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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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최근연재일 :
2018.07.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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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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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현우 이야기 4

DUMMY

현우 아빠는 비트코인을 모두 털린 것이 화가나 이틀동안 술에 쩔어 지내다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자기야, 식탁에 전등 나간 거 좀 갈아줘.”

현우 엄마가 말했다.


그제서야 현우 아빠는 이틀 전 핸드폰과 전기그릴, 식탁 등이 모두 나간 것이 생각났다. 아직도 술이 덜 깬 현우 아빠는 입에서 술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마트에서 전구를 사다가 의자를 놓고 식탁등을 갈기 시작했다.


“어? 이게 뭐야?”


식탁 위의 샹들리에 전구를 갈던 현우 아빠는 아주 작은 보청기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끄집어 냈다.


“여보, 이거 뭔지 당신 알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자기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거 혹시···?’


현우 아빠는 사진을 찍어 PC로 가서는 인터넷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 보았다.


“도청장치 아냐?!! 자기야, 이거 도청장치야.”

“누가 우리 집에···. 읍!”


현우 아빠는 현우 엄마의 입을 급히 가렸다. 그리고는 메모장에 볼펜으로 [혹시 보험사에서 달아 놓은 거 아닐까?] 라고 썼다.


[그럼 어떡하지?]

[일단 도로 갖다 놓고 기다려 보자구.]

[그래.]


현우 아빠는 도청장치를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그 후부터 두 사람은 중요한 이야기는 필담으로 나누었다.

그동안 자기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복기해 보면서 혹시 어떤 내용이 녹음되었을지를 서로 크로스체크 해 보았다.

현우 아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무선 웹캠을 몇개 사다가 집에 달아 놓았다. 그리고 평소처럼 생활하기 시작했다.



* * *


지훈은 현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이상 현우가 그 부모들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받는 일이 있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지훈은 현우에 대한 증거들을 모아 경찰서와 보험사 양쪽 모두에 신고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날,

지훈은 은영과 함께 현우네 집으로 갔다. 경찰이나 보험사에 신고하기 전에 현우네 집에 달아 두었던 도청장치들은 제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제거하지 않고 경찰이나 보험사에 신고했다가 이 도청장치에서 지훈과 관련된 증거가 나오게 되면 곤란했다.

자신과 관련된 증거는 확실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날도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자 남편은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고 10시쯤 되니 현우엄마가 아기를 뒷자리에 태운 채 차를 몰고 헬스클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은영에게 보초를 맏기고 지훈은 신속하게 현관 번호키를 눌러 집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지훈은 먼저 샹들리에 사이에서 보청기를 찾아 주머니에 넣고 안방으로 갔다. 침실 옷장 위에 놓아둔 보청기를 손으로 더듬어 찾으려는데 좀처럼 손에 잡히질 않았다. 지훈은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더듬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이어폰으로 음성이 들려왔다.


[현우 아빠가 갑자기 집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은 출근했잖아?”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쿵쾅쿵쾅하는 커다란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현우 아빠는 신발도 벗지 않고 집안을 살피고 있었다.

미처 지훈이 어딘가 숨을 곳을 찾기도 전에 안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현우아빠가 들어와서는 지훈에게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허억!~”

“이 새끼가 감히 내 집에 숨어 들어와? 쥐새끼 같은 놈, 이 새끼야 니가 내 비트코인 빼돌렸지? 얼른 도로 갖다 놔. 이 도둑놈 새끼야!”

‘퍽, 퍽, 퍼퍽~~’


현우 아빠는 이성을 잃고 지훈을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지훈은 맞서 볼 겨를도 없이 그대로 현우 아빠의 주먹과 발길질을 맞았다.


[안돼!!]


은영이 비명을 질렀으나 낮이라 전등이 켜져 있지 않아 효과가 없었다.

은영은 급히 옆집으로 날아가 옆집 아주머니 옆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폰에 락은 걸려 있지 않았다. 은영은 급히 112로 전화를 걸고 스마트폰의 ‘토크백’ 기능을 이용해서 기계음으로 신고를 했다.

[여기 지금 폭행사건이 났어요. 빨리 와 주세요.]

“거기가 어딘가요? 주소를 알려 주세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21동 506호, 현관 번호키는 1212]

“네. 신고 접수되었습니다. 곧바로 경찰이 출동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남편이 범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어요. 언제 죽을 지 몰라요. 빨리 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은영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다시 현우네 집으로 가 보았다.

