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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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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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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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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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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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여드는 사람들 6

DUMMY

“찾았다!”


네크로맨서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어디까지 숨어있을 수 있나 보자했더니 결국엔 쥐새끼처럼 도망나오지 않았는가? 언데드 하나가 죽었는데 네크로맨서 자신이 모른다는건 말이 안 된다. 연결이 끊긴 곳.

그곳에 분명히 쥐새끼들이 있을 터.


“흐흐흐! 쥐새끼들아, 쥐새끼들아!”


네크로맨서는 양손을 마주치며 소리를 냈다. 박수소리 한번에 악몽마惡夢魔는 소리없이 네크로맨서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는다.


“크흐흐, 가자. 가자꾸나. 가서 놈들을 모조리 없애버려야지. 없애버리고말고!”


네크로맨서가 안장위에 올라타자 악몽마는 꿇었던 무릎을 들었고 단숨에 나아가기 시작했고 보통의 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속도였다.

그야말로 신속!

이 속도라면 십분도 되지 않아서 주민들과 마주칠건 분명해보였다.




***




“제길···”


마셸은 입을 짓씹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의 생각으로 흔적이 없는곳을 쫒은건 좋았다. 하지만 쫒고 있는게 자신들뿐만이 아니란걸 간과했다.


“성자님. 아무래도 교전은 피할 수 없을듯합니다.”


“···어쩔 수 없군요.”


아직 놈이 당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피하면 놈이 어디로 갈지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아무래도 언데드 한 마리를 처치해버린 것 같은데···


“폴. 당신은 가능한 멀리 떨어지십시오. 지금 당장 도망치셔야할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일반인인 폴은 네크로맨서의 강대한 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상황이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셸이 말하지 않았는가? ‘교전’이라고 말이다.

폴이 지친몸을 이끌고 헐떡거리며 멀리 떨어지자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은 가만히 있지 않고 네크로맨서가 오는 방향으로 달렸다.

만나게 되는 시간은 더 빨라지겠지만, 폴과 주민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게끔 시간과 거리를 벌기 위해서였다.


“······.”


그렇게 서로를 향해 달리는것처럼 달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진득한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 무언가는 말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가죽과 살점 그리고 털 한뭉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뼈로 이루어진. 그러나 그것이 입고있는 보라색 갑주는 불길한 기운을 연신 뿜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네크로맨서!”


“성기사? 성기사구나! 그리고 네년은···”


에르네스 메르실은 네크로맨서에게 답하지 않았다. 애초에 네크로맨서도 대답을 바란건 아니었다.


“그래. 볼드 남작령에서 우릴 방해했던 년! 성자, 성자라고 불리우는 년이렸다!”


네크로맨서는 에르네스 메르실에게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성자라는 이름값은 시체팔이들에게 절대적인 힘을 가질텐데 놈은 거리끼지도 않는 듯했다. 연기인가? 아니면 자신감의 표출일까?


“크흐흐흐! 내 네년을 가만두지 않겠노라 마음먹고 있었지. 마음먹고 있었고말고!”


네크로맨서는 악몽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원래라면 갈기가 있어야할 부분이겠지만. 그렇게 쓰다듬어진 악몽마는 원래 없었던것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당신이 지은 죄를 뉘우칠 시간이에요.”


“뉘우쳐?! 내가, 내가말이냐!”


무언가 악에 받친듯 네크로맨서는 요상한 모양으로 손가락을 움직여댔다.


“크흐흐, 그럴리가! 그럴리가 있나! 여기서 뼈를 묻는건 네놈들이 될 것이다!”


우수수수! 주변 일대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


‘일어나고 있었다.’그래. 아마도 코펜하임 농업지의 주민들이라고 생각되는 그들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언데드로써!


“시체들은 모두 나의 종! 죽은 자들은 나의 노예! 주인 없는 땅의 주인은 나! 너희들이 나를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마라! 생각하지 마!”


그리고 일으켜진건 주민, 인간들만이 아니었다. 이 숲에 서식하던 동물과 몬스터들도 네크로맨서의 부름에 응해 잠들어있던 몸을 일으킨다.


