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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초감각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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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s
작품등록일 :
2018.02.03 08:39
최근연재일 :
2018.03.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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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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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DUMMY

안도는 별 볼일 없는 플레이어였다.

그 능력을 얻기 전까지는.


평소처럼 구체(Spehere) 탐사에 나선 그는 갑작스레 생긴 구체에 빨려 들어갔다. 아주 희귀한 사고는 아니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다른 세계로의 통로는 갑작스럽게 열리는 법’이었으니까.

물론 그 자신이 매일 아침 뉴스에 뜨는 그 숫자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가 빨려 들어간 구체는 기묘했다. 보통의 구체들이 다른 세계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과 다르게 그곳에는 현대의 지구가 있었다. 아니, 미래의 지구라고 해야 할까. 지금으로부터 훨씬 더 발전한 것 같은 서울이 그가 들어간 구체의 필드였다.

퀘스트는 그를 도심의 중심에 있는 궁전으로 인도했다.


고려? 조선?

어느 시대의 것인지 모를 양식이었으나 그것은 분명 국사책에서 본적이 있는 형태의 궁이었다.

미래의 서울과 궁이라.

그쯤에서 안도는 자신이 환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그런 몬스터들이 더러 있었으니 영 가능성이 없는 추측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몬스터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궁을 다 둘러보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여섯 시간 째가 되었을 때, 안도는 궁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그곳은 넓은 대전이었다. 화려한 색의 옥좌를 중심으로 숫자가 새겨진 비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안도는 그 중 세 번째 비석에서 반짝거리는 둥근 보석을 발견했다.


홀린 듯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그는 구체 밖으로 튕겨졌다. 손에든 보석은 사라지고 없었으나, 그는 그것이 자신의 몸에 들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Ability No.3 「Hyper Sense」 initialized.


기이한 목소리와 함께.




이후 몇 차례의 전투를 거치며 능력은 변화했다. 가장 먼저 이뤄진 것은 한글 패치였다.


-···언어가 변경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알 수 없는 알림의 향연이었고,


-근원 시스템으로의 접속을 차단합니다.

-경고! 사용자의 능력이 부족합니다.

-경고! 사용자가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E-110으로의 접속을 차단합니다.

-H-64로의 접속을 차단합니다.

-···

-E-64로의 접속을 제한적으로 차단합니다.

-E-109로의 접속을 제한적으로 차단합니다.

-사용자 안전 확보 완료.


마침내 안도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설명이 시작됐다.


-초감각超感覺은 근원시스템에 대한 접속을 허가받은 정성적 단말입니다.

-해당 능력은 사용자의 감각을 보조하고, 증진시킵니다.


···적어도 반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사용자의 무운을 빕니다.


복잡했던 과정에 비해 안도가 겪어본 이 초감각이라는 것은 꽤 간단했다. 인간 혹은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그의 감각을 날카롭게 단련시켜준다.

그 두 가지 능력은 평범한 플레이어였던 안도를 백팔십도 바꿔 놓았다.


우선 어떤 몬스터를 봐도 능력과 패턴, 약점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고, 예민해진 감각이 그의 움직임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줬다.


그런 점에서 안도가 어둠불가사리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초감각이 강력하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어둠불가사리가 변태합니다.

-어둠불가사리가 변태합니다.


어둠불가사리.

랭크 4의 몬스터지만 독특한 특성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가장 싫어하는 몬스터에 늘상 이름이 오르내리는 놈이었다.

우선 놈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평소에는 어린아이의 주먹만 한 크기의 돌이었다가 공격하기 직전에 급격히 팽창한다. 게다가 다른 몬스터의 몸이나 지형지물에 붙어있다 빈틈이 드러나는 순간 공격을 가하기에 특히 위험했다.


어둠불가사리가 붙은 산성문어들은 차기성과 싸우고 있었다. 차기성은 동시에 두 마리의 문어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 어둠불가사리가 노리기에는 최적의 상태였다.


안도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차기성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근처의 플레이어들이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볼 뿐. 정작 차기성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능할까?’


지금의 몸 상태로 어둠불가사리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랭크 4의 몬스터, 일격에 모든 것을 거는 어둠불가사리.

고민은 짧았다. 안도는 땅을 박차고 산성문어, 정확히는 그것에 붙은 어둠불가사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성체 어둠불가사리가 등장합니다!

-성체 어둠불가사리가 등장합니다!


“어둠불가사리!”


안도가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하나가 한계였다. 다행히 차기성은 즉시 말을 알아듣고 움직임을 수정했다. 동시에 쏘아지는 검은 물체.

안도는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그 움직임에 집중했다.


맹렬하게 회전하는 어둠불가사리의 모서리. 안도의 검이 어둠불가사리의 모서리 한 곳에 닿았다.

지금부터가 관건이었다.

모서리가 어딘가에 닿는 즉시 빨판이 들러붙으며 전체를 감싸고 부러뜨린다. 그렇게 부러진 생명체에게서 흘러나온 것들에서 영양분을 섭취한다.


검을 가지고 있다간 그대로 검과 몸이 함께 감겨버린다.

때문에 안도는 검을 놓았다. 놓을 뿐 아니라 어둠불가사리가 달라붙는 힘을 이용해 검을 던져버렸다. 텅 빈 해변을 향해 날아간 검과 어둠불가사리가 모래사장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위로 마력을 잔뜩 머금은 푸르스름한 화살이 날아들었다.


“허억. 허억.”


안도가 숨을 헐떡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육체의 피로도 피로였으나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한 두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둠불가사리의 특징.

차기성을 향해 들어오는 공격의 경로.

검과 어둠불가사리가 맞부딪히는 타이밍.

사람이 없는 공간을 찾는 것.

