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69,304
추천수 :
24,738
글자수 :
404,083

작성
18.01.04 09:17
조회
9,458
추천
328
글자
18쪽

저주받은 준영 2

DUMMY

“저주? 룰 브레이커가 풀지 못하는 저주가 있다고?”

룰 브레이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정말 무한해서 별의별 능력이 다 있다. 그중엔 저주를 해제하는 능력을 가진 룰 브레이커도 있어서 이런 해주 계열 룰 브레이커는 어디서나 높은 보수를 받는 귀하신 몸이지만 준영이나 용병왕 정도 되면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다.

그런 의문을 담아 묻는 에스텔라와 당화련의 시선에 엘레나는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다 말했다.

“이게 참 에매하면서도 황당하고, 그러면서도 절묘하게 맞물려 버리는 바람에······ 이제 와선 저주가 저주가 아니게 됐다고나 할까?”

‘뭔 개소리야?’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눈빛으로 소리치자 엘레나는 부끄러운지 한숨을 푹 내쉬곤 벌써 저만치 사라져 혼자 차를 마시고 있는 미스트를 향해 억울하다는 시선을 한번 보낸 뒤 말했다.

“사실 준영은 게으르다기보다는 뭐든 대충하고 넘기는 무신경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건 우리도 의심하고 있었던 부분이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 게을러빠진 남자는 아니었거든.”

그 말에 에스텔라는 피식 웃었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음모와 모략이 판치는 차원을 헤쳐 나가는 여인들이다. 한 줄기 의심을 가지고 경계하면서도 전혀 그런 속내 따윈 일절 내비치지 않는다. 이 정도면 확실히 끌어들일 가치가 있다. 적어도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테니까.

“맞아. 준영은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요령 피우고 적당히 대충대충이지. 다만 준영에겐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

“문제?”

엘레나의 말에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이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언제나 뒷담화는 즐겁다. 그것도 관심 있는 남자의 뒷담화니 자연스레 집중됐다.

“그래. 문제. 어찌 생각하면 별거 아닌 문제지만 심각하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엘레나가 괜히 뜸을 들이는 거 같자 성질 급한 당화련이 벌컥 소리치며 재촉했고 그 반응에 만족한 엘레나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 알지?”

“준영이 호기심이 많다고?”

“우움······ 납득이 안 가.”

“나도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세 여인의 표정에 엘레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호기심이라기보단 궁금한 걸 못 참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준영은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알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야. 이게 학문적 호기심이면 상관없는데, 아직 선악의 구분도 못 하는 어린아이의 순진한 궁금증 같은 수준이라 문제였어.”

여전히 이해를 못 하겠단 표정의 세 여인을 향해 과거를 회상하는지 아련한 눈길로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한차례 부르르 몸을 떤 엘레나는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참 힘들었지. 남들이 큰일 나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토템을 어떤 큰일이 나는지 궁금하다고 부숴 버리고, 털을 다 깎아 버려도 황금 털이 날까 궁금하다고 황금 양의 양털을 깎아 버리고, 도교신계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제작하던 보패를 망쳐 버렸지. 굵직굵직한 사건만 해도 이 정도야 나머지 자잘한 건 말하기도 힘들 정도지. 같이 팀으로 활동하면서 의뢰를 수행하는 시간보다 뒷수습하는 시간이 더 많았어.”

맺힌 게 많은 음성으로 털어놓은 말을 들으며 세 여인은 ‘설마? 에이, 아닐 거야.’ 애써 부정하면서도 차마 묻기가 겁났다. 엘레나가 털어놓은 그 사건을 듣고 있자니 전 차원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몇 가지 사건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리고 역시 세 여인도 호기심을 이길 수는 없었다.

“저기······ 그 준영이 부숴 버렸다는 토템 말인데 그거 불교신계에서 봉인한 지옥의 문 열쇠 아냐? 절대 중립을 유지하며 끝없는 자비와 관용으로 대상을 감화시킨다는 부처님들이 열 받아서 화를 내곤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며 폐관 수련 한다고 불교신계 전체를 폐쇄한 그 사건 맞지?”

