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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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최근연재일 :
2018.07.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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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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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수목장

DUMMY

두사람, 아니 한명의 사람과 한명의 귀신, 즉 지훈과 은영은 전망대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예약하셨나요?”

“아뇨.”

“몇분이세요?”

“두명이요.”

“네. 이리 오세요.”


지훈은 종업원에 의해 안내된 자리에 앉았다.


“우리 예전에 시켰던 메뉴 시킬까?”

[좋아요. 근데 하나만 시켜요. 괜히 돈 아깝게.]

“아냐. 그래도 기분 좀 내야지.”


지훈은 안심 스테이크 세트 두개를 주문했다.


“두개요?”

“네.”

“그럼 아직 한분 안 오신 건가요?”

“네. 곧 올거에요. 이쪽에도 자리 세팅해 주세요.”

“넵~”


지훈은 7만원짜리 스테이크 세트 두개를 주문했다.


[오빠, 오늘 스테이크는 맛이 어때요?]

“음···옛날에 비해 맛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혼자 먹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것 같아.”

[우리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미국식으로 먹는다고 미디엄 레어로 시켰다가 다시 좀 더 익혀 달라고 부탁했던 해프닝 기억 나요?]

“기억 나지. 그걸 어떻게 잊겠어? 그러게 처음부터 그거 시키면 먹기 힘들거라고 했잖아. 후후~”

[그러게···, 그거 시켰다가 비위 상하는 줄 알았어요. 소심해서 더 익혀 달라고 부탁해도 되나 가지고 또 얼마나 고민을 했던지··· 크크~]

“실은 나도 제대로 된 이렇게 두꺼운 스테이크를 먹어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

[오빠도, 나도 처음이었던 게 많았어요. 그쵸?]

“맞어. 여자랑 수영장 가 본 것도, 동물원에 가 본 것도 너랑이 처음이었지. 수영장 갔을 때 내 코에 물들어가는 바람에 물에 빠져 허우적댔었지. 후후~”

[오빠 수영 잘 한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는데, 물 먹고 허둥대니까 너무 웃겼어요.]

“하하하~”


지훈은 혼자 자리에 앉아 식사는 두개를 시켜 놓고 혼자서 떠들고 웃고 있었다.

서빙을 보던 여직원은 멀리서 지훈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저 옆에 여직원이 오빠 혼자 말하니까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쳐다보고 있어요. 훗~]

“어, 그래? 모르는 사람이야 그렇겠지. 하하~”



[그건 그렇고. 오빠 아까 지은이가 뭐래요?]

“너도 다 들었잖아?”

[그렇긴 해요. 훗~]

“아무래도 이야기 해야겠어.”

[무슨 이야기요?]

“아직 다른 사람을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그래도 지은이 좋은 여자에요.]

“나도 그건 알아, 하지만···.”

[어쩌면 지은이는 오빠가 힘들어 할까봐 먼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걸지도 몰라요.]

“나를 그만큼 생각해 주는 건 고맙긴 해. 하지만, 너도 지금 이렇게 귀신으로 남아 있는데···”

[난 앞으로 열달 정도면 완전히 사라질 몸이잖아요. 오빠는 앞으로도 50년은 더 살아가야 하고.]

“그럼 난 앞으로 49년이나 남았으니 남은 1년 정도는 다른 생각 않고 있을래.”

[오빠도 참···, 그럼 지은이에게는 뭐라고 할거에요?]

“적당히 둘러대거나 사실대로 이야기해야지.”


지훈을 계속 이상하게 지켜보던 여종업원은 지훈이 이어폰을 꽂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자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안심했다.

지훈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손대지 않은 스테이크는 테이크아웃 포장을 해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지훈은 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훈씨”

“네, 지은씨. 아까는 다른 사람 좀 만나느라구요.”

“바쁘신데 제가 괜히 전화 드렸었나봐요.”

“괜찮아요. 우리 만나서 이야기 하시죠.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지은과 약속을 잡고 나서 지훈은 샤워를 하고 PC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지훈은 은영에게 말했다.


