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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상가, 신급 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BooKis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8.02.04 22:02
최근연재일 :
2018.05.04 06:13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59,603
추천수 :
975
글자수 :
380,162

작성
18.04.21 04:04
조회
339
추천
12
글자
22쪽

강림(1)

DUMMY

***


"혼자야?"


좋아.

내 대사가 완벽하게 들어갔다.

조금 당황한듯한 아이언맨 가면을 보니 안 그래도 좋았던 내 기분이 더 좋아진다.

근데 요즘 시대에 무슨 아이언맨이냐.

아이언맨의 스댕은 헐크의 발톱에도 미치지 못한다.

헐크 가면을 쓰고 왔다면 극찬하며 왔던 길로 조용히 돌려보내 줬을 텐데, 센스가 없는 녀석이다.


"뭐라고···? 혼자···?"


드디어 아이언맨 녀석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을까.

아이언맨 녀석이 내 동태를 힐끗힐끗 살피면서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린다.

너무 늦었어, 멍청아.


아이언맨 녀석의 뒤에는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시퍼런 눈을 빛내며 우뚝 서 있었다.

쿵! '그'의 거대한 발이 바닥을 내려찍는 소리가 골목길에 크게 울려 퍼진다.


"눈 깔아라, 애송이."

"······."


하늘 높은 곳에서 '그'의 굵은 목소리가 아이언맨 녀석에게 닿았다.

녀석의 몸이 조금씩 떨려간다.

아이언맨 가면을 쓴 녀석이 결국 뒤에 서 있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녀석의 표정은 가면 안에 갇혀 있어 어떤지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의 눈만은 가면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커져 있었다.

나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녀석의 모습을 지켜보며 여유로이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나를 따라다닌 이유라도 한 번 들어보자. 오늘은 내 기분이 매우 좋아서 피를 볼 생각이 없어. 쉽게 가자? 응?"

"아······."


내 물음에 녀석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녀석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와 그의 손에 사탕마냥 들려있는 동료를 번갈아 보며 입을 벌린 체 멍하니 서 있다.

아이언맨 녀석의 든든하고도 넓은 어깨와는 반대로 그의 얇은 다리는 덜덜 떨려만 간다.

'그'와 눈을 마주치고 아이언맨 녀석이 두려움에 몸을 떠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한 '그'의 덩치에 오줌을 안 지린 것만 해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상··· 상철아···? 이건 계산에 없었는데······. 너 같은 각성자는 처음보는······. 어디서 나타난거냐···?"


그때, 녀석이 더듬거리며 혼잣말을 했다.

그의 넓은 어깨가 점점 좁아진다.

'그'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녀석의 어깨는 이제 어좁이라 불릴 정도로 좁아진 상태다.

나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혼자 중얼거리는 녀석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주었다.

그리곤 '그'에게 일러 바쳤다.


"태곤 아저씨, 얘가 내 말을 무시······."


쉭! 퍽! 쾅!

내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수박 쪼개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S급 소환 개체 '돌격대장' 허 태곤이 아이언맨 녀석의 허벅지에 로우킥을 작렬시켜 버린 것이다.

아이언맨 녀석은 B급 상 정도의 각성자로 보였다.

그런 녀석은 고위급 각성자임에도 반응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무릎을 바닥에 찍어 버렸다.

역시 각성등급에 따라 실력차이가 월등하다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했다.


"아니······. 저기요···?"


그런데.

나는 무릎이 나가버린 녀석을 보곤 이마를 짚었다.

무법도시 인물들은 왜 이렇게 거침없는 걸까.

그들에게 적당히란 단어는 없는 건가.

허 태곤의 공격에는 일말의 자비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냥 살포시 무릎만 꿇리게 만들어 내 말에 경청하게 만들어 주면 되는 거였는데······.


"하아······."

"으아, 아프겠다."


내 한숨과 더불어 옆에서 함께 구경하던 다현이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소곤거린다.

진짜 아파 보이긴 하다.

내 몸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허 태곤의 다리가 아이언맨 녀석의 다리를 으깨버리듯 강타했다.

무릎이 나가고 뼈가 가루가 됐지 싶다.

신기한 것은 아이언맨 녀석이 그런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아내고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익현도 이런 현상을 만들었었는데.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 것일까.

조금 궁금하다.


"큼! 큼! 이제 대화할 준비가 된 거 같네···? 큼."


나는 상념에서 빠르게 벗어나 목을 한번 가다듬었다.

이제 녀석에게서 나를 미행한 목적과 이유를 들을 차례다.

아아! 질문에 대답해라, 얼간이.

나를 왜 미행한 것이냐?


