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염살( 부제: 시선의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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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us.D
그림/삽화
Camus. D
작품등록일 :
2018.01.29 21:44
최근연재일 :
2018.07.04 07: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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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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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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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 3. 영우의 시선 그리고

DUMMY

# 3. 영우의 시선 그리고




( " 이안인, 내가 꿈 얘기하면 들으려고도 안 해. "



" 아직 녀석이 어려서......, 하하.

그런데 또, 안 듣는 거 같다 싶어 살피면, 나름 조심하고.......

그때마다 더 신경 쓰고 그러는 거 아시잖아요, 하하하. "



" 알지, 아는 데....... 그게 마음이 워낙 약해서......,

에휴, 정이 그리운 건지....... 마음이 헤퍼.

어려서부터 혼자라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는지......,

어휴~ 걔가, 철은 너무 빨리 들었는데, 외로움을 많이 타서......, "



" 예전 같은 일은 없을 거예요, 고모.

....... 이젠, 힘 쎄요, 저! 하하하. "



" 알지, 내가......,

아, 왜 잘 지내고 있는데, 오빠 부부가 또 새삼 보였는지.......

남겨진 애가 보고 싶으면, 조용히 보고 가면 되지, 에효~.

내가 얼마나 받지 말라고 소리를 쳤는지, 깨어서 목이 다 아팠어.

부디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고.

바쁘더라도 영우가 각별히 주위 좀 살펴줘, 응? "



" 예, 예. 걱정 마세요.

고모도 아시지만, 그 후로....... 눈길도 안 줘요. 하하~

요즘엔 살짝 걱정될 정도예요. 하하하. " )





아침, 통화 때까지만 해도 조카의 안위를 자나 깨나 걱정하는 고모의 잠재의식이 낳은 산물 정도라 여겼다.


그러나 지금, 영우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늦은 시각 진솔의 횡설수설하던 전화에 이어진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은 이안의 톡은 영우를 몇 년 전 홍역을 치렀던 그 시간으로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




" 대표님 아니, 진호 형!

이런 기사를 나가게 하면.......

이건, 이제 막 껍질 깨고 나온 애를 다시 들어가라고, 그 껍질 속으로 쑤셔 넣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요. "



" 찍힌 사진이 있는 데, 어쩔 수 없잖아.

그나마 사진 유출 막은 걸 다행이다 생각해! "



" 그래도 이건 아니지, 형!

게다가 유진이가 더 좋아라 이안이 따라 다니고, 관심 끌기 위해 일부러 곳곳에 흔적 남긴 거, 형도 알잖아요.

이번 건도 조사해 보면 분명....... "



' 휘익 ㅡ

텅! 쨍그랑 ㅡ '



진호가 던진 유리로 된 탁상용 조각물이 영우의 왼쪽 얼굴을 스치며 테이블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각물의 뾰족한 팁이 스친 영우의 왼쪽 뺨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 입 다물어!!

유진이 스크린 데뷔 망치고 싶어!!

계약 조건 다시 읽어 줘!!

내가 그 건 파기될까 봐 어떻게 했는지 일일이 읊어 볼까!

그래서 내가 진작에 떼어 놓으랬잖아! "



" ......... "



영우는 의지와 상관없이 파르르 떨리는 손을 등 뒤로 감춘 채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 일을 의리로만 하냐!

왜 이리 현실감이 없어!

대체, 내 밑에서 그동안 뭘 배운 거야!

이 바닥이 어떤지 몰라? "



" 다르게 풀 수도 있었잖아.

그냥, 둘이....... 좋은 감정으로 만나는 사이라고 하면, 이안이도 피해가....... "



' 퍽! '



진호는 마치 곧 터질 것 같은 시뻘건 얼굴에 핏줄을 잔뜩 세우며 영우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영우는 입술을 악물고 있던 탓에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났다.



" 미친 거지, 네가!!

이제 겨우 TV에 얼굴 좀 비치는 신인 한 놈 살리자고 몇 억을 버리자는 거야!

여배우한테 남자 생기면 광고 떨어지는 거 몰라! "



" ............... "



" 이번 일, 유진이와 묶어서 강이안 좀 띄워 보려는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고 묻는 기자도 있어!

겨우, 그 정도인 애 때문에 유진이까지 벼랑으로 밀까?

둘이, 급이 다르잖아, 급이!! "



" 이번 일!

유진이가 벌인 거.......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



진호는 당황한 빛을 감추려는 듯 머리를 마구 긁적이더니 의자에 털썩 앉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ㅡ 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이안이, 대중들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아직은 인지도가 높지 않아.

이 일, 얼마 후면 잊혀 질 거야.

이럴 때 좀 쉬다....... 다시 단역부터 시작하면 돼.