“카톨릭에서는 말야. 난자와 정자가 결합되어서 수정이 되면 그 때부터 하나의 생명으로 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말인데, 우리에게 잠시 왔다 간 그 아기 말이야. 잊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기억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

[기억 할수록 더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요?]

“잊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기억해 준 다음에 잊으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거야.”

[어떻게요···?]

“우리, 그 아기에게 태명을 지어주자. 어때?”

[오빠, 그 생각 하니까 다시 눈물이 나려고 해요···]

“우리, 아기 이름도 지어주고, 아기 묘도 만들어 주자. 그러면 덜 마음 아플거야···”

[그래요, 우리···]

“음···, 태명은 똘이 어때? 뭔가 단단한 느낌이 나는데.”

[럭키 어때요? 그 아이로 인해서 내가 아직 이승에 남아서 오빠랑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까.]

“둥이 어때?”

[우리 태명 말고 바로 아기 이름으로 지어요.]

“그래. 그렇게 하자.”


둘은 한시간 정도 의논한 끝에 아기 이름을 ‘동혁’으로 짓기로 했다.


[동혁아, 엄마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은영아, 그렇게 생각하진 마. 그건 네 탓이 아니야. 그것도 뭔가 운명이었을거야.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었던.”

[그래요···, 동혁아. 왜 그렇게 짧게 내 몸에 머물다 갔니?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기뻐. 하늘나라에 올라갔을 때 나 혼자가 아니라 네가 먼저 가 있을거잖아.]

“아기들은 수목장 많이 한대. 우리 내일 수목장 하는 곳 한번 같이 가보자.”

[그래요···]


은영은 계속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지훈이 잠이 들고 난 후에도 소파에 앉아 계속 생각을 하는 동안 은영의 마음은 점차 진정되었다.

지훈의 말처럼 무조건 잊으려 노력하기 보다는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주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영이 가장 슬펐던 것도 아기가 제대로 몸도 갖추기 전에 흐르는 피가 되어 차갑고 더러운 하수구로 흘러가 버렸다는 점이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지훈은 외출할 채비를 했다.


“수목장 하는데 한번 가보자.”

[오빠, 제 화장대 맨 아래 서랍 한번 열어보세요.]

“거긴 왜?”


지훈은 은영이 시키는 대로 화장대로 가며 물었다.


[거기 제일 깊숙한 곳에 보면 종이 상자가 있을 거에요. 그걸 열면 임신진단 키트가 들어 있어요. 우리 동혁이가 생긴 걸 확인한 키트에요. 우리한테 남아 있는 동혁이의 일부분이라고는 그게 전부에요. 우리 그걸 수목장에 묻기로 해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은영의 말대로 제일 아랫 서랍 깊숙이에 종이박스가 있고 그 안에 임신진단 키트가 들어 있었다. 그 안에는 아직도 희미하나마 두개의 줄이 보였다.


“으흑흑흑~”


그 두개의 선을 보는 순간 지훈도 갑자기 오열이 터져 나왔다.

그 선 안에 들어 있을 아주 작고 미세한 생명의 신호가 큰 울림이 되어 지훈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것을 보면서 은영은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리고 하혈을 했을 때 얼마나 슬펐을까?


그것을 생각하니 지훈은 동혁이와 은영 둘 다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은영도 아무 말 없이 곁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훈은 한참 후에 진단키트를 다시 종이박스에 넣고 가방에 챙겼다.

그리고, 집을 나왔다.


지훈은 차를 타고 경기도에 있는 수목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그리 크지 않은 자그마한 나무를 골랐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나무 명패에 ‘김동혁’이라는 이름을 새겨 주었다.

지훈은 나무에 명패를 걸고, 나무 밑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거기에 동혁의 임신진단키트가 든 종이박스를 넣고 흙을 덮었다.


“우리 동혁이 이제 고이 잠들렴.”

[동혁아, 편히 쉬려무나.]


지훈은 수목원을 한바퀴 둘러 보았다.

공기도 맑고, 산세도 좋고, 볕도 잘 들고, 참 좋은 곳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훈은 한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은영도 지훈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이 울음 소리가 났다.


