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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초감각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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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s
작품등록일 :
2018.02.03 08:39
최근연재일 :
2018.03.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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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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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DUMMY

푸스스


버드나무 가지 하나가 늪지로 떨어졌다. 독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진 것이다. 아무리 늪이 생명의 보고라지만 저런 독이 들어간 이상 생명체가 살기는 어려워지겠지.

안도는 저 늪에 살고 있을 생명들에게 짧게 묵념하고 다시 몸을 날렸다.


화가 잔뜩 난 왕 거드름두꺼비가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농락당하고 나면 누구라도 짜증을 느낀다.


‘빨리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라.’


상황이 답답한 것은 안도도 마찬가지였다. 도망을 다니는 그도 득점을 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었으니까.

처음 공격을 피해낸 이후로 생겨났던 자신감은 수그러든지 오래. 원거리 공격 능력이 전무한 안도의 입장에서 왕 거드름두꺼비의 독 패턴은 공방일체의 기술이나 마찬가지였다.


‘탱탱볼 피하기도 아니고.’


초록색 구를 피하며 보스를 잡아야 했던 게임이 잠깐 떠오를 정도.

어쨌건 슬슬 다음 페이즈로 넘어갈 때가 됐다. 가지고 있는 독의 용량이 떨어져가기도 할 것이고, 거기에 늪의 지배자인 놈이 늪이 훼손되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갸아아악


방구를 뀌며 거드름을 피우던 놈이 처음으로 괴상한 소리를 냈다. 안도는 본능적으로 다음 단계가 왔음을 알아차렸다.

초감각이 그의 직감을 보정했다.


-왕 거드름두꺼비가 다른 거드름두꺼비들을 호출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안도는 즉시 눈을 빛냈다. 이건 기회다.

이 패턴은 ‘두꺼비 부리기’라는 능력을 보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두꺼비가 없는 쪽으로 도망쳤다.


생각과 동시에 발을 뻗어 땅을 달린다. 푹 꺼지는 부분을 교묘하게 피해낸 안도가 검을 뽑아들었다.


휘이익


매서운 소리와 함께 날아든 혀채찍이 땅을 때렸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튄 진흙이 안도의 앞을 가렸다. 애초부터 그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거드름두꺼비들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끌 생각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슬라이딩으로 진흙의 막을 젖힌 안도의 시선이 왕 거드름두꺼비의 몸에 닿았다. 수초들이 발을 휘감은 모습. 거기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잠깐. 저건 동화잖아.’


안도는 그제야 문제를 알아차렸다. 놈은 동화 시에 삼백 미터 내의 생명체를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범위 내의 거드름두꺼비들을 부를 수 있다.

그 말인 즉슨.


‘두꺼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순간 놈의 눈꼬리가 휘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함정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서···?


-왕 거드름 두꺼비가 늪 부리기를 시전합니다.


놈의 주변에 있던 진흙이 중력을 거스르며 상승했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하며 띠를 만들었다.


‘진흙의 방벽. 거기에···.’


놈은 저것을 굳혀 안도의 공격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혀 채찍으로 인해 그의 등 뒤로 퍼졌던 진흙. 그것들이 뭉쳐 기다란 형상을 만들어냈다. 끝 부분에 뾰족한 촉이 달린 그것은 하나의 병기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진흙의 창.’


몸을 두른 진흙과 바깥에 퍼진 진흙.

공격도, 방어도 허용하지 않는다. 독무와 독액이 원거리 공격에 취약하다면 이것은 그 단점까지도 없애버린다.

이것이야말로 ‘늪 부리기’.

왕 거드름두꺼비가 가진 가장 강력한 패였다.


‘젠장. 완전 속았군.’


안도는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그의 순발은 왕 거드름두꺼비의 그것보다 높다. 독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덕분이었다.


하지만 왕 거드름두꺼비는 그것을 알고도 그를 진흙의 전장에 불러들였다. 솔직히 두꺼비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억울하지만 상대가 그만큼 머리를 잘 쓴 것도 사실.


