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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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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MK2
작품등록일 :
2018.01.28 09:41
최근연재일 :
2018.03.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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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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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지배자 (30)

안녕하세요!




DUMMY

“수천 명을 희생해서 그 소원을 이루어주는 던전을 부활시킨다고? 단단히 돌았군.”

하성군이 포도주 하나를 입에 대었다. 평온하게 이야기하는 거 같아도 딱히 수단이 없으니까 체념하고 말하는 것뿐이다.

조금만 더 생각이 없고, 조금만 더 조급한 성격이었으면 아예 들고 있는 접시를 날렸을 것이다.

지금 자기들은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를 포기하면서 이 끝까지 왔다.

그런데 그게 고작해야 신도 아닌 한 인간의 술책.

그것도 소원을 이루겠다는 한 짓이다.

“설마 세계평화라는 말도 안 되는 소원은 아닐 테고. 거기다가 ‘다른 이들’은 무슨 소리지?”

상태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다. 그가 집중한 건 소원 어쩌구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라는 단어였다.

“개인 소원을 파고들려 하지 마. 내가 말 안 했나? 탑은 벌써 수십 개가 생성됐다고?”

“수십 개... 잠깐! 그렇다는 건...”상태는 불길한 상상을 지우려 했지만, 이내 보통은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총 46명. 탑의 주인의 숫자다.”

“미쳤군.”

정상태는 아연실색했다. 지금 이딴 짓이 벌어지는 곳이 모두 46곳.

자신들과 똑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수천... 수만 명이 들어가 있을 게 분명했다.

보통은 껄껄 거리며, 두 사람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믿기 힘들지만, 이건 현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뭐, 사실 주도적인 몇 명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야. 안 그러면 애당초 세계가 개변됐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

어느새 게걸스럽게 식사를 끝내버린 보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46명중 13명이 최초로 이 사실을 발견했었지. 당연히 평범한 인물들은 아니야. 13명은 모두 마법사였어. 뭐, 그렇다치더라도 무슨 게임에서나 나오는 메테오나 파이어볼 쓰는 애들이 아니라 소소한 마법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던 놈들. 그들이 찾아낸 거야.”

“어떻게? 이미 개변됐다면 기록도 안 남았을 텐데?”

하성군이 의아해했다.

“나도 모르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약속이라도 잡아냈나? 중요한 건 그들이 날 선택했고 난 드디어 특별한 사람이 된 거야. 그들은 개변 전에 기적을 만들었던 그 힘의 잔재들을 이용하여 부활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필요한 거겠지.”

상태가 말을 보충했다. 의외의 상황에서 끼어들어서였을까? 보통은 헛기침을 했다.

“흠흠. 그래, 눈치는 빠르군. 하지만 이미 한번 사라지고 개변된 힘이 다시 그 힘을 찾으려면 정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지. 단순하게 전기나 그런 게 아니야. 사람의 감정으로 인한 변화, 단련한 에너지들이 필요했지.”

“그래서 사람을 멋대로 죽이고, 이딴 개짓거리를 해?”

상태가 열 받아 따졌지만, 보통의 얼굴은 웃음만이 가득했다.

“아니, 난 명백히 죽이라고 안 했어? 그저 사람의 본성을 더 드러내도록 유도햇을 뿐이야. 그 여고생... 세나라고 했던 그 여자애가 말한 대로 같이 살 기회는 말 그대로 줬어. 멋대로 서로 죽이고 자기합리화를 한 게 네들이 아닌가? 스스로 행해놓고 나한테 따지다니 어이가 없군.”

“뭐라고?”

“언제라도 같이 살 수 있는 신뢰만 있으면 통과가 가능한 룰이야. 모든 게임이. 애당초 이 게임 자체가 서로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무사히 통과하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멋대로 싸우고 엉망진창으로 죽고 죽인 게 너희야. 확실히 하자고.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서로를 믿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지.”