“모든 털이 진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워낙 예민해서 스트레스받으면 보통 양으로 변해 버려 키우기가 더럽게 어렵다는 그 황금 양 맞지? 바닥에 떨어진 잔털만 주워다 쓰는 수준인데도 망해 가는 그리스신계를 먹여 살리는 주 수입원인 그 황금 양. 누군가 황금 양의 털을 다 깎아 버려 한때 그리스신계가 파산하니 마니 말이 많았었지······.”

“도교신계의 모든 신선과 요괴가 힘을 합쳐 최강의 보패를 만들어 재기를 꿈꾼다는 소문은 들었어. 요즘 꽤 잠잠하기에 포기했나 싶었는데······.”

세 여인의 말에 엘레나는 그때의 기억이 생각난다는 듯 한숨을 푼 내쉬며 한탄을 쏟아 냈다.

“그때 뒷수습한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니들은 모를 거다. 그리스신계와 도교신계는 다 망해 가는 동네라 다른 보상으로 때웠지만, 불교신계에선 지옥의 문이 부서졌다고 신나서 뛰쳐나왔던 놈들이 맞닥뜨린 준영한테 덤볐다가 와장창 깨진 뒤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겠다고 애원해서 간신히 넘어갔지, 아니면 부처님들 손에 우리도 지옥에 있었을 거야. 그때 얼마나 아찔했는지.”

엘레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차원에서 신과 종교로 추앙받는 신계들 중 아직 성세를 유지하는 신계들이 운영하는 감옥을 흔히들 지옥이라 불렀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준영이 한 짓은 죄수들을 탈출시키려 한 중범죄였다.

“이건······ 호기심이라기보단 민폐 아냐?”

에스텔라의 중얼거림에 엘레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준영한테 선글라스를 구해다 준 이유가 이제 이해가 가? 그나마 선글라스를 착용시키고 나서야 사고가 줄어들었지. 니들이 준영을 처음 만난 시기는 아마 아이템을 착용해서 호기심 충족보단 임무를 더 우선하던 시절이었을 거야.”

엘레나의 말에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중 미텔이 물었다.

“그러면 저주는 누가 건 거야?”

“선글라스 아이템을 사용하고 나서부턴 한동안 잠잠하기에 우린 안심했지. 그런데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어, 아이템의 한계를 뛰어넘는 호기심은 막을 수가 없다는 걸. 우리가 방심한 사이 준영이 요정왕의 수염을 뜯어 버렸어.”

“끄아······.”

세 여인은 비명이 절로 나왔다. 요정족이 여태껏 다른 종족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요정족만이 가진 특성 덕분이었다.

요정의 장난이라 불리는 이 저주는 차원의 법칙을 비틀고 부숴 버리고, 새로 만든 뒤 고정시켜 버린다. 그러니 저주에 걸린 자는 어느 차원을 가든 동일한 효과를 적용받아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그런 모든 요정족들의 왕인 요정왕이 분노해 내린 저주라면 그 어떤 해주 전문 룰 브레이커가 와도 답이 없다.

“그, 그럼 저주 내용은?”

요정의 장난은 저주의 내용과 그걸 해결할 방법을 공개해야 발동된다. 다만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참······ 요정답다고나 해야 할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세 여인이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주시하자 엘레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요정왕은 준영에게 호기심이 강할수록 그 호기심보다 더 큰 게으름뱅이가 되라는 저주를 걸었지.”

그 말에 세 여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정의 저주에 당해 인생이 꼬인 이들의 사고사례에 비하면 생각했던 거보다 저주의 내용이 평범했다.

“별거 아닌 거 같지? 사실 별거 아닌 게 맞아. 요정왕도 저주를 내리긴 했지만 진심으로 분노한 게 아니라 그냥 삐져서 심술부리는 수준이었거든.”

