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손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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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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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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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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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편 트럼프와의 아침식사 2부

DUMMY

"나는 원래 아침을 잘 안 먹는 편이오." 트럼프가 아침식사 장소인 스테이트 다이닝 룸으로 이동하면서 손태평에게 말했다. 기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자 그의 말투와 태도는 눈에 띄게 퉁명스러워졌다. "사실 아침을 먹는 건 시간 낭비지. 안 그렇소?" 아무런 반응이 없자 트럼프는 손태평을 쳐다 봤다. 손태평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트럼프는 몇 마디를 더 말했다. 그들 둘이 맨 앞에서 걸어가고 그 뒤에 비서실장이 따라붙고 그 다음에는 퍼스트레이디와 장여사, 그 다음에는 백악관 참모들, 그리고 경호원, 그리고 그 뒤에 차장과 통역이 있었다. 차장은 불안했지만 도저히 앞으로 나갈 재간이 없었다. 손태평은 트럼프가 쏟아내는 말에 미소를 띠며 차장으로 부터 배운 몇 개 안 되는 레퍼토리를 돌려가며 쓰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누구인가? 그는 곧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고 뒤에 서 있는 비서실장에게 자기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 다음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 인간, 내 말을 전혀 못 알아 듣는 것 같은데."


"그럴리가요? 전에 남대문 선언 영상을 보니까 영어에 아주 능통하던데요."


"그래? 달달 외웠나보지. 그럼 한 번 테스트해 볼까?"


트럼프는 마침 적당한 애깃거리를 찾아냈다. 그는 식당 입구에 있는 링컨 대통령의 흉상 앞에서 멈췄다.


"그거 알아요? 아직도 링컨을 민주당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거."


"예. 알아요." 손태평도 Know라는 단어쯤은 알아 들었고 이에 가장 무난한 답변을 골라 대답했다.


"웃기지 않소? 흑인 해방은 우리 공화당 대통령이 해 준건데. 흑인들은 민주당만 찍으니."


"예. 동감합니다."


"만약 당적을 꼭 택해야 한다면 어느 당을 선택할 꺼요?"


"좋은 생각이네요."


"방금 링컨이 했던 재미있는 농담이 하나 생각났는데 남북전쟁때 기자 한명이 링컨 대통령에게 남부군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소. 그러자 링컨은 120만명이라고 말했지. 어떻게 계산했냐는 질문에 뭐라고 말했는지 아시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트럼프는 미간을 찌푸리며 비서실장을 한 번 돌아보고는 다시 손태평쪽으로 고개를 돌려 하던 말을 마저 했다.


"링컨은 이렇게 대답했소. 간단한 곱셈을 하면 됩니다. 우리 북부군이 40만인데 우리 장군들이 패전을 할 때마다 적군의 수가 3배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트럼프는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손태평은 그보다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트럼프가 물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뭐를 모른다는 거요?"


"하하하.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차장은 뒤에서 대통령과 당선자가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까치발까지 했지만 경호원들의 뒤통수만 보일 뿐이었고 뭔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오늘 처음으로 트럼프의 입가에 진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식당안으로 들어서며 트럼프는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완전히 얼간이야. 천재는 개뿔.”


비서실장은 눈치가 비상한 사람이었다.


"기자를 부를까요?"


"좋은 생각이야. 카메라 기자만 한 명 대표로 들여보내."


그렇게 해서 원래 비공개로 진행되려는 식사는 미국 전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행사가 되고 말았다. 차장은 특별고문 자격으로 다른 백악관 참모들과 같이 15명 정도 앉는 직사각형의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했는데 당초 얘기됐던 손태평 바로 옆 자리가 아닌 창가쪽 맨 끝자리였다. 그리고 통역은 아직 방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문이 닫혔다. 차장이 일어나서 통역을 데려오려고 했지만 어느새 좌중이 정돈되어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참모진 소개가 시작되어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트럼프의 말이 끝나고 이제 손태평이 인사말을 할 차례였다. 옆의 장여사가 당황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이순미를 찾다가 차장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차장으로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모두들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 손태평은 스프에 찍어먹으려던 빵을 슬며시 접시에 내려놓았다.


"음...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스푼을 들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고 그 와중에 트럼프의 입꼬리는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손태평은 차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장은 왼쪽 눈을 세번 빠르게 감았다 떴고 그것이 어떤 신호를 보내는 시도라는 것쯤은 손태평도 잘 알고 있었는데 그 어떤 신호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음... 다들 배고프죠? 저도 배고픕니다. 자 먹읍시다." 그렇게 영어로 말하고 그는 스프를 한 스푼 가득 떠서 입에 가져갔다. "오, 맛있네!"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웃었고 그들도 스푼을 들어 스프를 한입씩 떠 먹고는 당선자의 소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장은 더 이상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그는 고민하다가 자신의 옆에 앉은 국가안보고문에게 당선자의 통역을 이곳에 들여다 보내게 해 줄 수 없냐고 부탁했지만 그는 차장의 발음을 듣기 어려웠는지 무슨 말이냐고 두 번 묻고는 트럼프의 조크를 기회 삼아 아예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민주당이 디트로이트 같은 쇠락하는 러스트벨트 도시들에 관심을 갖게 만들 방법이 있다면 뭐일 것 같소?" 트럼프가 조크를 계속 이어간다는 취지에서 손태평에게 물었다. 카메라는 손태평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었고 미국의 시청자들은 당선자 입에서 어떤 재치 있는 말이 튀어 나올지 기대했다. 하지만 손태평은 그냥 알듯 모를듯한 미소만 보이고 있었다. 그 미소가 아무 생각 없는 미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제시했다.


