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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상가, 신급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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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8.02.04 22:02
최근연재일 :
2018.05.04 06:13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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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31
추천수 :
994
글자수 :
380,162

작성
18.03.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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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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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미행(2)

DUMMY

***


"오빠, 너무 떨어진 거 아니야? 조금 더 붙어봐, 응?"

"은하야, 가만히 좀 있어 줄래? 내가 아무리 A급 각성자여도 미행은 처음이야. 지금 내 손 떨리는 거 안보이니?"


새하얀 아우디 스포츠카 한 대가 앞에 치고 나가는 붉은 람보르기니 SUV 한대를 조심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은하야, 송 작가님이 지금 암살위험에 노출돼있으신데 우리가 따라붙으면 괜한 오해 살수도 있어. 그냥 이 정도로 멀찍이 떨어지는 게 신상에도 좋을 것 같다."

"오빠야, 지금 내 눈 밑에 다크서클 보이지. 나 지금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송영탁 작가님 존안을 봐야 멀쩡해질 것 같은데···. 힝······. 나 좀 살려주라! 자이언트도 망할 것 같고 씨이!"


아우디 조수석에서 한 송이의 연꽃같이 아리따운 여인이 자신의 눈을 보라는 듯 운전하고 있는 남성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우유같이 뽀얗고 탄력 있는 피부에 둥그런 이마, 그리고 발랄한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아직 볼살이 다 빠지지 않은 미인이 울상을 지으며 토라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곳엔 다크서클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을 발산하는 애교살만이 눈 밑을 장식하고 있었다.


"얼굴 들이대지 마라. 못생긴 게."

"치!"


은하는 꽃다운 열여덟의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인 어여쁜 배우지망생이다.

예쁜 얼굴과 남다른 연기실력으로 어린 나이에 대한민국 최고의 기획사인 자이언트엔터의 눈에 들어 연습생 계약을 했고 5년 동안 브라운관에 데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은하는 자신이 자이언트엔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은하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글과 드라마를 만들어주시는 송영탁 작가님이 소속되어 있는 자이언트 엔터에서 활동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그가 만든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핑크빛 상상을 하며 힘든 연습생 생활을 보내왔다.

은하는 자신의 예쁜 얼굴과 연기실력이 경쟁자들에게 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고생고생 끝에 5년의 결실을 보겠다는 듯 매니저 오빠가 건네준 많은 시놉시스를 보며 데뷔 작품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데뷔가 코앞인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이 터져 버렸다.


'유명 작가 암살미수사건'

자이언트 기획사 대표 신상혁의 송영탁 작가 암살시도 사건이 뉴스에 터지며 자이언트 엔터는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폭삭 망해버렸다.

가끔 은하의 연기를 지도해주시던 김여정 선생님과 친하게 지냈던 나연수 언니 등 많은 배우와 연예인들이 자이언트 엔터를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토록 크고 화려했던 다이아몬드가 졸지에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돼버렸다.

은하처럼 데뷔만 바라보며 아침부터 밤새도록 연기 연습만 하던 배우지망생들의 뒤통수를 오함마로 내려찍은 격이었다.

그녀의 장밋빛 미래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은하는 밤새워 눈물을 흘렸다.

머리가 좋은 은하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데뷔 기회가 날아갔다는 것을.

신인인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저 그런 기획사를 통해선 송영탁 작가님 작품에 절대 들어갈 수 없으리란 사실을!

조금만 있었으면 꿈에 그리던 데뷔가 코앞이었는데···.

송영탁 작가님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은하는 도저히 이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인생 한탄을 하는 와중 은하의 뇌리에 얼마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송영탁 작가님이 기획사를 설립할 것이란 루머에 대해 매니저 언니의 통화를 엿듣다 들은 적이 있다.

은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의 얼굴과 몸매 그리고 연기력, 마지막으로 어린 나이까지!

송 작가님의 눈에만 들 수 있다면 내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빠르게 섰다.

이후 텅텅 비어 있는 회사에 나가 매니저 언니 몰래 외워놨던 비밀번호를 입력해 매니저들만 알 수 있었던 자이언트 소속연예인들의 프로필을 얻었고 송 작가님이 사는 집 위치를 알아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일없이(?) 빈둥거리고 있는 친오빠에게 사정해가며 새벽부터 송영탁 작가님 집 앞까지 나올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대면할 기회를 얻기 위해 미행을 하는 중인 것이다.


"어어···. 저기로 빠지네. 저쪽이면 '요정'이 있는 곳인데."

"요정?"