“마셸 경!”


급한 목소리로 에르네스 메르실이 마셸의 이름을 불렀다. 마셸은 흠칫놀라면서도 훈련된 듯 절도있는 동작으로 칼을 뽑아 뒤로 휘둘렀다.

샥-!

뼈밖에 남지 않은 코볼트. 굳이 말하자면 스켈레톤 코볼트의 상체가 반으로 잘려나갔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코볼트가 아니라 마셸이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악랄한!”


“크흐, 으흐흐! 이 곳은 나의 땅이요, 나의 영역이다!”


네크로맨서는 미친듯 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죽은자들만이 아니라 나무들까지 귀곡성鬼哭聲으로 울부짖으며 가지를 뻗어왔다. 정말로 네크로맨서의 말 그대로 이 곳은 네크로맨서의 영역이었다.

이 일대가 모조리!


“네놈들은 그 인간들을 도망치게끔 하려했을테지. 허나 상관없다! 네놈들을 죽이고 마찬가지로 죽이면 되는 일이지. 되는 일이고말고! 크흐흐···”


시간이 낮이라면 좋았을텐데. 그랬더라면 네크로맨서가 이렇게까지 활개치진 못했을것이다. 밤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낮이 되기를 기대하는건 무리였다. 마셸은 되살아난 시체들과 싸우며 패색이 짙음을 느꼈다.


“성자님! 후퇴하는게 좋겠습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아직 신성을 사용하지 않고있었다. 일신에 지닌 강체만으로 격퇴하고는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는 찾아올 터였다.

좀비를 베어낸 순간 무언가가 왈칵 터져나왔다. 연기? 액체? 연기라기엔 짙었고, 액체라기엔 옅었다. 그런 무언가가 마셸을 바람처럼 스쳐갔다.

그러나 그 결과도 바람과 같지는 않았다.


“쿨럭!”


마셸은 토혈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건 역병을 농축한, 말하자면 역병의 정수였다. 이미 죽어버린 좀비였기에 역병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생체병기! 독을 품은 자폭병!

네크로맨서는 마셸이 그 역병을 뒤집어씀을 확인하고 음산하게 비웃었다.


“으흐흐흐! 걸렸구나, 걸렸어!”


“큭!”


마셸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통을 참아냈다. 무언가가 한번 더 올라오는것만 같았다. 억지로 꾹 눌러참고 가슴에 손을 얹고 신성을 사용한다. 아직 미숙하디 미숙한 신성이었지만, 고통을 억눌러주는 정도는 되었다.


“흐흐흐, 아무래도 다른 잡놈들은 없는것 같구나.”


경계하고 있었던걸까? 마셸은 좀비들과 투닥거리면서도 용케도 네크로맨서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마셸 경!”


자신을 쫒던 언데드들을 뿌리치고 온건지 에르네스 메르실이 마셸의 곁에 붙어섰다.


“크으··· 도망쳐야합니다. 적어도 밤에는 놈과 싸울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도 강대했다. 리드는 이런 놈과 정면으로 맞서싸웠다는건가? 솔직하게 말해서 격이 달랐다. 놈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온건지 알 수 있었다.

일개 개인이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다는게 믿을 수 없었다.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크게 외친 네크로맨서가 무언가를 떨쳐내듯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벽이 솟구쳤다. 뼈와 살점 그리고 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이 마셸과 성자를 빙 둘러싼 것이다.


“크흐흐, 놓치지 않는다. 놓치지 않아!”


“···큭!”


벽의 높이는 얼추 십 미터는 됨직했다. 어설프게 도망칠 수 있을만한 높이는 절대 아니라는 소리였다. 에르네스 메르실도 그를 알았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희는 이곳에서 종말을 맞이한다! 이 곳은 나의 땅! 모든것이 나의 뜻대로 되어야한다! 되어야하고말고!”


그건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네크로맨서가 이 벽을 세운 이유는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이 도망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혹시모를 누군가의 개입을 막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로써 네크로맨서는 온 신경을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셸 경. 신성을 사용해야겠어요.”


