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현대판타지

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1.23 11:44
최근연재일 :
2018.07.16 23:1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3,983
추천수 :
227
글자수 :
159,275

작성
18.07.16 23:15
조회
286
추천
3
글자
17쪽

[완결] 하늘나라로

DUMMY

“저도 물론 은영이가 있다는 걸 믿고 있죠.” 지은이 말했다.

“허허~ 이거 참. 사람 셋이 모이면 그 중에 하나 바보 만들기 우습다더니···”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증거들이 나타나니까 믿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어떤 증거들이었는데요?”

“은영이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일들이죠. 예를 들어서 은영이랑 저랑 어릴 때 둘 사이에서만 있었던 일이라든가···”

“그런 걸 어떻게 지은씨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대화로 하죠.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해요.”

“어떻게요?”

“자, 보세요.”


지은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용범 앞에 내어 놓았다. 그리고, 은영과의 대화창을 열었다.


“은영아, 너 어디있니?” 지은이 말했다.

[나 지금 네 옆에 있지] 그러자 대화창에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하하~ 이거 애플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같은 음성 AI인가요?” 용범이 웃으며 말했다.

[용범씨, 오랜만이에요. 저 은영이에요.]

“하하하~ 요즘 음성 AI가 성능이 참 좋아졌네요. 예~ 은영씨, 저도 반갑습니다. 하하~”

[아직도 저의 존재를 믿지 못하고 계시는군요? 어떻게 하면 저를 믿으실 수 있을까요?]

“하하하~ 지훈아, 이거 무슨 앱이냐? 제법 말 상대를 잘 해 주는 것 같다.” 용범은 지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계속 대화해 봐.”

[용범씨, 석달 쯤 전에 용범씨 보니까 여자분이랑 데이트하고 계시던데요.]

“하하~ 이거 참. 내가 무슨 데이트를 했다고 그러시나···”

[저는 귀신이라 비교적 자유롭게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거든요. 전에 저희집에 오셨다가 가시면서 여자분한테 전화해서 다시 데이트 하시고 들어가시던데.]

“하하, 그건 그냥 누가 소개팅 시켜줘서 몇번 만난 거라고요.”

[몇번 만난 사이인데 차 안에서 뽀뽀도 하셨어요?]

“어헉!~ 켁켁~ 콜록, 콜록!~···, 어이구. 갑자기 사래가 들렸네···”

“이젠 좀 마음이 열렸니?” 지훈이 용범에게 물었다.

“인정! AI 성능 진짜 훌륭해. 내 차에 달린 블랙박스까지 해킹했다 이거지?”

“야, 임마. 블랙박스는 차 밖을 비추는 건데 니 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블랙박스가 어떻게 알아?”

“음성은 녹음됬을 거 아냐, 임마. 음성으로 지레 짐작한 거겠지.”

[그럼 이건 어때요? 저는 물체를 타고 넘나들 수도 있거든요. 벽도, 옷도. 용범씨 오늘 트렁크팬티 검정색에 흰색 체크무늬 캘빈클라인이네요. 속옷도 멋 좀 내셨는데요. 호호~]

“헉! 지훈이 너 임마. 화장실에 몰카도 설치한 거냐?”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지금이라도 의심되면 화장실 들어가서 살펴 봐.” 지훈이 말했다.

[안되겠네요. 용범씨 메신저 아이디 좀 알려 주시겠어요? 용범씨랑만 단 둘이 이야기를 좀 나누어 봐야겠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래?” 지훈이 물었다.

[글쎄 알려 달라니까요.]

“coolguy33.”

[네. 용범씨, 잠깐 밖으로 나와 저랑 대화 나누면서 산책 좀 하실래요?]

“허허~ 이거 참. AI랑 산책이라. 지훈아, 나 그럼 은영씨랑 산책 좀 하고 오마. 하하하~”

“그래. 다녀와.”


용범은 핸드폰을 들고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은영이가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지은이 물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지훈이 대답했다.

“그럼 그 사이에 우린 술이나 마셔요.”

“그러시죠.”


지훈과 지은은 서로 상대방의 빈잔에 동동주를 따른 다음 건배를 하고 마셨다.


“저어···, 지훈씨. 오늘 왜 친구분을 부르셨는지 여쭤봐도 되요?”

“그냥요···, 늘 모이는 멤버들끼리만 모이면 재미없잖아요. 더구나 셋 중에서도 한명은 귀신이니. 멤버가 하나 정도 더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용범이는 전에도 몇번 은영이 이야기를 했는데도 안 믿더라구요. 은영이랑 지은씨가 같이 계시면 용범이를 설득하기가 더 쉬울 것 같아서요.”

