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퍼펙트 싱어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n5920_johyeinhijo
작품등록일 :
2018.02.06 16:23
최근연재일 :
2018.03.30 06: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296
추천수 :
16
글자수 :
67,049

작성
18.02.06 16:25
조회
343
추천
4
글자
5쪽

2화

DUMMY

“저쪽 청소하면 끝이야 리아!”


끄덕. 나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고 코넬의 말에 힘입어 손에 있던 빗자루를 좀 더 힘주었다.


‘...휴..’


드디어 복도 끝까지 쓸었다. 길게 묶은 머리를 치우며 허리를 피는데, 아직 떠 있는 태양 아래 뭔가 거슬리는 게 보였다.


정원 끝 쪽에 더러운 돌? 휴지인가? 뭐지?


“리아! 난 끝났어!”


코넬이 반대편에서 소리쳤다. 나는 먼저 가라는 신호로 손을 흔들고 휴지를 마저 줍기 위해 정원으로 향했다.


‘응?’


꿈틀


휴지가 꿈틀?


“...!”


노예 경매장 위에서 노래를 부른 이후로 다문 입이 터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오 년 동안 말을 안했더니 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어쨌거나 깜짝 놀라 빗자루를 놓쳤고, 하필이면 그게 정체 모를 덩어리에 부딪쳤다...젠장..


‘....’


제발 지나쳤으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이미 충분히 알았다.


‘히익..!’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뻣뻣한 털이..내..내 팔에!



‘응..?’


실눈을 뜨고 살짝 보니, 그것은 빗자루였다. 그리고 그 덩어리는...


‘너, 누구니?’


나는 내 목에 걸린 작은 판에 빠르게 펜을 휘갈겨 쓴 뒤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걸레 같은 옷에 먼지로 뒤덮인 머리, 그리고 긴 머리를 가진. 덩어리는 알고 보니 아이였다. 황궁에 있을 리가 없는 아이. 그 아이가 내게 빗자루를 건네고 있었다.


“.....”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빗자루만 내 쪽으로 더 밀었다.


어쩌지...


아이가 여기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둘째 치고 경비들에게 걸리면 큰 일이 날게 분명했다. 나는 아이의 눈높이에 쭈그려 새로 글을 썼다.


‘집이 어디야? 데려다 줄게.’


오지랖이긴 했다. 저주받은 내가 누굴 도와주겠다는 건지. 그래도 이 아이는...

이 아이만큼은 내 저주가 안 통할 것 같다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아래, 노란 눈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공허만 남아 있었고.... 그것은 아이의 눈에 비친 내 눈도 다를 바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다.



‘너. 많이 아팠구나.’



빗자루를 받는 대신 나는 그것을 잡고 있는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아이의 상처투성인 손을 훑고 어루만졌다.


“....”


아이는 소리 없이 울고 있는 나를 가만히 그 노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게 아이가 건네는 위로였음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

아이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만큼 갑작스럽게 떠났다.

박차고 뛰어가는 아이를 잡지 못한 나는, 아이가 들킬까봐 묻지도 못하고 아이의 잔상만 좇은 채 멍하니 잠자리에 누웠다.



그 때문이었을까?



‘넌 저주야.’


아니야 제발


‘네 목소리’


오빠 잘못했어! 제발 엄마 아빠!


‘노래!’


오빠 제발 제발 제발!


‘모두!!!’


“리아!!!!!!!”


헉!


“리아! 일어나! 무슨 일이야!”


온몸을 적신 기분 나쁜 땀이 차게 식었다.


“리아 괜찮니?”


방은 대낮처럼 환하게 켜져 있었고 코넬뿐만 아니라 서쪽 궁 시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리아.”


채 넘기지 못한 호흡이 헐떡이며 터져 나왔다.


“또 악몽인거야?”


코넬이 내 눈가를 쓸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 듯 했다. 아이를 만나고 터져버린 눈물은 그 뒤에도 멈출 줄 몰랐다.


“리아 괜찮아?” “리아” “오늘은 쉬어 내가 당번 맡을게.” “리아 울지마”


여기저기서 위로가 건네져 왔다. 서 쪽 궁은 시녀가 나를 포함해 네 명 밖에 없었지만, 착한 기준으로 뽑았는지, 내게 과분하게도... 착했다.


“자자 아직 해가 뜨기 전이니까 너희들은 들어가 있어. 리아도 이제 진정한 모양이니까”


시녀장 오페르가 시녀들을 물렸다.


“리아. 오늘은 쉬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리아.”


‘쉬면 더 생각나요... 시녀장님. 일하게 해주세요.’


“휴..”


오페르는 판에 적힌 글을 착잡한 눈으로 보더니, 나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주었다.


“그래. 때론 땀이 모든 근심을 덜어주기도 하지. 그래도 오후에는 쉬렴.”


“그래! 리아. 오후에는 쉬어!”


코넬과 오페르가 짐짓 엄한 눈을 했다. 결국 나는 그들의 고집에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안심시킨 뒤, 아직 별이 떠 있는 밖으로 나왔다.


‘하..’


하얀 입김이 아직 쌀쌀한 가을 밤하늘에 퍼졌다. 2년 만에 꾼 악몽이었다. 처음 시녀로 들어오고는, 낯선 잠자리와 제리의 부재에 하루가 멀다하고 악몽에 시달렸지만, 따뜻한 보살핌에 점차 그 기억도 저편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어?’


달빛 아래 풀숲에서 회색 덩어리가 숨어 있었다.


‘그 아이!’


몬스터도 제 말하면 나온다더니! 아이가 처음 본 그곳에 있었다!


나는 아이가 놀래지 않게 발걸음 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이 퍼펙트 싱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18.03.30 54 0 9쪽
29 29화 18.03.25 73 0 6쪽
28 28화 18.03.19 94 0 5쪽
27 27화 18.03.14 84 0 5쪽
26 26화 18.03.10 105 0 4쪽
25 25화 18.03.06 106 0 4쪽
24 24화 18.03.05 75 0 6쪽
23 23화 18.03.04 89 0 6쪽
22 22화 18.03.03 103 0 4쪽
21 21화 18.03.02 91 0 4쪽
20 20화 18.03.01 177 0 4쪽
19 19화 18.02.26 84 0 5쪽
18 18화 18.02.24 137 0 7쪽
17 17화 18.02.22 88 0 3쪽
16 16화 18.02.20 103 0 4쪽
15 15화 18.02.19 89 1 6쪽
14 14화 18.02.18 100 0 5쪽
13 13화 18.02.13 104 1 6쪽
12 12화 18.02.12 104 1 5쪽
11 11화 18.02.11 114 0 6쪽
10 10화 18.02.10 147 0 6쪽
9 9화 18.02.09 123 0 5쪽
8 8화 18.02.08 142 0 5쪽
7 7화 18.02.07 187 1 7쪽
6 6화 18.02.06 147 1 5쪽
5 5화 18.02.06 185 1 7쪽
4 4화 18.02.06 177 1 5쪽
3 3화 18.02.06 234 1 4쪽
» 2화 18.02.06 344 4 5쪽
1 1화 18.02.06 637 4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