지훈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인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새끼야, 내 돈 얼른 내놔.”


현우아빠는 의자를 가져오더니 지훈을 억지로 의자에 앉히고 케이블타이로 팔, 다리를 의자에 묶기 시작했다.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너 나 잘못 건드렸어, 이새끼야.”


현우아빠는 방밖으로 나가더니 주방에서 과도를 가지고 왔다.


“야, 야, 정신차려.”


현우아빠는 지훈의 뺨을 세차게 갈겨 지훈을 깨웠다.


“자, 이 칼 보이지? 제대로 대답 안하면 이 칼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보여줄게. 자, 내 돈 어딨어?”

“돈은 그대로 있습니다. 돌려줄테니 목숨만 살려 주시오.”

“살려 주세요, 이 새끼야 존대말로 안해?”


현우아빠는 다시 주먹으로 지훈의 얼굴을 몇대 쳤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은영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다급하게 현우아빠를 제압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돈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너, 어디서 나왔어? 누가 시켜서 도청장치 여기다 달았어? 경찰은 딱 봐도 아니고, 보험사야?”

“아니요···”

“그럼 정체가 뭐야? 빨리 말 안해? 말 안하면 너 평생 얼굴 제대로 못들고 다니게 만들어 줄거야..., 어? 이게 무슨 냄새지? 너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현우아빠는 뭔가 타는 냄새가 나 거실로 나갔다. 그러자 주방에서 불길이 솟아나고 있었다.


“이거 뭐야? 불이잖아? 이 새끼가 불까지 질렀나?”


현우아빠는 서둘러 가까이 왔으나 어찌 할 방법을 몰라 쩔쩔맸다.

주방에 꽂혀 있던 토스터가 과열이 되어 플라스틱은 이미 녹아 버렸고 금속 부분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전선도 모두 절연껍질은 녹아 버리고 그 안의 구리선이 시뻘겋게 빛을 내고 있었다.

현우 아빠는 현관의 두꺼비집을 찾아 누전차단기를 내려 보았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이 새끼, 뭘 어떻게 한거야. 나중에 죽여버릴거야.”


현우 아빠는 빨간 고무가 씌워진 목장갑을 여러개 손에 끼우고는 다시 주방으로 달려갔다. 어떻게든 콘센트에서 토스터의 플러그를 빼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선을 쥐자마자 목장갑은 그대로 녹아버렸다.


“으악! 안되겠어.”


현우 아빠는 이번에는 소화기를 들고 와서 토스터기에 대고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뿐 여전히 전선은 시뻘겋게 달아 있었다. 이제는 콘센트도 녹아버리고 드디어 토스터기 위에 있던 싱크대 상부장 부분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밥솥도 과열이 되어 겉에 플라스틱이 녹고, 전선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은영은 미친듯이 온몸의 힘을 다해 토스터와 밥솥으로 전기를 밀어넣고 있었다. 누전차단기는 이미 고장을 내 놓았다. 은영의 눈이 분노에 차 빨개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현관문의 번호키가 열리더니 경찰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당신들 뭐야? 여긴 내집이야.”

“경찰이다. 손에 든 칼 내려놔. 어서!”

“이 새끼들 모야? 여기 내집이라니까? 이건 내집에서 쓰는 과도라고.”

“얼른 칼 내려놔.”


불이 싱크대장을 태우기 시작하자 경찰은 더 이상 안되겠다는 듯, 여럿이 동시에 달려들어 현우 아빠를 제압했다. 다른 경찰이 안방에서 지훈을 발견하고 묶인 것을 풀어주었다.


“이 새끼들, 불법 침입한 건 저놈이래두. 내가 도둑을 잡아 놓은거야. 저놈이나 얼른 데려가쇼.”


현우아빠를 제압한 경찰은 불을 껐다. 은영이 쓰던 힘을 멈추자. 토스터기와 밥솥은 더이상 열을 내지 않았고, 싱크대에 옮겨붙은 불만 경찰이 소화기로 껐다.


“자, 자, 할 말 있음 경찰서 가서 얘기합시다. 자 모두 데려가자.”



* * *



현우아빠는 경찰서에 가서도 길길이 날뛰었으나 지훈이 도청했던 내용을 핸드폰으로 형사 앞에서 틀어주자 잠잠해졌다.

지훈은 현우 부모의 현우에 대한 살해증거를 모두 제시했고 현우엄마도 긴급 체포되었다.