“단지 그 이유라면 좋아요. 하지만···”

“하지만 뭐요···? 지은씨.”

“혹시 저를 그분께 소개시켜 주시려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왜요? 그러면 안되나요? 후후~”

“지훈씨! 제 맘 잘 아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죠?”

“지은씨, 은영이를 통해서 지은씨 마음은 대충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영이가 자신이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난 이후에 지은씨가 저를 돌봐주기를 바라는 것도 알고 있구요. 하지만, 아직 은영이가 곁에 있는 지금 제 마음 속에는 은영이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해해요··· 저도 지금은 은영이가 아직 곁에 있으니, 기다려야죠...”

“그냥 무작정 기다리지 마시고 좋은 사람 있으면 주위도 둘러보고 하세요.”

“지훈씨는 제가 싫으세요?”

“네? 그, 그런 뜻이 아니라요···”


그 때, ‘딩동~, 딩동~’하고 현관벨이 울렸다. 인터폰으로 보니 용범이었다.

집안으로 들어온 용범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용범은 들어오자마자 자기 잔에 남은 동동주를 다 마시더니 자작으로 잔에 다시 한잔 따라서는 다시 원샷을 했다.


“천천히 마셔, 임마.” 지훈이 용범에게 말했다.


용범은 잔을 테이블에 내려 놓고 말했다.


“은영씨 귀신을 믿기로 했다!”


지훈과 지은은 둘 다 두눈을 크게 떴다.


“정말?”

“그래···”

“은영아, 어떻게 이 녀석을 구워 삶았길래 얘가 널 믿게 됬어? 하하~”

[그렇게 됬어요.]


은영의 대답 역시 짧았다. 용범이 은영의 존재를 믿게 된 것은 반가웠지만, 웬지 은영도 용범도 그리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밖에서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저러나, 하고 궁금했지만 지훈은 묻지 않았다.


“자, 이제 이 자리에 네 사람 있다는 게 확실해 졌으니 우리 다시 한번 거국적으로 건배하자.”


빈잔이 채워졌고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잔을 부딪쳤다. 은영도 건배에 동참하는 의미로 식탁등을 두번 깜빡이게 만들었다.


“지훈이 넌 임마 운 좋은 놈이야. 은영씨가 아직 널 돌봐주고 계시니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은영씨 다음번 기일까지는 하늘나라로 올라가신다며?”

“응.”

“계시는 동안 잘 해라. 은영씨, 계시는 동안 우리 자주 뵙죠.”

[그래요. 호호~]

“근데 밖에서 은영이가 뭐라고 했길래 귀신의 존재를 믿게 됬냐?”

“내 팬티 색깔까지 알아 맞추시는데 그럼 임마, 버틸 재간이 있냐?”

“하하~ 분명히 그보다 더 은밀한 비밀을 은영이가 들춰낸 모양이구만. 혹시 새로운 연애사를···? 하하하~”

“그러게요. 호호~” 지은도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임마, 하하하~”


그렇게 셋 아니 네 사람은 밤 늦도록 지훈의 집에서 술을 마시며 떠들어댔다.



* * *


계절이 한바퀴를 돌아 드디어 은영의 첫번째 기일이 다가왔다.

은영의 기일이 가까와지면서 지훈도 은영도 점점 말이 적어지고 우울해졌다. 지훈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혹시 지난 밤 잠이 든 사이에 은영이 하늘나라로 가 버린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은영을 찾곤 했다.

은영의 기일 전날 아침, 지훈은 결국 차려 놓은 밥을 먹지 못하고 정리했다. 식욕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하루종일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 주로 과거에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회상이었다. 무의미한 아주 작은 기억들까지 그들은 서로 떠올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말야···, 전에 용범이는 어떻게 너의 존재를 믿게 됬어? 둘이 밖에 나갔다 돌아오고 나서 용범이가 갑자기 너의 존재를 믿게 됬잖아.”

[아, 그거요···, 나 임신 실패하고 나서 오빠랑 점점 사이가 안 좋아졌을 때, 용범씨가 저에게 전화를 해서 만난 적이 있었어요. 오빠가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다면서 둘 사이에 무슨 일 있냐고.]

“그랬었구나···”

[그래서, 그때 유산한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나도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용범씨는 알았다고 두 사람이 다시 예전처럼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저랑 만난 걸 지훈오빠가 알게 되면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끼어들었다고 화낼 것이 분명하니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오빠한테 용범씨 만난 이야기를 안 했었죠. 지난번에 밖에 나갔을 때 그때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그 때 이야기하지 않았던 저의 유산 사실을 말했어요. 그랬더니 용범씨가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면서 저의 존재를 믿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그 때 들어왔던 용범이 얼굴이 어두웠던 거로구나···”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오늘 저녁은 지은, 용범도 모여 네명이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조금 일찍 지은이 와서 늘 그랬듯이 식사준비를 시작했고, 용범도 오늘은 일찍 집에 왔다.

