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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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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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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수배 2

DUMMY

에스텔라, 당화련, 미텔은 각자 생각에 잠겼다. 제13인간계의 룰 브레이커들 중에선 정점에 선 이들이라 다른 차원계에서도 끊임없이 영입 제안이 올 정도다.

하지만 용병왕 엘레나나 암살자 미스트의 명성에 비하면 한 수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이 마이너라면 엘레나나 미스트는 메이저라고나 할까?

말 그대로 저 하늘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자존심이 상한다. 마음만 먹으면 똑같이 메이저에서 활동할 수 있음에도 현실에 만족해서, 조직에 묶여서, 가족에 메여서 위로 올라가는 걸 포기한 결과가 지금이니까.

그래서 불타올랐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어떻든. 이제는 준영만 차지하면 이기는 거다. 그리고 지금까진 딱히 어떻게 해야 정확하게 승리했다 선언할 수 있는지 애매했으나 준영의 저주 덕분에 확실해졌다.

준영의 동정을 빼앗는 자가 승리자다!

동시에 서로를 바라본 세 여인은 서로 내가 그래도 저년보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며 서로를 안쓰러운 눈길로 쳐다봤다.

그때 방에서 나온 엘레나와 미스트가 세 여인을 불렀다.

“준영한테 가자.”

거부할 이유가 없기에 세 여인은 순순히 두 사람을 따라 준영의 방에 들어갔다. 곧 덜커덩 하는 기계음과 함께 준영의 방이 1층으로 내려갔고 문을 열고 나온 여인들은 트리시아와 나비렌이 맞이했다.

“준영 일어나봐.”

트리시아와 나비렌이 반가운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자고있는 준영에게 다가간 엘레나가 준영의 어깨를 흔들며 깨우자 준영은 일어났다는 표시로 살짝 한 손을 흔들며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눈 뜨기도 귀찮아.”

“상관없어. 그보다 준영 우리 일감이 하나 들어와서 그거 처리하러 갈 거야.”

그 말에 슬며시 눈을 뜬 준영은 멍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엘레나와 자신의 볼을 콕콕 찌르며 놀고 있는 미스트를 한 번씩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잘 다녀와.”

“후후. 어쩌면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까 에너지 충전하고 갈게.”

자신들이 들러붙을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기회를 노리다가 갑자지 떠난다는 소리를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보는 세 여인의 모습에, 갑자기 짓궂은 장난이 떠오른 엘레나는 세 여인이 보라는 듯 준영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곤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했다.

“헉!”

갑작스러운 행동에 세 여인이 동시에 헛숨을 들이켜며 경악할 때 미스트도 키득 웃으며 엘레나를 따라 준영의 입술에 뽀뽀했고, 갑자기 느껴지는 보드라운 감촉에 다시 눈을 뜬 준영은 정말 예의상 어쩔 수 물어본다는 티가 팍팍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같이 갈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는 거 아니까 무리하지 마. 나중에 혹시나 일이 꼬여서 우리가 지원 요청 하면 그때나 도와줘.”

그 말에 냉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은 준영을 귀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엘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미스트도 따라 움직였다.

이동 게이트인 까페 출입문 앞에 서서 뒤를 돌아보자 세 여인이 배웅할 생각인지 따라와 있었는데, 엘레나는 경쟁자가 줄어서 좋아해야 하는 건지 준영의 입술을 빼앗은 저년들을 족쳐야 하는 건지 복잡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세 여인을 향해 말했다.

“우린 아마 한동안 못올거야. 골치아픈 의뢰를 받았거든.”

“거부할수도 없는게 더 열받죠.”

엘레나와 미스트의 말에 세 여인은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두 여인을 바라보았으나 어차피 물어봤자 안가르쳐줄게 뻔해서 그냥 입다물고 있었다.

그런 세 여인을 향해 엘레나는 뭔가 할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짝이다 미스트가 조용히 옆구리를 건드리자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 없는동안 열심히 시도해봐.”

“풉!”

