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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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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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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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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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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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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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투는 벌어지고 3

DUMMY

그 기세를 이어가며 마셸과 농민들은 언데드를 밀어붙였다. 언데드들은 시종일관 몰아붙이기는 했지만,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반대로 농민들은 기적처럼 아무도 죽지 않았다. 다치는 자들도 경상인 자가 있을뿐 중상이라고 할만한 자는 적었다. 일방적인 전선이 이어지고 있을 즈음, 마셸은 네크로맨서 하나를 쫒아 목을 꺾어 추가로 처치할 수 있었다.


“······!”


그러자 후두둑, 하며 언데드들중 상당수가 흙으로 돌아갔다. 이제 시체팔이는 둘 밖에 남지 않은 상황. 누가보더라도 어느 쪽이 승리할지는 명백한 상황이었다. 농민들을 몰살할 기세로 밀어붙이고 겨우 틀어막고 있던 농민들의 상황에서 정 반대로 변해서 농민들은 동굴에서 나오려 몸부림치고 언데드들이 겨우겨우 틀어막는것처럼 보이는 묘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남은 언데드들은 이제 세 자리수가 될까말까싶을 정도였다. 네크로맨서는 도망치려는지 분위기를 살폈지만, 마셸은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제기랄!”


네크로맨서 하나가 허공으로 팔을 뻗었다. 그러자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흐르다? 아니, 그건 틀린 표현이었다. 흐르는게 아니라 어딘가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마셸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그를 처치하려 했으나 무언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깡!

두 팔을 교차하며 적의 일격을 막아낸다. 그리고 마셸은 그 적을 확인했다.


‘남색 로브? 또 다른 시체팔이인가?’


하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이건 시체팔이같은게 아니었다. 방금의 속도는 결코 시체팔이들 따위가 낼 수 있는게 아니다. 저들의 동료라는건 확실해보였지만, 네크로맨서는 아니다.


“후우··· 마음에 들지 않는군.”


마셸의 앞을 가로막은 그는 주먹을 쥐고 펴기를 반복했다. 마치 자신의 몸을 점검이라도 하는것같은 태도에 마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 아니, 사람은 아니다.’


그에게서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말을 했다? 그 말인즉···


“결국 리빙데드가 되어버렸나.”


그래. 리빙데드라는 소리겠지. 마법사가 아닌 자가 말을 할 수 있을만한 고위의 언데드고, 또 자신의 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 말이다.


“···저들의 동료인가? 리빙데드.”


마셸은 농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러나십시오.”


농민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셸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괭이를 건넸다. 검은 던져버렸으니 이거라도 쓸 수 밖에 없겠지. 마셸은 감사히 괭이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자루를 들어 마치 검을 겨누듯 팔을 들었다.


“동료라··· 그런셈이지. 이제 리빙데드가 되었으니 그렇다고밖에 말하지 못하겠군.”


“저들을 처리해주십시오!”


둘 밖에 남지 않은 네크로맨서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존댓말? 아무래도 이 자는 정말로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리빙데드라는것 자체가 그렇지만··· 이렇게 지친 몸으로 상대할 수 있을까?

리빙데드는 네크로맨서들의 말을 들은체도 하지 않고 후드를 걷었다. 그리고 마셸은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고 경악하고 말았다.


“베, 벤터스 아르쿠잔?!”


틀림없이 그는 벤터스 아르쿠잔.


“그래. 나를 알고있나? 얼마전의 소년은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아직 이 이름이 다 묻힌것은 아니로군.”


“···당신은 죽은게 아니었나!”


벤터스 아르쿠잔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명백한 비웃음과 조소가 담긴 표정.


“그렇다고 알려졌지.”


벤터스 아르쿠잔은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마셸은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그가 걷는 방향은 마셸이 아니라 마셸이 던진 검을 향해서였다.


“검이라··· 오랜만에 쥐어보는군.”


졸지에 무기까지 잃은 처지가 되어버렸다. 마셸의 손에는 괭이가 들려있었지만, 괭이와 검 중에 무엇을 사용하겠냐라고 물으면 답은 정해져있었다.


