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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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최근연재일 :
2018.07.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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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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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현우 이야기 1

DUMMY

“일단은 믿을게요. 이 메신저의 주인공이 은영이라는 것 만큼은.”

“네.”

“하지만, 아직 이게 은영이 귀신이라는 것 까지는 못 믿겠어요.”

“믿을 수 있는 만큼만 믿으세요.”

“일단 오늘은 이정도로 끝내죠. 지훈씨, 저 술 좀 더 마셔도 되죠? 오늘은 술 좀 마셔야겠어요.”

“네, 그렇게 하세요. 아무래도 맨정신으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실거에요.”


지은은 마시던 500잔을 비우고 새로 500잔을 받은 뒤 다시 절반 가량을 단번에 마셨다.


“어휴, 더워~”


지은은 가슴이 답답하고 더운지 외투마저 벗고 술을 마셔댔다.

한참 말 없이 술만 마시던 지은이 말했다.


“지훈씨, 아까 그 메신저 화면 한번만 더 띄워 주시겠어요?”


지훈은 아무말 없이 메신저 화면을 띄워 지은 앞에다 놓아 주었다.


“은영아, 너 아직도 있니?”

[응.]

“내 옆에 있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네 뒤에 있어.]

“엄마야~~ 야, 기지배야. 내 뒤에 있지 말고 내 앞에 있어.”

[미안. 그럴게.]

“귀신도 밥 먹고 술 마시니?”

[아니, 귀신은 안 먹어도 되.]

“부럽다, 기지배. 나도 밥 안 먹어도 배 안고프면 좀 더 다이어트 하고 싶은데···, 근데 제사 지낼 때 드시고 가시라고 제사상 정성껏 차리잖아. 그럼 그거 소용 없단 말야?”

[모르겠는데, 어쨌든 귀신은 밥도, 술도 안 먹고 잠도 안자.]

“잠도 안 잔다고?”

[응.]

“그럼 지훈씨 잘 때 모해?”

[그냥 거실에 앉아 있어.]

“어머, 무서워~”

[무서울 거 없어.]


지은은 메신저화면을 끄고, 맥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지훈씨는 은영이를 금방 믿으셨어요?”

“저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지훈씨, 혹시···, 은영이 교통사고 난 담에 몸이 많이 망가져서 어딘가 병원에 몰래 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얼굴이 망가졌다든가, 신체가 손상되었다거나 해서 바깥 외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든가 하는 거요. 그래서, 이렇게 메신저로 대화하는 거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믿지 않고 있습니다만, 지은씨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던가요. 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를 보면 사고로 뇌만 살아 남은 사람이 생각과 말은 멀쩡하게 하잖아요.”

“그런 상황이면 저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왜 쓸데없이 자신을 귀신이라고 표현할까요?”

“불구가 되어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귀신이라고 하는 편이 더 멋있어 보이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화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맞춘 것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흠···, 아이~ 몰라, 몰라. 안되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자, 우리 술이나 마셔요.”


지은은 그날 밤 만취했다. 지훈이 부축하다시피 해서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 * *



집으로 돌아온 은영은 소파에서 곤히 자고 있는 현우 귀신을 발견했다.


[오빠, 현우가 자기 엄마, 아빠 찾을 때까지 도와줄거죠?]

“도와줄게. 하지만, 선미씨 때처럼 현우에게 너무 감정이입하진 마. 현우는 현우고, 동혁이는 동혁이니까. 알았지?”

[그럴게요. 대신 오빠랑 나와의 문제는 현우 집 찾아주고 난 후에 얘기하기로 해요. 혹시나 우리가 먼저 화해를 해서 제가 먼저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되 버린다면 현우만 혼자 남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누가 현우를 도와줘요?]

“그래. 알았어. 우리 문제는 현우를 돕고 나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다음날,


[오빠, 현우는 홍제 초등학교를 다녔대요. 근데 그 집이 이사 간 건 현우가 죽고 난 이후니까, 학교에도 이사 간 새 집주소가 기록되어 있을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러게···, 그렇다면 무슨 수로 현우 부모님이 이사 간 새집을 찾는다···?”


