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이민자 대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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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8.02.11 05:02
최근연재일 :
2018.03.2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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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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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발버둥은 치는 사람 마음대로.(1)

DUMMY

"말려!!"


"..! 크..노, 놓으란말야..!"


거침없이 손에 기폭장치를 들고 일어나 문 바깥을 향하는 파비앙에게 에이브가 달려든다.

한참이나 키와 덩치가 차이나는 탓에 속수무책으로 에이브의 손에 붙잡혀있으면서도 파비앙은 손에서 기폭장치를 떨어트려 놓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몸부림치며 그 손안에서 빠져나가려 할 뿐.


"진정해, 진정하라고 파비앙! 넌 지금 패닉에 빠져있는 거야!"


"나..멀쩡, 하다고..그러니, 이거, 놓으란말야!"


"?! 으앗!"


급기야 그 쇠붙이를 휘두르기 시작한 파비앙의 손길에 머리를 맞을 뻔한 에이브는 기겁하며 몸을 떼어놓으면서도 절대 그를 붙잡은 손만은 놓으려 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호진! 너도 가서 말리라고!"


"아, 저 그게..!"


"뭘 그리 꾸물거려! 그러다 파비앙이 나가서 자폭이라도 하면..."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호진! 더 이상 여기 있어선 안될 것 같다!}


"?!"


호진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와중에도 파비앙을 말려야 하겠단 생각은 들었었다.

그의 상태가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건 빤히 보였기에.


하지만, 창문 옆에서 흘끔흘끔 부지런히 바깥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호진에겐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기에 주저 없이 놀란 눈으로 자신과 옆의 창문 바깥을 바라보는 크리스의 몸을 안아 들곤 방에서 뛰쳐나갔다.


"에이브! 파비앙을 데리고 어서 방에서 나와요!

르윈 씨도 빨리!"


"뭐?! 무슨 일...익?! 이런 제기라알!!!"


좁은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광경은 이미 커다란 얼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콰앙!!


"크흐윽!"


{으아앗?!}


"크학!"


강한 충격을 동반하며 터져나가는 파비앙의 방 그 자체에서 겨우 빠져나와 복도 양옆으로 몸을 날린 모두의 몸 위로 비처럼 먼지와 돌 부스러기들이 쏟아져 내린다.


"으윽..!"


"괘, 괜찮아요 크리스?!"


"괜찮, 지 않아! 죽을 것 같아 씨발!!"


감싸 안고 있는 호진 덕택에 먼지와 돌 부스러기들을 직접적으로 맞진 않았더라도 이미 상처를 입고 있던 크리스에겐 바닥을 구르듯 움직인다는 건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비록 순간 치유력으로 유명한 트리오피시어스라도 이런 짧은 시간에 상처를 완치시킨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


가까스로 출혈이 멎고 군데군데 살이 붙어가던 상처가 다시금 벌어지며 피를 쏟아낸다.


"어, 어떡하죠?! 트리오피시어스가 하나 더 있으면...!"


"이, 있어..! 있으니까, 난 놔두고 다른 사람들이나 신경 써..!!"


이미 구멍이 뚫려버린 파비앙의 방을 황망히 돌아보던 호진은 크리스의 손에 쥐어진 주사기를 눈에 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르윈이 기침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킨다.


"어이 호진! 크리스! 그쪽은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에이브와 파비앙은요?!"


"우리도 괜찮아! 아직까진!"


방이 무너지며 피어오른 먼지구름 너머에서 들려온 에이브의 목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린 호진은 고개를 들어 마찬가지로 뻥 뚫린 하늘을 올려다본다.


원래는 복도 천장이 있어야 할 공간에, 이젠 날이 활짝 개어 맑은 하늘과 그 하늘의 색을 닮은 커다란 인간처럼 생긴 무언가가 다시금 팔을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모두 피해요!!"


{어, 어디로 피해야 하는 건가?!}


"일단 앞으로!!"


다시금 품 안에 크리스를 그러안고 자신과 같은 것을 보고 있던 르윈과 함께 복도를 박차 달려나간다.

반대편 복도에서도 달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옴과 함께, 호진의 등을 강한 충격파가 덮쳐왔다.


쾅!


"흐아악!"


{크..!!}


간신히 충격파에 휩쓸려 넘어지는 것은 면했지만 벽의 잔해들이 날아와 등에 부딪혀옴에 호진은 입에서 비명을 내뱉는다.

그나마 품 안의 크리스와 일부러 자신의 눈앞에 두었던 르윈의 피해가 적은 것이 다행이었다.


"괘, 괜찮냐 호진?!"


{다쳤는가?!}


"괜찮, 아요! 슈트 덕분에..!"


{?!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네만?!}


"뭐라구요?!"


뒤돌아보는 르윈의 걱정스러운 눈초리에 호진은 깜짝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한껏 위로 치켜든다.