"야, 대답 해. 앙? 아파서 말이 안나오나?"


녀석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눈을 돌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언맨 녀석을 관찰했다.

내 눈에 보이는 아이언맨 녀석의 동공이 조금씩 공허해져 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입가에서 힘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어버버······."

"······."


나는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하, 얜 또 왜 이러는 거야.

아이언맨 녀석이 염라대왕을 알현하고 온 것 같다.

허 태곤의 일격에서 녀석이 무엇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공허한 눈에는 인생무상마저 보이는 듯하다.

어버버 거리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예전 '박격포' 공준혁이 생각난다.

어버버 거리는 공준혁과 아이언맨 녀석의 모습이 겹쳐지며 묘하게 낯익어 보인다.

우리 어디서 본적이 있나.


"어버버버······."


녀석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의 양을 봐선 하루 이틀 만에 정신을 차릴 것 같진 않다.

조금 안타까워 보인다.

나를 미행한 이유를 순순히 불기만 하면 적당히 두드려준 후 돌려보내려 했었다.

벙어리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오라버니, 정신을 놓은 거 같은데요?"

"그러네. 음······. 뭐, 자업자득이지."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살기를 뿔뿔흘리던 녀석들인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한 것만으로도 녀석들은 나에게 감사 표시해야 한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자.

나에겐 이것 말고도 신경 쓸 일이 차고 넘친다.

이들이 나를 미행한 이유는 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다현아, 태곤 아저씨. 그냥 가자. 얘네는 이미 글렀어."

"이대로 두고 가도 괜찮을까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목격자도 없는 것 같고 또······. 이 녀석들이 정신 차릴 수 있을 것 같진 않네."


벙어리가 되어버린 아이언맨 녀석도 그렇지만 허 태곤의 손에 붙들린 스파이더맨 녀석도 상태는 비슷했다.

허 태곤의 주먹에 붙들린 스파이더맨 녀석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그들이 정신 차리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게 분명하다.

빠른 시간 안에 병원에 당도하길 바란다.

그럼.


나는 그렇게 자리를 이탈했다.

나를 미행하던 스파이더맨 녀석의 마력이 주위에 퍼져있는 거로 봐선 결계 종류의 능력이 골목길 근처에 사용된듯싶다.

다현이 말로는 인식저해 결계의 일종이라는데 지금의 나에겐 투명한 막에 불과할 뿐이다.

덕분에 사람 한 명 마주치지 않았고 곤란한 일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태건 아저씨! 나 궁금한 게 많은데."

"뭐든 물어보십쇼. 다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 이후, 나는 소환해제까지 남은 시간 동안 태곤 아저씨와 담소를 나누었다.

현재 무영제국의 정세에 관해서 물어봤고 반란군과 제국군의 동태에 대해서도 알아냈다.

역시 무영제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영제국이 지닌 강력한 6개의 무력집단은 아직 건재했으며 황제의 폭정 또한 움츠러들기는커녕 더욱더 거세졌다고 한다.


"반란군의 군수물자는 제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지휘체계조차 잡혀 있지 않고요. 최근에는 대부분의 반란이 제압되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정말. 저희에겐 익현 형님 이후로 '지배자'는 탄생하지 않았으니까요."


세상 물정뿐만 아니라 그의 일상생활, 그리고 주변 인물의 근황에 관해서도 빠짐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말 알찬 시간을 보냈다.

역시 이들과 대화하는 순간은 너무 즐겁다.


"아, 태곤 아저씨. 익현 만나러 갈래? 익현이 아저씨를 보고 싶어 하던데."


나는 허 태곤의 소환해제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 익현을 만나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봤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가 말하길 아직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나 뭐라나.


사람을 만나는 데 준비가 필요할지에 대해선 의문이었지만, 어색하게 머리를 긁는 허 태곤의 모습에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익현을 만나고 가면 익현이 좋아했을 텐데 아쉬울 뿐이다.

그에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겠지.


아, 혹시나 해서 그에게 강 태공 스승님에 관해 물어봤다.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익현 형님이 돌아가신 이후 저희는 '황금 독수리'를 이끌어 달라며 강 태공 어르신께 사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리신은 거절하셨지요. 그 이후로 '우루아'의 낚시터에 거주하는 듯했죠.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으셨고요."


'무법도시' 결말에서 강 태공 스승님은 마지막까지 도시 '우루아'에 남아 있었다.

허 태곤이 그의 자취를 모른다는 사실은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는 도대체 '우루아'를 버려두고 어디를 향한 것일까.

제국과의 반란에 한 손을 보태고 있는 건가.

궁금증이 해결되기는커녕 쌓여만 간다.