"아, 부자들 전용 음식점이야. 은하 너 나랑 같이 갔었는데? 내가 전에 한번 데려왔잖아."

"아 몰랑. 기억 안 나."

"어휴, 그 비싼 걸 먹이며 뭐하냐. 머리가 붕어인데. 그 머리로 대사는 어떻게 외우냐."

"뭐래! 빨리 쫓아가기나 해봐. 차 뒤꽁무니도 안보이잖아!"

"아침부터 식사하시려나 본데? 역시 송 작가님은 클라스가 달라. 아침으로 요정 정식을 먹으시다니."

"아···! 오빠! 이거 기회인 거 같아! 밥 먹으면서 작가님과 우연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은하는 순간 번뜩이는 생각에 볼록한 이마를 '탁' 쳤다.

송영탁 작가님을 따라다니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미행한 지 하루 만에 기회가 찾아오다니 행운의 여신이 자신을 응원해 준다고 생각한 은하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송영탁 작가님이 식사하고 있을 테이블을 중심으로 왔다 갔다 움직이며 그와 그의 매니저 눈에 띄기만 한다면 계획은 성공할 것이다.

은하에겐 몸에서 저절로 새어 나오는 젊음이라 불리는 패기가 있으니까!


은하는 데뷔작으로 송영탁 작가님의 작품에 들어간다는 꿈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다.

옆에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빛내고 있는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는 은하의 오빠는 쯧쯧 혀를 찼다.


"저기는 각방이야, 멍청아."


오빠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은하는 이미 눈을 빛내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은하는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 전통 한식 전문점 '요정'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요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예약하셨나요?"


'요정'의 입구에 들어서자 계량 한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 은하와 그녀의 오빠를 반겼다.

들어서자마자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는 은하를 보고 그녀의 오빠는 고개를 한번 절레절레 흔든 뒤 대답했다.


"아닙니다. 실례지만 방금 들어온 분들이 어디에서 식사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는 은하의 오빠답게 잘생긴 얼굴로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오기 전에 준비해 놨던 두툼한 봉투를 하나 건넸다.

은하의 오빠는 동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미행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지만 사실 첩보 영화 매니아인 그는 이런 경험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돈이 들어 있는 하얀 봉투도 서너 개 준비해왔을 정도!

글자 하나 적혀있지 않은 새하얀 봉투를 조심히 건네는 그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안내원 아주머니가 은하의 오빠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봉투를 받아들여 한복의 안주머니를 향해 스리슬쩍 넣는다.

순간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기분에 은하의 오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거야!'

자신이 꿈에 그리던 첩보영화의 한 장면 같이 비열한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를 보며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각성자 때려치우고 FBI에 지원이라도 해볼까? 나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은하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설래발의 달인이었다.


"오빠 너 뭐하냐."


기쁨으로 헤벌쭉 올라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헤실헤실 거리고 있는 오빠를 본 은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언제 철이 들려는지, 쯧쯧.'

은하는 오빠를 한번 바라본 후 앞서나가는 안내원 아주머니를 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저러는게 어디 한두 번 이겠는가.

그녀는 그러려니 하며 송영탁 작가와 대면 한다는 생각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은하야, 넌 할 수 있어. 지금이 아니면 넌 계속 패배자로 살아갈 거야! 넌 할 수 있어.'


은하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안내원 아주머니가 도착했다는 듯 송영탁 작가님이 머물고 있는 방을 힐끔 눈짓으로 알려준다. 그리곤 그의 옆방으로 안내해줬다.

은하는 정갈하게 장식되어 있는 값비싼 판화나 도자기, 서예 등 각종 장식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송 작가님과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향해 귀를 갔다 댔다.

두근두근 두근!

안타깝게도 은하의 귀에는 자신의 심장 소리만 세차게 들려왔지 저쪽에서 들려오는 송영탁 작가님의 목소리는 없었다.


"이씨!"


꽁! 꽁!

괜히 비싼 돈 주고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일까. 방음까지 완벽히 처리된 방안을 둘러보곤 은하는 자그마한 발로 바닥을 향해 힘껏 발을 굴렀다.


"내가 말했잖아. 여기 각방이라고."


은하는 자신을 놀리려는지 헤실거리는 오빠가 너무 얄미웠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뭐가 그리 좋다고 실실 웃고 있는 건지 그의 얼굴을 본 은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같은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난 형제 자매는 모두 전생에 원수라고 했던가. 오빠의 얼굴이 꼴 보기 싫은 은하는 그의 발을 향해 냅다 로우킥을 날렸다.

퍽!


"꺅!"