그런다고 상처부위가 보일 리는 없겠지만, 흘러내리며 호진의 시선을 조금씩 잠식해가는 검은 무언가는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 크으으..!!"


그제서야 머리에서 밀려오는 고통에 호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소리를 흘려낸다.


"호진! 고개 숙여! 트리오피시어스를...!"


"됐어요! 그건 크리스가 맞아요!!


나보다 더 많이 상처입었잖아요!"


트리오피시어스를 놓는 자리는 상처와 최대한 가까운 자리가 아니면 효과를 보기 힘들었기에 크리스는 결단코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는 호진의 태도에 입술을 깨물며 못내 주사를 자신의 몸에 놓았다.


조금이라도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 낫지 않으면, 적어도 트리오피시어스 안에 있는 마약 성분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어 제 발로 걸을 수 있게만 된다면 호진에게 갈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르윈! 바깥으로 나가요!!"


{알겠네!}


괴한들이 처음 가했던 총격으로 이미 걸레짝이 되어 떨어져 나간 복도 끝의 출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충격파와 함께 맹렬한 기세로 덮쳐왔던 건물의 잔해가 섞인 먼지가 가득 찬 복도의 끝, 연기 너머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곳이 점차 가까워지며 이윽고 호진과 그에게 안겨있는 크리스, 그리고 르윈은 건물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푸하아!"


{후아..!}


폐부에 들어찬 먼지를 토해내듯 내뱉어낸 호진은 흘깃 어깨너머로 뒤편을 바라본다

에이브가 말하길 '골렘'이라던 것이 어디쯤에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


"...<발견>"


"?!!"


그리고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골렘은 바로 지근거리에서 그 붉게 일렁이는 시선을 호진과 크리스, 르윈을 향해 쏘아보내고 있었다.


"저, 저거 지금 우릴 따라오는 건가요?!"


{그렇겠지! 제길! 설마 했건만 정말 루그랑의 사역마인겐가?!}


"저게 뭔지 아는거에요 르윈?!"


{알다마다! 내가 가장 신뢰했던 마도가이자 친우가 즐겨쓰던 마도기술이니!}


"그 친구랑은 친해도 그가 쓰는 마도기술인가 뭔가랑은 별로 안 친했나 봐요?! 으아아!"


쿵, 콰직, 파각!


사이에 있던 건물을 거침없이 짓밟아버리며 다가오는 거대한 골렘에게서 다시금 도망치기 시작한 호진은 옆에서 달리던 르윈에게 소리지르며 물었다.


"저게! 왜 우릴 공격하는 거에요?!"


{공격하는건 아닐게야! 그저, 루그랑이 어떤 목적으로! 저 사역마를 만들어둔 채 남겨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것은 날 목적으로 하는 것이겠지!}


"그게 공격하는 거 아닙니까?! 당신 그 루그랑이란 사람이랑 싸웠어요?!"


{싸우긴 했다만! 우린 그런 걸로 서로를 죽이려 들진 않네!}


"아닌것 같은데?! 지금 누가봐도 우릴 향해 다가오고 있잖아요!"


{날, 보호하려는 걸 수도 있잖은가?!}


"그럼 지금 저건 뭔데요오?!!"


치켜든 팔을 다시금 자신들을 향해 내려찍기 시작한 골렘의 모습에 호진은 절망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한층 더 빨리 다리를 움직인다.


저 골렘이라는 것의 팔이 얼마나 긴지, 그리고 저 주먹이 땅에 꽂혔을 때 어느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이상 얼마나 멀리 도망가야 안전할지 호진에겐 계산이 되질 않았다.


그저, 그저 최대한 저것으로부터 멀리 도망가야 할것 같단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뿐.


그리고 그런 절실한 노력을 비웃듯 골렘의 커다란 주먹은 호진과 르윈의 머리 바로 위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쿠웅!


"으아아아아!....아?!"


그늘과 함께 찾아오던 죽음이란 생생한 미래에 비명을 내지르던 호진은 갑자기 사라진 그늘과 옆을 향해 멀찍이 떨어져 내린 골렘의 주먹을 당혹스레 바라보며 자리에 멈춰섰다.


"[멈추지 마 호진! 그대로 숲 안쪽으로 달려!!]"


"에이브?!!"


스피커를 거친 듯한 에이브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한 호진의 시선엔,


"[이거나 먹고 날 따라오라고 덩치만 큰 돼지자식아!]"


쿠르르, 쿵!


후진하던 새까만 잠수정이 다시금 빠르게 달려 쓰러진 몸을 일으키던 골렘의 다리를 들이받는다.


"뭐, 뭐하는 거에요 에이브?!"


"[멈춰있지 말고 달리라고!!]"


거리가 떨어져 있는 탓에 잠수정 외부 집음장치론 호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지 잠수정에선 연달아 에이브의 비명을 닮은 고함소리만이 줄지어 흘러나오며 일어서려는 골렘의 다리를 들이받고 있었다.