일단 지훈은 다시 홍제동의 현우집으로 갔다. 가서는 대문 우편함에 들어있거나 바닥에 떨어져있는 우편물들을 모두 수거해서 차로 갖고 왔다.

차 안에서 하나 하나 차근차근 확인하던 지훈은 유료 IPTV 서비스 업체의 고지서를 발견했다.

“흠···”

지훈은 무언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지훈은 IPTV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이거 고지서가 왜 안오는거지?”

“고지서가 댁으로 발송이 안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두달 전부터 안오는데?”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백승진이오.”

“주소는 어떻게 되시죠?”

“서대문구 홍제동 453-7번지.”

“고객님은 두달 전에 주소지를 변경하셨는데요?”

“엥? 난 변경한 적 없는데? 거기 어디로 되어 있소?”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21동 506호요.”

“아, 우리 두번째 집 주소로 바꿔놨구나. 알겠어요. 고맙소.”

“다른 궁금하신 사항 없으십니까?”


지훈은 전화를 끊었다.


[오~ 오빠 최고!]

“다들 들었지? 자, 이제 현우 엄마, 아빠 만나러 가보자!”

[현우도 신난대요. 호호~]


지훈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시간쯤 후에 지훈은 래미안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파킹했다.


“여기 엄청 고급 아파트네. 현관 비밀번호를 모르니 난 여기 있을게. 둘이서 다녀와.”

[그럴게요. 현우야 가자.]


지훈은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웹서핑을 하면서 기다렸다.


30분 정도 지난 후, 은영이 말했다.


[다녀 왔어요. 현우가 가족들을 만나 너무 기뻐했어요.]

“다행이구나. 그럼 우린 이제 가자.”

[네에.]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것이 은영이가 귀신으로 이승에 남겨진 이유인지도 모르겠네. 나랑 무슨 매듭을 풀려던 게 아니라 말이야. 후후~”

[그럴까요? 오빠, 섭섭해요?]

“좋은 일 하면 나도 좋지 뭐. 일단 은영이가 곁에 있으니까 좋구···”

[저도 좋은 일 하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 오늘은 우리 외식하러 가요.]

“하하~ 먹지도 못하면서 괜히 입맛만 다시는 거 아니야?”

[오빠 먹는 거 보면서 대리만족하면 되죠, 뭐.]


지훈은 차를 이태원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은영과 지훈이 몇번 갔던 외국음식 전문점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곳에 간 지훈은 예전에 시켰던 메뉴를 시켜 먹으면서 은영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느즈막히 집에 돌아온 지훈은 씻자마자 곧바로 곯아 떨어졌다.



이른 아침이었다.


[오빠, 오빠.]


스마트폰의 진동음에 지훈은 잠에서 깼다. 은영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어, 무슨 일이야. 아침 일찍?”

[큰일 났어요. 현우가 지금 다시 돌아와 내옆에서 울고 있어요.]


지훈은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왜?”

[현우가 엄마, 아빠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현우 흉을 보더래요. 그리고, 현우가 없어져 얼마나 시원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래요. 그래서, 너무 슬퍼서 밤새 익숙치 않은 길을 날아서 여기까지 왔대요.]

“무슨 일일까? 왜 그런거지?”

[저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지훈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현우야, 너희 엄마, 아빠가 친엄마, 친아빠 맞니?”

[···, 아빠는 친아빠가 맞고 엄마는 새엄마래요. 집에 가보니 3살짜리 아기가 있었어요. 그 아기는 새엄마 아이래요. ···, 새엄마는 3년 전에 아기를 안고 들어왔대요. 친엄마는 그보다 더 전에 집을 나갔구요.]

“흠···, 사연이 많은 집이었구나··· 그런 줄 몰랐네···”

[그러게요···]

“아무래도 은영이가 가서 그 사람들 이야기를 직접 듣고 나한테 이야기 해 줘야 할 거 같다. 나는 따로 준비를 좀 할게···”

[그래요.]


은영은 현우를 데리고 현우의 집으로 날아갔다.

지훈은 간단히 아침을 차려 먹은 다음, 보관하고 있던 골드바를 모두 은행으로 가져가서 판 뒤 받은 돈은 계좌에 입금해 두었다. 그리고, 세운상가로 가서 수소문한 끝에 한개에 300만원이나 하는 전문 스파이용 도청장치를 몇개 구입했다. 비용은 골드바를 판 돈에서 지불했다.