결국,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모든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무법도시' 세계로 직접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최근 갱신된 내 상태창을 불러왔다.



***


"반갑습니다. 득춘 형님. 천호동의 스머프라고 합니다."

"저는 잠실의 햄버거라고······."

"저는······."

"저는······."


득춘의 앞에는 일렬종대로 운동장 세 바퀴를 돌릴 수 있을 것 같은 수많은 건달이 숨소리조차 죽인 체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득춘은 고개를 숙이며 소속과 이름을 밝히는 동생들 덕분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아니지.

벌써 여기까지 도달했다.


"쌍도끼야. 느껴지냐? 우리의 위상이?"

"예, 형님!"


옆에 기립해 있는 쌍도끼가 잽싸게 반응한다.

최근 그를 갈궜던 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득춘은 그의 빠릿빠릿 모습을 보며 밋밋한 머리를 한번 쓸어 올렸다.


"쌍도끼. 이제 우린 꽃길만 걸으면 돼. 내가 너는 끝까지 챙겨준다. 으하하하하!"

"감사합니다, 형님!"


오늘을 기점으로 '삼두견'은 서울의 반을 먹었다.

서울 한강을 기점으로 한강의 남쪽을 '삼두견'이 차지했단 것이다.

얼마 전 야쿠자와의 전쟁에서 익현 형님이 야쿠자 녀석의 대가리를 잘라버리고 대승을 거둔 후 강남 통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날 도망쳤던 독사의 목을 천둥새가 따온 시점부터 강남의 영역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삼두견과 독사, 야쿠자의 전투 내용은 뒷세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알음알음 퍼지며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삼두견'에 대항하는 것은 명을 단축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저는 압구정의 카레라이스······."

"저는 한남의 야생마······."

"저는······."

"저는······."


끝이 없다.

하루에 수 백 명 단위의 건달들이 인사를 왔으며 그들이 다루는 사업들을 '삼두견'이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업관리부장 서동찬은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야근에 야근을 진행할 정도였다.

대기업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어두운 돈들이 '삼두견'에게 흘러들어오고 있다.


"서동찬이!"

"득춘 형님, 살려주십시오. 제발, 잠 좀 자고 싶습니다. 흑흑!"

"새끼야, 조금만 힘내! 이것만 정리되면 할 일 별로 없는 거 잘 알잖아!"


이제 한국 서울의 뒷세계에서 '삼두견'의 이름으로 하지 못 하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득춘은 자신에게 고개 숙이는 동생들을 보며 웃음을 끊지 못하고 있었다.


"으흐흐흐."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의 기억만큼은 득춘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재생된다.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익현 형님과의 첫 만남 말이다.


- 대가리 박아.


그 말을 듣고 자신은 오줌을 지리지 않았던가.

익현 형님의 명령이라면 동생들이 보는 앞에서라도 득춘은 머리 박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득춘이 익현을 회상하며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누군가 찾아왔다.


"득춘, 많이 바빠 보이는군."

"형님···!"


득춘은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조직을 자주 찾아오지 않으셨던 익현 형님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득춘은 익현이 나타난 순간 그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캐치하고 건물 안에 들어와 있던 모든 건달을 쫓아내 버렸다.

득춘의 말에 얼마나 큰 힘이 실려 있는지 그의 한마디에 그 많던 건달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득춘은 익현 형님을 상석으로 안내한 뒤 그의 앞에 섰다.

그가 입을 열 때까지 일단 열중쉬어 자세로 가만히 있는다.


"일은 문제없나?"

"예, 없습니다."


대답하는 자세의 기본은 역시 차려자세.

열중쉬어 자세에서 빠르게 차려자세로 돌린 뒤 다시 열중쉬어 자세로 바꾼다.

득춘은 자신의 행동에 피식 웃는 익현 형님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좋아!

점수를 딴거 같다.


"득춘, 일본의 갱들은 무엇을 하고 있지?"

"예, 형님. 야쿠자 녀석들은 현재 삼두견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저희 삼두견의 아래로 들어오겠답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일본 쪽바리 놈들도 받아들이시는 형님의 아량이란······. 어쩌고······. 저쩌고······."


득춘의 말에 익현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익현은 득춘의 입에 발린 말이 싫지가 않았다.

그렇게 득춘에게서 삼두견이 진행 중인 사업과 관리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익현은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좋다. 믿고 맡긴 보람이 있어. 고생했다."

"감···. 아니, 영광입니다, 형님!"

"그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경청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해 줬으면 한다."


득춘은 익현의 진지한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득춘은 여태껏 아무 의심 없이 익현이 지시한 일들을 처리해 왔다.

