 계속했다.



* * *



[어머, 오빠. 선미씨 왔어요.]

“오, 선미씨 오셨어요? 안녕하셨어요?”

[잘 지냈어요. 지훈씨도 잘 지내셨죠?]

“저야 은영이랑 잘 지냈죠. 아직 이승에 계시네요.”

[오늘 동원이가 좋은 양부모님 가정으로 입양되었어요.]

“아, 그래요? 참 잘 됬네요.”

[여기 양부모님 성함이랑 주소 드릴테니까 지훈씨가 가끔 좀 가서 지켜 봐 주실래요? 아기가 계속 잘 지내고 있는지.]

“아, 물론이죠. 불러 주세요.”


지훈은 선미가 불러주는 주소와 양부모님 이름을 받아 적었다.


[다시 한번 두분께 고마워요.]

“좋은 일 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뻤어요.”


[어머, 선미씨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어요.]

“하늘나라로 올라가시려나보다.”



“선미씨, 이제 올라가시려나봐요.”

“그런가 보네요, 은영씨.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어요.”

“아기는 이제 잘 자랄테니 걱정말고 올라가세요.”

“그럴게요. 은영씨도 이승에서 매듭 잘 풀고 올라오시길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요. 나도 곧 올라갈게요.”

“올라가기 전에 두분께 감사의 선물을 드릴게요. 제가 그동안 잡혀간 목사와 그 부인 곁에서 쭉 지켜봤잖아요?”

“네···”

“보니까 두 사람이 돈을 모으면 그걸 골드바로 바꾼 다음 교회 안마당에 묻어둔 김장 항아리 안에 넣어두더라구요.”

“어머, 네에.”

“어차피 범죄 수익이니까 찾아서 좋은 일에 쓰도록 하세요.”

“알았어요. 오오, 선미씨 올라가네요···”

“잘 있어요, 안녕~~~~”


선미는 온몸에서 환한 빛을 내며 하늘로 날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올라가면서 손을 흔들더니 점차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치 총알이라도 날아가듯 하늘로 사라지고 주위는 다시 어두워졌다.


[선미씨가 올라갔어요.]

“그랬구나.”

[선미씨 몸에서 환한 빛이 나더니 하늘로 쑤욱 날아 올라갔어요.]

“마음 편히 올라가서 다행이다···”

[그러게요···]

“···”


지훈은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 마셨다.

웬지 한잔 마셔야 될 것 같았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이별은 아쉬웠다.

지훈은 메모장에 적어 놓은 동원이의 양부모 이름과 집 주소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선미씨가 올라가면서 우리에게 선물을 하나 주고 갔어요.]

“뭔데?”

[그게···]



다음날,

지훈은 검은 썬글라스를 끼고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선미의 아기가 머물렀던 교회로 가서 벨을 누르자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목사 내외는 구치소에 있을 것이다.

지훈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교회 안으로 들어간 뒤 뒷마당으로 갔다.

뒷마당에는 화단이 있었고 거기에는 잔디가 깔려있지 않았다.

발로 여기저기 쿡쿡 밟아보니 딱딱한 것이 걸렸다. 얇게 덮여있는 흙을 걷어내니 항아리 뚜껑이 나왔다.

지훈이 항아리를 열어보자 안에는 비닐에 여러겹 둘러싸인 묵직한 것들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비닐을 풀어보자 1kg 짜리 골드바였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하나씩 들어 미리 준비해 간 코스트코 쇼핑백에 담았다. 모두 20개였다.

지훈은 다시 항아리 뚜껑을 덮고 흙을 덮은 다음 쇼핑백을 들고 차 트렁크에 실었다.


지훈은 골드바 1개만 은행에 내다 팔았다.

그리고, 선미의 아기를 구하기 위해 소요되었던 돈만을 제하고 나머지는 은행에 통장을 만들어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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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6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27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0 10 13쪽
26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6 6 12쪽
24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7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22 수목장 18.02.21 357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8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1 8 12쪽
» 선미 이야기 3 18.02.14 462 8 13쪽
16 선미 이야기 2 18.02.13 430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7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1 9 12쪽
12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7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0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2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7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20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8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4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4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7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4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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