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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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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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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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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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이야기 3

DUMMY

지훈은 은영이 새로 만든 계정에 들어온 비트코인을 즉시 매각했다. 그리고 매각 대금 1억 5천만원을 계좌로 인출한 다음 곧바로 계정을 폐쇄해 버렸다.


그날 밤 현우 아빠는 현우 엄마와 마신 술 때문에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현우 아빠는 늘 하던 습관대로 스마트폰을 들었으나 폰이 맛이 간 것을 확인하고 PC로 그냥 시세만 확인했다. 그러나, 점심 무렵이 되어 HTS로 접속했을 때 자신의 계정에 비트코인 잔고가 0인 것을 확인하고 현우 아빠는 패닉에 빠졌다.

그는 중개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난리를 쳤다. 지금 당장 찾아가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하며 상황을 확인했으나, 분명히 그날 저녁 자신의 집 PC의 IP주소를 통해 새로이 발급한 계정으로 모든 비트코인을 이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모든 거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고, 불법적인 요소는 전혀 없었다.

현우 아빠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거래가 진행된 이상,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중개 사이트에서는 그 계정은 이미 폐쇄가 되어 자신들도 알 수 없고,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알려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거래자들에 대한 익명성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비트코인 중개 사이트는 명성을


전날은 즐겁게 술을 마신 두 사람은 다음날은 화가 나서 술을 마셔댔다.


“TV에서 보던 비트코인 해킹 사고를 왜 하필이면 내가 당하냐고? 엉엉~”

“우리가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데? 자식 팔아 번 돈 아니유?”

“그렇지. 애새끼 죽여서 번 돈인데···, 그 돈이 어떤 돈이라고 해커 놈들도 양심도 없지···”


두 사람은 밤새 진탕 술을 마시고 새벽녁이 되어 널부러졌고, 은영은 두 사람이 잠들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귀신에게도 잠이 있다면, 그리고 망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은영이 집으로 돌아오자 현우는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은영은 현우에게 다가가서 안아주었다.

이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어 자신의 집에서 엄마, 아빠로부터 죽음을 당하고, 죽은 이후에도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

현우도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은영과 지훈이 있는 이 집이 오히려 더 맘이 편하게 느껴졌다.



* * *


그 사이에도 은영의 능력은 계속해서 계발되었다.

지훈은 스마트폰을 하나 더 구입해서 은영만이 쓰도록 집에다 놓아 두었다. 이제 은영은 스스로 스마트폰을 켜서 누구에게나 전화를 걸고, 상대방에게 ‘읽어주기’ 기능을 통해서 음성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유일한 문제점은 은영이 직접 핸드폰을 들고 돌아다닐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은영은 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은아, 나야 은영이.”

“어머! 이 번호가 은영이 너니?”

“응. 지훈씨가 전화 새로 개통해 줬거든. 번호 저장해 두렴.”

“그래야겠다. 이젠 전화도 마음대로 걸 수 있어?”

“그래. 조금씩 능력이 개발되고 있어. 이제는 날 믿니?”

“음···, 믿어 줄게.”

“아직 100% 믿지는 못한단 소리구나, 기지배.”

“네가 내 입장 되 봐.”

“그래. 이해해. 그리고···, 난 이승에서 오래는 못 있어. 이제 앞으로 열달 정도? 밖에는 안 남았어.”

“왜?”

“귀신들은 죽은지 일년째 되는 기일에는 무조건 하늘나라로 올라간대.”

“어머, 그런 법이 어딨어?”

“나도 몰라. 다들 그렇게 가더라고. 그러니, 나는 앞으로 잠깐 동안 이 곳에 머무를거고, 지훈씨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살아가야 해.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지훈씨 잘 보살펴 줘. 너 밖에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

“···”

지은의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약속해 줘. 우리 지훈씨를 네가 책임져 주겠다고.”

“기지배, 요즘 젊고 이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훈씨가 뭐하러 나같은 올드미스한테 맘을 주겠니? 하지만, 염려 마. 지훈씨가 마음 주는 여자 없으면 그 땐 내가 지훈씨 책임질게.”

“겸손하긴. 네가 어때서? 올드미스가 아니라 골드미스면서···, 젊은 것들은 못믿어. 다른 여자애들이 지훈씨 곁에서 얼쩡거리더라도 꼭 네가 우리 지훈씨를 차지해 줘. 그래야 내가 마음 편안히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알았어···”

“그럼 전화 끊을게.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이 번호로 전화 하구. 알았지?”

“그래. 알았어. 끊어~”


전화를 끊은 은영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 * *



지훈은 비트코인 매각대금 중에서 500만원을 떼어 입양기관을 통해 선미 아들이 동원이를 입양해 간 양부모들에게 전달하도록 부탁했다. 입양기관에서는 양부모님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소정의 기부금을 기관을 통해 양부모에게 전달하는 일은 허용해 주었다.

은영은 돈을 받고 기뻐하는 양부모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오빠, 오늘 낮에 동원이 양부모님들 보고 왔어요. 우리가 입금해 준 돈을 받으시고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거 참, 다행이구나. 좋은 양부모님들을 만나서 말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선미씨도 하늘나라에서 동원이를 내려다보며 기뻐하고 있을거에요.]


지훈은 내친 김에 TV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그들에게 1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의 금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 * *



[오빠, 이제 현우네 엄마, 아빠 증거들 모아서 경찰에 신고해도 되지 않아요? 아직도 증거 수집이 더 필요해요?]