사람들은 모두 아무일 없는 것처럼 명랑하려 애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어색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집안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드디어 식사 준비가 끝나고 각자의 잔에 술이 채워졌다.


“은영아, 그동안 아무 일 없이 1년 꼬박 내 곁에 있어 주어서 너무 고맙다.”

[저도 오빠랑 다른 분들께 감사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1년이었어요.]

“자, 그럼 이제 곧 하늘나라로 올라갈 은영이를 위해 우리 모두 건배합시다, 건배!”

“건배!”


세 사람은 잔을 부딛쳤고 거실등은 두번 깜빡였다.

세 사람은 각자 잔을 비우고 식탁에 올려 놓았다.

지은이 가장 먼저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용범도 눈시울이 붉어졌고, 지훈도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 알고 그것을 기다리는 일은 이들 모두에게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지훈은 은영이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은영이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된 것을 축하하고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 영영 대화조차 나눌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지훈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기는 지은과 용범도 마찬가지였다.


[축하해 주세요.]


침묵을 깨고 말을 꺼낸 것은 은영이었다.


[전 이제 하늘나라에서 다시 태어나는 거잖아요.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줘요.]

“그래. 오늘은 기뻐해야 하는 날이지. 우리 다같이 하늘나라에서 새로 태어나는 은영이를 위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자.” 지훈이 말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지훈의 선창으로 생일 축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노래는 점점 가늘어져갔다. 그리고 결국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사람들의 흐느끼는 울음소리 뿐이었다.

은영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식탁에는 나즈막한 울음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만이 들렸다.


“생일이면 선물을 해야지. 은영아,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훈이 말했다. 지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그리고는 조용히 식탁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젖혔다.

그 안에는 남자와 여자의 결혼 반지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지훈이 본래 끼고 있던 결혼반지였다. 예전에 은영과 이혼식을 한다며 반지를 망치로 망가뜨렸었는데, 금은방에서 예전과 같은 모양으로 다시 복구를 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새로 지훈의 결혼반지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든 은영의 반지였다. 본래 은영이 끼고 있던 결혼 반지는 유골과 함께 유골함에 넣어두고 있었다.


반지는 장식이 없이 그냥 민짜의 둥근 반지였으나 안쪽에는 히브리어가 새겨져 있었다. 그 히브리어의 뜻은 이러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해 있다’



“은영아, 사랑한다. 영원히.”


지훈은 은영의 반지를 케이스에서 꺼내 한번 입맞춤하고는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자신의 반지를 꺼내 손에 끼었다.

은영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은영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눈물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아주 자그마하게 찰랑거리는 마치 크리스탈을 부딪칠 때 나는 것과 같은 영롱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지훈과 지은, 용범은 그 신비한 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지훈은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을 TV에 연결하여 지훈과 은영의 웨딩 동영상과 그 이후에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TV로 플레이하여 다 함께 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 지으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 드디어 자정이 되었다.

은영은 자신의 몸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오빠, 나 이상해···]

“이제 올라가는거니?”

[아마 그럴 것 같아.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지고 몸에서 서서히 빛이 나고 있어요.]

“은영아, 잘가~ 그동안 네가 있어 주어서 고마웠어.” 지은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래, 지은아. 우리 오빠 잘 부탁해.]

“은영씨, 잘가요~ 지훈이는 제가 잘 돌볼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용범이 작별 인사를 했다.

[나, 점점 빛이 나고 있어요. 예전에 현우가 올라가기 전에 했던 것처럼 해 볼게요.]


은영은 식탁 위의 샹들리에 조명 주위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명 주위로 마치 금가루를 뿌린 듯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은영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 은영아. 보인다, 보여!” 지은이 놀라움에 두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은영아!” 지훈은 은영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은영은 1년 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지훈과 지은, 용범은 숨이 막혀 말문을 닫은 채 은영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오빠, 사랑했어요. 지금도 사랑하구요.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오빠를 사랑할거에요.]

“은영아, 나도 영원히 너를 사랑한다!”

[오빠, 나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 오빠, 나 이제 갈게요. 모두들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모두들 사랑해요~]

“은영아, 잘가. 사랑해~”

“은영아, 사랑해~”

“은영씨, 잘가요~”


은영은 점점 높이,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금새 발밑에 지훈의 아파트가 보였고 서울을 넘어서 멀리 한반도가 자그마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은영의 발 빝에는 동그란 공 모양의 지구가 나타났다.