건성으로 격려하는 엘레나와 짧게 웃음을 터르리는 미스트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게이트를 통해 사라지자 세 여인은 어벙벙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며 으르렁 거렸다.

“내가 반드시 성공하고 만다.”

“게으름 따윈 순식간에 사라질정도로 강력한 발정제를 만들고 말겠어.”

“훗. 난 준영씨한테 계속 붙어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아갈거야.”





* * *


우당탕거리는 소란함에 눈을 뜬 준영의 눈길이 눈앞에서 휙 스치고 지나가는 작달막한 털 뭉치를 멍하니 쫓아가는데, 나비렌을 쫓던 당화련이 준영이 눈을 뜬 걸 확인하자마자 자연스레 준영의 품에 안겨들었다.

“꺅. 상공, 부끄럽사와요.”

“앗!~ 치사해!”

“이 도둑고양이 같은 년!”

벌처럼 날아와 나비처럼 안기며 파고든 당화련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준영의 가슴팍에 머리를 비벼 댔고 곧 선수를 빼앗긴 에스텔라와 미텔이 질 수 없다는 듯 준영의 양팔에 죽부인처럼 달라붙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녀 셋이 애교와 교태를 부리며 은근히 유혹하는 모습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보습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이 봤다면 부러움에 숨넘어갈 광경인데도 준영은 온몸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무겁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자기 위해 눈을 감았다.

“준영, 다시 자지 말고 일어나!”

“상공, 제가 그리 보기 싫사옵니까?”

“준영 씨, 우리 같이 차 마셔요!”

준영은 귓가와 눈앞에서 서라운드로 조잘대는 목소리에 자장가치고는 조금 시끄럽다 생각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싶어 흘러 넘겼다.

“준영 님, 식사 준비가 다 됐습니다.”

“음? 벌써 밥 때가 됐나?”

준영은 트리시아의 한마디에 번쩍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어어 하는 사이에 밀려난 세 여인은 자존심에 깊은 스크래치를 입은 표정으로 트리시아를 노려보았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들이대고 싶었지만 다른 라이벌들의 견제 때문에 힘들다. 밤에 방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니 어떻게든 자신의 매력에 홀딱 넘어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다이너마이트 바디의 폭발력보다 밥 한 끼가 위력이 더 강하니 프라이드가 꺾여 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시간은 많고 기회는 더욱 많으니까.

세 여인이 노려보건 말건 트리시아는 차분히 식사를 준비했지만 속내는 복잡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호인계의 침공을 주도하던 마계 대공이 일언반구도 없이 돌연 철수해 버렸다. 갑작스럽게 마계 대공이 발을 빼자 다른 마계 세력들과 호인계의 반란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혼란을 틈탄 호황의 반격으로 호인계의 내전은 예상보다 빠르게 그 끝을 보이고 있었다. 이대로면 곧 호인계로 복귀할수 있을거 같아 요정왕에게 그간 습득한 정보를 보고하니, 요정왕은 트리시아에게 진심으로 준영의 수발을 들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보좌나 조력이 아닌 수발을 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지만 트리시아도 어쩔 수 없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찍소리도 못하고 따라야만 했다.

그냥 직업이었으면 그만둘 수라도 있지, 요정인 이상 요정왕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뭐 트리시아도 준영의 곁에 있는 게 재미있다 보니 그리 큰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행님 PC방은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겁니까?”

“음?”

준영은 석호가 말한 호칭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님? 맞나? 부소대장은 군대 있을 적 직책. 지금은 다 같은 민간인. 나이는? 내가 더 많다. 그러면 형님 맞네.

석호가 언급한 생소한 호칭에 준영은 대충 맞는 말이니 아무렴 어떠랴 싶어 씹고 있던 음식을 꿀꺽 넘긴 후 말했다.

“PC방 벌써 다 만들었어?”

“시간 오래 걸릴 것도 없죠. 업자 불러다가 설치만 하면 끝나는 거니까요.”

“그런가?”