"일단..! 에이브가 시킨대로 숲으로 달려!"


"이..이익!


따라와요 르윈 씨!"


{알겠네!}


애가 타는 눈길로 그런 잠수정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던 호진은 크리스의 재촉에 입술을 깨물곤 몸을 돌려 숲을 향해 달려간다.


아마도 에이브는 부상을 입은 크리스와 그런 그녀를 들쳐 안고 있는 호진, 그리고 구호대상인 르윈을 보호하기 위해 잠수정을 움직인 것이리라.

잠수정 자체를 골렘과 함께 자폭시키려던 파비앙은 진정시켰는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에이브의 말대로 숲으로 피신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의 노력을 헛되이 할 순 없으니.


"..."


쾅!


"[흐악?!]"


"?!"


숲에 다다랐을 때 쯤, 뒤편에서 들려온 에이브의 비명소리와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충격음에 호진은 무심코 시선을 어깨너머로 던져낸다.


그리곤 그 시선 끝자락에 걸린 곳에선 바닥을 강하게 후려친 반동으로 몸이 떠오른 골렘이 그 다리를 잠수정을 향해 떨어트리고 있었다.


"! 에이브으!!"


"[비키란말야!]"


숲을 향해 달리던 다리를 무의식적으로 멈춘 채 잠수정 상부까지 떨어져 내린 골렘의 다리를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던 호진의 귓가로 스피커 너머 파비앙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곤 급발진, 카가각 소리를 내며 골렘의 다리에 상부가 긁혀나가면서도 잠수정은 반대편을 향해 빠른 속도로 압사의 위기를 벗어났다.


"[나와 파비앙! 넌 아직 진정이..!]"


"[웃기지 말라고! 네 그 어줍잖은 조종실력으로 이걸 제대로 움직일 수나 있겠냔말야!]"


"[그럼 그 손에 기폭장치부터 내려놓으란 말이다아아!!]"


시끄러운 소리가 꼬리를 길게 이으며 군데군데 파여있는 소형 활주로를 잠수정이 빠르게 움직여간다.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아마도 무릎 부분일 곳을 땅에 대고있던 골렘의 다리를 다시한번 들이받은 잠수정은 그 기세 그대로 크게 선회하며,


"[호진! 숲의 동굴로 가라고! 그곳이 멀쩡하면 그 안에 크리스와 르윈을 숨기란말야!]"


"!! 그때까지 파비앙과 에이브는요?!"


"[우린 시선을 끌고 있겠단말야!]"


"그, 그럴 수 없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우릴 믿어달라고! 나도 널 동료로 생각하는 만큼 이미 믿고있으니말야!!]"


"?!!"


동료로서 믿는다는 그 말이, 파비앙과 그의 방으로 달려가던 도중 들었던 말과 함께 호진의 머릿속에서 겹쳐진다.


그때는 그저 막연한 말이었다. 자신마저도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세계연합 채용시험을 봐온 것이 아니었으니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세계연합 본부로 돌아간다면 칼같이 면접을 스스로 포기하고 다른 부서에 면접을 넣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과 크리스 그리고 르윈을 위해 위험도 마다않는 파비앙의 그 목소리에 호진은 자신이 이곳에 있게된 이유인 좋지 않은 버릇이 다시금 그 머리를 치켜드는 것이었다.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올테니!"


분위기에 휩쓸려 본심과는 다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그 버릇이.


"날 내려줘! 나도 에이브 파비앙과 함께 저놈을 막고 있을 테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요! 그 몸으로 어떻게 저걸 막겠다는 거에요?!"


"그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


"하면 안되는 일도 있는 거에요! 그리고!"


품에 안겨 발버둥치던 크리스를 호진은 마치 던지듯 르윈을 향해 떠넘긴다.


{?! 무, 무엇인가?!}


"장소는 크리스가 알려줄 겁니다! 가서 숨어있어요!"


{뭐?! 이, 이봐 호진!}


이때까지도 악착같이 들고 있던 괴한들에게서 주워온 총기를 크리스의 품에 억지로 쥐여준 호진은 그녀를 안은 르윈을 숲을 향해 밀어내며 몸을 돌렸다.


그 와중에 크리스를 안음으로 인해 르윈의 손에 어정쩡하게 들려있던 판도라를 빼앗듯 손에 쥔 호진은,


"미안하지만 이것 좀 빌릴게요 크리스!"


"야, 야!!"


그녀들을 등진 채 소형 활주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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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손버릇 나쁜 아이는 호온이 나야합니다.(1) 18.03.01 130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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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뭔가 심상찮은 냄새가 난다.(2) 18.02.27 128 3 13쪽
29 뭔가 심상찮은 냄새가 난다.(1) 18.02.26 13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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