그렇게 찾은 공간을 향해 어둠불가사리를 날리기 위한 각도와 힘의 계산.


그 모든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한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것 같이 아팠다. 막대한 부하 때문인지 세상이 어두워졌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마치 누군가 세계의 불을 껐다 키는 것처럼.

차기성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안도는 풀썩 쓰러졌다.




“···러니까. 평범한···.”

“그런데 어떻게··· 가재···.”


아스라이 들리던 목소리가 점점 선명해진다. 정신을 차린 안도는 자신이 병실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베이지톤의 실내가 편안한 느낌을 줬다.


“어? 깨어났다!”


옆에서 대화를 나누던 이마가 휑한 청년이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옆머리를 억지로 당겨서 조금이라도 이마를 가리려는 것이 조금 눈물겨운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다.


“비켜봐. 대머리야!”

“대머리 아니거든요!”


발끈하는 청년을 밀치며 등장한 것은 차기성과 함께 있던 여성이었다.


“흠흠. 깼네요. 괜찮아요?”

“아. 예. 덕분에요.”


초면에 반말을 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체면을 차리는 모양새였다. 그 사이 청년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영석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안도라고 합니다.”

“야. 네가 왜 먼저 인사를 해?”

“뭐 어때요? 아. 맞다. 이분이 부팀장님을 모른다고 했죠?”


노렸다. 이건 노린 거다.

싱글벙글한 정영석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인상을 팍 썼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어찌 보면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부팀장님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이게···.”

“어라. 그렇게 인상 쓰면 주름 생겨요. 주름.”


부들부들


꽉 쥔 여자의 주먹이 사정없이 떨렸다. 전장에서보다 지금이 더 전의 넘치는 모습이다 싶을 정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팀장님. 오셨네요.”


차기성은 정영석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도에게 다가왔다.


“안도 씨. 이거 먼저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요. 안도 씨가 아니었다면 큰 위기에 처했을 겁니다.”

“뭘요.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차기성이 미소를 지었다.


“겸손하기까지. 아무튼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키퍼즈 신대구광역지부 토벌 2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차기성이라고 합니다.”


안도가 마주 인사를 하려는데 여자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같은 팀의 부팀장을 맡고 있는 반지원이에요.”


그러면서 안도를 빤히 바라보는 것이 ‘이래도 몰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기사에 떴던 그 사람이네.’


키퍼즈 신대구광역지부의 얼굴.

플레이어로써 재능이 뛰어난데다 외모도 뛰어나 인기가 꽤 많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잘생긴 연예인들과의 스캔들을 여름철 소나기보다 더 자주 뿌리는 것으로도 유명했고.

기사에서 본 얼굴과 실물이 매치가 잘 안 돼서 알아보지 못했나보다.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게 낫겠지.


“아아.”


안도가 반응을 보이자 조금 풀어지는 얼굴.

마지막으로 탈모 청년이 인사를 건넸다.


“저는 아까 인사했죠? 토벌 2팀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 정영석입니다.”

“플레이어 안도입니다.”


짧은 통성명이 끝나고 차기성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안도가 기절하고 전투는 한 시간 가량 더 이어졌다. 혹시 다른 산성문어에게도 어둠불가사리가 붙어있을지 모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신 겁니까? 거기 어둠불가사리가 있었다는 걸요.”

“그냥··· 보였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어둠불가사리를 직접 보기 전에 알림창이 떴고, 그걸 보고 겨우 어둠불가사리로 추정되는 것을 찾아냈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말해줄 필요는 없다.

플레이어의 세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는 것은 ‘나는 호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었으니까.


차기성도 그것을 알기에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여기.”

“어? 팀장님. 그거!”


정영석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가 내민 것은 둥글게 깎인 나무패였다. 세월이 흐르며 칠이 벗겨진 듯, 드문드문한 고동 빛깔이 보이는 고풍스러운 목패.

안도는 반사적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초감각도 필요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자신의 손에 들린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겁쟁이의 안심(파손)」

등급 : C+

종류 : 자동사용형 보패(1회)

설명 : 겁쟁이 마법사 에피소가 만든 보패. 품에 지니고 있으면 일정 이상의 충격을 자동으로 흡수한다. 충전식 반영구형으로 제작되었으나 회로가 망가지며 횟수가 제한되었다. 마력을 충전할 수 없다.


“이건···.”

“보답입니다.”


무려 C+등급의 아이템. 게다가 방어형 아이템 중 최상급이라는 자동사용형 아이템이었다. 위기가 닥치면 자동으로 작동해 사용자의 몸을 보호한다는 뜻.

안도의 수준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당장 플레이어 커뮤니티에 매물로 올리면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안도가 손사래를 쳤다.


“이건 과합니다. 제가 한 건 그저···.”

“아뇨.”


차기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안도 씨가 아니었다면 어차피 어둠불가사리의 공격으로 망가졌을 겁니다. 최소한의 성의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반론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단호한 얼굴에 차마 더 이상 사양할 수가 없었다. 안도는 보패를 품에 넣었다.

그제야 차기성의 얼굴이 풀어졌다.


“사실 그건 당연히 드리고 다른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서 생각해봤는데 수중에 마땅한 것이 없더군요. 언젠가 꼭 보답하겠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정말 충분했다. 보패가 있는 이상 여벌의 목숨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차기성과 안도가 호감어린 눈빛을 교환하는 것도 잠시. 반지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잠깐. 거기 분위기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우리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인가?”


정영석이 재빨리 대꾸했다.


“그건 혹시 자신의 인지도가 보릿자루랑 비슷하다는 걸 인정하는 발언인가요?”

“이게 진짜 뒤···.”


그렇게 말하던 반지원이 안도를 슬쩍 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모습. 그러나 여기서 웃었다가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했기에 안도는 그것을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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