‘이 정도로 머리를 쓰는 놈이 그것도 계산 못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놈에게 닿는 속도보다 창이 그에게 닿는 속도가 빠르다고 가정하는 것이 맞았다. 아니면 방어력에 자신이 있던가.

어느 쪽이건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창을 쳐내고 놈을 공격한다.’


최대한 빠르게 방어를 없애야한다. 만약 놈이 창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도 문제다. 거기에 혀채찍이 나오고··· 독까지 뿜는다면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온다.’


진흙 창이 쏘아진 것이 느껴졌다. 안도는 달리던 그대로 타이밍을 맞춰 몸을 돌려 그것을 쳐냈다. 누가 보면 짜맞췄다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그럼에도 창에 실린 힘을 완전히 분산하지 못했기에 안도는 바닥을 굴렀다.


단단한 지반과 부딪힌 등이 통증을 호소했지만 도리어 그 점이 다행이었다. 늪으로 떨어졌다면 꼼짝없이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안도는 다급히 바닥을 굴렀다. 그가 있던 위치에 혀채찍이 떨어졌다. 슬슬 두통이 심해지고 있다. 이미 초감각을 과용했다. 방금 바닥을 구른 것도 전적으로 그의 판단이었다.


‘약점은 봐뒀어.’


돌기가 있는 등판은 단단하다. 단단한 피부(C-)가 등판에 한정된 것임을 고려하면 등 부분은 절대 노려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노리는 것은 머리와 배.


놈은 달려오는 안도를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독을 분사하기 전의 행동. 등 뒤에서는 진흙 창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

안도가 검에 마력을 잔뜩 불어넣었다. 이 정도면 놈의 주변을 떠돌고 있는 진흙의 벽 따위는 가볍게 찢어발긴다.

단, 지금과 같이 얇은 상태라면.


왕 거드름두꺼비의 눈이 얇아졌다. 지능이 있는 만큼 마력의 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자 넓게 퍼져있던 진흙이 한 군데로 뭉쳐 굳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뚫더라도 남는 에너지로는 놈을 죽일 수 없다.


왕 거드름두꺼비는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았고,

안도가 미소를 지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벽에 임박한 상태에서 태양을 따르는 자를 위한 검에 넘쳐흐르던 마력이 사라진다. 남아있는 것은 딱 필요한 만큼의 마력.

단단해진 벽에 검을 박아 넣을 수 있을 만큼의 마력이었다.




다소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이 꽂혀 들어갔다. 안도는 그 상태에서 검을 놓고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등에 매달려 있던 다른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두꺼비가 당황한 듯 꾸릉거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가 원래 쓰던 이름 없는 검에 마력이 맴돌았고, 안도는 그것을 정확하게 놈의 눈에 쑤셔 박았다.


콰직


손잡이만 남을 정도로 깊이 박힌 검.

왕 거드름두꺼비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최종 퀘스트 <킬쿠스 늪지대 지배자 처치(3/3)>가 완료됩니다.]

[보상을 산정하는 중···.]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아이템 ‘독의 정수 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어두컴컴한 늪의 장화’를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거드름 피우는 이의 가죽 갑옷’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물 멈추기의 책’을 획득하셨습니다.]


연이어 울리는 보상 알림.

전력을 다한 여파로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도중에 얻은 검이나 약초까지 생각하면 역대 그가 얻은 것들 중 가장 많은 보상이었다. 위기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만큼 보상은 주는 모양이다.


‘저건 못 쓰게 됐네.’


두꺼비에게 박힌 자신의 검을 보며 안도가 혀를 찼다. 더러워서 못 쓰는 게 아니다. 마지막에 혹시나 싶어 마력을 있는 대로 담았더니 검에 균열이 생겼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래 써서 제법 애착이 생겼었는데.

안도는 속으로 감사를 표하며 몸을 돌려세웠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하나하나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순간 그의 몸을 치닫는 오한만 아니었다면.


[알 수 없는 존재가 간섭합니다.]

[플레이어 보호를 위한 방벽이 작동합니다.]

[플레이어의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퇴장합니다.]