지훈은 이런 일이라면 이 돈을 사용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때가 되자 은영이 돌아왔다.

[오빠, 현우 엄마, 아빠들 생각보다 나쁜 사람들이었어요. 말하는 걸 들어보니 현우 앞으로 거액의 보험을 들어 두었었고 현우가 죽으면서 보험금을 챙겼더라구요. 몇개는 이미 받아서 그 돈으로 고급 아파트에 입주한거고 몇개는 아직 심사중인가봐요.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아요?]

“그럼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현우를 죽게 만들었단 말이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현우는 얼마나 욕하던지···, 시끄럽던 아이가 사라지니 너무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엄마, 아빠에요? 엄마는 계모니까 그렇다고 쳐도 그 아빠는 도대체 뭐에요? 자기 친 자식인데···]


은영은 다시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구나. 확실한 증거를 잡아서 경찰에 넘겨야지. 그래서, 그동안 챙긴 보험금과 앞으로 받을 보험금 모두 못 받도록 해야 해. 그래서, 오늘 도청장치를 구해왔어.”

[잘했어요, 오빠. 제가 그집 현관 비밀번호 기억해 뒀어요. 그 집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완전히 비어요. 엄마가 아기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자기는 헬스클럽에 가거든요.]


은영과 지훈은 다음날 그 집으로 들어가 도청장치를 달아 두기로 했다.

지훈은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현우는 어디 있니?”

[지금 거실에 있어요.]

“현우가 참 딱하게 됬네···”

[그러게요. 너무나 불쌍해요.]

“현우는 평범한 집에서 행복하게 자란 아이인 줄 알았는데···”

[우리 주변에 불행한 아이들이 많은 거 같아요.]

“이렇게 불행한 아이들이 우리 곁에 오는 걸 보면, 정말 너한테 묶인 매듭은 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죽은 우리 동혁이로 인한 것인 것 같구나.”

[그런가봐요···]

“지난번 선미씨 아이 때에 이어서 현우까지, 이거 점점 미션이 어려워지는 것 같은데? 후후~”

[오빠, 어렵겠지만, 이번에도 우리 좀 도와줘요.]

“그래. 도울께. 이미 시작한 걸···”

[오빠···, 오빠가 곁에 있어서 든든해요.]

“나도 내가 이런 큰 일을 벌이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열심히 한번 해 볼게.”



다음날,

지훈은 현우네 집 지하 주차장에서 현우엄마를 기다렸다. 9시 45분쯤 되자 현우엄마가 3살된 아기를 데리고 지하 주차장에 나타났고 은영이 저 사람이라고 알려 주었다.

현우엄마는 지훈에게 곧바로 다가오더니 지훈의 차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던 BMW를 타고 나갔다. 현우엄마가 다가오는 바람에 시껍했던 지훈은 겨우 한숨을 돌리고 곧바로 현우네 집으로 갔다.

은영에게는 집 밖에서 보초를 서 달라고 부탁했다.


현우의 집 내부는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훈은 거실에 크게 걸려진 가족사진을 보았다. 엄마, 아빠와 3살난 아기만 웃고 있었다.

지훈은 의자를 놓고 거실 천장에 걸려 있는 샹들리에 사이에 하나, 그리고 침실 옷장 위에 하나 그렇게 두개의 도청장치를 숨겨놓고 서둘러 집을 빠져 나왔다.

누가 집에 오면 은영이 알려줄 것이긴 했지만,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지훈의 가슴은 두근거렸고 두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사실 도청장치는 나중에 경찰에 신고하기 위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미 은영을 통해서 심증은 굳어진 상태였다.



‘물증을 확보한 다음에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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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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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6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27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1 10 13쪽
26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6 6 12쪽
»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8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22 수목장 18.02.21 357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8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1 8 12쪽
17 선미 이야기 3 18.02.14 462 8 13쪽
16 선미 이야기 2 18.02.13 431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8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1 9 12쪽
12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7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0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2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7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20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8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4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4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7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4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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