“······요정왕의 수염을 뜯어 버렸는데?”

요정왕의 수염은 요정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이를테면 왕관과도 같은 상징이다. 그런 상징을 망쳐 버렸는데도 토라져서 심술부리는 수준이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 세 여인의 심정을 이해한단 표정으로 엘레나가 말했다.

“요정왕이랑은 꽤 친하거든.”

“친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준이 아니잖아!”

당화련이 벌컥 소리 지르자 엘레나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런 엘레나의 태도에 세 여인은 분한지 입을 앙다물며 엘레나를 노려보았지만 딱히 더 이상의 추궁은 하지 않았다. 그럴 권리도 없고 용병이 의뢰를 수행하다 의뢰주와 친해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쯧. 그러면 저주를 풀 방법도 간단할 텐데 어째서 지금까지 저주를 안 풀고 있는 거지?”

에스텔라의 물음에 엘레나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참 애매하게 꼬여서 말이지······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당시 우리는 의뢰를 수행 중이었어. 요정왕의 도움이 필요해 찾아갔는데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준영이 요정왕의 수염을 뜯어 버렸던 거고. 상황이 꽤 급박하게 돌아가서 요정왕이 내건 해주 조건을 당장 실행하는 건 곤란하다 보니 일단 의뢰부터 끝내고 저주를 풀려고 했지.”

해주 조건을 언급하며 살짝 얼굴을 붉히는 엘레나의 표정에 세 여인은 저년이 저딴 표정도 지을 줄 아나? 싶어 살짝 놀라면서도 대체 해주 조건이 뭐기에 저런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했다.

“그래서 해주 조건이 뭔데?”

“그게 말이지······.”

이제는 몸까지 베베 꼬는 엘레나의 행동에 세 여인이 못 볼 꼴을 봤다 싶어 인상을 팍 찡그릴 때 미스트가 키득거리며 끼어들었다.

“쿡쿡, 요정왕이 내건 해주 조건은 간단해요.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것.”

“······뭐!”

난데없는 폭탄에 화들짝 놀란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이 도끼눈을 뜨며 진짜 했나 싶어 의심의 눈초리로 엘레나를 노려보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깨닫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성공했으면 여기서 이런 대화를 할 리도 없지.”

“난 순간 심장이 철렁했어.”

“씨이. 준영 씨는 내 거야!”

“음······ 열심히 해 봐. 우린 거의 반포기 상태니까.”

훼방을 놓기 위해서라도 끼어들 줄 알았던 엘레나가 알아서 하라는 듯 방관자 모드를 취하자 세 여인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엘레나는 노려보았고 엘레나는 슬쩍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말했잖아. 상황이 애매하게 꼬였다고, 당시엔 의뢰를 끝마치고 난 뒤 해주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준영이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이 문제였어.”

“선글라스? 그거 일반 아이템이라면서? 보조 효과도 그리 강력한 게 아니고.”

“그렇지. 그런데 그 보조 효과가 요정왕의 저주와 만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를 일으킨 거지.”

엘레나의 말에 세 여인은 준영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의 능력을 떠올렸다. 그저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는 효과. 직접적인 효과도 아니고 그렇게 강력한 것도 아니다.

세 여인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엘레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임무수행 중 궁금한 점이 생겼어. 준영의 성격으론 임무 수행 중이라도 일단 호기심부터 해결하고 다시 임무를 수행하지. 그런데 아이템의 효과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더라도 일단 뒷전으로 미루고 임무에 집중하는 거야. 그런데 그건 뒤로 미룬 것뿐이지 사라진 게 아니거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쌓인 궁금증이 임무 완료하고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 한 번에 붐! 폭발하는 거지. 그런데 거기에 요정왕의 저주를 대입해 봐.”

“······.”