기본도 탄탄하겠다, 경험도 있겠다, 이번 같은 실수만 안 하면, 뭐, 금방 다시 조연급으로 성장하겠지.

아, 뭐, 정, 그때 가도 시끄러우면, 이름을 바꾸던 지......,

그래도 안 되면....... 그 정돈 거지, 걔 생명이. "



얼핏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영우의 시선이 차갑다 못해 냉랭하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목덜미가 그 한기로 에워싸여 서서히 조여 오는 것 같았다.


영우는 등 뒤로 굳게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풀어 재킷 주머니 속에서 통장 하나와 꾸겨진 봉투를 꺼내 조용히 탁자 위에 놓았다.



" 너ㅡ! 지금ㅡ 뭐 하는 거야! "



" 형ㅡ 이 하라는 대로, 조용히 조금 쉬죠.

그동안 형이ㅡ 내게 해준 것도 있고.

이안이ㅡ 계약 해지금이야.

계약 만료, 곧ㅡ 인거 아는데!

이안이 앞길에 질척댈까 봐......, "



" 뭐!

이영우!! 나하고 싸워 보겠다는 거야, 지금!! "



" 이안이ㅡ, 다른 쪽에 넘기려고 물색 중이라는 거 알아.

형ㅡㅡ 나랑, 싸우게?

내 귀가 좀 크다, 형.

시력도ㅡ 물론 좋아!

내 새끼 근처에, 날파리는ㅡㅡ 더 이상 안 꼬였으면 해.

형이! 나와 이안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네....... 다행히!

내가ㅡ 뭐든 한 번 이상 참는 걸 못해, 알지?

다시 볼 때ㅡ 인사는 할 수 있게ㅡ 부탁해, 형! "








*******




영우는 블라인드를 젖히고 어두운 거리를 바라보았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어느새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를 내리치고 있었다.



' 삐비비비빅~ 띠리릭~ '



" 뭐, 뭐, 뭐, 뭐야 이게? "



" 쉬잇! 조용히, 형. "



영우는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 형, 형! 얼른, 아아앗~, 얼른 받아줘.

나, 어깨 나가.

으아아아아~ "



이안은 어깨에 들쳐 메었던 하율을 영우의 등에 반쯤 업혀 주듯 떠넘기고는 뻐근해진 어깨와 머리를 돌리며 그대로 성큼성큼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은 마치 아무것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영우는 하율을 조심스레 카우치에 뉘였다.


낯이 익지 않은 얼굴이다.


이안의 친구들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신인....... 인가?



' 대체, 어느 놈의 기획사가 이토록 관리가 허술한 거지? '



영우의 시선이 이안의 뒷모습을 계속 쫓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진솔의 말들로 꽉 차 어수선했다.





( " 늦은 시간이다. "



영우는 진솔의 전화가 달갑지 만은 않았다.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생각도, 말도, 행동도 가벼운 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아~ 혀~ 엉~. "



" 술 깨고 전화해, 끊는다. "



" 아, 형! 잠시만!

이안이와 통화 했어요? "



" 이안이와 ' VINE '에 같이 있는 거 아냐?

또, 바람맞힌 거야, 너? "



" 아, 형! 나도 내 목숨 귀한 줄은 알아요. "



" 거두절미하고, 간단히! "



" 아, 전화로, 개를 주웠다고 하다가 또, 난처한 일이 생겼다고 했다가.......

암튼, 그 통화 뒤로 전화를 안 받아요. "



" 개? "



" 분명 ' VINE '까지 왔는데, 전화만 삐죽~ 하고 나도 안 보고 그냥 갔다니까.......,

뭐, 유진이가 있네 없.......

아, 형! 저기, 그게....... "



" 갑자기 그 이름이 왜 나와.

설마 화해다 뭐다 해서 네가, 또! "



" 아냐! 형! 저~ 얼대 아냐!

아~ 형! 나도 몰랐어요.

나도 여기서 걔, 딱!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



" 이안이도, 걔, 만난 거야? "



" 모르지, 입구에서 둘이 봤는지 어땠는지.

오늘, 이안이 코빼기도 못 봤으니까, 나는......,

그런데, 걔가 있는 걸, 아는 걸 보면......,

아, 아~~, 만났나 보네.

어, 형! 이번에는, 진짜 나도 몰랐....... "



' 뚜우~ 뚜....... ' )





" 에이, 형! 침대에 눕혀야지. 다시 옮겨야겠다, 형. "



이안은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영우에게 말을 건네며 연신 활짝 웃어 보였다.


이안의 웃음 가득한 얼굴을 보자 불안함은 더 꿈틀대며 영우의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조용히 이안이 하율을 침대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



' 음....... 이쪽 일을 하는 친구는....... 아닌 가.