보통은 콧방귀를 끼며, 그들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태가 책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말장난 하지 마라, 이 쓰레기야! 지금 장난 하냐? 뭐? 서로 죽여? 그렇게 유도해놓고서는? 네 말을 따져보니 수많은 사람이 내뿜는 감정을 에너지원으로 삼나 본데! 애당초 그걸 위해서 서로 죽고 죽이라는 걸 제일 강요하지 않았나?”

“허허허. 말했잖아. 방법이...”

“그게 규칙으로 명시되어 있나? 아니, 숨겨진 거다. 넌 어차피 알려줄 마음이 없지. 정말 사람들이 일치단결하면 에너지를 못 모으니까.”

상태는 당장이라도 상대의 면상을 후려치고 싶은 것을 꾹꾹 참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행해? 개새끼야. 그게 할 소리냐? 애당초 서로 죽이라고 대놓고 유도하고 안전한 방법을 숨겨놓고서 뭐? 우리 탓? 어디서 그런 수작을 부려? 상황을 반대로 놓고 생각해 봐라. 네가 서로 죽이라고 규칙에 쓰고, 유도하는 식으로 서로간의 화합을 강조했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거였어. 근데 한껏 죽이라고 유도해놓고 우리가 행했다고 책임을 뒤집어 씌워? 사람 새끼냐?”

상태의 거친 말이 연속해서 들렸다. 흥분했지만, 그 말은 비수처럼 보통의 속내를 정확히 찔렀다.

그렇다. 상태의 말이 정답이다. 애당초 그렇게 하라고 유도해놓고 책임전가식으로 정신 공격을 행했지만, 상태가 거세게 뿌리쳐버렸다.

심리 공격으로는 역효과에 가까우리라.

“크크. 화내지 마. 이거 말이 너무 매섭네. 확실히 그런 면모도 좀 있지. 흐흐흐. 뭐, 중요한 건 결국 댁들과 내가 싸워서 이기는 거잖아. 마음에 안들면 승부에서 결판내야지.”

보통은 이제 입가심용으로 적포도주를 들이켰다.

“아무튼, 설명해주면 그거야. 개변 전의 세계에서 행하던 소원 방식을 우리가 멋대로 개조한다. 특히나 사람들이 내뿜는 감정은 더욱 더 큰 힘이 되는 거지.”

“무고(巫蠱) 같은 건가? 최후의 한 마리를 남기는 방식으로? 에테르는 점점 강해지고 감정은 소용돌이치고, 최상의 상태에서 나온 재료를 탑의 주인이 먹어치운다. 그걸로 큰 힘을 얻는 거군.”

상태는 단번에 이 탑이 돌아가는 구조를 파악했다.

보통은 놀란 얼굴로 박수를 쳤다.

“역시, 최후까지 남은 놈이야. 그래, 정답이다. 에테르는 생명의 에너지! 거기에 부정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끝나갈수록 용솟음친다. 그 힘은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녔지. 그걸 내가 가지는 거야.”

“누가 준대? 우리가 이겨서 끝낼 거다! 그리고 다시 평범하게 돌아갈 거야.”

가만히 있던 하성군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로의 마음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

보통은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

섬뜩하다. 처음에 저 미소를 봤을 때, 상태가 느낀 감각이었다.

분명 아까전도 그렇고 지금도 웃고 있는데, 그 깊이가 달랐다.

슬슬 보통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질 준비를 마친 것이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 게임에 들어가 볼까? 아, 하나 더 말해주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날 이긴다고 끝이 아니야. 탑의 주인이 됐을 뿐.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탑주를 쓰러트려야 해. 고작 수천 명 가지고 세계를 개변하겠어?”

“뭐?”

끝이, 끝이 아니다. 충격적인 사실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어디까지나 테스트야. 튜토리얼이라고. 진짜는 이다음부터야. 모두 힘을 모으기 위해서 탑을 만든 거다.”

상대의 얼굴은 이제 빈말로도 보통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한껏 욕망에 찌든 얼굴을 내보이며, 추악하게 웃었다.