불법 장기매매나 마약 등을 취급하는 사업은 일절 금지시키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 드는 사업들도 고르고 골라 진행했었다.

이번에는 어떤 지시를 내리실까.

끽해봐야 잠 한 시간 덜자면 된다고 득춘은 생각했다.

하지만 익현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득춘의 예상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아니, 그 내용은 득춘이 바라마지 않던 일이었다.

득춘은 익현의 말을 들은 후 등골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서울을 통일한다."



***


"상태창."


며칠 전 나는 '성장'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은 1의 '공상력'을 사용했었다.

관리자 누나의 말대로 내가 공상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공상가의 잠김 능력을 '공상력'으로 개방해야만 했다.

공상력을 사용한 후 들른 화려한 효과음과 함께 시스템 창에 떠오른 능력의 이름은.


'강림'.


나는 시스템 창을 불러 다시 한번 '강림'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

<상태창>

1. 이름 : '창조자' 송영탁

2. 나이 / 소속(국적) : 28 / 없음(12 행성 지구, 대한민국)

3. 재능 / 성향 : '공상세계 창조자' / '중용'

4. 고유 각성 능력 : 공상가(G)

- '목록' 열람(1/1)

- '공상소환' 열람(1/1)

- '강림'

- (잠김)

- 보유 중인 '공상력'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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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림]

- '공상가'로 창조해낸 공상 세계에 직접 '강림'한다.

- 쿨타임 : 36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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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순한 설명이었다.

내가 각성한 이후 여태껏 얻어온 각성능력이나 SS급 스킬들에 대해서는 모두 시스템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줬었다.

세부적인 능력이나 제한사항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강림'은 조금 달랐다.


능력을 사용한다면 '무법도시'에 바로 강림할 수 있는 건지.

아무 페널티 없이 그들의 세계에 '강림'할 수 있는지.

공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방법은 무엇인지.

익현과 함께 강림할 수 있는 것인지.

무엇하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시스템 창에 떠오른 단 두 줄의 문장을 보고 정말 많은 질문을 만들었었다.

며칠 동안 계속 혼자 고민하고 관리자 누나에게 물어도 봤다.

그렇게 고생하며 얻은 결론은 하나다.


-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내가 직접 공상 세계에 강림해 이런 저런 일들을 겪어 본다면 모든 의문은 빠르게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관리자 누나와 소통만 할 수 있다면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은 분명 찾을 수 있다.

그치, 누나?


<흥, 칫, 뽕이다.>


관리자 누나를 협박(?)해서라도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좋아.


나는 계속해서 생각을 이었다.

내가 '무법도시'에 강림한다면 오랫동안 현실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현실 세계와 공상 세계의 시간축 또한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익현과 상의하며 현실에서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해결해놓고 여행을 떠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고민했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최근 며칠간 수없이 많은 질문을 내게 던졌다.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당연히 다현이였다.

가족과 보호자를 잃은 후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현이를 두고 여행을 떠나기엔 그녀가 너무 걱정되었다.

그래도 최근 다현와 함께한 결과 많이 밝아진 모습을 보며 이젠 그녀를 두고 떠나도 괜찮지 않겠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잠깐의 헤어짐이기에 그녀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역시 각성자 협회다.

나와 익현을 제거하려던 배후 세력.

최근에는 정부를 집어삼키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자체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협회의 손이 언제 어디서 우리 가족에게 뻗을지에 대해선 미지수, 무엇하나 알지 못한다.

익현이 직접 협회를 조사한다고 해서 한편으론 안심하고 있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형.

복길이 형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복길이 형을 두고 떠는 것이 너무 걱정스럽다.

물론 사막 한가운데 떨어뜨려도 어떻게든 살아날 것 같은 우리 형이지만 각성하지 않은 민간인의 몸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엔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근 복길이 형은 'LR 엔터테이먼트'를 이끌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복길이 형이 직접 관리하는 'LR 엔터테이먼트'.

그는 아직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라는 최강의 카드를 지니고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달까.


복길이 형의 욕심인지, 아니면 자신감인지.

복길이 형은 은하와 계약한 이후 톱스타들과 계약을 거절하고 있다.

그가 뽑은 직원들도 선별하고 선별한 최소한의 베테랑으로 구성된 것을 보면 '은하 톱스타 만들기'에 돌입한 것 같다.

나와 복길이 형의 관계를 아는 몇몇 연예인들은 'LR 엔터'에 들어가고 싶어 난리를 치고 있지만 복길이 형은 그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았다.


"······"


나는 그런 복길이 형을 떠올렸다.

