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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초감각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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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s
작품등록일 :
2018.02.03 08:39
최근연재일 :
2018.03.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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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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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UMMY

이 구체는 이상하다.

안도는 그것에 다가가는 순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의지에 따라 초감각이 위화감의 정체를 낱낱이 해부했다. 이네 유제품이 썩었을 때에나 날 법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안도가 인상을 찌푸리자 다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냄새는 그에게만 났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구체의 마력 흐름인데.’


다르다. 실은 구체 주변에 마력의 찌꺼기가 가득했다. 그것도 아주 무겁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찌꺼기였다. 단지 그것이 은폐되어 있기에 누구도 알아치리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뭔가 알겠나?”


장비를 설치한 정세민 교수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안도가 조사대에 합류하고, 어떻게 보면 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구체의 조사에 침범하고 있음에도 정 교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궁금하긴 했다. 저 청년의 어떤 점이 차기성의 신뢰를 끌어냈는지. 비단 몬스터의 물결을 뚫어내고 보스를 무찌른 청년의 무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건 다른 문제였으니까.


“마력의 찌꺼기가 있습니다.”


정세민이 눈을 크게 떴다. 임계 이후의 구체는 몬스터를 방추라고, 그 이후에 찌꺼기가 생긴다. 당연한 규칙이다. 하지만 그 간단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기에 지금의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슬쩍 설치해둔 장비를 훑자 모니터에 복잡한 숫자와 알파벳, 그래프가 떠오른 것이 보였다. 작동 이후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에 확언할 수는 없지만 여태 국내외에 있는수백개의 구체를 연구해온 그의 눈에는 이후의 패턴이 눈에 선했다. 저건 일반적인 상태, 그러니까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의 구체가 보이는 마력 형태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혹시 청년이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정세민이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자. 그러나 청년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었다.


“느껴집니다. 그리고 찌꺼기가 그 장비에 탐지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감추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힘이라면?”

“마력입니다.”

“하지만 마력의 패턴은 기존의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자네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구체가 임계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괴물을 쏟아낼 수 있단 말이네만.”

“그건 아닙니다. 단지 저 장비들로는 마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을 뿐입니다.”


그 말에 순간 장내에 침묵이 맴돌았다. 정세민 교수가 쓰는 장비는 대부분 마력 탐지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것들 중에는 그가 직접 연구, 개발에 참여한 것도 있었다.

방금 전 안도의 발언은 그걸 정면으로 까내리는 것이었다.


“그런···.”


정세민 교수의 곁에 있던 젊은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정 교수가 그것을 제지했다.


정작 충격적인 말을 꺼낸 안도는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채지 못했다. 안도가 이마를 짚었다. 초감각이 전해주는 정보의 크기가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초월적인 존재들과 연거푸 조우하여 성장하지 않았더라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V의 세계를 깨닫습니다. 해당 세계에 대한 일부 정보가 해금됩니다.


단순히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것과 자신의 능력으로 인지할 수 없었던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에는 그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그곳의 주인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고.’


더 이상의 정보를 차단한 안도는 애써 두통을 참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건··· 비유하자면 속이 보이지 않는 큰 통에 돌을 넣고 거기에 모래를 채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통의 형태에는 변화가 없지만 내부의 구조는 달라지는···. 아니.”


아니다. 그건 적합한 비유가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역시 그가 알게 된 것을 익숙한 것으로 바꿔내는 일이었다.


“그렇게 설명하면 오해가 생기겠군요. 마력의 밀도에는 변함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면 저 장비가 보여주는 것은 2차원적인 마력입니다. 그림으로 치면 원근감이 없다고 할까요. 하지만 여기서 찌꺼기를 감추고 있는 것은 마력의 3차원적인 부분입니다.”

“원근감 없이는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군.”

“네. 만약 한 장의 종이에 그려진 남자가 있다면 그는 죽을 때까지 3차원의 개념을 깨닫지 못하겠죠. 그가 인지하고 살아가는 세계는 2차원이니까요.”

“우리가 그 남자인가?”

“아뇨. 저 기계가 그렇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겁니다.”


거듭 초감각을 사용할수록 그것은 명확해지고 있다. 구체가 나타난 뒤로 인간은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고 있다. 그건 단지 육체적인 능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원래는 종의 한계로 인지할 수 없어야 하는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된다. 그건 이 세계의 비밀들이 해금되는 것과 같았다.

마치 누군가 열쇠를 들고 채워진 자물쇠를 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몇몇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돌려 말했지만 지금은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나 정세민 교수는 달랐다. 그는 도리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정세민은 청년의 말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건 아직 그가 알아야 할 것이, 가야 할 길이 더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탐구심에 반짝이는 노교수의 눈을 보며 안도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조사대는 강행군을 멈추고 잠시 회의에 들어갔다. 안건은 안도의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 회의의 결말은 사실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사대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차기성 팀장이 안도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유일하게 반대 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인 정세민 교수가 마침표를 찍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외부 길드에서 들어온 조사대원 하나가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새파랗게 어린 청년 하나가 팀장급 인사의 후광을 등에 업고 까부는 꼴이 마뜩찮았다.


“‘합니다만’이 아니지. 어차피 우린 계속 구체를 살펴야 하고 그 때마다 같이 살펴보는 것이니 문제가 될 것도 없어.”

