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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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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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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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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전쟁이다.

DUMMY

“응? 뭐가”

뜬금없는 말에 다들 어리둥절해하며 바라볼 때 좀 더 커진 웃음소리와 함께 석호가 말했다.

“아르고스의 눈이 정한 스킬 명이 ‘그럼 그렇지’야.”

“······확실히 이름 하나만은 특수 능력자라 불릴 만하네.”

룰 브레이커가 가지는 룰은 해변의 모래알만큼 다양하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파생한다고 할 수 있었다.

에스텔라의 슈퍼 스타는 마인드 컨트롤 계열이었고, 당화련의 포이즌은 약학 계열, 미텔의 아이스는 원소 계열인 것처럼 스킬명은 그런 카테고리와 능력을 알려 주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다. 그리고 이건 어차피 힘을 쓰면 다 알게 되는 정보라 숨길 필요도 없는 수준이었고.

“스킬 ‘그럼 그렇지’의 능력은 뭐랄까 그러려니 한다고 해야 하나? 보통 사회적 인식처럼 양아치가 사고 치면 그럼 그렇지 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뭐야, 그게? 페널티 면역이면 엄청난 거잖아!”

당화련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페널티에서 자유롭다는 건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거니 엄청나게 유용한 능력이다.

“이 스킬이 참 웃기는 스킬이라서 말이야. 가장 큰 페널티를 먹을 짓을 해도 양아치가 잘못했네. 그럼 그렇지 하면서 전체가 받아야 할 페널티가 전부 양아치한테 돌아가.”

“워. 그럼 죽고 싶어도 못 죽는 거 아냐?”

석호의 말에 미텔은 놀란 표정으로 영필을 불쌍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페널티 중 가장 큰 페널티는 죽음이 아니다. 괜히 룰 브레이커들이 페널티를 조심하는 게 아니다. 세상엔 죽음보다 못한 삶이란 게 있다. 세상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차원은 무엇을 상상하건 그 상상을 뛰어넘는 괴로움을 선사할 수 있다.

“거기가 ‘그럼 그렇지’란 스킬의 재미있는 점이지. 양아치가 양아치라 불리는 이유 알지?”

알다마다. 범죄를 저지를 깜냥도 안 되면서 갱스터 코스프레나 하고 다니고 폼은 있는 대로 다 잡고 다니지만 혼자선 찍소리도 못하고 비슷한 것들끼리 뭉쳐야지만 지가 여포라 착각한 채 우르르 몰려다니며 민폐나 끼치는 어설픈 놈들. 그 외에도 양아치의 특징은 참 많다.

“아무리 큰 페널티를 받아도 막상 적용되는 건 기껏 해야 술 처먹고 싸움박질해서 경찰서 끌려가 합의하는 정도? 뭐 그 정도가 양아치가 벌일 수 있는 사고의 한계이기도 하고 이 스킬이 특수 능력 취급받는 이유기도 해. 진짜 범죄를 저지르면 결국 양아치 짓을 하더니 범죄자 될 줄 알았다 하는 식으로 페널티가 가중 처벌로 붙어 버리거든. 거기다 제대로 활동하고 싶어도 양아치가 그럴 리 없다는 식으로 차원 관리자와의 계약이 싹 무시돼 버려.”

“어······ 그거 참······.”

“드럽게 애매하네.”

“삐뚤어질 만하다.”

특수 능력답게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 차원 관리자와의 계약을 통한 거래는 룰 브레이커의 힘을 키우기 위한 필수적인 사항인데, 그게 불가능하다니. 룰 브레이커로선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거기다 양아치 짓과 범죄의 구분도 사실 애매하다. 경범죄라도 확실하게 처벌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세 여인의 말에 영필이 인상을 구길 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트리시아가 조용히 한 걸음 나서더니 영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요?”

영필이 뚱한 시선으로 트리시아를 노려보자 트리시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요정의 저주는 어떻게 적용될지 궁금해서요.”

“에헤이. 우리 인간적으로 이러지 맙시다.”

“전 인간이 아닌걸요.”

