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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02.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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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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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인공나비(4)

DUMMY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맞아.”


“안녕하세요? 전 인공지능 keteja0413011319이라고 해요. 모델명이죠. 혹시 부르실 이름을 지어주실래요?”


나비의 목소리는 어린 남자 같기도 했고, 여자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나는 내 별명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 형태에 잘 어울리기도 했다.


“은나비로 할게.”


“은나비 말씀이시죠?”


“응”


은나비는 날아다니는 걸 멈추고 내 손등에 앉았다.


나는 은나비에게 질문하기로 하였다.


“은나비야 궁금한 게 있어. 물어봐도 되니?”


“예. 민아님은 이제 제 주인님이시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넌 어떻게 작동하는 거야.”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나요?”


“응. 몸과 인공지능을 다해서 말해줘.”


“제 몸은 태양광 발전기를 써요. 몸 전체에서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최대 40시간 가동까지 저장이 가능하니 장마철이나 흐린 날이 계속되지 않는 한 거의 계속 깨어있을 수 있어요. 정신은 슈퍼컴퓨터에 있어요. 위성을 통해 여기와 연결되어요.”


“너에 대한 자료는 삭제했다고 하지 않았어?”


“강박사님이 영상에서 말했듯이 저는 여기 있어요. 제가 가동될 시에 백업되도록 자료를 남겨두었죠. 자료는 저만 풀 수 있게 암호화를 해두었어요.”


“슈퍼컴퓨터는 KTJ 기업에 있지 않아?”


“맞아요.”


“그럼 위험한 거 아냐?”


“제가 있는 슈퍼컴퓨터의 위치는 현재 백동임님 회사 소유로 있어요. 가동될 때 확인해두었죠. KTJ기업에서 위험인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현재 제가 사라진 줄 알고, 백동임은 아군이니 괜찮아요.”


“그 사람 믿을 만한거야?”


“그럼요 강박사님이 오랫동안 선별해서 고른 사람인 걸요. 이어서 말하자면 자아의 형태가 있어요. 인간으로 치면 가치관과 윤리관이 있는 개념이죠. 기본적으로 칸트의 정언명령을 기초로 형성되어 있어요.”


“왜 그렇게 만들어진 거야?”


“공리주의는 인간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너는 왜 아빠가 죽어야 할 이유였던 거야?”


은나비는 날아오르더니 화장대 거울 위에 앉았다.


“화나셨나요?”


나는 내 숨소리가 다소 거칠어졌음을 깨달았다.


방금 전의 목소리 어조도 다소 강했다.


감정을 추스르기로 했다.


“미안해. 조금 그랬나봐.”


“괜찮아요. 설명할게요. 저는 슈퍼컴퓨터에 연결된 본체에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나가요. 이러한 것의 제약은 거의 없죠. 자체적으로 머신 러닝이 가능한 거죠. 이렇게 되면 어마어마한 괴물이 탄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어할 인격과 블록 프로그램, 기억 삭제 프로그램 같은 보조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강석우 박사님은 저를 만들었어요. 정보를 선별적으로 가져와 저장하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삭제하고, 주인에게는 절대 복종하며 인간을 해칠 수 없으면서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이 탄생한 거죠. 또 저의 일부를 위성을 통해 전송해내는 기술도 개발했어요. 저는 슈퍼컴퓨터라는 큰 자아 속에 지금 이 나비의 자아가 있는 거에요.”


“그럼 자아가 분리된 거야?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해?”


“동일한 자아에요. 작은 이 자아가 하는 생각은 큰 자아도 하고 있어요. 다만 큰 자아는 다른 생각도 가지고, 정보를 저에게 전송해주는 역할을 하죠.”


“알았어.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내일 백동임 씨에게서 연락이 올 거예요. 그 때 주인님이 선택하시면 됩니다. 저는 주인님의 선택에 따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없다는 거야? 넌 선구적인 기술일 텐데.”


“예 저에게는 주인님이 더 중요하니까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라면 장식품처럼 있겠습니다. 물론 주인님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면 가만히 있진 않겠죠.”


은나비의 말에서는 톤이나 어조가 살아있었다.


감정이 살아있어 마지막 말에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져서 놀랐다.


“더 질문할 거 있으신가요?”


“백동임에 대해서 알려줘.”