“작은 무고가 이 탑이고, 이제 탑의 주인이 각 지대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판 삼아 더 큰 무고가 되어야 하지. 이 힘으로 다른 탑주를 이기고 그 쌓이고 쌓인 에너지를 증폭시켜 세계를 개변한다! 이게 이 모든 계획이야. 알겠나?”

보통은 홀가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아마도 이 정도로 상세히 설명해줘야 조건을 채운 듯싶었다.

“미친···. 이 개 같은 게 끝나고도 끝이 아니라고?”

하성군이 절망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 오로지 그 생각으로 달렸지만, 알고 보니 거기가 진정한 출발선이었다.


[모든 조건이 수락됐습니다.]

-유예 시간은 하루입니다. 게임 시작 시간을 정하십시오.


“자자, 그러면 게임을 언제 시작하지? 술 좀 먹어서 좀 쉬다 갈까? 화끈하게 유예기간을 다 날리는 것도 괜찮지.”

보통은 머릿속이 복잡한 이들을 향해 악마의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었다.

“굳이 오래 할 필요 있나? 한 두 시간, 아니면 바로 붙어도 상관없는데 말이지.”

상태는 바로 제안했다.

사실, 서로가 약간씩 취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보통, 이러면 취기가 가실 때까지 휴식이라도 취하는 게 기본.

하지만 취기는 상대한테도 있단 걸 생각하면 역으로 노려야 했다.

게다가 상대는 지금 한쪽 팔을 못 쓰고 있다. 무슨 승부인지는 모르나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해서 싸우게 될 건 자명하다.

‘손해 보는 싸움이 아니야.’

그렇다. 서로 취기가 돈다는 건, 실수할 확률도 높다.

어떤 능력을 갖춘 지 모르는 탑의 주인이다.

되려 멀쩡할 때보다는 서로 취해 있는 게 실수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길.

머릿속에 계산이 끝나자, 상태는 하성군에게 신호를 보냈다.

“차라리 마비된 팔이 풀리기 전에 승부하는 게 더 유리해.”

“알아. 나도.”

하성군도 일단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붙자. 개자식아!”

“흐흐흐. 그래, 어영부영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낫지.”

상대의 거센 동의에 보통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발자의 동의로 탑의 게임이 시작됩니다.]

-탑의 주인은 자신의 고유권한으로 게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20분 내로 게임을 선택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좋아. 그러면 승부 말인데···. 뭘 하는 게 좋을까?”

“뻔하잖아! 당장 싸워. 어차피 여기까지 배운 대로 우리는 속성을 다루고 에테르를 강화해 왔다. 그거 말고 뭐가 있단 거지?”

하성군이 다시 따지고 들자, 보통은 껄껄 웃었다.

“무슨 소리지? 난 지금 팔도 마비되고 몸도 성치 않은데? 야만스럽게 무슨 게임이야. 최소한 페널티는 없게 해야지. 안 그래? 설마 이 팔 한쪽 보고 바로 달려든 거였어? 흐흐흐.”

“그럼 어떤 거지? 이상한 술래잡기나 그런 건 사절이다.”

상태가 말했다. 지금 인원도 적은데 여차하면 뒤통수가 가능한 그런 술래잡기류는 거부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거일수록 좋았다. 탑의 주인으로서 유리한 변수를 차단하기에 딱 좋다.

뭐가 됐든 상태나 하성군은 육체적인 걸 동반한 싸움이라고 예측하였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굳이 자기들을 싸우게 만들어놓고 다른 걸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보통은 이미 그들의 얄팍한 심정 따위는 다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간단한 카드 게임으로 결판을 내는 거야. 흐흐, 어차피 거부권 따위는 없으니까.”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수단을 꺼내 들었다.

카드 게임. 보통 테이블에서 여럿이서 카드를 가지고 각종 규에 따라 즐기는 게임.

