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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초감각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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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s
작품등록일 :
2018.02.03 08:39
최근연재일 :
2018.03.17 01:18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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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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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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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UMMY

남자는 빨랐다. 안도는 처음에는 상대가 마법사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움직임을 보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반지원의 화살을 요리조리 피해내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는 그런 종류의 전투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남자도 결국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쪽에는 B등급의 플레이어인 차기성이 있었으니까.


“젠장!”


안도가 둘을 따라잡았을 때는 이미 전투가 벌어진 상태였다. 남자는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안도의 예상처럼 남자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나빴다.

키퍼즈의 최고 무력이라고 불리는 토벌팀의 팀장이 남자의 상대였다.


차기성은 자발리(Javali)라고 하는 일종의 보법을 사용했다. 아주 높은 수준의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움직임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줄 정도는 됐다. 게다가 그의 근력과 순발은 각각 B+, B-등급으로 마법사가 따라가기엔 버거운 수준이었다.


남자의 오른손에서 연거푸 불꽃이 뿜어져 나왔으나 차기성이 왼손에 착용한 방패에 모두 막혔다. 불꽃을 흔적도 없이 삼켜버리는 걸 보면 저것도 보통의 아이템은 아닐 것이다.

안도는 자신이 굳이 이 싸움에 끼어들 필요가 없음을 알아차렸다. 다른 조사대원들도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었다. 도망갈 구멍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찌이이잉


귀청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숲의 한쪽에서 까만 연기가 밀려왔다.


“저건 뭐야?”

“마법인 것 같은데?”

“젠장. 별 일을 다 겪는군.”


태연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잔뜩 흔들리고 있었다. 몇몇 마법사가 나서서 마력의 막을 만들어냈다. 다행히 연기는 어느 정도 전진하고 나서는 멈춰 섰다. 대신 그 안에서 무언가 쏘아졌다.


“합!”


눈 깜작할 새에 차기성에게 도달한 검은 형체에게서 돌연 은빛이 번뜩였다. 눈썰미 좋은 몇 사람만이 그 공격을 알아차렸다. 다행스럽게도 차기성은 그중 하나였다.




남자와의 공방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며 나는 맑고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기성은 막 남자의 마법을 막아낸 방패로 상대를 후려쳤으나 그 공간은 이미 비어있었다.

그런데 검은 연기에서 등장한 습격자의 정체를 확인한 차기성이 바닥에 박힌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도는 직감적으로 그가 습격자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지은?”

“······.”


붉은색의 불꽃무늬가 들어간 검은 로브가 펄럭인다. 습격자는 대답 대신 공격을 택했다. 손에 들린 것은 길고 뭉툭한 무기로, 굳이 분류하자면 몽둥이에 가까운 것이었다.


쩌정



안도는 습격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차기성과 붙어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게다가 둘은 마치 짜고 치는 것처럼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알고 싸우는 것처럼. 마치 안도가 초감각을 운용했을 때의 싸움 방식과 비슷했다.


그 사이 남자가 도주를 택했으나 반지원에게 손쉽게 제압당했다. 검은 연기에서 대여섯 명의 습격자들이 더 튀어나온 것은 그때쯤이었다.


“막아!”


그들은 저마다 다른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공통된 것은 로브였다. 같은 무늬에 같은 색깔. 그것이 그들이 속한 조직을 나타내는 상징 같은 것이리라.


수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실력이 대단했다. 안도는 그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거구의 사내와 대치하게 됐다. 정영석과 몇 명의 요원들이 안도와 함께였다.


사내의 무기는 커다란 양손 도끼였다. 날의 두께나 손잡이의 굵기만 봐도 무게가 어마어마할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저런 무기는 근력 스탯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안도는 그의 등급을 확인했다.


「플레이어」 이일수

등급 : B-


‘이런 사람이 어디에 있다 튀어나온 거야?’


B등급대라면 상위 1% 안에는 너끈히 드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의문이었다. 총 여섯 명. 차기성과 대치하는 여자를 빼면 다섯 명이었는데, 그중 둘은 각각 반지원과 정세민 파티와 만나 열세에 놓였고, 나머지 둘은 외부 길드 파티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조사대의 인원이 사십 가까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전투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빨리 끝내자.’


따라서 안도가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은 일견 터무니없다고 생각될 수 있었다. 그의 등급은 B-하지만 그의 판단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상대를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었다.

안도를 상대하게 된 이일수는 그것을 절실히 느꼈다.


‘죽어라!’


처음 도끼를 휘두를 때만 해도 그는 눈앞의 청년이 동강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 공격이 놀라우리만치 쉽게 빗나가고, 이어진 두 번의 공격도 빗나갔을 때 이일수는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빗나간다.

또 빗나간다.


이일수는 바보가 아니다. 그가 걸친 로브가 바로 그 증거였다. 안도를 비롯한 조사대의 인원들은 몰랐지만 습격자들이 걸친 로브는 그들에게는 일종의 신분 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직의 진정한 일원이 되었다는 증거. 최소 B-등급에 이르거나,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하사받지 못하는 아티팩트.