“하지만 안도 씨는 지금 저희가 구체에서 쓰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간을 많이 써서 내 방식대로 한다 해도 원인을 밝히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야.”


결국 차기성과 정세민의 적극적인 주장으로 안도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의 계획은 간단했다. 초감각으로 구체를 빠르게 확인하고 이동하는 것.

그 정도야 안도에게도 무리가 가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오늘 이렇게 지평을 넓혀놓았으니 다시 부하가 걸릴 가능성은 낮았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회의의 결론이 나고 조사대는 다음 날 다시 모이기로 했다. 안도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초감각으로 인해 무리가 오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마력처럼 포션으로 채울 수 있는 수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휴식을 취하며 그 여파를 받아들여야했다.




V의 세계는 결핍과 존재 한계의 세계다.

안도가 초감각을 통해 맡은 냄새는 그랬다. 모든 생명체는 존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1년을 넘지 않는다. 그것을 연장하는 방법은 ‘자리’에 앉는 것이다. 작게는 지역의 우두머리에서 크게는 왕의 자리까지. 그렇게 태초부터 정해진 몇 개의 자리를 두고 끊임없이 다투는 것이 V의 세계였다.


때문에 그곳은 황량했다. 시각의 형태로 접한 V의 세계는 안도가 공허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공허는 이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거친 세계다. 하지만 안도의 고민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어디까지일까?’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야 이제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이 새로운 마력의 차원을 제공한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새로운 세계가 발견될 때마다 마력의 차원이 늘어간다면 구조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리고 걱정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누구일까?’


다른 문제는 누군가가 마력의 새로운 차원을 다루고, 그것을 이용해 이번 사태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허에 대해 알고 있다기보다는 몬스터에게서 책이 드랍 됐을 확률이 높겠지.’


찌꺼기를 숨긴 방식은 공허의 마력 운용 방식. 뜬금없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사람은 없으니 무언가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은 계기를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마법사일 것이고.


‘가장 큰 문제는 이 방식으로는 구체의 임계점을 앞당기거나 할 수는 없다는 거지.’


문제의 본질은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구체에서 몬스터가 나오는 것이지, 그것을 감추는 것이 아니었다.

즉, 모든 것이 누군가의 소행이라면 그 사람에게는 아직 뒤집지 않은 패가 있는 것이다.




다음 날의 조사는 일사천리였다. 안도에게는 초감각을 운용할 시간만 있으면 됐다. 오전에만 무려 열 군데의 구체를 돌았다. 하지만 빠른 속도와 별개로 그런 현상을 보이는 구체는 없었다. 슬슬 조사대 내에서 너무 대충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동 무렵이었다.


“찾았네요.”


안도의 말에 조사대의 분위기가 확 변했다.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고삐가 조여지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렇게 보면 과연 차기성이 책임지고 모은 조사대다웠다.


“그럼 여기서 곧 몬스터가 나온다는 말입니까?”

“예. 같은 방식으로 마력이 감춰져있습니다. 아마도 이 상태부터 찌꺼기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감추는 방식인 것 같네요.”


그 사이 장비를 설치하고 모니터를 주시하던 정세민이 고개를 저었다.


“내 장비로는 정말 측정할 수 없나보군. 여기서도 특이점이 보이지 않아.”


그러고는 한쪽에서 눈을 감고 허공에 손을 뻗은 정영석을 향해 다가갔다. 아마도 그와 함께 마법사로써 무언가를 탐지해볼 모양이었다.

잠시 뒤 둘은 별 소득 없이 돌아왔다.


안도는 이번에는 새로운 마력을 파악하려 했다. 지금 이곳에 맴도는 마력이 임계점 이전의 구체를 개방하는 것이라면 그 방식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알 수 있겠나?”


차기성이 긴장된 시선으로 물어왔다. 그와 정세민 교수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해둔 상태였다. 일을 일으키는 것과 그것을 숨기는 것은 별개이니 그것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안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될 것 같습니다.”


여러 개의 마력선이 촘촘히 얽힌 채 구체에 연결되어 있다. 선은 총 네 개. 하나는 흰색이었고, 하나는 뜨거웠고, 하나는 쿵쿵 울렸으며, 남은 하나의 선에서는 어제 맡았던 역한 냄새가 났다.


‘단순히 감추기만 하는 게 아니었나?’


구체의 구조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부분부터는 부하가 급상승했다. 안도는 억지로 그것을 버텨냈다.

냄새가 나는 선은 구체 내부의 특정 부분에 존재 한계를 부여하고 있었다. 안도는 그것이 몬스터가 구체 내부에 머무르도록 하는 기관이라 추측했다.

쿵쿵 울리는 선은 몬스터들을 그곳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흰색의 선은 다른 선들을 하나로 묶으면서 서로 간섭할 수 없게 했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선은···.


‘마력을 공급하고 있어?’


안도의 고개가 선을 타고 쭉 돌아갔다. 뜨거운 선은 나무가 울창한 곳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안도는 그곳에서 한 남자를 발견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있던 남자는 자신이 발견당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안도가 차기성을 불러 그곳을 가리켰다. 그 때 남자의 고개가 확 들렸다.


“······.”

“저기다!”


시선이 마주치고, 차기성의 입이 열림과 동시에 남자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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