"디트로이트 시민들을 다 내 쫒고 그 자리에 멸종 위기 동물들을 데려다 놓는거요." 그 말에 일부 참모들만 빼고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손태평도 따라 웃으려다가 그의 눈에 마침 언론들이 트럼프의 조크를 어떻게 옮겨 적을지 걱정하느라 잔뜩 심각해진 비서실장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래서 손태평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 표정에 미국 전역의 민주당원들은 환호했다. 특히 자신의 집무실에서 방송을 보고 있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 내 말대로 새 대통령은 민주당 쪽이었어!


치즈 오믈렛과 크림이 올라간 쇠고기 요리, 프렌치 토스트, 오트밀, 조개 요리 등이 계속 나오고 손태평은 간간히 트럼프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음식에 최대한 집중했다. 하지만 백악관에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처음 몇 개의 동문서답은 낯선 환경에서 과도하게 긴장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하다가 뭔가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할 대목에서도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거나 단답형으로, 그것도 아주 쉬운 질문임에도 엉뚱한 답을 계속 하자 새로운 대통령이 영어를 완전히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정상이 아닌, 어쩌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천치가 아닐까 강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만 미국 매스컴에서 시도 때도 없이 손태평의 전설적인 천재성을 떠들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천재의 어떤 기벽 - 다른 평범한 인간들의 말을 제 멋대로 해석하는 특징 등 -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가 나오자 트럼프는 비서실장에게 귀엣말로 뭔가를 지시했고 비서실장은 뒤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을 불러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오늘 귀한 손님이 오신 김에 또 다른 특별한 손님들을 모셨습니다. 원래는 아침식사를 같이 하려고 했는데 비행기 시간 때문에 이제 오게 되었네요. 그나마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트럼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열리더니 아랍 계통의 아이들 세명이 들어왔다. 한 명은 열두살 정도의 남자애이고 나머지 두명은 일곱살에서 아홉살 정도 먹은 여자 꼬마들이었다. 얼굴이 비슷한 걸로 봐서 남매들인 듯 했다. 비서실 직원이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조그만 의자들을 가지고 오자 트럼프 대통령 옆에 앉은 참모들은 자리를 옆으로 옮겨 공간을 만들어 줬다. 아이들이 트럼프 오른 편에 나란히 앉았고 곧 그들 앞에 아이스크림과 과일, 초콜릿 케잌 등이 담긴 접시와 우유와 오렌지 쥬스가 담긴 컵들이 놓여졌다. 그들은 잠시 사람들의 눈치를 보더니 허겁지겁 앞에 놓인 것들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제일 막내로 보이는 여자애는 포크도 사용하지 않았다. 손태평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 아이들을 지켜봤지만 트럼프와 비서실장을 제외한 사람들, 그리고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도대체 저 아이들은 누구일까 모두들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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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편 트럼프와의 아침식사 3부 +5 18.04.13 259 3 9쪽
» 38편 트럼프와의 아침식사 2부 18.04.12 186 1 9쪽
37 37편 트럼프와의 아침식사 1부 18.04.10 177 2 9쪽
36 36편 알렉스 +2 18.04.10 19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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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편 독화살, 손태평을 향해 쏘아지다 3부 18.03.02 28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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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편 팔콘스 2부 +3 18.02.16 441 7 13쪽
11 11편 팔콘스(FALCONS)는 손태평을 보호할 수 있을까? (1부) +2 18.02.15 545 7 10쪽
10 10편 손태평의 주변은 어떠한가? +2 18.02.14 550 7 11쪽
9 9편 손태평의 비밀은 무엇인가? +2 18.02.13 653 9 13쪽
8 8편 독화살은 과연 손태평을 죽일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가? +1 18.02.13 691 10 13쪽
7 7편 손태평은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는가? +4 18.02.12 702 10 12쪽
6 6편 손태평에 대한 첫번째 암살흉계는 어떻게 기획되었는가? +2 18.02.11 784 8 11쪽
5 5편 손태평은 대통령다운 매너를 갖출 수 있을까? +2 18.02.11 955 11 12쪽
4 4편 미국은 과연 손태평을 받아들일 것인가? +4 18.02.11 1,060 9 12쪽
3 3편 손태평이 되고 싶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6 18.02.11 1,219 13 12쪽
2 2편 손태평은 왜 바보가 되었고 무엇을 원하는가? +5 18.02.10 1,325 15 11쪽
1 1편 손태평이 누구? +4 18.02.10 1,918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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