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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지옥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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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작품등록일 :
2018.01.31 18:39
최근연재일 :
2018.02.2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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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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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문 앞 - [1]

DUMMY

영능력의 등급은 신체검사로 판정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근육량 이상으로 발휘되는 근력이 어느 정도인가 따위로. 그렇기에 얼핏 보고서 영능력자의 등급이나 그 영능 등급의 상승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연옥의 경우, 영능력의 향상은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신체능력의 향상은 그다지 체감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불을 피워낼 수 있게 되었다든가, 눈에서 열선(熱線)을 방출할 수 있게 된 것은 누가 보기에도 분명한 변화였다.


“그럼 합니다.”


연옥의 시선을 따라 희미한 광선이 뻗더니, 거기 닿은 과녁이 불타올랐다. 그 초자연적인 현상을 지켜보며 사람들이 박수쳐주는 가운데, 연옥도 숨김없이 기쁨을 드러냈다.


“열(熱)시선! 슈퍼맨이 가진 그거죠?”


감독자로서 지켜보던 하에스더도 그 옆에 다가와 박수를 짝짝 쳤다. 연옥이 기대 어린 얼굴로 지켜보는 가운데 하에스더가 말을 건넸다.


“축하해. 그런데 이제 더욱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의외의 발언에 연옥은 당황하여 말했다.


“예? 물론 함부로 쓰지 않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 이제 시선만으로 사람을 불태울 수 있게 되었잖아.”


무슨 말인지 연옥도 알아들었다.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연옥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다음 날부터는 연옥의 일정에 명상의 비중이 늘었다. 마음을 다스려 분노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겠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확장된 영능력의 경우, 사용하기 보다는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둔 훈련을 시작했다. 단순 분노하여 노려보는 것만으로 살인광선이 방출되면 곤란하니까.

심지어 과학적인 자문을 얻고자 기업 연구원까지 초빙해 협조했는데, 연구원이 흥미를 보인 능력은 화염 생성 쪽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런 가연물 없이도 불을 피워낼 수 있다는 거죠?”

“예.”


연옥이 손가락 끝에 불을 피워보였다. 아무런 전조 없이 생겨난 불을 연구원은 유심히 살펴보았다.

연구원은 불에다 자기 손바닥을 가져가 열기를 느껴보더니 말했다.


“뜨겁지 않네요?”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뜨겁지 않은 불? 연소 작용도 없고······ 그럼 불이라 부르긴 뭐한데······”


중얼거리더니 연구원은 분광기를 비롯한 온갖 기구를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이것저것 시험해보더니 한참 뒤에 말했다.


“이게 연옥 씨가 형성한 ‘뜨겁지 않은 불’의 발광 스펙트럼인데, 자외방사와 가시방사 비율이 흥미로운데요. 비율이 매 시도마다 꽤나 변하는군요. 이렇듯 온도뿐만 아니라 파장도 조절할 수 있다면 청색광과 적색광 모두 낼 수 있겠는데. 그 사이가 바로 광합성유효방사거든요, 작물을 키워보는 게 영능의 조절훈련이 될지도······”

“작물이요?”

“그래요. 식물을 밀폐된 공간에 두고는 불을 피워 광에너지를 제공해서 키워보는 거죠. 할 맘 있으면 반사판이라도 하나 설치해서 상추나 순무 같은 거 키워 봐요. 그게 곧 안정성 훈련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연옥은 난색을 표했다.


“그런 훈련은 좀 나중에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왜요?”

“지금 조절해야 하는 능력은 열시선 쪽이라······ 게다가 불 피워내는 능력은 사실 임무 중에 써먹기 힘들잖아요. 총알 놔두고 굳이 불태워서 공격하겠다고 설치다 화재 낼 것도 아니고.”


그러나 연구원은 진지한 투로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이쪽도 단련해보시죠. 생각보다 유용할 수 있어요. 기껏 있는 특수 영능력인데 파괴적인 용도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용도로도 써봐야죠. 예로부터 불은 창조와 파괴, 양쪽의 상징성을 지녔잖습니까? 뭐 연옥 씨가 만들어내는 건 화학적인 불이 아니라 정신적인 불이긴 하지만, 어쨌건······.”


그 말은 연옥을 매료시켰다.

물론 당장 급한 것은 살인광선의 조절이었다. 연옥은 일과시간에는 열시선 통제훈련을 반복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화분 위에 뜨겁지 않은 불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훈련은 성과가 있었다. 날이 갈수록 자신이 제공한 불빛을 받아 자라나는 작물을 보며 연옥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만물을 자라나게 하는 태양이 된 것 같았기에.

그리하여 연옥이 한 무더기 상추를 키워내 본부에 자랑스럽게 들고 온 날,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그리고 하에스더는 연옥의 정식일과에 예의 훈련을 추가시켰다.

연옥이 이유를 물으니 하에스더가 대답했다.


“네가 화분 앞에서 정신을 집중할 때마다 심신이 안정돼보이거든.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해보여. 명상과 병행하면 마음 다스리는 데 좋을 거 같은데.”


하에스더로서는 전 사회복지사로서 조언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식물 성장 훈련은 그런 방향으로 도움이 되었다. 마음이 차분해진 결과 스트레스가 줄고 감정조절 능력도 향상되는 식으로.

