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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초감각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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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s
작품등록일 :
2018.02.03 08:39
최근연재일 :
2018.03.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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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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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상가의 내부.


-···다음은 세계 소식입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작은 마을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리네티 빌이라 불리는 이 마을에서 100여 명이 넘는 주민이 모두 죽은 채로 발견되었는데요. 경찰은···


“무서운 세상이죠?”


안도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TV에서 눈을 뗐다. 도기원이 그의 옆에서 편한 차림으로 서있었다.


“저것도 플레이어 범죄일 확률이 높다더군요.”

“그렇겠죠. 한순간에 사람들을 얼려 죽인 수법은 마법사가 아니고서야 보여주기 어려울 테니. 그보다 얼어붙어 죽은 사람들이 그 전에 하고 있던 행동이 더 인상 깊네요.”


도기원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고르는 듯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결국 안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언제 들을 수 있는 겁니까?”


다소 공격적인 말투. 함께 전투를 치른 것이야 차치하고서라도 평소 그가 도기원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나면 그리 놀랍지도 않은 일이었다.

안도는 지금 도기원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도기원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 뒤에 서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었다.


“김미영 씨.”


클랜 유스티치아의 팀장 김미영.

그녀가 도기원의 뒤에 있었다.




“인정해야겠어요. 안도 씨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박했다는 걸요.”

“딱히 상관없습니다. 남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가요? 반가운 소리네요.”

“···도기원 씨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십니까?”

“부하와 상사의 관계죠. 도기는 팀원. 저는 팀장.”


‘역시 그런가.’


도기원이 여태 보여준 모습만 가지고 생각하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 의외긴 했다. 이타적이고 밝은 모습만 봐왔으니까.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도기원이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알고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안도는 일부러 도기원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이것이 예의 스카웃 제안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면 그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도기원이 있다 해도 그건 마찬가지.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불법적인 일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는 것도 썩 달갑지 않고요.”


김미영이 안도를 빤히 바라봤다.


“우선 저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드려야 할 것 같네요.”


손가락 끝을 마찰시켜 똑 소리를 내자 여러 초상화가 허공에 나타났다. 종류는 다양했다. 흉흉한 표정에 칼을 혀로 핥고 있는 자, 상체를 가득 덮는 문신에 피바다가 된 바닥에 주저앉아 웃고 있는 자, 양손에 사람의 머리통을 쥐고 있는 자.

몇 장 보지 않았는데도 그것들의 공통점이 짐작이 갔다. 개중에는 안도가 알 정도로 악명 높은 이들도 있었으니까.


“범죄자들이네요.”

“맞아요. 저희가 하는 일은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김미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다음 말은 안도의 예상을 전혀 벗어난 것이었다.


“저희는 이 사람들을 죽입니다.”

“···뭐라고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김미영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플레이어들을 죽이는 것. 그게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최근에 악명을 떨치던 피웅덩이 김동산, 뿌리술사 곽성균, 걸레 박상현. 모두 저희가 처리한 이름이죠.”


안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단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단지 세금을 탈루하거나 하는 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목적이었다.

김미영의 또렷한 시선에서 안도는 그녀가 가진 약간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키퍼즈에서도 그걸 알고 있습니까?”


플레이어 범죄를 전담하는 기관은 엄연히 키퍼즈다. 게다가 안도가 알기로 그들은 법과 제도를 확고히 지켰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누군가를 ‘즉결처분’하지는 않는다는 뜻. 김미영이 말한 ‘죽인다’는 것은 상당히 극단적인 케이스였다.


“아뇨. 저희는 독자적으로 움직입니다. 플레이어 범죄는 그렇게 무르게 움직여서는 대처할 수 없거든요.”


‘뒷손은 아니라는 거군.’


그제야 이 상황의 윤곽이 좀 드러나는 것 같았다. 플레이어 범죄를 처벌하는 조직 유스티치아. 그러나 그것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범죄였다. 그들은 정의를 지향한다고 생각하지만 키퍼즈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범죄자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길드가 아닌 클랜으로 남은 것이고, 불법이라는 안도의 말에도 항변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플레이어 범죄는 은밀하고 강력해요. 그들이 가진 힘은 기존의 범죄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들을 추적하고, 체포하고, 붙잡아두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은 상상을 초월해요. 매년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고, 방대한 인력풀을 갖춘 키퍼즈가 정작 필요한 토벌에는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죠.”

“그쪽, 유스티치아는 다르다는 거군요.”

“네. 저희는 보다 ‘효율적인 방식’을 취하거든요.”


효율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사실 김미영의 말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플레이어가 대량 발생하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바로 플레이어 범죄였다. 누군가는 선민의식으로, 누군가는 실수로, 또 누군가는 평소에 그러하듯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 경찰의 사망률이 치솟은 것도 그즈음이었다.


