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책만 보고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긴아
작품등록일 :
2018.02.02 17:28
최근연재일 :
2018.02.19 18: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30,027
추천수 :
9,331
글자수 :
85,987

작성
18.02.14 18:00
조회
15,191
추천
475
글자
11쪽

013-이환하숙(2)

DUMMY

#012


“이런,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보는 것을 깜박했군.”


요의를 느낀 화이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침대에 누운 메피스토는 그런 화이를 향해 힘없이 손을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갔다 와 선생. 난 자고 있을 테니까.”


끼익. 삐그덕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어두운 복도가 화이를 맞았다. 물론 어둠 따위는 화이의 시야를 가로막지 못했지만 약간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복도를 걷는 화이가 상념에 빠졌다.


‘도사, 그리고 요이마물들의 하숙집이라.’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이형의 세계. 아이러니하게도 귀환 첫날부터 그 쪽의 존재들과 얽혀버리고 말았다. 허나 큰 문제는 아니다. 만상서고에서 주술을 익힐 때부터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가족들은 어떻게 된 걸까.’


황곤도사의 말로는 가족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했다. 어째서 일까. 화이가 아는 가족은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정이었다. 그런데 사고도 아니고 살해당했다니. 대체 왜. 미약한 노기가 차오르는 것을 억누르며 화이가 생각을 이어나갔다.


냉철한 분석과 자기관조. 화이는 그것이 스스로의 최대강점이라고 생각했다. 1000년의 고독은 그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항상 냉정한 시야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막대한 양의 지식들 또한 냉정한 분석을 가능케 했다. 허나 생각을 거듭할수록 나오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어.’


화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가족들이 살해당한 것이 거의 3년.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조차 까먹었으리라.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하고 싶었다.


‘그래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3년이나 지난 일, 범인도 방심하고 있을 거야.’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메피스토가 생각났다. 내색은 안했어도 800년이나 갇혀있었으니 굉장히 괴롭고 힘들었으리라. 화이 또한 그랬으니까. 일단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면서 천천히 조사하면 된다.


‘게다가 만상서고에서는 익히지 못했던 것들을 익힐 시간도 필요하고.’


약제학, 연금술, 연단법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고급주술들은 그에 걸맞는 희귀한 재료를 필요로 했다. 만상서고에서는 재료를 구하지 못해서 손가락만 빨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재료만 구한다면 얼마든지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은 그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우선은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를 하고, 틈틈이 재료를 구해 주술공부를 한다. 어차피 늙지도 않는 몸. 시간은 많다. 생각을 정리하자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희미한 미소를 짓던 화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 누군가?”


움찔. 복도에 가득 찬 어둠 한 구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곧 어둠 속에서 한 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은 망토를 두른 붉은 머리의 미인이 붉은 안광을 발했다.


“어머. 감이 좋네. 그보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당신이야말로 누구야?”

“새로운 입주민일세. 자네는 이곳 주민인가?”

“뭐 그렇지. 라큐르라고 해.”

“백화이라고 하네.”


새빨간 눈동자. 날카로운 송곳니. 화이는 곧 그녀 또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 저토록 음산한 분위기를 흘릴 리가 없었으니까. 라큐르가 화이에게 몸을 바짝 들이대며 말했다.


“후후. 이 수염만 없었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건들지 말게나.”


화이가 수염을 향해 손을 뻗는 라큐르의 손을 쳐내었다. 라큐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손을 이리 매몰차게 쳐내다니. 심지어 약하지만 매혹능력까지 사용하게 있었는데. 자존심이 상한 라큐르의 눈이 더욱 붉게 빛났다.


그녀의 고유한 능력, 매혹안이 빛을 발했다. 남자는 물론 여자까지 그녀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성의 눈동자. 과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화이가 조금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정도로도 충분했지만,


“장난이 좀 심하군.”


카앙! 화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작은 소음과 함께 매혹안이 강제로 닫혀버렸다. 라큐르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상대가 자신보다 더욱 고위의 마안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강자일 때. 어느 경우든 더 이상 밀어 붙이는 것은 좋지 못했다.