얼굴에 화장기도 전혀 없고, 향수 냄새도 나지 않고......,

옷차림새를 보면....... 뉴스 쪽이려나. '



조심스레 재킷을 벗기는 그 순간에도 영우의 머릿속은 하율을 훑는 자신의 시선만큼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 아유~ 힘들다.

보기보다....... 좀 무겁지? ㅎㅎ "



이안은 영우에게 건네받은 하율의 재킷을 반으로 접어 콘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마치 그대로 망부석이 된 듯 멈춰 선 채 하율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영우의 팔을 잡아 소파 쪽으로 이끌며 다시 한번 미소를 보였다.



" 잠자고 있었던 거 아냐, 형? "



" 달까지 세 번쯤? "



" ㅋㅋㅋㅋㅋ. 아~~ 맞다, 잠시만....... "



이안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영우의 팔을 놓고 침대 옆 콘솔을 향해 돌아섰다.



" 왜? 깨웁........ "



" 쉬이~ "



이안은 갑작스런 영우의 큰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영우의 입을 막았다.


미동 없이 자고 있는 하율의 얼굴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살며시 하율의 재킷을 들고나와 주머니 속 폰을 꺼냈다.



" 이거....... ㅎㅎㅎ, 내가 이렇게 만들었어. "



이안은 반쯤 넋이 나간 듯한 영우에게 깨어진 폰을 내밀었다.



" 어쩌다? "



" 어두워서 떨어져 있는 걸 못 보고 밟았지, 헤헤.

같은 것으로 구입할 수 있나, 내일 깨기 전까지? "



" 집까지....... 저 친구를 데려 온 이유가, 이거? "



" 밖이....... 아직은 추워, 형. "



" 이안, 이안~

나, 심장....... 하나야. "



" ㅋㅋㅋㅋ 아직 남아 있구나. "



" 으유~ 백화점 10시부터니까 그 전에 깨면, 다시 기절시키던가. "



" 와~ 형! 그건 좀......,

그런데, 기절은 어떻게? 아얏! "



앞이마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이안은 영우의 표정을 살폈다.


구름에 가려진 달이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듯 안도의 미소가 영우의 얼굴에 번졌다.



" 전에 내가 마셨던 달달한 거, 남아 있나? "



이안은 기지개를 켜듯 양팔을 쭉 들어 올리며 다이닝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 붉은 에티켓이 붙어있는 와인이 네가 마시던 거.

나는 그 옆에 있는 걸로, 얼음 넣어서......, "



영우는 긴장이 다소 풀린 탓인지 갑작스레 요의를 느꼈다.



" 어, 형! 이거 비었.....는 데엥.....,

음~ "



이안은 영우가 앉아 있던 소파를 향해 빈 술병을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 음, 음, 음, 붉은 그림 에티켓~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거. ㅎㅎㅎ

형도, 가볍게 이 걸루 한 잔. 음, 음, 음. "



이안은 노래를 흥얼대듯 자신의 혼잣말에 맞춰 머리를 끄덕거리며 위 선반에 놓여있는 와인 잔을 두 개 꺼내 와인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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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25. 너, 그거 하지 마. 18.06.20 84 0 11쪽
24 # 24. 명명( 命名 )된, 그러나 정의( 定義 )할 수 없는 흔하디흔한 감정 18.06.17 75 0 13쪽
23 # 23. 틀린 사랑, 다른 사랑 18.06.11 77 0 17쪽
22 # 22. 어떤 이름으로든 내 옆에 있게 다면, 18.04.12 90 0 17쪽
21 # 21. 각인( imprinting ) 18.04.09 83 0 17쪽
20 # 20. 비익조( 比翼鳥 ) 18.04.05 69 0 19쪽
19 # 19. 하율의 이야기 18.04.02 144 0 18쪽
18 # 18. 15분,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데 필요한 시간. 18.03.29 98 0 16쪽
17 # 17. 다가가면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 18.03.26 94 0 14쪽
16 # 16. 918059 18.03.26 83 0 15쪽
15 # 15. 준우와 태준 그리고 하율 18.03.19 60 0 15쪽
14 # 14. 반복되는 꿈 18.03.15 93 0 10쪽
13 # 13. 스미다 ; 스며들다 18.03.12 7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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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1.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 도장 꾹~ 18.03.05 88 0 18쪽
10 # 10. 내가 갈까요? 하율 씨가 올래요? 18.03.01 9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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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4. 내가 받아 드릴 수 있는 만큼, 그 만큼만......, 18.02.08 103 0 15쪽
» # 3. 영우의 시선 그리고 18.02.05 159 0 12쪽
2 # 2. 이안의 시선 그리고 18.02.01 12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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