[오빠, 어디서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려요. 오빤 안 들려요?]

“응? 안들리는데?”

[어머, 그럼 아기 귀신인가? 제가 찾아볼게요.]


은영이 여기 저기를 날아다니며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멀리 명패가 붙어있는 어떤 나무 아래에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은영은 재빨리 그쪽으로 갔다.

명패에는 ‘백현우’라고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은영은 그 아이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이름이···, 현우니···?]

[흑흑~ 네에··· 흑흑~]

[어떻게 해서 너 혼자 여기 있는건지 말 해 줄 수 있겠니?]

[몰라요. 죽었는데, 엄마, 아빠는 내가 안 보이나봐요. 계속 따라왔는데, 여기에서 놀다 와 보니까 엄마, 아빠가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었어요. 흑흑~]

[잠깐만 기다려.]


은영은 지훈에게로 갔다.


[저기 저 골짜기 쪽으로 와 주세요. 명패에 ‘백현우’라고 되어 있는 나무가 있는 곳.]

“무슨 일이야?”

[아기가 죽어서 귀신이 되었는데, 엄마, 아빠가 여기 와서 장례를 치르고 놀고 있는 사이에 가 버리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되었나봐요.]

“그래? 그럼 어떡하지?”

[일단 제가 데리고 다닐게요. 아이의 집을 찾아가 봐요, 우리.]

“으응···”


은영은 아이에게 말했다.


[자 그럼 아줌마가 현우 엄마, 아빠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근데 우리는 귀신이라 사람들이 우리를 볼 수도 없고, 우리 말을 들을 수도 없는 건 알지?]

[네에···]

[그래. 그럼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하늘로 올라가자. 이제 울지 말고.]

[네에···]

[집이 어디니?]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453-7번지]

[집 주소를 외우다니 똑똑하구나. 자 그럼 우리 아저씨한테 부탁하자?]


은영은 지훈에게 말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453-7번지가 집 주소래요.]

“그래. 일단 그럼 거기로 갈게.”


지훈은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에 타서 시동을 걸었고 은영과 현우 귀신도 뒷자리에 올라 탔다.

지훈은 홍제동을 향해 출발했다.


[근데 아줌마는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가 있어요?]

[응. 너도 연습하면 할 수 있어. 현우는 몇살이야?]

[아홉 살이요.]

[근데 넌 어떻게 죽었니?]

[사실 전 제가 왜 죽었는지 잘 몰라요.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 몸이 죽어 있었어요.]

[그래? 그럼 무슨 병이라도 앓고 있었니?]

[아뇨.]

[그래? 참 신기하구나···]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은영은 놀라웠다.


‘하긴, 난데없이 나타난 화물차에 치어 죽은 나도 이 아이랑 별반 다를 건 없지···’


“홍제동 453-7번지면 이 집인데, 이 단독주택 맞지?”

[이집 맞니?]

[네. 맞아요.]

[오빠, 이집이 맞대요.]

“잠깐만 있어봐. 내가 한번 들어가 볼게.”

[잠깐 있긴 뭘 있어요? 어차피 저 사람들 우리 보지도 못할텐데. 현우야, 가자.]


지훈은 집앞에 서서 담장과 정문을 살펴 보았다.

정문의 우편함에는 우편물들이 가득 차고 넘쳐 있었다.

주변에는 읽지 않은 신문들이 쌓여 있고, 일부는 바람에 지저분하게 날려가고 있었다.

문 사이로 들여다 본 집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데?”

[그러네요. 이사 간 것 같아요. 집안이 텅 비어 있어요.]

“이런···”

[흑흑~ 그럼 전 이제 어떡해요? 엄마, 아빠랑 영영 못 만나는 건가요? 흑흑~]



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문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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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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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6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27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0 10 13쪽
26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5 6 12쪽
24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7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 수목장 18.02.21 357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8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0 8 12쪽
17 선미 이야기 3 18.02.14 461 8 13쪽
16 선미 이야기 2 18.02.13 430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7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0 9 12쪽
12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6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0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2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7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19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7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4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3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7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3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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