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퍼펙트 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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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920_johyeinhijo
작품등록일 :
2018.02.06 16:23
최근연재일 :
2018.03.30 06: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297
추천수 :
16
글자수 :
67,049

작성
18.03.25 06:00
조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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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29화

DUMMY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지고, 한 여자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무대 위로 올라왔다.


‘관종’


그래 관종이었다. 생긴 것만 믿고 설치는 관종.

제니퍼 마리는 그런 사람들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 여자도 그런 부류이거니 하면서 넘기려고 했지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 멍청한 얼굴이 세상 물정 모르는 표정이라, 침을 뱉어버렸다.


그런데..


그 노래..

그 목소리..


무의미한 무대 위를 내려오고 들린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무대 밖으로 나와서 그녀를 구경하게끔 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그녀는, 세상과 동떨어진 채 홀로 고고히 선 천사였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아직도 귀에서 울리던 소리가 생생했다.


수백 명이 노래를 부르고.

마이크를 내려놓은 여자도 같이 불렀다.

그리고


‘나도..’


이 많은 사람이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 하나.

간혹 동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긴 했지만, 단 한 번도 같이 부른 적은 없었다. 내가 부르고 그 애들은 들을 뿐..


‘하지만 그 여자는 아니었어.’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름다우면서 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우승자가 아니면 감히 누가?’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사회자가 자신을 우승자로 지목했을 때, 그 누구보다 분노했던 것은 그녀였다. 당황, 분노, 미안함으로 범벅된 마음으로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솔리아.. 라고 했던가? 나한테 내가 누구냐고 물었었지..


...나도 모르겠어.’


그녀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이 엉망일게 분명했다.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을까?’


찻잔이 조각나 나 뒹굴고, 화분과 장신구, 드레스가 너부러진 엉망진창인 방에서, 제니퍼 마리는 눈을 감고 조용하게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쿨해 보이려고 한 것도 아니야

그냥 이런 걸 해보고 싶었어

말해줘, 너희도 그래?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느껴지니?

불어오는 게 느껴지니?

이방의 모든 창문을 통해

난 너에게 닿고 싶으니까


넌 절대 외롭지 않을거야

황혼부터 새벽까지 같이 있을거야

황혼부터 새벽까지 있어줄게

자기야 나 바로 여기 있어-”


***


미아, 플론과 축제를 간 그날 이후, 시간을 빠르게 흘렀다. 우승자 발표가 되고, 미아는 울면서 분노하고, 플론은 당장 가서 사회자의 멱살을 짤짤 흔들고 싶어 하는 듯 했다. 호위기사 젝슨도 살벌하게 칼을 뽑아드는 게 심상찮게 실망한 듯 했지만, 난 아무래도 좋았다.


그 많은 사람들과 내가 언제 또 노래를 같이 불러볼까.


제리는 그 소식을 어떻게 벌써 접했는지, 도착하자마자 나를 걱정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날보고 기뻐했다. 그 자리에 못 있었다는 걸 애꿎은 황궁에다가 한동안 심술을 부리는 것 같긴 했지만, 영상석을 누가 구해줘서 그 뒤로 잠잠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대망의 편입 시험 날이었다.


“리아 펜 챙겼지?”


벌써 세 번째 묻고 있는 제리에게 친절하게 챙겼다고 말해줬다.


“누나, 그냥 아버지 빽 써서 들어가자”


“너 내 선생님이면서 내 실력 못 믿어?”


이제는 애들 말도 곧장 잘 알아듣는다. 빽이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보는 제리를 보고 살짝 비웃어 줬다. 내가 예전에, 요즘 애들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고 했더니 배꼽 잡고 웃었지. 흥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됐어. 나 간다!”


걱정스럽게 나를 지켜보는 공작가 식구들을 뒤로 하고 라스론 아카데미로 향했다.



시험은 생각보다 어렵게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합격입니다. 솔리아 양”


합격이었다.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카데미 총장, 카르센 총장이 최종 합격서를 건넸다.


“스튜어트 공작한테 듣기로 기본 과정을 하나도 못 했다고 들었는데, 대단하군요. 우리 아카데미에는 7개 학부가 있다는 건들었을 테고?”


그가 돋보기안경을 살짝 내려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네. 검술, 마법, 역사, 화학, 천문학, 예체능, 인문학부 일곱 개 학부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군요. 그럼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내가 작게 끄덕이자 그가 자상하게 웃었다.


“그럼 우리 솔리아 양은 어느 학부를 들어가고 싶죠?”


나는 준비했던 답을 꺼냈다.



‘역사 학부????’


처음 제리와 플론에게 역사 학부를 가고 싶다고 했을 때, 플론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제리는 당황했다. 그야 플론은 공부를 알려주면서 내가 역사에 관심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았고 제리는..


‘난 네가 나랑 같을 줄 알았는데..’


배신이라도 당한 듯 눈을 처연하게 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는 역사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어렸을 적에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뺀질나게 빼먹고 도망쳤던 수업이 피르캔 선생님의 역사 시간이었다.


60이 넘는 할아버지는 살아있는 수면 마취였다. 그 할아버지 살아 있으려나?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카르센 총장의 주름진 눈이 살짝 커졌다.


“호오. 흥미로운 대답이군요. 요즘 젊은 친구가 역사에 관심이 있긴 쉽지 않은데....하지만 우리 역사 학부는 솔리아 양 같은 인재를 필요로 하죠.”


그가 찡긋 윙크하며 손을 내밀었다.


“라스론 아카데미에 오게 된 걸 환영해요. 솔리아 양.”


공작저에 돌아와 당당하게 합격서를 내밀자, 그들은 언제 걱정했었냐는 듯, 당연히 합격했을 거라고 말하면서 나보다 기뻐했다. 같이 아카데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환하게 웃는 미아, 뿌듯하게 나를 바라보는 플론, 그리고 청승맞게 눈물을 구석에서 몰래 찍는 제리.


‘이제 시작이야. 크리스티리아.’


나는 그들을 보면서 심장이 콩콩 뛰었다.


비록 내 원래 이름, 원래 모습으로 가지는 못하지만, 나는 오렌지 빛 머리의 에메랄드 눈을 한 솔리아라는 여학생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이다.



그리고 이건 그 첫 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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