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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02.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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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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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1)

DUMMY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일어서더니 삼삼오오 모여서 나간다.


그들은 밥을 먹으러 가는 중이었다.


나는 멀뚱히 서서 그들을 지켜보지만 그들에게 나는 안중에 없다.


나는 홀로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갔다.


이래서 파견을 오고 싶지 않았다.


나는 파견사원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중소기업으로 대기업과 커넥션이 이어져 있었다.


내가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된 것은 지인의 추천과 전문대의 추천서, 인턴 기간 동안의 내 모습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얻게 되어, 빠른 취업에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기쁜 마음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였다.


회사가 있는 곳은 서울이고,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권이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차를 사볼까도 했지만, 월급이 많은 편도 아니고, 아직 독립도 못했는데.


경기도에서 서울로 향해 가는 차들도 많아 출근 시간이 그리 단축될 것 같지도 않다.


차를 사는 값에 보험 비에 기름 값에 유지비도 많이 든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는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일과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직장 상사들과도 익숙해졌다.


내가 맡은 직무는 이제 굳이 남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일정을 훤히 꿰고 다니면서 대리라는 직함도 달게 되었다.


월급이 아쉽지만 나름 현실에 만족하며 회사를 다닐 때에 나에게 파견을 가라는 말이 떨어졌다.


나는 즉각 상사에게 물어보았다.


“갑자기 파견이라니요?”


“원래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사정이 생겨서 빠지게 되었잖아. 대신할 사람 좀 보내 달래.”


“제가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


“너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 다른 환경도 경험해보면 좋잖아?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나는 가기 싫은 티를 낼 수 없었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가게 될 거 체념하는 편이 나았다.


“얼마나 가야 합니까?


“원래 하던 사람이 두 달 정도 빠지게 되었어. 그 뒤에는 다시 돌아와서 근무할 테니까 걱정 마.”


상사는 내 심정을 알아챈 듯 말했다.


떨떠름했다.


일단 가라고 하니 가기로 했다.


파견을 가는 회사는 출근하던 회사보다 몇 정거장을 더 가야 해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짧아지게 되었다.


이건 뭐, 평일에는 퇴근하고 밥 먹고 바로 자야할 판이다.


밤잠이 짧은 편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디인가에서 잠은 7시간 이상 자야 한다는 정보를 보았었다.


회식이나 약속이 있는 날엔 불가능하니 그 정보는 마음속에 보류하기로 한다.


뭐 주말에 더 자면 되겠지.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대기업의 건물은 확실히 컸다.


사람들이 각자의 일하는 터전으로 들어가고 있어서 나도 맞춰서 갔다.


내가 있는 곳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 인턴이 있었다.


일하는 것은 원래 있던 회사보다 쉬웠다.


그도 그럴게 웬만해선 나에게 원래, 해야 할일 이상의 것을 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 생활을 떠올려보았다.


나에게 많은 업무를 맡겨서 뻘뻘거리며 일을 했었다.


회의에 참석해 내용을 메모하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건 일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일의 강도는 높았지만 상사는 말했다.


“네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맡기는 거야. 너무 힘들면 이야기해. 줄여줄게.”


일을 줄여달라고 말하면 눈치를 줄 것 같아서 말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말투나 이후의 행동으로 볼 때 진심 같았다.


그렇구나.


기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었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장인의 삶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직원들은 내가 일을 잘해내고 보다 능숙해져서 성장하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곳의 직원들은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는 ‘파견’사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자기들 식구가 아니란 뜻이겠지.


형식적으로 해야 할 일을 맡기는 데에 그쳐 업무를 배울 기회가 적었다.


그래도 맡은 업무는 최선을 다해 끝냈다.


기대가 없다고 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았다.


현재 근무하는 회사 사람들은 내가 ‘대리’라는 직함을 달고 있어 성과 직함을 붙여서 부르고 있었다.


그들보다 맡은 업무는 적었으나 나보다 직책이 낮은 사람들은 ‘님’까지 붙여서 불렀다.


파견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겼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 인턴이었다.


그녀에게서 '대리님'이라는 말을 들으니 어색했다.


그녀는 나보다 바빠 보였고, 비록 인턴이지만 자기 회사에서 일한다는 소속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는 없던 소속감이 부러웠다.


거기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은근히 날 무시하는 것 같았다.


간단한 메모를 하는 일을 내가 하려 했는데 그녀가 나서서 먼저 해버린 일이 있었다.


내가 한다고 했더니 그녀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해도 괜찮아요. 대리님께서는 무리하지 말고 맡은 일을 하세요.”


맡은 일이라니, 내가 일이 적다고 놀리는 꼴 같았다.


무리하지 않는 걸 알고 있으면서 한 소리 같았다.


그녀는 나를 볼 때면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져 그녀를 보면, 그녀는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다른 곳을 보며 딴청을 피웠다.


그녀는 점심밥을 먹으러 갈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갔다.


다른 사람들은 나갈 때,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고 그녀는 나를 흘긋 보더니 그녀는 보란 듯이 웃으며 나갔다.


비웃는 건가.


안 그래도 어정쩡하게 혼자서 먹는 시간이 참 싫었다.


원래 다니던 회사의 상사나 동료에게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이전 파견 사원은 잘만 했다고 하는 대답이 돌아올 게 뻔했다.


내가 친화력이 없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나는 이번 점심에 먹을 음식점을 고르다가 그냥 편의점으로 갔다.


삼각 김밥과 라면도 충분히 맛있다고 합리화하며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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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기억하기 19.03.22 55 0 5쪽
79 뫼비우스의 띠 19.01.07 64 0 7쪽
78 강철은 아니던 몸 19.01.03 46 0 5쪽
77 티 나지 않는 18.12.23 67 0 9쪽
76 깨끗하게 씻겨주던 18.12.14 113 0 6쪽
75 너머의 영웅 18.11.25 73 0 6쪽
74 점 쳐주던 그 18.11.16 80 0 12쪽
73 납치 거래 18.10.21 60 0 7쪽
72 e의 글쓰기 18.10.15 62 0 6쪽
71 마음에 들지 않는 목소리 18.10.11 74 0 9쪽
70 새벽 18.10.07 80 0 6쪽
69 귀신 헌터 18.10.01 89 0 7쪽
68 소년과 상상 18.10.01 78 0 8쪽
67 달리는 기차에서 18.09.25 83 1 6쪽
66 살을 빼다 18.09.15 75 1 6쪽
65 나를 가두다 18.09.08 73 2 6쪽
64 12.25 선물 상자 18.09.02 60 1 7쪽
63 극복 (2) 18.09.01 90 1 13쪽
62 극복 (1) 18.08.31 78 1 13쪽
61 바뀐 밤낮 18.08.15 92 1 12쪽
60 알람이 울리던 아침 18.08.09 71 1 8쪽
59 헤엄치는 구피 18.08.01 87 1 5쪽
58 집안의 보물 +1 18.07.28 94 1 10쪽
57 줄타기 18.07.15 93 1 4쪽
56 심호흡 18.07.09 83 1 10쪽
55 이슬 먹고 자란 꽃 18.07.04 464 1 11쪽
54 같이 밑으로 18.06.30 95 1 6쪽
53 미세먼지 18.06.28 5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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