그러나 그의 자신감은 청년을 상대하며 산산조각 났다. 단 한 번도 공격이 닿지 않았다. 첫 번째 공격이 빗나간 뒤로는 의도적으로 페이크를 걸었음에도. 심지어 무기조차 부딪히지 않는다. 그건 청년의 움직임이 그보다 월등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째서?’


이일수의 이마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실 조사대에 대한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이 맞은 것은 딱 거기까지. 구체에서 몬스터들이 나오는 이유와 그 과정은 절대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꼬이면서 급히 이곳에 파견되었지만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무리해서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그들의 임무는 시간을 끄는 것. 조사대의 주의를 돌리면 그들의 마법은 스스로 흔적을 감춘다. 그렇게 설계되었으니까.


‘이렇게 새파란 놈한테 밀린다고?’


뒤의 마법사들은 싸움에 끼어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단 한 번의 공격도 적중시키지 못했다. 계속해서 싸우면 질 것이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럴 수는 없다!’


이일수가 도끼로 땅을 내리쳤다. 거대한 충격파가 땅을 타고 흐른다.

쇼크웨이브(Shock Wave).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공격기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청년은 죽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았다.


“미친.”


청년은 쇼크웨이브를 뚫으며 전진하고 있었다. 기술을 사용한 이일수에게도 희미해 보이는 마력의 틈을 쉴 새 없이 꿰뚫으며 충격파에 구멍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전진한다.

완전하진 못했기에 곳곳에 상처가 생겼지만 치명상은 없었다. 이일수는 그것이 일종의 선택임을 알아차렸다. 원한다면 청년은 상처 하나 없이 쇼크웨이브로부터 빠져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자신, 이일수에게 도달할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일수가 소리를 질렀다.


“작전은 실패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낱낱이 까발려진 기분이었다. 청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공격이 어디로 날아들지, 그 공격의 목적이 무엇인지, 나아가 이 전투를 통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착용한 아티팩트의 정체조차도.



차기성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긴장의 끈을 조였다. ‘작전은 실패다‘라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정말로 작전이 실패했으니 도망치자는 말일 수도 있고, 방심을 유도한 뒤에 일거에 몰아칠 생각일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저것이 어떠한 신호라는 것은 분명했다. 신호는 변화를 부른다. 따라서 그것이 어떠한 변화인지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당신···.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차기성은 자신의 앞에 선 무표정한 얼굴의 여성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을까. 여성의 얼굴은 미동도 없다. 그토록 날카롭게 맞섰음에도 무표정하다는 것이 도리어 서늘하게 느껴졌다.


이지은은 그의 옛 연인이었다. 둘은 이지은이 플레이어였고, 차기성이 군인인 시절에 처음 만났다. 이지은은 괴물들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해 패닉에 빠진 군인들 틈에서 분투하는 차기성을 보고 끌렸고, 반대로 차기성은 죽음까지 각오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몽둥이로 괴물을 때려잡는 이지은의 멋진 모습에 반했다.


차기성은 이지은의 뒤를 따라 플레이어가 되었고, 특유의 재능과 끈기로 키퍼즈의 토벌팀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둘의 사이가 멀어진 것은 그즈음이었다.

그 무렵 이지은은 부쩍 말수가 적어졌다. 차기성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도 데면데면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이 식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이별을 거친 뒤 둘은 다시 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는.


팡!


이지은의 무기에서 들려온 소리에 차기성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리 위로 뻗어졌던 몽둥이가 다시 이지은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B등급의 아티팩트 「한드텔러」.

순간적으로 길이를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몽둥이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였다. 아티팩트가 지금보다 훨씬 귀했던 초기에는 플레이어 커뮤니티에서 여의봉이라고 불렸던 적도 있었다.


다시 한 번 한드텔러가 뻗어졌다. 이번에는 아래쪽을 노리는 공격. 차기성은 한 발을 들어 그것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코앞까지 뻗어졌던 한드텔러는 막 그가 피하려는 타이밍에 돌아가 버렸다. 차기성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이건 속임수였다.


‘도망칠 생각인가?’


혹시 자신을 유도하고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차기성은 자발리를 운용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지은은 망토의 끝자락을 붙잡고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 속에 무엇을 감춘 거지?’


그 때도 그랬다. 그녀는 무언가를 감춘 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었다면 자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최소한 그렇게 헤어져야 했던 이유라도 알았을 텐데.


“도망치는 겁니다!”


안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차기성은 혹시나 했던 의심을 떨치고 이번에야말로 전력으로 이지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차기성은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차기성의 검이 닿기 직전, 이지은이 쑥 하고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허공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라도 있어 그녀를 빨아들인 것처럼 말이다.


차기성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결국 놓쳤다. 사적인 감정을 빼더라도 이건 컸다. 상대는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무리였다. 이렇게 보내줘서는 안 되는···.




누군가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반지원이었다.


“뭘 그러고 있어요? 저기 봐요.”


그녀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본 차기성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곳에는 도끼를 든 채로 팔이 잘린 남자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청년이 있었다.

안도가 이일수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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