“꽤, 꽤 하는구나? 마음에 들었어. 다음에 보자고.”


라큐르가 자기 할 말만 하고는 황급히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를 붙잡을까 고민하던 화이가 이내 한숨을 쉬며 손을 내렸다. 첫 날부터 괜한 소란을 피워서 좋을 것 없다. 게다가 그에게 악의를 갖고 있는 것 같아보이지도 않았고.


“뭐. 처음이니 봐줄까.”


화이 또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슬슬 화장실을 찾지 못하면 위험할 것 같았다.


* * *


“메피스토. 일어나게. 메피스토!”

“······5분만 더.”

“이미 일어난 것 알고 있네.”

“쳇. 눈치도 빨라.”

“몇 백년을 보았다고 생각하나.”


메피스토가 입을 댓발이나 내밀며 기지개를 폈다. 으으,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푸는 그녀를 보며 화이가 입을 열었다.


“옛날부터 궁금했는데 악마도 수면을 필요로 하나?”

“응? 전혀 필요 없는데?”

“······”


화이는 어이가 없어서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화이를 보며 메피스토는 태연하게 하품까지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하하, 하고 웃었다.


“선생이 잘 때 나만 깨있으면 심심하잖아. 그래서 시작했는데 800년이나 되니까 버릇이 들더라고. 뭐 말이 수면이지 명상이랑 비슷한 거지만.”

“······하여간 악마는 이해하기 힘든 종이라니까.”

“선생이 할 말 아닌 거 알지?”


여느 때와 같이 투닥 거리며 발을 나서자 황곤도사가 그들을 맞았다. 그들이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일전의 푸른 츄리닝은 어디로 가고 청색의 도사복에 도건까지 쓴 단정한 모습이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자네도 잘 잤는가? 그보다 그 차림새는 뭔가.”

“대선배님을 모시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됐네. 이제 한 집에 사는 사인데 그렇게 예의를 차리면 어떡하나. 편하게 대하게. 편하게.”


손을 휘휘 내젓는 화이를 보며 황곤도사가 머리에 쓴 도건을 벗었다. 내심 스스로도 불편해 하고 있던 와중에 그렇게 말을 해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헐렁한 도사복을 풀어헤치자 안에서 꾀죄죄한 푸른 츄리닝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먼저 식사부터 하시죠. 모두 거기 있을 겁니다.”

“음. 그러지.”

“저, 근데 이렇게 모시게 되었으니 뭣 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황곤도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개인적으로 화이에게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화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물론.”

“선배님께서는 어디서 수학하신 겁니까?”


화이가 입을 다물었다.


“외람되지만 저도 수행을 오래 한 몸. 헌데 선배님 같이 대단한 분은 처음 뵙는지라······.”


황곤도사는 절대 수행이 얕은 인물이 아니다. 도호로써 팔괘 중 곤坤의 이름을 받았다는 것은 그가 일류 중의 일류임을 증명하고 있었으니. 그렇기에 더욱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화이처럼 대단한 도사가 이름이 퍼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


“미안하군. 사정이 있어서 그건 말해주기가 조금 그렇군.”

“아, 아닙니다. 저야말로 괜한 것을 물었습니다.”


황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황급히 말을 흐렸다.


“혹시 선배님께서 대한십주에 속하신 분이신가, 해서 말입니다.”

“대한십주?”

“······대한십주를 모르십니까?”


알 리가 없다. 화이는 어제까지만 해도 만상서고에 박혀있었고 그 전에는 그냥 일반인이었는데. 어이없다는 표정의 황곤을 보자 호기심이 솟았다.


“음. 괜찮다면 알려줄 수 있는가?”

“한국에서 가장 강성한 열 개의 세력을 말합니다. 저는 그 중 하나인 술사협동조합에 속해있습니다. 선배님 수준이라면 당연히 대한십주 출신일줄 알아서 말입니다.”

“참 정감가는 이름이로군.”

“월회비 7만2000원입니다.”

“······”


화이가 말을 잃었다.