급히 창립된 키퍼즈가 수사권한을 받았으나 결과는 미지근했다. 수사는 단순히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공소기관인 검찰과의 협력도 삐거덕거렸고, 정치권에서도 국민들이 난리니 ‘일단 잡아들여라’고만 했지 세부적인 사항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키퍼즈가 잡아들인 플레이어 범죄자는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탈출한 이들이 적지 않았고. 플레이어를 일반적인 감옥에 가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들은 맨손으로 감옥을 부수고 벽을 뛰어넘는 초인이었다. 키퍼즈 요원이 상주해도 그런 일은 왕왕 발생했다.


“지금은 키퍼즈도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습니다만.”

“지하 2층에서 한 계단 오른다고 지상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들은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요. 플레이어가 생긴 지는 고작해야 5년 밖에 되지 않았어요. 재판부를 비롯해서 검사와 변호사, 심지어는 플레이어 자신들도 판단에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거죠.”

“과도기라는 거군요.”

“이해가 빠르시네요. 저희는 세상이 그 과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할 거에요.”

“넘어간다면, 그 다음은요?”

“사라져야죠. 세상이 저희를 더 필요로 하지 않을 테니.”


이건 의외였다. 그녀는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시한부라는 것을 거리낌 없이 인정하고 있었다. 행동과 눈빛에서 보이던 자부심을 생각하면 사뭇 대단한 일이었다.

김미영이 안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와 함께 하시겠어요?”

“저는···.”


솔직히 그녀의 말을 듣고 몸이 달아올랐다. 그만큼 유스티치아의 사상은 전염성이 강했다. 범죄자들이 법망을 유유히 피해가는 것을 보고 분개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안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미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여태 조용하던 도기원이 입을 열었다.


“안도 씨. 저희는 보통의 클랜들과는 다릅니다. 저희는···.”

“그 부분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일전의 말도 사과드려야겠군요. 인정합니다. 클랜 유스티치아에 대한 제 평가가 박했다는 걸요.”


‘하지만’하고 안도가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그렇게 정의로운 인물이 아닙니다. 유스티치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누군가의 죄를 저울에 달고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 범죄와 관련된 기관들이 혼란에 빠진 이유는 간단했다. 충분한 경험과 정보가 쌓이지 않았으니까.

예를 들어 온몸이 난도질당해 죽은 시체를 발견했다고 치자. 예전이었다면 몸에 난 상처를 통해 범행 도구를 추측할 수 있고, 그것으로 범인이 이용한 상점이나 행동반경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그것이 도구로 인한 상처인지, 마법으로 인한 상처인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도구라면? 그게 구체 내부에서 나오는 종류의 칼일 수도 있고, 그런 아이템의 정보는 탐사자, 혹은 최대한으로 쳐줘도 주변의 인물들이라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마법이라면? 어떤 종류의 마법인지 알아내야하고,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한, 혹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신이 아니고서야. 그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법은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유스티치아는 범죄자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그 원칙을 내던졌다. 안도는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김미영은 의외로 차분했다.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내색을 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유스티치아에 들어오는 것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번 한 번만은 도와줬으면 좋겠네요. 이건 안도 씨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겁니다.”

“이번 한 번이요?”


무슨 말일까. 분명한 거절 의사에도 김미영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안도는 의아했다.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말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번에 저희가 잡은 타겟은 「안개지기」유현석. 2년 전 여수의 한 보육원에서 발생한 대량학살의 범인이에요.”


외통수다.

안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현석은 자신이 가진 약점 중 하나였다. 그 이름만 들어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 왜냐하면···


“바로 당신이 자란 영원보육원이죠.”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안도는 자신의 내면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놀랐다. 어느 순간 그 때의 감정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뒷조사라도 한 겁니까?”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당연히 불쾌했다. 영원보육원은 안도가 가진 약점 중 하나였다. 낯선 이에 의해 무참히 헤집어지고, 찢기고, 부서져버린 약점. 이제는 겨우 아물어가고 있는 상처이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대로 헤집어서는 안 되는 상처였다.


‘이게 유스티치아의 방식인가.’


‘효율적인 방식’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안도는 이 순간 자신이 유스티치아의 일원이 될 수 없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들과 안도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조금이나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거리가 순식간에 멀어지는 느낌.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인정했다.


유현석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누군가의 죄를 저울에 달고,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안도는 자신이 불과 5분 전에 했던 말을 비웃었다.


‘기꺼이 달아주마.’


이기적이라고,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원칙을 뒤집는 사람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것이다. 유현석은 그렇게 해서라도 죽여야 하는 자였다.


“···제가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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