도청한 음성파일은 불법적으로 얻은 것으로 증거로서 인정이 안 되지만, 명백한 사실 앞에 두 사람이 자백을 하여 현우 부모는 친자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지훈은 도청과 무단침입죄가 적용 되었지만, 선의를 위한 것으로 인정되어 풀려났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말했다.


“도대체 애초에 어떻게 저들의 범죄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귀신이 알려 주더군요. 제가 귀신을 좀 보거든요. 수목장에 갔다가 그곳에 안장된 현우 귀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서게 된 겁니다.”

“하~ 끝까지 말하지 않으시겠다? 알겠소. 이번에는 그냥 가요. 하지만, 다음부턴 뭔가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요. 혼자 해결하려다 이꼴이 나지 않소?”

“절 안 믿으시는군요. 어쨌든 알겠습니다.”


지훈은 집으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웠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조금이라도 뒤척거릴때면 통증이 온 몸을 감쌌다.


“어쨌든 해결됬네···”

[오빠~ 미안해요···]


은영은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래도 네가 도와줘서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야.”

[이렇게 위험한 일인 줄도 모르고 오빠를 다그쳤으니···]

“현우도 곁에 있니?”

[네, 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 아저씨 이렇게 된 거 우리아빠가 그런거에요?]

“그렇단다···”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괜찮아. 몇일 지나면 금방 나을거야. 걱정하지 마.”

[저도 집에 있을 때 그렇게 자주 얻어맞곤 했어요. 어떤 때는 맞다가 정신을 잃기도 했어요.]

“그랬구나. 어른들도 나쁜 어른이 있다고 했지?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단다.”

[우리 아빠도 벌을 받게 되나요?]

“응. 네 아빠도 이제 벌을 받을 거야.”

[우리 아빠도 벌을 받고 나면 다시는 나쁜 짓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 현우 덕분에 아마 그렇게 될거야.”

[아저씨, 감사해요.]

“감사는 여기 아줌마귀신한테 해야지. 나는 그저 이 아줌마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란다.”

[아저씨, 아줌마 모두 감사해요.]


[어, 오빠. 현우 몸에서 서서히 빛이 나고 있어요.]

“하늘나라로 올라가려는 모양이구나. 이제는 고통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거라.”

[저도 아저씨, 아줌마가 행복하기를 기도할게요.]


현우는 몸이 붕붕 떠오르는 것이 재미있어 지훈의 거실을 몇바퀴 빙빙 돌아 보았다.

그 때, 천장에 있는 조명 근처를 지날 때 주변에 빛이 발산되는 것이 느껴졌다.


[아저씨, 이 근처를 도니까 제 몸에서 빛이 나요. 혹시 제가 보이세요?]


현우가 전등 주변을 돌자 마치 오로라같은 아련한 빛이 나면서 그 속에서 현우의 모습이 마치 흑백TV처럼 보였다, 사라졌다 했다.


“오오~~ 보인다 보여! 현우야!”

[오빠도 현우가 보여요?]

“응. 몸에서 환하게 빛을 내고 있구나.”

[아저씨, 아줌마. 이젠 도저히 이대로 여기 머물 수가 없어요. 마치 풍선처럼 몸이 붕 떠요.]

“그래. 현우 정말 잘 생겼구나. 조심해서 올라가거라.”

[아저씨, 제 몫까지 잘 사세요. 그리고, 아줌마, 조금 있다 하늘나라에서 봐요.]

[그래, 먼저 올라가렴.]

“잘가라, 현우야~~”


천장의 조명 주위를 밝히던 오로라가 서서히 사라졌다.

지훈은 마지막으로 본 현우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순수하고 착한 얼굴이었다.


지훈은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현우의 모습을 떠올리자 통증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영아, 네 덕분에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기쁘구나···”

[오빠, 저도 너무나 뿌듯해요.]

“이제 너도 하늘나라로 올라갈거니?”

[모르겠어요. 전 아직 몸이 가벼워지지 않는걸요?]

“그래, 그럼 내 옆에 같이 누워줄래? 우리 이야기나 나누자.”



두 사람은 오래 전 침대에 함께 누워 이야기를 나누던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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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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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6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1 10 13쪽
26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6 6 12쪽
24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7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22 수목장 18.02.21 357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8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1 8 12쪽
17 선미 이야기 3 18.02.14 462 8 13쪽
16 선미 이야기 2 18.02.13 431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7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1 9 12쪽
12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7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0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2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7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20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8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4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4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7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4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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