“지금 물러난다면···”


“물러나? 누가말이지?”


몸을 돌린 벤터스 아르쿠잔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솟아올랐다. 마셸은 침을 삼키고 말았다. 벤터스 아르쿠잔이라는 이름은 그만큼 무겁게 다가왔다.


“······.”


벤터스 아르쿠잔!

교국의 형제국인 비어드 제국의 반란자. 무가武家로 이름높았던 아르쿠잔 가문의 당대 가주였던 벤터스 아르쿠잔은 황제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고, 반란을 일으켰다. 일개 가문과 제국의 전쟁.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무안할 정도로 반란은 쉽게 진압되었지만 벤터스 아르쿠잔의 이름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회자되고 있었다.

어째서 그가 황제에게 이빨을 드러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가문과 식솔은 멸족멸문을 당했고 벤터스 아르쿠잔 또한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졌다.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지.’


벤터스 아르쿠잔의 이름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한가지였다. 그가 과거 제국 최고의 실력자였기 때문에!


“···제길.”


그 소문의 절반만 사실이더라도 마셸이 상대하기 힘든 자였다. 하물며 리빙데드가 되어 신체능력이 대폭 상승했을 벤터스 아르쿠잔이라면 더더욱!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군. 언데드로 영락하기는 싫었다만··· 되고보니 별것도 아니군.”


벤터스 아르쿠잔이 장난이라도 하는것마냥 마셸의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그러나 그건 절대로 의미없는 휘두름이 아니었다. 주변 곳곳에 펼쳐진 실이 벤터스 아르쿠잔의 그 장난같은 손놀림에 모두 끊어져버렸다.

실의 위치를 알고있던게 아니라면 놀라운 눈썰미이자 믿을 수 없는 실력이다.


“그래도 덤비겠나? 젊은 성기사.”


마셸은 괭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덤비고 말고가 어디있겠는가? 물러날데가 없었다. 자신이 물러나면 벤터스 아르쿠잔은 사람들을 덮칠 터. 그렇다면 끝장이다.


“그렇군.”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또 하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마력을 내뿜으며 팔을 들어올렸던 네크로맨서. 그가 뭘 하나 했더니···


“쿠오오오오오!”


거대한, 괴물.

마셸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벤터스 아르쿠잔의 등장에도 놀라고 말았지만 저런건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가장 먼저 드러난건 나무의 무성한 푸른 잎들 사이로 드러난 황소를 닮은 얼굴. 머리에서 양쪽으로 뻗은 칠흑의 뿔. 갈색으로 빛나는 털뭉치. 바위처럼 단단해보이는 육신. 사람뿐만이 아니라 어지간한 몬스터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덩치.

숲의 악몽이라 불리는 대형 몬스터, 미노타우루스!

그 미노타우루스가 언데드가 되어 있었다!


“흐하, 흐하하!”


네크로맨서들이 자신만만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것 같았다. 저걸 믿고있었던건가. 입이 찢어져라 시체팔이들은 웃었다.

언데드가 된 미노타우루스는 방금전의 다크 울프보다도 언데드가 된 기간이 짧은건지 살점이 제대로 붙어 있었다. 생기가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살아있는거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쿵! 쿵! 쿵! 쿵!

육중한 몸이 발걸음질 할때마다 땅이 울리고 사람들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어갔다. 등장만으로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농민들이 주춤거리며 움찔거리는 사이, 언데드들은 그들을 밀어붙였다.

다시금 전장의 분위기가 뒤바뀐것이다.


“모조리 쓸어버려라! 미노타우루스!”


어떻게 저만한 몬스터를 언데드로 만들어 조종할 수 있단 말인가. 미노타우루스가 아무런 의미없이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덩치가 덩치인지라 나무의 윗동부분에 팔이 닿았지만,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넘어뜨리듯 너무나 가볍게 나무가 쓰러지고 말았다.

쿠우우웅!

귀를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마셸은 입술을 짓씹었다. 아무래도 언데드가 되어 대형몬스터답게 믿기 힘들만큼 강했던 그 힘이 한층 더 강해진 모양이었다.


“······.”