분명 죽었을 두꺼비의 눈동자가 그를 향해 스륵 하고 돌아섰다. 쳐다보고 있다. 놈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눈이 마주쳤다.

아니, 이건 놈의 시선이 아니었다. 이건···.

안도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으.”


정신을 차린 그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었다. 온통 검은 배경에 평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늪지대와는 전혀 다른 우둘투둘한 지표면. 방금 전까지 지긋지긋하게 봤던 두꺼비의 등판이 떠올랐다.


“너는?”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낯선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었다. 창백하다 싶을 정도의 흰 피부에 날카롭다고 느껴질 정도의 콧날, 선명한 붉은색의 입술은 인조적인 느낌마저 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자는 체크무늬가 들어간 검은색의 컷소우, 팬츠드레스에 마찬가지로 검은 색의 챙 넓은 모자, 페도라를 쓰고 있었다. 붉고 흰 선이 그리는 체크무늬가 신체의 볼륨을 표현하는 방식이 눈을 사로잡는다.

블라우스에 긴 바지 차림이 이렇게 고혹적일 수 있는 조합이었나.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던 안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누구···?”


그러자 여자가 눈웃음을 띠며 말했다.


“남의 집에 와서 주인의 신상을 묻는 거야?”

“집···?”


여기가 집인가.

그렇다기엔 너무 황량한 광경이었다. 누군가 여기 살고 있다고 한다면 자신은 그 사람에게 연민밖에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안도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눈과 입의 미소가 호선을 그림에도 전혀 호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잠시 그를 살피던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내 예전 장난감 중에 하나를 부순 게 너구나?”

“뭐···?”


장난감을 부쉈다.

자세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보통 좋은 뜻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도리어 재밌는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 벽이 작동했는데···. 정신체라고는 해도 어떻게 여기로 들어오게 된 거지?”


여자가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뿐이었는데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그의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어째서?

초감각이 맹렬하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어쨌건 좋아. 나는 항아(姮娥).”


몇 마디 되지도 않는 간단한 자기소개. 그러나 그녀의 이름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맞물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둡던 방안에 불이 켜진 것처럼 안도의 머릿속이 환해졌다.


-초월적인 존재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초월적인 존재를 목격하여 사용자의 격이 상승합니다.

-E-109의 정보가 일부 해금됩니다.

-···

-E-64의 정보가 일부 해금됩니다.


눈앞에 길다란 창이 떠올랐다.


「월궁」항아

등급 : ?

능력 : 순발(S-), 집중(?), 마력(?), 근력(S-), 지구(S-), 독 저항(S+), 원소 저항(S-), 물리 저항(S-), 가호(S), 선술(S-), 주술(S-), 마법(S-), 달 부리기(?), 제한된 신격(?)···


너무 길어서 다 볼 수조차 없는 창이었다.


‘들어본 적이 있어.’


들어본 적이 있다.

전설적인 궁수 예(羿)의 아내. 예가 태양을 쏘아 죽인 벌로 하늘에서 쫓겨날 때 함께 지상으로 내려온 여신.

예는 다시 신이 되고 싶어 하는 항아를 위해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약을 받아 왔다. 둘이 먹으면 불로장생하고, 혼자 먹으면 신격을 얻을 수 있는 약.

항아가 그것을 훔쳐 달아났고, 그 벌로 두꺼비가 되어 달에 머무르게 되었다던가.


‘그렇다면 여긴···.’


달인가.

두꺼비의 피부처럼 울퉁불퉁한 표면. 짙은 어둠이 휘감은 대지는 확실히 유배지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숨은 어떻게 쉬고 있는 거지? 그렇게 자문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이상하다.


‘젠장. 잘 안 보이잖아.’


블러 처리를 한 것처럼 시야가 흐릿해졌다. 여자가 무어라 하는데 점점 그것을 알아 듣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정신은 말짱한데 눈과 귀가 점점 멀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


정신체. 여자가 했던 말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는 실제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식이 희미해진다는 것은 죽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안도는 애써 자신을 설득했다.

귀가 완전히 막혀버리기 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안도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선물을 줄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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