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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초감각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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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s
작품등록일 :
2018.02.03 08:39
최근연재일 :
2018.03.17 01:1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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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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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DUMMY

슈틸젠 하이노 사냥 이후 며칠이 흘렀다.

안도는 플레이어 커뮤니티에 접속해 몇 가지 아이템을 검색했다. ‘물 멈추기의 책’이나 ‘에테르화에 관하여’와 같은 서적을 포함해서 이전에 팔았던 아이템을 합하니 금액이 꽤 됐다. 때문에 괜찮은 매물이 있으면 구매할 생각이었다.


‘괜찮은 게 있으려나.’


그가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장신구.

무기나 방어구와 다르게 장신구는 착용의 제약이 적었다. 검을 두개 들면 손이 꼬이지만 팔찌를 두 개 차는 것은 전투에 문제가 없다. 때문에 장신구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값이 비쌌다. 물론 플레이어의 장비란 것이 비싸지 않은 것을 찾기가 더 어려웠지만 말이다.


‘가지고 있는 장신구라고는 독의 정수 반지랑 이것뿐이네.’


안도의 시선이 방 한구석에 놓인 은빛의 팔찌를 항했다. B-등급의 아이템 두꺼비 팔찌. 초감각의 정보에 따르면 그것은 초월적인 존재, 일종의 신이라고 볼 수 있는 월궁항아(月宮姮娥)로부터 받은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설명에 느낌이 더해져 착용하기가 꺼려졌던 물건이기도 했다.


‘지금도 완전히 믿어지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석굴선생과의 싸움을 겪으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좁은 범위에 들어오는 강력한 공격을 막는데 의외로 이 팔찌가 유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충격 흡수 기능은 없으니까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죽어야 할 것이 부러지는 정도로 끝난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이득이었다.


“더럽게 비싸네.”


안도는 C등급대의 장신구를 보고 있었는데 괜찮다 싶은 건 차 한대 값이 거뜬히 나갔다. 괜히 상위 플레이어를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장비는 곧 목숨.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장비에 쓰는 돈은 천문학적이었다.

구체에서 한탕하면 엄청난 돈을 거머쥐는 플레이어들이 궁상맞게 사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경우였다. 안도도 거기 포함되는 사람이었다.


“···아.”


안도는 저도 모르게 D등급대로 향하던 마우스를 세게 잡았다.


‘차라리 방어구를 살까?’


무기는 키퍼즈에서 받은 것이 있으니 걱정이 없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역시 방어구와 장신구.

방어구는 기본적으로 지급해주는 D-등급 아이템인 ‘흔한 물소가죽 요대’, 그리고 안도가 구체에서 얻은 C-등급의 ‘거드름 피우는 이의 가죽 갑옷’과 D+등급의 ‘어두컴컴한 늪의 장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색도 맞지 않고 생김새 자체가 썩 보기 좋은 편은 아니라서 보는 사람마다 한 번씩은 ‘그거 성능이 어지간히 좋나보네요’라고 말하곤 했다.

장신구는 말할 것도 없었고.


‘아냐. 이걸로 가자.’


안도는 아까부터 눈에 밟히던 반지 하나를 클릭했다. 붉은색의 보석이 박힌 반지의 등급은 C-.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반지였다.

이걸로 안도가 요 몇 달 벌어들인 돈이 날아갔다.




“고생하세요.”

“네. 수고하세요.”


판매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플레이어몰을 통한 거래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의사를 타진하고 오프라인으로 실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이뤄졌다.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장소는 몰에 따라 지정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안도는 유명 커뮤니티와 연동된 플레이어 몰을 이용했는데, 주변에 자리 잡은 플레이어들은 딱 봐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없나보네.’


몰의 한곳에 장식된 커다란 광고판에는 한 남자의 상반신이 그려져 있었다. 손에 쥔 검을 갑옷을 입은 어깨에 올려놓은 남자는 싱그러운 미소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국내 최대의 플레이어 커뮤니티 뉴월드의 운영자이자 한국에 채 열 개가 존재하지 않는 A+등급의 아이템을 가진 사람.

「용 사냥꾼」 장주원.

종종 몰에 나타난다고 했는데 안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처음 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어? 받았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높고 가는, 훨훨 나는 듯한 목소리에 들뜬 말투.


“반지원 씨?”

“흐흐··· 맞아요. 거봐 알잖아.”

“아이. 뭐야···.”


멀리서 들리는 것은 그의 기억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토벌 2팀의 마법사 정영석의 목소리였다. 무슨 내기라도 했는지 반지원은 좋아하고 정영석은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뭔데 그렇게 좋아하시는 겁니까? 저도 좀 압시다.”

“궁금해요? 막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미치겠어요?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막 들뜨고 그래요?”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괜찮아요. 그 맘 이해해요. 들었지? 아 안 들렸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내 생각이 많이 난다네.”


그녀는 막대한 에너지와 추진력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었다.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건가요?”

“아. 그거 말인데요.”


잠깐 뜸을 들인 반지원이 이번에는 조금 무거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팀장님이 좀 보자네요.”



키퍼즈 신대구광역지부 청사

2층 회의실


안도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차기성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옆에는 반지원과 정영석, 그리고 얼굴이 애매하게 기억나는 남자도 하나 있었다.


“안도 씨. 잘 지내셨습니까.”