“아. 여기가 식당입니다. 들어가시죠.”


열 명은 앉을 수 있을 법한 커다란 식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 그곳에 둘러앉은 네 명의 사람들. 생각보다 적은 인원수에 황곤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왜 얘들이 이것밖에 없냐?”

“늦었다고 아침 안 먹는다던데요.”

“······이것들 말은 더럽게 안들어요. 죄송합니다 선배님. 나머지는 나중에 소개드리죠.”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황곤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화이를 소개했다.


“이 분은 화이씨라고 내 선배님이시다. 오늘부터 우리 이환하숙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그러니 모두 반갑게 맞이해드리고. 잘 지내도록.”

“화이라고 하네. 이쪽은 내 친척동생일세.”

“메피스토다.”


한 남자가 화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 아저씨! 집이 이 근처라고 하시더니 새로 오시는 분이었군요!”


얼마 전 화이가 바래다주었던 학생, 유현이 방긋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나머지 시선들은 그닥 살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유현이랑은 이미 아는 사이 같으니 다들 간단하게 소개 한 번씩 하도록 하자.”

“후후. 저도 이미 구면이라 소개는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응? 라큐르씨가 선배님을 어떻게 알지?”

“어젯밤에 복도에서 인사를 잠깐 나눴거든요.”


붉은 머리의 미인, 라큐르가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화이를 향해 눈웃음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본 메피스토의 이마에 작게 핏줄이 섰다. 만약 화이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지 않았다면 당장 튀어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감히 하급 몽마년이······읍.”


화이가 황급히 메피스토의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이도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백한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유호연이에요.”


귀티 나게 생긴 청년과 눈물점이 인상적인 소녀가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말없이 다시 반찬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척 보아도 화이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 그러나 화이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말 그대로군. 하나같이 개성 있는 아이들이야.’


평범하다고 할 만한 사람이라면 기껏해야 유현정도일까. 대략적이나마 그들의 이질성을 꿰뚫어본 화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당분간 심심하지는 않겠어.’



작가의말

요이마물의 하숙집, 이환하숙.

그곳에 살게 된 1000년 묵은 인간과 대악마 한마리.

과연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두둥!!)

+후원금을 보내주신 킹킹킹낑님, 레알날세님 정말 감사합니다! 심지어 레알날세님은 이번이 두번째시군요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책만 보고 먼치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글은 매일 18:00에 올라옵니다. +3 18.02.08 17,753 0 -
19 018-지혜의 열매(2) NEW +41 12시간 전 6,488 374 10쪽
18 017-지혜의 열매(1) +24 18.02.18 11,535 425 11쪽
17 016-흑암의 군주 +29 18.02.17 13,023 466 12쪽
16 015-조사(2) +29 18.02.16 14,159 470 13쪽
15 014-조사(1) +37 18.02.15 14,702 469 12쪽
» 013-이환하숙(2) +34 18.02.14 15,192 475 11쪽
13 012-이환하숙(1) +33 18.02.13 16,304 504 10쪽
12 011-귀환, 첫 날(4) +34 18.02.12 18,076 523 11쪽
11 010-귀환, 첫 날(3) +35 18.02.11 19,126 502 10쪽
10 009-귀환, 첫날(2) +23 18.02.10 19,111 515 9쪽
9 008-귀환, 첫날(1) +25 18.02.09 19,675 498 10쪽
8 007-탈출(2) +21 18.02.08 19,162 527 9쪽
7 006-탈출(1) +22 18.02.07 19,430 529 12쪽
6 005-제 2서고(2) +20 18.02.06 19,563 547 10쪽
5 004-제 2서고(2) +40 18.02.05 19,901 540 13쪽
4 003-제 2서고(1) +40 18.02.04 20,334 526 9쪽
3 002-만상서고(2) +14 18.02.03 20,287 537 9쪽
2 001-만상서고(1) +31 18.02.02 21,513 493 11쪽
1 000-프롤로그 +16 18.02.02 22,417 411 1쪽

신고 사유를 적어주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긴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