하지만 너무나도 생뚱맞았다. 지금까지 사람을 죽이고, 에테르로 속성을 부린 게 허망할 정도였다.

‘유도한 건가?’

눈앞에서 5m 정도의 긴 직사각형의 테이블이 보였다.

딜러가 서 있다면 어울릴 가운데 구멍을 두고 두 사람과 보통은 마주 보고 앉았다.

“뭘, 기대했지? 난 한쪽 팔도 마비가 됐다는 페널티를 앉고 있어. 육체적인 걸로 하면 내가 너무 불리하지. 당연한 거다. 이 정도도 예상 못 했나?”

“흥. 뭐, 그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하성군은 표정을 찌푸렸다. 취기를 제외하고는 결국, 이점을 못 살렸다.

“허허허. 너무 그러지 마. 나도 궁여지책이니까. 이 게임은 관대하게 연습게임을 할 기회를 주지.”

서서히 카드를 준비하기 위해 네모난 작은 상자를 꺼내는 보통이었다.

“유도한 거겠지.”

그때, 상태가 끼어들었다.

“넌 분명 ‘허허허. 이거 위치가 제멋대로군.’이라고 했지? 어떻게 이게 제멋대로인지 알지? 만약 처음이라면 제멋대로라는 말을 안 했을 텐데? 넌 이미 한 번 패널티를 받는 걸 해봤다는 이야기잖아. 그때랑은 다른 부위가 마비됐단 걸 알고 있던 거야. 즉, 넌 준비된 무대로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수작이라는 거지. 쇼이자, 자기에게 유리한 무대로 자연스레 끼어들게 하려고. 뭘해도 이걸로 할 생각이었나?”

“.....”

상태의 기습적인 공격에 보통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마, 실실 웃고 미소가 떠나지 않는 저 얼굴에서 유일하게 짜증을 내비치는 얼굴.

“그래서. 어찌할 건데? 이미 게임을 하기로 동의한 이상 내 마음대로다. 지가 뭐 대단한 거라도 발견한 건 줄 아나? 응? 젊은 놈이 머리 하나 잘 돌아간다고 생각해? 멍청하긴. 이미 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너희는 말려든 거야. 병신.”

살벌한 대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평범한 보통의 중년을 연기하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거친 욕설 속에 이곳의 분위기는 다시 짜릿하게 변했다.

“쫑알대는 건 이제 그만하자고. 젊은이들! 게임 룰을 설명하지. 바로 속성 카드 잡기다.”

보통이 꺼낸 네모난 상자 각에서 얇게 코팅된 5장의 카드들이 나타났다.

카드들의 뒷면은 검은색 배경에 각 속성 색깔로 강조된 큰 오망성이 그려져 있었다.

“속성 카드 잡기라니 듯도 보도 못 한 게임이군.”

상태가 일단, 보통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크크크. 모든 게임이 그렇지. 처음에는 난해해도 몇 번 해보면 개새끼도 이해할 정도로 쉽다고. 선수도 입장해야지?”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작고 앙증맞은 토끼 같은 것이 하성군과 정상태의 앞에 나타났다.

“허, 귀엽네. 이놈은 뭐야? 관전자야?”

하성군이 토끼를 보고 귀엽다는 듯 손을 내 미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귀엽던 토끼의 두 눈과 얼굴이 변모하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난데없이 흉악하게 일그러진 토끼의 몸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것처럼 주둥이가 뾰족해지고, 이빨은 닿기만 해도 뭐든지 잘라버릴 만큼 날카로워졌다.

덩치 역시 커졌는데, 3m가 넘는 거구, 거기다가 등과 가슴 부근에 어마어마한 근육이 보였다.

“으아아악! 뭐야?”

기겁한 하성군을 비롯해서 정상태 역시,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흐흐흐. 자자, 바로 이게 바로 우리가 움직여야 할 선수지. 그러면 튜토리얼에 들어가 볼까?”

보통은 껄껄거리며, 놀란 이들의 얼굴을 즐겁게 구경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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