에르네스 메르실은 상황이 이리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여겼다. 신성을 사용하지 않고 타개할 수는 없으리라.


“성자님. 하지만 신성을 사용한다고 놈을 이길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에르네스 메르실은 성자.

성자는 그 누구보다 많은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말하자면 교국의 상징이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이미 짧지 않은 세월을 성자로 살아왔다. 신성이라는 분야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스폐셜리스트가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마셸이 아는걸 모를리가 없다.

설사 신성을 사용한다고해도 저 네크로맨서를 쓰러뜨리는건 불가능할것이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알고있었다. 저 네크로맨서는 ‘이상’하다는것을.

신의 축복을 받는다고 칭송받는 성자조차도, 상극의 힘을 지닌 성자조차도 네크로맨서를 쓰러뜨릴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만한 힘을 가질 수 있는걸까?


“알아요. 하지만 도망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에르네스 메르실은 고민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마셸은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놔둘 줄 알고!”


네크로맨서가 팔을 휘둘렀다. 뼈창, 아니다. 뼈창이 아니라 뼈의 사슬이었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팔뚝만한 굵기의 사슬이 차르릉거리며 에르네스 메르실을 덮치려하고 있었다.


“핫!”


마셸은 어렵지않게 뼈사슬을 쳐냈다. 그러나 뼈사슬은 물 흐르는것처럼 마셸의 옆을 지나친다. 하지만 마셸의 검은 뼈사슬을 쳐내기만한게 아니었다. 쳐내면서 사슬의 사이로 칼날을 박아넣은 것이다.

마셸이 앞으로 달리자 뼈사슬은 전진하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되려 끌려갔을지도 모르지만, 마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흐아아아!”


뼈인만큼 가볍지는 않았지만, 쇠사슬보다는 가벼웠다. 마셸은 있는힘껏 칼에 꽂힌 뼈사슬을 휘둘렀고 뼈사슬을 훌륭한 무기가 되어 되살아난 자들을 되돌려보낸다.


“놈!”


네크로맨서가 무언가를 당기는것처럼 팔을 뒤로빼자 마셸이 네크로맨서에게로 빨려들어가는것처럼 끌려가게되었다. 버티려해보았지만, 그 인력이 너무나 강해 좀처럼 견딜수가 없었다.


“마셸 경!”


타이밍좋게 에르네스 메르실이 신성을 깃들인 모양이었다. 마셸은 망설임없이 칼을 놓았다. 보통의 기사라면 있을 수 없는 사고방식일지도 모르지만, 마셸이 중요시하는건 스스로의 명예가 아니라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꺾이지 않겠다는 신념.

마셸이 견디지 못했던 강한 인력은 이제 네크로맨서 자신을 찌르는 비수가 되었다. 마셸이 칼을 놓는건 예상치 못했던 네크로맨서의 가슴팍으로 마셸의 검이 틀어박혔다.


“크흐흐흐!”


네크로맨서는 리빙데드. 즉, 고통을 느낀다. 제아무리 오랜 세월로 단련되있어도 칼이 몸을 파고드는 고통을 무시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 일순간의 틈이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을 도망치게끔 만들었다.

신성을 깃들인 에르네스 메르실은 주변의 언데드들을 단숨에 되돌려보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듯이 가루조차 남기지 못한채 되돌아가고 에르네스 메르실은 네크로맨서가 일으킨 불길한 벽을 정권으로 가격했다.


“······!”


살덩이가 출렁이고, 뼈가 부숴졌다. 피가 솟구쳤지만 에르네스 메르실과 마셸이 탈출할만한 구멍이 되었다. 제아무리 강한 마력을 가졌다한들 시체들로 급조한 벽은 그리 단단하진 않았던 것이다.


“···흐흐흐. 재밌구나. 재밌어!”


눈 뜨고 놓친셈이 된 네크로맨서는 가슴팍에 틀어박힌 검을 비틀어 뽑았다. 그리고는 이를 갈았다.


“허나,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아는법! 으흐흐!”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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