이미 완성된 톱스타들을 받아들이는 편하고 안전한 길이 있음에도 험난한 가시밭길을 택한 우리 형.


"이게 무슨 고생이냐. 이 미련 곰탱이야. 크크크."


그가 걷는 길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내가 그를 도와줄 방법은 한 가지뿐이란 것을 나는 잘 안다.

내가 잘하는 일은 '이거' 한 가지밖에 없는걸.


"······"


나는 지금 집안의 작업실에 설치된 내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있다.

그리고 내 눈에 새하얀 도화지가 펼쳐져 있다.


"······."


이 자리에 앉은 것은 2년 만이다.

아니 3년이 다 되어간다고 하는 게 맞겠지.

나는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천천히 마우스와 키보드를 쓸어보았다.

지난 2년간 작업실에 들어와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컴퓨터의 본체는 새것인양 생생하게 돌아갔으며 책상 위에는 먼지 한 톨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작업실은 2년 전과 똑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


"······."


나는 조용히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새하얀 도화지가 보인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수많은 공상 세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나를 만들어 달라고.

세상에 꺼내달라고!


"······."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나는 글을 쓸 준비가 되었을까.

그 순간, 내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큭. 준비되긴 개뿔."


나는 나를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만 한다.

복길이 형을 위해, 그리고 그의 성공을 위해!

나는 움찔거리는 손가락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역시, 나는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살짝 떨리는 손가락들 사이에서 희열이 느껴진다.


자, 글을 써보자.

복길이 형이 걷는 가시밭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주기 위해 멋진 세계를 만들어 보는 거야.

음, 은하에게 잘 어울리는 세계는 어떤 게 있을까······.


"너무 많은걸."


머릿속의 세계가 자신을 뽑아 달라며 열심히 어필한다.

그때, 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하나의 세계가 자신의 빛깔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아! 이게 좋겠다.


"원탁의 화원!"


그 이후로 나는 쉬지 않고 손을 놀렸다.

해가 뜨고 별이 반짝인다.

새하얀 도화지에 아름다운 색채를 가진 한 떨기의 연꽃이 모양을 갖춰나간다.


네가 세상에 나오면 분명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게 될 거야.

우리 형을 잘 부탁한다!


그렇게 도화지 속의 연꽃은 아름다운 꽃잎을 활짝 펼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보니 끊기가 애매해서 그냥 썼습니다....

2화로 나눌까 하다가 그러면 너무 딜레이 될것만 같아서요.

괜찮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그리고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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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4
    작성일
    18.04.21 09:40
    No. 1

    분량 좋았다~ 이재 무법도시가서 깽판치고 오는건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BooKis
    작성일
    18.04.21 17:36
    No. 2

    글을 쓰다 보니 끊지를 못하겠더가구요 ㅎㅎ 과연.... 제국 기사단을 기대해 주세요. ㅋㅋ
    항상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jenistar
    작성일
    18.04.24 12:53
    No. 3

    무법도시가면 영탁이도 싸울 수 있을만큼 강해지는건가요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BooKis
    작성일
    18.04.25 00:09
    No. 4

    강태공 스승님 밑에서 영탁이가 창술을 배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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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림(1) +4 18.04.21 340 12 22쪽
54 아티펙트 감정(2) +8 18.04.19 372 11 16쪽
53 아티펙트 감정(1) +4 18.04.17 423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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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황금돼지 두 마리(1) +4 18.04.13 445 12 17쪽
50 배연우(3) +4 18.04.11 479 12 17쪽
49 배연우(2) +4 18.04.09 480 12 17쪽
48 배연우(1) +10 18.04.08 497 14 17쪽
47 삼파전?(3) +4 18.04.06 507 14 14쪽
46 삼파전?(2) +6 18.04.04 540 15 17쪽
45 삼파전?(1) +6 18.04.02 519 13 15쪽
44 미션, 성공적(4) +4 18.03.31 557 13 15쪽
43 미션, 성공적(3) +2 18.03.30 539 13 16쪽
42 미션, 성공적(2) +4 18.03.28 557 15 15쪽
41 미션, 성공적(1) +2 18.03.26 705 12 14쪽
40 던전디펜스(4) +2 18.03.25 575 13 17쪽
39 던전디펜스(3) +4 18.03.23 587 15 14쪽
38 던전디펜스(2) +2 18.03.21 673 14 15쪽
37 던전디펜스(1) +4 18.03.19 626 12 15쪽
36 성장(3) +2 18.03.17 722 14 14쪽
35 성장(2) +2 18.03.16 675 12 14쪽
34 성장(1) +2 18.03.14 753 13 14쪽
33 미행(3) +4 18.03.12 864 1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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