“네.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차 팀장님은요?”


안도의 물음에 차기성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의례적인 질문임에도 의례적으로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빈말로도 잘 지낸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무척 바쁜 상황이라. 혹시 뉴스 보셨습니까?”


안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금 말할 법한 뉴스라고는 하나뿐이다. 임계구체가 아닌 곳에서 몬스터가 뛰쳐나온 사건. 그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가 난리였다. ‘신대구에서 외국인이 보이면 그건 열에 아홉은 기자‘라고 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된 상태.

차기성의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짙게 깔린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방금 플레이어몰을 통해 거래를 했는데 그 사건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물가가 올랐더군요.”

“그런 문제도 있겠군요.”


차기성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안도 씨를 여기 모신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화 너머로 투닥거리던 반지원과 정영석도 지금은 조용했다. 반지원은 이런 분위기가 견딜 수 없다는 듯 온몸을 비틀어대고 있었지만 조용한 건 조용한 거였다.

슬슬 차기성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지는 찰나. 그가 말했다.


“저희 팀에 합류해주셨으면 합니다.”



차기성은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정세민 교수의 의견은 그대로 키퍼즈 상부에 전달됐다. 연일 회의가 계속됐다. 얼마 되지 않는 구체학 분야의 연구자들과 국내에서 뛰어나다고 하는 마법사들은 다 모여서 왜관의 구체를 살폈다. 합의체가 내린 결론은 정세민 교수의 그것과 비슷했다.

다만 다른 구체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은 의견이 갈렸다. 거기서부터는 뼈대가 없는 주장에 불과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합의체의 의견을 전달 받은 키퍼즈에서도 이것을 발표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파벌이 나뉜 것이다.

누군가는 즉시 대중에게 공개해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확실치도 않은 일로 불안감만 조성한다면 나중에 그게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성은 전자였다. 그는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그대로 넘길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혹여 대중이 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다면 잠도 못 이루고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강경함과 별개로 회의는 지지부진이었다. 결국 그는 끝을 보지도 못하고 현장에 나서야했다. 정세민 교수와 함께 신대구의 다른 구체들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안도 씨가 그 일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안도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왜?’였다. 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키퍼즈 신대구광역지부에 사람이 몇인데 굳이 C등급의 플레이어를 필요로 하는 걸까.

차기성은 그 대답을 내놓았다.


“직감. 그 능력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도 들었던 말이었다.

슬슬 자신에 대한 정보가 어디에 떠도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순간 김미영 팀장과 차기성 팀장이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차기성은 유스티치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올곧은 그에게 범죄는 범죄일뿐. 좋은 범죄란 없을 테니까.


“궁금한 게 있는데. 어째서 제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시는 건가요?”

“안도 씨의 등급은 C입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그에 맞지 않는 전투능력을 보여주곤 하죠. 게다가 목숨을 내던지는 듯한 그 전투 스타일. 그건 제가 본 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차기성의 눈은 안도를 향하고 있었지만 왜인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듯했다. 안도는 그가 무언가를 추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직감과 차기성.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답을 줘야했다. 차기성의 제안에 대한 답을. 그리고 그건 안도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죠.”

“···정말이십니까?”

“네. 못할 것도 없죠. 차기성 팀장님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불철주야 고생하고 계신데.”


게다가 그 현상이 정말 계속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면 안전지대는 없다. 안도라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사실을 알아내는 편이 낫다.


“그렇게 빨리 받으면 어째요?”


회의실에서 나오는 길. 반지원이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붙었다.


“저 몰골의 차 팀장님을 보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더군요.”

“누가 거절하래요? 그래도 슬쩍 망설이면서 몸값을 좀 더 띄웠어야죠.”

“애초에 그건 차 팀장님 선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죠. 근데 정말 가지고 있어요? 직감.”


안도가 반지원을 쳐다봤다.


“차 팀장님은 확신하고 계신 것 같던데 반지원 씨는 그렇지 않나보네요.”

“난 모르거든요. 그 사람.”

“그 사람이라면.”

“대구 최초의 플레이어. 누구보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애썼지만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 때문에 제대로 된 주목도 받지 못한 사람이죠. 당시 군인이었던 차 팀장님을 구해준 게 그 사람이에요. 저도 들은 얘기지만.”


그래서 그런 눈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제야 이해가 갔다. 반지원이 말하는 걸로 봐서 그 사람은 결국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차기성을 구한 전투건, 혹은 그 뒤의 전투에서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를 털어내려는 듯 반지원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옛날 얘기 계속해봐야 뭐해요. 기분만 싱숭생숭해지지.”


그러고 보니 이제 키퍼즈 청사의 정문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어디 밖에 나가시는 건가요?”

“몰랐어요? 팀원이 된 기념으로 회식하잖아요.”

“···정말요?”

“뻥이죠. 이 판국에 회식은 무슨. 하아··· 내 신세.”


이마를 짚는 반지원을 보며 안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가 대화를 종잡을 수가 없다. 활을 쏘는 솜씨도 일품이었지만 정말 대단한 건 역시 이런 마이페이스다.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죠.”


그 페이스에 휘말려 넘어지기 전 안도는 서둘러 인사를 하고 빠져나왔다. 뒤에서 열심히 손을 흔드는 반지원을 보지도 못하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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