그러나 훈련은 하에스더가 전혀 바라지도 않은, 파괴적인 방향으로도 진전을 이끌어냈다.

훈련을 거듭한 끝에 연옥은 정신을 쏟지 않고도 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많이, 여러 위치에 불을 피워낼 수 있었다. 뜨겁지 않은 불뿐만 아니라 지극히 뜨거운 불마저도.


*******


연옥은 합동경비대 보안관보였으므로, 특수 영능력자로서의 훈련뿐만 아니라 합동경비대로서의 훈련도 계속 받았다.

군대와 경찰 양측의 협조를 받아 합동작전을 펼치는 것이 합동경비대의 골자였다. 때문에 군경과 합을 맞추는 훈련은 중요한 일과였다.

그날 우경시 합동경비대와 합동훈련을 한 무리는 군 부대였다.

육군 79사단. 우경시에 신설된 동원보병 사단으로, 보통은 동원예비군 훈련을 담당했다. 그리고 우경시 인근이 적대생물체 출몰 다발지역이기에 79사단 5분대기조는 실제 전투를 담당할 정예들이 맡곤 했다.


“안녕하세요, 이게 누구야. TV에서 본 분이네? 연옥 씨 맞죠?”


두돈반 차량을 타고 온 중대장은 연옥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연옥이 손을 마주잡고 흔들어보니 제법 힘이 느껴졌다. 영능력자인 모양이었다. 중대장뿐만 아니라 그 부대원들도.

함께 온 군인들을 언뜻 보니, 연옥이 아는 얼굴이 있었다.

그 상대방도 연옥을 알아보았다.


“아······”


하사 계급장을 단 문성은 연옥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합동훈련을 하는 내내 문성은 연옥과 얼굴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흘긋흘긋 연옥을 보며 안절부절 못했는데, 그 시선을 눈치 챈 연옥은 심경이 복잡해졌다.

부대원들 앞에서 시비 걸기에 병실 신세 지게 해주었노라 떠벌릴까봐 걱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훈련소에서의 사건 이후 몇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 꺼림칙한 것인가.

어느 쪽이건 괜히 말 걸어봤자 좋을 것이 없어보였다. 애초에 연옥이 불안거리를 주지 않더라도 문성은 충분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몇 달 보지 않은 사이, 문성은 흰머리가 늘었고 주름이 졌으며 눈가는 그늘져 보였다. 군생활이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


합동훈련의 주 내용은 신속한 출동과 원활한 상호연락이었다. 신호가 떨어지면 군인들은 바로 두돈반 차량에, 합동경비대는 전용차량에 탑승하여 전달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그 이동훈련에서 연옥은 일등일 수밖에 없었다. 훈련내용에 연옥은 날아서 먼저 이동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었으므로.

두돈반 차량에서 내린 중대장은 먼저 도착해 사주경계를 취하는 연옥을 보았다. 부대원들을 정렬시키고는 연옥에게 물었다.


“맨몸이 차보다 빨라요? 영능 12등급이지? 그럼 얼마나 빨라?”

“달리면 시속 80km, 날면 300km 정도······”


연옥의 대답에 중대장은 허 하고 웃었다. 그러고는 마찬가지로 사주경계를 취하던 문성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중대장이 말했다.


“문성이랑 훈련소 동기죠? 그런데 왜 이런 스펙 차이가 날까?”

“그야 뭐 개인차가 있으니까요.”

“개인차 정도가 아냐! 최문성 이 새낀 4등급인데, 일반인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각성시키느라 먹인 영혼약이 아깝지 않나? 거 중국에서 아무리 싸게 들여와도 영혼약 한 알에 육천만 원이라더만, 문성이 얘가 육천만 원어치 일하는 거 아니잖아. 내 보기에 군도 더 엄격하게 영능 지원자 뽑아야 돼. 아무나 들이니까 이런 고문관 새끼가······”


대답하기 곤란한 발언이었다. 연옥은 사주경계에 열중하는 척하며 말을 무시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이후로도 한참동안이나 문성을 험담했다.

그리하여 연옥으로서는 속이 쓰리다 못해 중대장에게 분노가 솟아날 즈음이었다.

한참 떠벌리던 중대장의 무전기가 울렸다.


“욘사마 수신······ 실제상황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지금 가겠습니다······.”


중대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더니 합동경비대 인원들에게 말하길, 긴급한 사정으로 빨리 부대에 돌아가야겠다고 했다.


“당장 훈련 마치고 복귀하란 명령 떨어졌거든요. 원랜 설명할 시간도 없이 바로 돌아가야 하는 건데,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봐요.”


곧이어 합동경비대 인원들도 바로 복귀하게 되었다. 합동경비대에도 귀환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복귀하는 차량에서 다른 보안관보가 중얼거렸다.


“뭔 일이 터졌나본데? 출동명령이 아니라 귀환대기인 거 보면 악마 나타난 건 아니고······ 국가 재난 사태, 뭐 그런 건가?”


작가의말

묘엽님 추천글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당장 선호작 쪽지를 돌리지 않는 것은 이 글이 상당히 모험적인 글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수익을 기대해도 될지 어떨지 확신이 되지 않는...

그리고 전 독자님들을 모셔놓고서 연중하기는 뭐한지라, 일단 어느 정도 써보고 연재 지속이 가능하다 싶으면 그때 선호작 쪽지를 돌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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