“으응. 증거들을 모아서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 정리를 못했어. 조금만 더 기다리자구.”


사실 경찰에 신고할 자료들은 이미 모두 모아 정리해 두었다.

그러나 지훈은 자료들을 지난번처럼 경찰에 메일로 발송하는 대신 계속 홀딩하고 있었다.

지훈은 이번 현우 건이 완료되면 은영이 하늘나라로 올라가 버릴 것 같아 완결을 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이제 지훈에게는 은영이 죽기 전의 아내 그대로 느껴지게 되었다.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이제 겨우 좋은 관계를 회복했는데, 곧바로 은영이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지훈은 사건을 처리중인 척 하면서 좀 더 은영과 대화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싶었다.


반면에 은영은 점점 현우를 돌보는 일이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귀신이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할 일은 없었지만, 혼자 내버려 두기엔 어린 나이의 현우를 어디든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물론 집에 혼자 있게 해 두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나 혼자서 외로워 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서워서 엄마, 아빠, 아니면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현우가 혼자서 외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볼 때면 은영은 옛날 자신이 어렸을 적에 이렇게 혼자 집에서 외로워했던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 은영은 오빠가 있었지만, 오빠는 남자라 늘 어딘가로 놀러 나갔고 은영은 혼자 텅 빈 집에서 엄마, 아빠가 어서 빨리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곤 했다.


은영은 한시라도 빨리 지훈이 현우의 문제를 해결해주어 현우가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랬다.


은영은 다시 한번 지훈을 독촉했다.


[오빠, 현우 건, 오늘도 아직이에요?]

“그렇다니까!”


지훈은 처음으로 짜증 비슷한 것을 냈다. 변명이 궁해지니 액션이 오버해서 나온 것이다.


“미안해, 은영아.”

지훈은 곧바로 은영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지훈으로부터 과도하게 짜증스러운 반응을 받은 은영은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지훈의 말투는 과거에 둘 사이가 최악이었을 때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날 좀 가만 내버려 둬!’

지훈은 늘 짜증스런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더 이상 오빠 방해하지 않을게요.]


은영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 날이 선 말투로 지훈에게 대답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은영아, 아직 있니? 갔니?”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이것은 지훈이 가장 싫어하는 은영의 태도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어디든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대화를 중단하고 가 버리는 것.

이런 태도는 지훈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은영이 살아 있을 때도, 둘이 싸울 때도 그랬었다.


‘우리 사이는 시계추처럼 ‘긍정’과 ‘부정’ 사이, ‘애정’과 ‘증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구만···’


지훈은 갑자기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스파이와 해커 노릇은 지훈의 적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인 지훈이 은영의 부탁으로 남의 집에 무단침입을 하고, 범죄수익이라곤 하지만, 돈을 자기 계좌로 끌어오고 하는 일은 애당초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다.


‘내가 이걸 누구 때문에 하고 있는건데···’


지훈은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술만 마시고 싶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두캔을 비우고 세캔째 마시고 있을 때였다.


‘지잉~’


핸드폰에 메시지가 오는 소리가 났다.

지훈은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보았다.


[아저씨, 저 현우에요.]

“현우구나, 어떻게 문자 보내는 방법을 배워니?”

[은영 아줌마가 가르쳐 주셨어요.]

“현우 똑똑하네. 금방 배웠구나.”

[아저씨, 우리 엄마, 아빠 나쁜 사람들이에요?]

“···”

지훈은 곧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 해 주어야 할까? 아이니까 선의의 거짓말을 해 주어야 할까? 아이지만 솔직하게 대답해 주어야 할까?’

지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우야, 세상에는 말이야.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아빠도 좋은 사람인 경우도 있지만, 나쁜 사람들일 경우도 있단다.”

[그럼 우리 엄마, 아빠는 나쁜 사람들인 경우인 거에요?]

“미안하지만 그런 것 같구나···”

[나쁜 엄마, 아빠를 만난 건 제가 나쁜 사람이라 벌을 받기 위해서인가요?]

“아냐, 절대 그렇지 않아. 나쁜 엄마, 아빠를 만나는 건 그냥 운이란다. 터닝메카드를 사면 카드가 들어있지? 포장을 뜯었을 때 높은 점수 카드가 나올 수도 있지만, 낮은 점수 카드가 나올 수도 있잖아. 그런 거랑 같은 거야.”

[하지만, 엄마, 아빠는 터닝메카드 카드보다 훨씬 중요한 거잖아요.]

“중요하지.”

[그럼 좋은 엄마, 좋은 아빠는 내가 고를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단다···”


현우와 대화를 나눌수록 지훈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현우는 잘못된 부모를 만나 이 세상에서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우리 동혁이에게 좋은 아빠였던가?


현우 말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엄마, 아빠를 잘못 만난 현우는 부모의 손에 죽임을 당했고, 엄마, 아빠를 잘못 만난 우리 동혁이는 제대로 형체도 갖추기 전에, 그 존재를 알기도 전에 엄마, 아빠의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올라가 버렸다.


“좋은 엄마, 아빠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지훈은 이렇게 말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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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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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6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27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0 10 13쪽
»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5 6 12쪽
24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7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22 수목장 18.02.21 356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7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0 8 12쪽
17 선미 이야기 3 18.02.14 461 8 13쪽
16 선미 이야기 2 18.02.13 430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7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0 9 12쪽
12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6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0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1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6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19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7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4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3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7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3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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