전황은 최악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웠다. 농민들 모두가 숙련된 병사라도 미노타우루스 한 마리를 장담하기 힘든데··· 그들은 농민이었고, 미노타우루스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 되었다.


“아무래도 상황은 기운것 같군.”


벤터스 아르쿠잔은 여유롭게 마셸에게로 걸었다. 이미 기울어진 전황이었다. 시간을 끌어도 빠르게 싸워도 마셸측이 불리하다.

즉, 벤터스 아르쿠잔에겐 어느쪽도 손해가 아니란 소리!


“크윽!”


반대로 마셸은 일분일초가 급했다. 손에 든게 괭이였지만 마셸은 여유를 부리는 벤터스 아르쿠잔에게로 다가가 괭이를 휘두른다.

삼지창같은 모양의 괭이가 벤터스 아르쿠잔을 쪼갤듯 다가왔지만, 괭이의 머리부분이 뚝 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무기로 쓰곤 있었지만 결국엔 농기구다. 나무로 만든 괭이의 자루는 한 번의 휘두름에 너무나 쉽게 잘려나가고 말았다.

졸지에 무기를 잃은 마셸이 뒤로 굴렀다. 벤터스 아르쿠잔은 희열 가득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하, 하하하! 그래, 그래! 이거다. 이거지! 이 힘! 이 느낌! 도대체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각인가!”


일전에 벤터스 아르쿠잔은 볼드 남작령에서 리드와 맞붙었다. 가시나무 요정의 갑옷이라는 희대의 기물을 사용하고도 벤터스 아르쿠잔은 리드에게 밀려 끝내 쓰러지고 말았지만 그 때, 벤터스 아르쿠잔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이십년 전, 그 사건 당시 벤터스 아르쿠잔은 분명 황제의 병력에 붙잡혔다. 그리고 목숨을 잃을뻔했으나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탈출은 했지만 그 대가는 컸다. 도망치지 못하게끔 전신의 힘줄이 잘려있었고 벤터스 아르쿠잔은 자신의 강체력 대부분을 움직이는데 사용하며 억지로 몸을 쓰고 있었다.

원래라면 모렉 공작에 필적하는 실력자. 그 육체가 정상이었더라면 애초에 리드는 상대가 되지 못했을것이다.

그런 실력자가 리빙데드가 되어 생전의 힘과 순발력을 웃도는 신체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정도가 아니라 오우거에게 날개가 달린 격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언데드 미노타우루스는 농민들을 쓸어버릴듯 다가가고 있었다.


“받아라. 성기사!”


무슨 생각일까? 벤터스 아르쿠잔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자신이 들고있던 마셸의 검을 던져 돌려주었다. 마셸은 얼떨떨해하면서도 칼을 낚아챘다.

졸지에 무기가 없던 마셸이 무기를 들었고, 무기가 있던 벤터스 아르쿠잔이 빈 손이 되어버렸다.


“무슨짓이지?”


“내 상대는 따로 있다는 소리다. 그것보다 내게 신경쓸 겨를이 있나?”


지금도 언데드 미노타우루스는 농민들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벤터스 아르쿠잔은 그를 말한것이었다. 마셸은 벤터스 아르쿠잔을 경계했지만, 그는 팔짱낀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베, 벤터스 아르쿠잔님?!”


네크로맨서들이 당황한 목소리를 흘렸지만 그는 여전히 신경쓰지 않았다. 아까부터 그들을 마치 없는자들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같은 옷을 입고는 있지만 본의는 아니란걸까? 아니면 시체팔이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일까?

모르겠지만, 지금 마셸에게 선택할 권리는 없었다. 마셸은 재빠르게 미노타우루스의 뒤를 좇았다.

벤터스 아르쿠잔은 여전히 팔짱낀채로 이제는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어서와라. 두 번째 싸움을 시작해야하지 않겠느냐.”


일전에 싸웠던 어느 소년을 기다리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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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결전下 8 18.09.25 215 4 11쪽
200 결전下 7 18.09.24 19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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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결전下 4 18.09.19 194 4 12쪽
196 결전下 3 18.09.18 19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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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결전上 4 18.09.13 199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0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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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결전上 18.09.09 19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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