엘레나의 설명에 그제야 세 여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정리해 보자면 호기심이 생긴다. 일단 참는다. 또 참는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다. 임무가 끝났다 쌓아 놨던 호기심을 풀 시간. 그런데 저주 때문에 게을러진다. 궁금증이고 뭐다 당장 뒹굴거리고 싶을 정도로. 다시 임무다. 반복. 또 반복. 결국 준영은 의뢰를 수행할수록 점점 더 게을러질 수밖에 없으니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게으름이 성욕을 이길 정도라고? 이런 미녀들이 달라붙어도 못 이길 정도로?”

어쩐지 은근슬쩍 들러붙고 은밀히 속살을 들추며 우연을 가장한 신체 접촉을 해도 시큰둥하더라니······ 내가 매력이 없는 건가 싶어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었는데 알고 보니 저주 때문이란다.

“초기에 발견했으면 가벼울 때라 쉽게 해주가 가능한데 당시 상황이 꽤 험악하던 시기라서 타이밍을 놓쳤어요. 잠깐 좀 쉴 틈이 났다 싶으면 임무가 이어져서 신혼방 차릴 시간도 없을 정도였거든요. 막바지엔 시간 여유가 생겼지만 그땐 준영이 진심으로 열 받아 있던 상태라 가까이 다가가기도 무서울 정도여서 발견이 늦었죠. 결국 어떻게든 일이 끝나고 이제 좀 쉴 수 있겠구나 싶을 때 붐! 그간 쌓여 있던 부작용이 한 방에 터져 나왔어요.”

세 여인은 미스트의 설명을 똑같이 들었으나 집중해서 받아들인 부분은 서로 달랐다.

“험악한 시기? 요즘 차원계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로 꼽히고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이면의 사정이 있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라도 그런 소식은 들어 본 적 없어.”

“신혼방이라니! 누구 마음대로! 준영 님의 첫날밤은 내 거야!”

“진심으로 화난 준영 씨도 보고 싶다. 멋잇을 거야. 헤헤.”

역시 저년들보단 내가 준영한테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그런데 그때라도 알았으면 저주를 풀어야지 여태껏 방치한 거야?”

그 말에 엘레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말했잖아. 반쯤 포기 상태라고. 역시 요정왕이라고 해야 하나? 요정의 장난이 어째서 저주라고 불리는지만 절실히 깨달았지. 일단 게을러빠져서 움직이기도 싫어하는 준영을 데리고 요정왕한테 갔더니 요정왕도 당황하더라. 이럴 줄은 몰랐던 거지.”

“그게 뼈저린 실수였어요.”

끼어든 미스트의 한마디에 엘레나도 쓴웃음을 지으며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세 여인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번에 준영이 선글라스 씌웠을 때 성격이 어땠어?”

그 말에 세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다 어색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어······ 음······ 꽤 엉큼했지.”

그 말에 엘레나와 미스트는 피식 웃었다.

“요정왕은 생각보다 강력한 부작용을 보고는 당황해서 다시 저주를 하나 더 걸었어. 여성만 보면 어떻게든 자빠트리고 싶어 하는 호색한이 되도록. 물론 해주 조건은 성관계지.”

“어? 요정은 저주를 한 번에 한 번만 걸 수 있는 거 아니야?”

요정들은 한번 저주를 걸고 나면 그 저주가 해결될 때까지 다른 저주를 걸지 못한다. 그래서 요정들도 저주를 거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지만 요정계를 먹여 살린다는 정원사 그룹의 일원인 트리시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런 거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용하는 요정은 별로 없다. 명칭만 해도 요정의 저주가 아니라 요정의 장난이니까.

“다른 요정들은 그렇지만 왕이 괜히 왕이 아니지. 요정왕은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장난질을 칠 수 있어.”

“그러면 장난이 실패한 거야?”

“요정왕의 장난이 실패할 리가 있나. 다만 두 번째로 건 성욕 폭발조차 게으름을 이기지 못했다는 게 문제지.”

“으아······.”

“세상에······ 삼 대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을 이기다니.”

“아니지. 퍼질러 자는 건 수면욕이라 할 수 있으니 같은 삼 대 욕구 중 하나라 할 수 있지.”