“네. 그리고 우리 PC방은 다른 PC방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다른 놈이 만들려면 한 1조 정도가 들어갈걸요.”

석호의 말에 준영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석호를 바라보았다. 이곳 차원의 화폐 가치를 잘 모르는 트리시아와 타르찬도 석호가 말한 1조라는 게 너무나 큰 금액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요즘은 PC방 차리는 데 1조나 들어?”

“아. 원화가 아니라 달러로요.”

준영은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아무렴 어떠랴 싶어 넘어갔지만, 이미 준영의 마누라로 잠정 결론 지은 세 여인은 곱게 넘어갈 수 없었다.

“1조? 미친 거 아냐? 그것도 달러로? 그거면 미국 0과 1년 예산이거든?”

“흠. 자백제를 한번 먹여 볼까? 감히 우리 상공의 돈을 빼돌리려고 해? 아니, 근데 잠깐. 미국 0과 예산이 1조 달러나 한다고?”

“내가 남자한테 특효인 고문법을 알고 있는데 그걸 쓰면 꿀꺽한 돈 도로 토해 낼 거...... 1년 예산이 1조? 큭. 역시 아메리카의 저금통.......”

당화련과 미텔은 갑자기 몰려오는 패배감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0과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랭커급 이상의 룰 브레이커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0과들은 다른 차원과의 중계무역을 통해 자금을 벌어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약소국의 0과들은 항상 쪼들릴 수밖에 없었고 0과의 힘이 약하면 해당 국가도 약하다 보니 약소국일수록 0과보다 사조직의 힘이 더 강한 악순환이 벌어질밖에 없는 이유였다.

“흥. 정식으로 고용했으면 그렇다는 거지. 나는 우리 이쁜이가 도와주기로 했다고.”

석호가 뻐기듯 자랑스레 말했지만 아쉽게도 아무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눈을 끔뻑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석호는 투덜거리며 준영에게 말했다.

“아무튼 밥 먹고 올라가요. 그래도 명색이 사장인데 한번 둘러는 봐야죠. 겸사겸사 우리 이쁜이 소개도 시켜 주고.”

이쁜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식사를 마친 준영은 석호와 함께 자신의 방문을 향해 다가갔다. 귀찮게 엘리베이터 타러 걸어갈 필요도 없이 앉은자리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니.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천재적인 아이디어다.

“어? 뭐여? 댁들은 왜 와?”

준영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뒤를 따라 졸졸 들어가려는 세 여인과 트리시아, 나비렌을 보고 석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세 여인이야 그렇다 치고 타르찬이야 올라가기 싫어하는 게 당연해서 얼씬도 안 한다지만 설거지조차 내팽개치고 따라나선 트리시아는 상당히 의외였다.

“전 궁금해하면 안 되나요?”

물론 활짝 미소 지으며 되묻는 트리시아를 향해 석호는 손수 문을 열어 주었다. 알아서 밥해 먹을 게 아닌 이상 주방을 책임진 이와는 사이좋게 지내야만 했다.


* * *


“오. 잘 만들었는데?”

준영은 내부를 둘러보며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죽 늘어선 모니터와 편안해 보이는 의자들. 대충 고급진 분위기가 나는 인테리어까지. 전형적인 PC방의 모습이었으나 불 꺼진 모니터와 적막감은 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준영은 카운터 주변에 깔린 먹거리들을 슥 살펴보다 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들고 먹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다오!”

먹는 거에 정신 팔린 나비렌이 당화련의 품에서 빠져나와 인간형으로 변한 뒤 준영의 발치에서 자기도 달라는 듯 깡총깡총 뛰면서 과자를 향해 손을 뻗었고 준영은 별로 입맛에 안 맞는지 선선히 나비렌에게 과자를 주고는 석호를 향해 말했다.

“이 정도면 먹고살 수는 있겠지?”

“......예. 뭐. 그렇겠죠.”

PC방을 만들라고 한 게 호구지책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였으니, 밀려오는 두통에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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