“그는 현재 KTJ 기업 산하에 소속되어 있는 IT기업으로 좌천되었어요. 로봇과 인공지능을 다루는 회사지만 기업 자체적으로는 투자를 거의 받지 못해요. 하지만 능력이 있는지 어찌어찌 수익은 내고 있어요. 아마 수익을 계속해서 내지 못했다면 KTJ 기업은 그를 적자 명목으로 내쳤을 겁니다. 그는 강석우 박사님과 저를 통해 기업 내 비리를 폭로하고 물갈이 작업을 하여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러다 실패하여 강석우 박사님은 돌아가시고 저는 폐기될 뻔 했죠. 강석우 박사님이 눈속임으로 자료를 없애서 살아남았지만요. 백동임 사장은 패륜아 소리를 들었지만 언론에 알려져 소란이 올까봐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을 만들어 백동임 씨를 내쫓았어요. 그게 지금 있는 회사입니다.”


“잠깐만, 머리 좀 정리할게.”


나는 내 머리 속의 방을 상상하여 불러냈다.


지금까지 들은 내용을 분류하여 저장했다.


“몸체 설계도나 프로그램 파일은 있는거야?”


“몸체는 가지고 있어 열어볼 수 있지만, 프로그램 파일은 제가 손을 대지 못해요.”


“그럼 누가 해?”


“주인님으로 인식된 사람이 가능하죠. 전에는 강석우 박사님이었지만, 이제는 강민아 아가씨가 가능해요.”


은나비는 탁상시계 앞으로 날아갔다.


내 시선이 시간을 보게 하기 위함이었다.


“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주무셔야 하지 않겠어요? 벌써 새벽 2시 38분이에요.”


“그러네 이만 자도록 할게.”


“예 편히 주무세요.”


은나비는 머리띠 위의 제자리로 날아갔다.


나도 침대에 누웠다.


잡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고 몸을 편하게 하려고 했다.


문득 초등학교 입학식 전 날에 자려는 때 같았다.


“비슷한 느낌이네.”


나는 이번엔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이 아줌마가 날 깨우기 시작했다.


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깊게 자서 그런지 쉽게 눈이 떠졌다.


씻고 나서 교복을 입은 뒤에 머리띠를 쓰고 식탁으로 나가 앉았다.


“오늘 등교는 하지 않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넥타이를 가다듬고 있던 유비서가 내 폭탄선언에 화들짝 놀랐다.


“은나비 나와봐. 유비서 아저씨랑 이 아줌마 알지?”


머리띠 위에 있던 은나비는 날개를 한 번 움직이더니 사뿐하게 날아올라 식탁의 빈 곳을 찾아 앉았다.


“어머, 로봇인가요?”


영문을 모르던 이 아줌마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로봇이죠. 거기에 인공지능이 있어요.”


“설마!”


유비서가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유광현씨 이연희씨 통칭 'keteja' 현재는 은나비라고 합니다.”


“그건 폐기되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몸으로 남겨두었죠.”


“어떻게 된 건가요 아가씨.”


“아빠의 편지에 은나비를 작동시키는 코드가 있었어요.”


“편지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니···.”


약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유비서와 이 아줌마는 놀란 표정을 드러내다가 점차 침착해져갔다.


“아. 이제 연락이 오겠네요.”


은나비가 말하자 스마폰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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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나갈 생각 24.01.23 4 0 5쪽
80 기억하기 19.03.22 55 0 5쪽
79 뫼비우스의 띠 19.01.07 64 0 7쪽
78 강철은 아니던 몸 19.01.03 46 0 5쪽
77 티 나지 않는 18.12.23 67 0 9쪽
76 깨끗하게 씻겨주던 18.12.14 113 0 6쪽
75 너머의 영웅 18.11.25 73 0 6쪽
74 점 쳐주던 그 18.11.16 80 0 12쪽
73 납치 거래 18.10.21 60 0 7쪽
72 e의 글쓰기 18.10.15 62 0 6쪽
71 마음에 들지 않는 목소리 18.10.11 74 0 9쪽
70 새벽 18.10.07 80 0 6쪽
69 귀신 헌터 18.10.01 89 0 7쪽
68 소년과 상상 18.10.01 78 0 8쪽
67 달리는 기차에서 18.09.25 83 1 6쪽
66 살을 빼다 18.09.15 75 1 6쪽
65 나를 가두다 18.09.08 73 2 6쪽
64 12.25 선물 상자 18.09.02 60 1 7쪽
63 극복 (2) 18.09.01 90 1 13쪽
62 극복 (1) 18.08.31 78 1 13쪽
61 바뀐 밤낮 18.08.15 92 1 12쪽
60 알람이 울리던 아침 18.08.09 71 1 8쪽
59 헤엄치는 구피 18.08.01 87 1 5쪽
58 집안의 보물 +1 18.07.28 94 1 10쪽
57 줄타기 18.07.15 93 1 4쪽
56 심호흡 18.07.09 83 1 10쪽
55 이슬 먹고 자란 꽃 18.07.04 464 1 11쪽
54 같이 밑으로 18.06.30 95 1 6쪽
53 미세먼지 18.06.28 5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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