“그래서 실패한 건가?”

세 여인의 대화에 엘레나가 끼어들었다.

“실패는 아니지. 성공했으니까. 아니, 너무 확실하게 성공해서 문제지.”

“음?”

떠올리기만 해도 골치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는 엘레나의 반응에 엘레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우리도 그때 여유가 없기는 없었나 봐. 맡길 사람이 없어서 요정왕한테 맡겨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으니까.”

“아······.”

요정족의 돌연변이 또는 생존 본능에 의한 결과라고 일컬어지는 제7지파 엘족이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 요정족을 부르는 또 다른 말은 민폐 종족이었다. 그런 요정족의 왕이 나선 일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가 나섰으면 어떻게 해결이 가능했을 텐데 두 번째 장난이 안 통하자 심통이 난 요정왕이 계속 오라버니한테 장난을 걸었어요. 아차 싶어 막았을 땐 이미 열댓 개의 장난에 걸려 버렸죠. 그 결과 오라버니은 다중인격에 가까울 정도로 성격이 분열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이제는 선글라스를 쓰면 어떤 인격이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나마 다행인건 남이 선글라스를 씌울때만 다른 저주가 발동한다는 점이죠.”

“덤으로 장난질이 중첩 작용해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어떤 의뢰든 완벽하게 완수하는 최강의 용병이 됐지. 물론 의뢰를 수행할수록 부작용은 더 심해지고.”

미스트의 설명에 엘레나가 부연설명을 덧붙이자 뭔가를 깨달았는지 에스텔라가 눈을 번쩍이며 소리쳤다.

“잠깐만. 그럼 준영이 여기 까페를 만든 이유가?”

“맞아. 오메가팀은 의뢰가 없어서가 아니라 준영의 부작용이 너무 심해져서 숨 쉬는 것도 귀찮아할 정도라 잠정 은퇴한 거다.”

“준영도 알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준영이 우리가 시킨다고 해서 할 사람이야?”

그 말에 다들 수긍할 때 미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마이너스 그룹의 의뢰를 받으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네! 부작용이 심하다면서 다시 일을 시키다니! 너무한 거 아냐?”

미텔의 지적에 당화련이 따지고 들자 엘레나와 미스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크윽! 거기서부터 비밀이다 이거지?”

노골적인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듯한 태도에 에스텔라가 분한 표정으로 노려보자 엘레나는 얄밉게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지. 너희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까페 출입금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중대발표 +51 18.03.03 9,424 0 -
68 발할라 프로젝트 +25 18.03.11 4,003 81 11쪽
67 선거는 전쟁이다. +18 18.03.01 3,408 88 13쪽
66 선거는 전쟁이다. +5 18.03.01 2,971 85 10쪽
65 선거는 전쟁이다. +4 18.03.01 2,767 80 13쪽
64 선거는 전쟁이다. +61 18.02.26 3,424 103 11쪽
63 킹 메이커 +83 18.02.24 3,560 114 12쪽
62 킹 메이커 +198 18.02.22 3,860 128 13쪽
61 킹 메이커 +106 18.02.21 3,732 129 12쪽
60 흔한 클리셰 +46 18.02.21 3,698 118 13쪽
59 흔한 클리셰 +11 18.02.19 3,979 136 12쪽
58 시스템 프로젝트 +10 18.02.13 5,109 133 14쪽
57 시스템 프로젝트 +14 18.02.07 5,115 133 15쪽
56 첫 임무 +6 18.02.01 6,017 146 14쪽
55 첫 임무 +9 18.01.30 5,998 178 15쪽
54 첫 임무 +14 18.01.29 6,311 203 14쪽
53 첫 임무 +22 18.01.24 7,312 221 13쪽
52 팬심으로 대동단결 3 +29 18.01.22 7,062 274 13쪽
51 팬심으로 대동단결 2 +15 18.01.20 7,285 267 13쪽
50 팬심으로 대동단결 +18 18.01.20 7,369 25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