“흠. 그건 나도 궁금한데?”

석호마저 혹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영필이 뿔난 표정으로 석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 배신 때린 것도 모자라서 진짜 이러기요? 우리 다 같이 함 죽어 볼래요? 나가 콱 뒈져 뿔면 답 읍제?”

이를 갈며 협박하는 영필을 향해 세 여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놈 말투가 왜 저래?”

“일부러 저러는거 같은데?”

“양아치가 그럼 그렇지.”

미텔의 한마디에 세 여인은 깔깔 거리며 웃었다. 석호도 낄낄거리며 툴툴대는 영필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곤 말했다.

“근본이 양아치라서 그럴 필요도 없는데 누가 양아치 아니랄까 봐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와 가지고 사투리 써야만 양아치로 알아줄까 봐 사투리 쓰는 것뿐이야.”

그 말에 세 여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양아치답게 눈치는 빨라서 영필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이를 악물 뿐이었다.

“그런데 얘로 가능할까? 아무리 0과랑 우리가 지원해도 방송에서 양아치 짓 하면 당선은 물 건너갈 텐데?”

에스텔라가 못미덥다는 표정으로 묻자 석호는 어림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놈이 군대서 어떻게 살아남았을 거 같아? 그 양반이 저놈 죽이려고 별의별 트집을 다 잡으니까 결국 초 FM 바른생활 사나이가 될 수밖에 없었지. 지금은 많이 풀어졌지만 지 목숨 중한 줄 알면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어차피 선거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 * *


꿀잠 자다 배고픔을 느끼곤 잠에서 꺠어난 준영은 기지개를 하며 소파에 드러누웠던 몸을 바로 했다가 맞은편의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는 걸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워매, 깜짝이야. 누구세요?”

“접니다, 형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음?”

일어나서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하는 남자를 누군가 잠시 바라보던 준영은 아무렴 어떠랴 싶어 대충 대꾸했다.

“어. 그래, 오랜만이다.”

준영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영필은 미소 지으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형님은 변한 게 없으시네요. 저 고영필입니다.”

“어? 그럼 알지, 고영필이. 이야 오랜만이다? 어쩐 일이야?”

영필의 말에 모르는 게 뻔히 보이는 표정으로 준영이 어색하게 아는 척하자 영필은 털썩 무릎을 꿇으며 준영을 향해 말했다.

“형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음? 너 뭐 사채 썼냐?”

“아닙니다.”

“그러면 뭐 사업 자금이라도 필요한 거야?”

“아닙니다, 형님!”

“그러면 뭘 도와 달라고?”

“이번에 대통령이 탄핵된 거 아시죠?”

“어? 진짜? 그러면 선거하는 거야?”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준영의 모습에 잠시 입을 다물었던 영필이 군대서 배운 거 평생 간다는 속설처럼 자연스레 속내를 감춘 채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 고영필이 이 나라의 적폐를 청산하고 깨끗하고 바른 나라!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선에 출마할까 합니다! 도와주십쇼, 형님!”

군대라는 말에 준영은 그제야 고영필이 누군지 기억해 냈다. 맨날 짱 박히고 뺀질거리던 놈. 가만 생각해 보니 나쁜 제안은 아니다. 국회의원 할 거라고 찾아왔던 고영필이 있지만 이 나라는 인맥이 전부인 나라라니까 역시 도와줄 거면 아는 놈 도와줘야겠지.

“에이,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크흑!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만 반드시 형님을 설득해 내겠습니다.”

“어? 응?”

예의상 한번 사양해 본 건데 영필이 거절 한번 했다고 물러서자 당황한 준영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어? 하는 사이 영필은 준영에게 다시 한 번 정중히 인사하고는 까페를 벗어났다.

그런 영필의 뒷모습을 아쉬운 듯 바라보던 준영은 아무렴 어떠랴. 다시 온다니까 적당히 거절하다 받아들여야지 안 오면 먼저 온 고영필을 쓰면 된다 생각하며 트리시아에게 오늘 저녁 반찬이 뭔지 물어보며 관심을 돌렸다.