그렇게 은영은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조명 주위로 반짝거리던 빛도 이제는 사라져 버렸다.

한참 후에 지훈이 정신을 차려 보니 식탁에는 세 사람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모두의 눈에는 눈물이 말라붙어 있었고 지친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은영을 하늘나라로 올려 보냈다.



* * *


계절은 다시 한바퀴를 돌았다.

은영의 두번째 기일이 돌아왔다.

지훈과 지은 그리고 용범 세사람은 은영의 두번째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지훈의 집에서는 여전히 지은이 주방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지훈은 지은을 도와 식탁 위에 데코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지은은 신축성이 있는 편안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지만, 배는 남산만하게 불러 있었다. 지은이 시키는대로 지훈은 이것 저것 조리를 돕기도 하고 준비된 반찬을 식탁 위에 올려 놓기도 했다.

잠시 후, ‘딩동~ 딩동~’하는 소리가 났다. 용범이 온 것이다.


“야, 임마.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다.” 문을 열어주며 지훈이 투덜거렸다.

“오늘 따라 길이 엄청 막혀서 그러잖냐. 배는 나도 고프다구.”

“어서와요. 자기야~”


용범은 주방으로 와서 지은에게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남산만 한 지은의 배에도 뽀뽀를 했다. 그리고 나서 지훈을 도와 식탁을 차렸다.

지훈은 와인실러에서 레드와인을 하나 꺼내 와서는 조심스럽게 와인 오프너로 코르크마개를 땄다. 와인을 따고 있는 지훈의 손가락에는 은영과 나눈 결혼반지가 끼어 있었다. 지훈은 3개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둥이 엄마는 건배만 하시고. 자, 다같이 거국적으로 잔을 듭시다. 은영이의 하늘나라에서 두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건배!”


세 사람은 활짝 웃으며 와인잔을 부딪쳤다.


“나도 조금만 마실래.” 지은이 말했다.

“자기 미쳤어? 우리 둥이들 큰일 날라구.” 용범이 눈을 부라리며 지은의 잔을 빼앗았다.


지훈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잔을 들고 속으로 외쳤다.


‘은영아, 건배!’


순간 아주 미세하게 식탁 위의 샹들리에 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밝아진 것 같았다.


“제수씨, 용범아! 방금 전에 봤어? 불빛이 깜빡이는 거?” 지훈이 약간 흥분해서 말했다.

“깜빡이긴 뭘 깜빡였다고 그래? 전등 갈 때가 됬나부지. 자기야, 술 마시면 안된다니까, 와인이 몇도 짜린 줄이나 알아?” 용범은 지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지은과 다시 티격태격 하기 시작했다.


지훈은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말했다.


‘은영아, 사랑해. 영원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못하고 죽은 귀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완결] 하늘나라로 18.07.16 287 3 17쪽
28 큐피드의 화살 +2 18.07.14 251 3 13쪽
27 현우 이야기 4 +2 18.02.28 401 10 13쪽
26 현우 이야기 3 +4 18.02.27 325 9 12쪽
25 현우 이야기 2 +2 18.02.24 386 6 12쪽
24 현우 이야기 1 +2 18.02.23 368 6 12쪽
23 지은도 알게 되다 18.02.22 392 9 12쪽
22 수목장 18.02.21 357 9 11쪽
21 은영의 능력 +2 18.02.20 558 10 12쪽
20 은영의 비밀 18.02.18 402 8 12쪽
19 이혼식 +2 18.02.17 501 8 12쪽
18 대화가 필요해 18.02.15 451 8 12쪽
17 선미 이야기 3 18.02.14 462 8 13쪽
16 선미 이야기 2 18.02.13 431 8 12쪽
15 선미 이야기 1 18.02.12 459 8 12쪽
14 친구에서 경쟁자로 18.02.09 478 8 12쪽
13 귀신과의 조우 3 18.02.06 481 9 12쪽
12 귀신과의 조우 2 18.02.05 467 8 11쪽
11 귀신과의 조우 1 18.02.05 501 8 11쪽
10 지훈의 아르바이트 18.02.04 502 9 12쪽
9 산 사람은 살아야 18.02.03 527 8 13쪽
8 작은 복수 18.02.02 520 8 12쪽
7 회상 : 다툼 18.02.01 514 6 12쪽
6 친구들을 사귀다 18.01.31 538 9 11쪽
5 홀로서기 18.01.26 615 10 12쪽
4 회상 : 첫 만남 18.01.25 574 5 12쪽
3 귀신이 되다 18.01.25 598 7 12쪽
2 장례식 18.01.24 698 9 12쪽
1 이혼 하는 날 18.01.23 940 1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