"쯧쯧. 역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해. 너는 네 몸에 백번 천번 사과해라, 멍청이."


아쉽게도 그녀의 오빠는 A급 근력을 가진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인 각성자였다. 강철같은 오빠의 다리에게 잘빠진 그녀의 얇은 다리로는 데미지를 입히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발목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는 은하.

그녀는 분한 마음에 작은 얼굴로 쌍심지를 켜고 그녀의 오빠를 노려봤다.


"씨이! 내가 잘되기만 해봐! 오빠같은건 돈으로 사버릴 테니까! 똥개! 말미잘!"

"이게 자꾸 까불어!"


콩!

은하의 정수리에 냅다 꿀밤을 먹이며 두 남녀는 한동안 투덕거리다 은하가 울기 직전이 돼서야 오빠는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멈췄다.


"힝,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어휴, 그래라 그래. 못생긴 게 엄마는 되게 잘 찾네. 그래서 이제 어쩔거야? 옆방에 쳐들어갈 거야?"


한껏 씩씩거리던 은하는 오빠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했다.

송영탁 작가님이 암살위험에 처해있는 지금 불쑥 찾아가는 것은 잘못된 행위가 아닐까.

그들의 행복한 식사를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기회가 온 지금 송영탁 작가님을 찾아뵙지 않으면 이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다.

이러나저러나 자신의 행동은 송영탁 작가님에게 민폐나 다름없다.

그러나 인생이 걸린 문제.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이 문제 때문에 밤잠을 설치지 않았던가 먼 미래의 자신이 이 순간을 회상했을 때 은하는 후회할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조금만 더 자신감을 가져 그에게 다가간다면 그녀를 얻은 송 작가님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들이대야겠어."

"뭐?"

"옆방에 쳐들어가야겠어! 오빤 나 도와 줄거지?"


지금 당장 송영탁 작가님이 식사하고 있는 자리에 쳐들어가겠다며 벌떡 일어난 은하가 언제 투덕거렸냐는 듯 불타오르는 눈으로 그녀의 오빠를 쳐다봤다.

연기에 대한 은하의 열정에 그녀의 오빠는 침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항상 싸우고 욕해도 그녀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이다. 가족으로서 그녀를 응원하고 도와줘야 한다. 그는 여동생을 지지하기 위해 그녀의 어깨를 감 쌓다.


"그래! 이 오빠가 함께 가준다. 준비 됐지!?"

"응!"


양껏 힘을 준 그녀와 함께 방을 나서 바로 옆에 있는 방문 앞에 우뚝 섰다.

은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은하의 매력을 그들이 한 줌이라도 느낀다면 그들은 결코 자신을 놓치지 않으리라.


은하는 더이상의 생각은 무의미하다는 듯 문을 향해 노크를 두 번 하고 벌컥 열어젖혔다. 일반적으로는 방 주인의 허락을 얻고 문을 조심스레 열 텐데도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은하의 눈에 당황하고 있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지만 개의치 않는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그녀는 빨리 눈을 굴려 방안을 둘러봤다.

처음 뵙지만 한눈에 알 수 있는 비실비실한 송영탁 작가님과 얼굴에 상처 자국이 길게 나 있는 정말 무섭게 생긴 진한 검은 머리의 아저씨, 마지막으로 곰같이 귀여운(?) 덩치 큰 아저씨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은하는 한동안 멍하니 곰 아저씨와 눈을 마주치곤 조심히 입을 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당황한 그들의 눈빛에서 은하는 왠지 모를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배우는 절대 관객들의 앞에서 위축되지 않는다고 배워온 그녀였기에.

'이곳은 드라마 배역을 따내기 위한 오디션 현장이야. 은하야, 넌 잘 할 수 있어! Yes, I can!'


은하는 빤히 쳐다보는 그들을 향해 대한민국 연예인이라면 무조건 배우고 들어간다는 폴더인사를 시전했다.

그리고 그녀는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 당차게 소리 질렀다.


"안녕하십니까, 송영탁 작가님! 그리고 여러분! 꽃다운 나이 열여덟 살인 배우지망생 은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송 작가님의 드라마 '황금빛 유산' 여주 금빛 역의 3화 24씬을 연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액션!"


숨한번 쉬지 않고 랩하는 듯 말을 내뱉는 은하.

발랄함을 넘어 낭랑한 목소리와 달콤한 향기가 큼지막한 전복을 입에 집어넣고 있는 송영탁과 일행이 있던 방안을 가득히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들려오는 방 주인의 새된 음성도.


"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그리고 괜찮으셨다면 추전과 선호작 그리고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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