“뭐야? 왜 거기서 빠지는 거야?”

“저러다 상공이 심기 상해서 안 한다 그러면 어쩌려고!”

“헤헤, 당황한 준영 씨 귀엽다.”

멀찌감치 서서 구경하던 세 여인의 반응에 석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리가 저 양반 겪은 게 몇 년인데 그걸 모를까. 적어도 세 번은 왔다 갔다 해서 삼고초려 해야지.”

“아니, 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 여인을 향해 석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야 자기 포지션이 제갈공명인 줄 알거든. 그게 우리한테도 속 편하고. 제갈공명이 아무리 계략을 짜 내도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유비가 거부하면 제갈공명은 지만 답답하잖아.”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당연하지. 저 양반이 쓰는 선거 전략이라야 뻔하거든. 출마자들이 사고사랑 암살로 줄줄이 죽어 나가면 참 재미있겠지?”

“으아······.”

“제갈공명이야 군주가 싫다고 하니 속 터지는 와중에 멱살 잡고 끌고 갔지만, 저 양반이 그럴 성격은 아니거든 계속 거부하면 싫증나서 때려치울 거야.”

“오오오!”

그제야 석호의 큰 그림을 알아챈 세 여인은 감탄을 터트렸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준영이다. 준영이 흥미를 잃어버리면 굳이 대통령 만든다고 페널티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지고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면 굳이 양아치 영필을 내세울 필요도 없는 거 아냐?”

에스텔라의 물음에 석호는 회한에 찬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갈공명은 실패했지만 자기는 제갈공명이 아니라면서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도 있어. 진짜 최악의 상황이지. 양아치 영필은 그때를 대비한 안전장치고.”

“너 원래 이런 캐릭터였어?”

“와. 몽키매직이 책사형 인재인 줄은 몰랐는데?”

“그냥 방구석 폐인이 아니었구나?”

세 여인의 감탄에 석호는 기분 좋아졌는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콧대를 세우며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이쁜이가 세워 준 계획이라고.”

“······.”




삼고초려까지 갈 필요 없이 준영은 영필이 다음 날 찾아 왔을 때 거절하려는 듯하면서 너니까 도와준다는 식으로 받아들였고, 영필은 억지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이 감동하는 표정으로 기뻐하는 듯한 연기를 펼치곤 출사표를 던지고 오겠다며 도망쳤다.

“나 저렇게 신나 하는 준영은 처음 봐.”

“나도.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진 어린애 같아.”

“헤헤, 준영 씨 귀엽다.”

묘하게 들떠 콧노래마저 흥얼거리는 준영을 세 여인이 재미있다는 듯 구경할 때 트리시아가 물었다.

“그런데 선거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차원마다, 종족마다 사회가 다 다르다 보니 다른 종족이 보기에 선거라는 건 참 재미있거나 이해가 안 가는 제도였다.트리시아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물었던 건데 세 여인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그러게. 선거는 어떻게 하지?”

“음······ 우리는 지들끼리 알아서 뽑던데······.”

“우리는 정한지 꽤 오래돼서······.”

페널티 때문에 투표도 못 하는데 선거나 정치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중국이나 러시아나 선거랑은 인연 없는 동네라 당화련과 미텔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시무룩해졌다.

그나마 유명인으로 대중 앞에 나선 경험이 많은 에스텔라였지만, 선거의 방식 자체가 다르다 보니 딱히 해 줄 말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뭐. 알아서 하겠지.”

“하긴. 어차피 중간에 흐지부지될 거 상관없겠지.”

“진짜 대통령 되면 웃기긴 하겠다.”

어느새 준영을 닮아 가는지 아무렴 어떠랴 넘기는 세 여인을 바라보며 트리시아는 오늘 저녁은 차리기 간단하겠다고 생각했다. 절대 자기 질문 무시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작가의말

역시 댓글 200개는 무리니 반대로 댓글 200개가 안 넘으면 중대발표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안물안궁이겠지만 그래도 불쌍해서 하나 던져주면 


그중에 하고싶은것만 골라서 열심히 답변해보는 Q&A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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