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타자르
그림/삽화
Tazar
작품등록일 :
2018.02.14 11:37
최근연재일 :
2018.03.14 14:59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941
추천수 :
7
글자수 :
97,462

작성
18.02.14 13:04
조회
243
추천
2
글자
11쪽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0화 (1)

DUMMY

1년중 8개월이 겨울인 샤갈.

베이튼 제국 내에서도 거의 최북단에 위치한 이곳은 기후의 영향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주 식량 공급원은 사냥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육류만을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사냥한 여우나 사슴등의 동물들로 부터 뿔이나 이빨, 가죽등을 다른 도시에서 곡물등의 식량으로 바꿔오기도 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방식이 사냥일뿐 여느 촌동네와 그리 크게 다를 바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주민은 약 600명 정도로 11월이 되면 하늘에서 오로라가 빛나는, 그들에게 있어서 다른곳의 생활은 상상 할 수 없을만큼 태어나면서부터의 터전이었고, 이곳에서 자라고 늙어서 흙으로 돌아갈때 까지의 장소였다.


"라일!"


흰색의 털을 가지고 있어서 언뜻봐서는 눈과 구별이 안갈정도의 흰토끼를 향해 활을 조준하던 라일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활의 조준이 살짝 흔들렸다.

쉭-

조준이 흔들린 탓인지 화살은 토끼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고 그와 동시에 토끼는 재빨리 눈 덮인 산 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아.. 놓쳤잖아"


라일은 아쉬운듯이 무릎의 눈을 털어내며 토끼를 놓치게 한 원흉(?)을 돌아보았다.


"저녁 먹어야지"


그 순간 라일의 얼굴에 화색이 비쳤다.


"응!"


토끼를 놓쳐서 아쉬운 감정은 벌써 사라진지 오래였다. 사냥을 나갔던 아버지가 2주만에 돌아오신것이 더 기쁜 라일이었다.


"사냥하고 있었구나?"


말라가는 라일을 안아들고는 어깨에 메어있는 활을 보며 말했다.


"응! 근데 놓쳐버렸어"


라일은 말라가의 관심에 신이 났는지 토끼의 외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가지며 연신 말을 쏟아내었다. 말라가는 그런 아들이 기특한지 연신 맞장구를 쳐주고 때때로 리액션을 취해가며 집으로 향했다.


- - -


저녁 식사가 한창 끝나갈 무렵 밖에는 어느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말라가는 창밖을 보며 오랜 생활에 비추어 이번 눈은 꽤나 오랫동안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 아버지!"


창에서 시선을 돌리자 라일이 아까 보았던 활을 들고는 말라가에게 거의 뛰다싶이 달려왔다.


"라일! 집에선 뛰면 안된다고 몇번을 말하니!"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클로에가 따라오며 말했다.


"오늘만큼은 봐주자고 클로에"


말라가는 얼른 라일을 품안으로 안아들고는 멋쩍게 웃었다.


"후우- 오늘만이예요"


그러자 클로에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과 함께 살짝 미소를 지으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엄마 무서워.."


라일이 말라가의 뒤에 숨어서 읊조렸다.


"아빠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단다"


말라가가 라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릎위에 앉히자, 라일은 들고있던 활을 말라가에게 내밀었다.


"아버지! 활쏘는거 가르쳐줘!"


이제 라일도 7살이었다. 아까 봤던 사냥에서도 말라가가 부르지 않았다면 화살의 궤적으로 보건데 토끼에게 명중했을 것이다. 그것으로 미루어보아 사냥꾼으로의 재능이 있는것이 분명해 보였다. 말라가는 역시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라일에게서 활을 받아들었다.


"그렇지. 슬슬 본격적으로 활을 .."


쿵쿵!

말라가가 막 라일에게서 활을 받아드는 순간 현관의 문이 둔탁한 타격음을 내었다.


"말라가! 안에... 있는가!"


그리고 뒤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꽤나 갈라지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부상을 입고있는듯 했다.


"날세! 쿨럭.. 톰이네!"

"톰? 이 시간에 어쩐일인가?"


목소리의 주인은 2주전에 같이 사냥을 떠났다가 오늘 돌아온 톰이었다. 말라가는 톰의 목소리를 확인하자마자 현관문을 재빨리 열었다.

톰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이마는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피로 인해 상의의 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서있는 주변의 눈 들 또한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출혈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 마을이 위험하네.."


서있는 것 조차 힘들었는지 톰은 결국 피로 물든 눈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봐! 정신차려!"


말라가는 쓰러지는 톰의 팔을 붙들었다.


"...톰"


이마나 얼굴의 상처뿐만이 아니었다. 온몸에도 상처가 상당히 많았는데 다리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말라가가 붙든 팔은 마치 동물의 발톱에 당한것처럼 피부가 한 움큼 뜯겨져 나가 있었다. 말라가에게 알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온듯 그의 출혈량과 상처는 한눈에 봐도 상당히 심했다.

그 증거로 톰의 의식은 주저앉음과 동시에 날아버린듯 고개가 땅을 향해 축 늘어져 있었다.


"당신..."


클로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라가를 쳐다보았다. 그녀 또한 톰을 아주 잘 알았다. 그야 그리 많지 않은 인구의 샤갈에서 한 마을에서 자란 친구들 중 한명이니까 당연했다.


"잠시 마을에 좀 다녀와야겠어"

"하지만..."


클로에가 뭐라고 말을 더 잇기도 전에 말라가는 빠르게 자신의 활과 칼을 챙기고는 이미 축 늘어져 버린 톰의 시체를 어깨에 들쳐멨다.


"라일 데리고 들어가있어. 절대로 나오지마"


클로에는 그런 말라가를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은 죽도록 말리고 싶었다. 톰이 저렇게 된 것을 보면 분명히. 그것도 상당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이 틀림 없었다. 하지만 말릴 수 없었다.

말라가에게 있어서, 그리고 클로에에게 있어서도 이곳 샤갈은 삶의 터전이자 고향이었고 둘 모두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라서 이곳에서 결혼했다. 그런 고향에 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아는데 말라가가 가지 않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클로에 본인도 포함이었다.


"엄마.."


라일은 방금전의 일이 무서웠는지 클로에의 치맛자락을 손가락으로 잡아 끌었다.


"괜찮아 아빠 금방 돌아오실거야. 이제 자야지?"


클로에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라일을 안심시켰다. 이 사랑스런 아들이 없었다면 자신 또한 지금 말라가를 따라서 마을로 가고있을 것을 알기에.


"응"


- - -


덜컹 덜컹-

조금씩 내리던 눈은 어느새 눈보라로 바뀌어 창문을 거세게 흔들어댔다.

말라가가 집을 나선지 약 3시간쯤 지났을까. 클로에는 아까의 일 때문인지 혼자서 잠들지 못하는 라일을 안아든채 거실에 나와있었다. 어느새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는데, 그런 라일의 갈색 머리카락을 조용히 쓰다듬었다.


쾅!

장작 타는 소리,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소리, 라일의 숨소리. 이런 소리들만이 멤돈던 집안으로 창문이 굉음을 내었다.


"말라가..?"


클로에는 그 소리에 놀랐는지 라일을 안은 채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창밖에 무언가가 서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시거리가 2m가 채 되지 않을 만큼 눈보라 속이었지만 27년을 함께 보내왔던 그를 몰라볼 수 는 없었다.


"으어-"


쩍-

클로에가 막 발을 떼려는 순간 창문앞에 서 있는 사람형체가 유리창을 강하게 들이받았다.


"말라가!"


그리고 동시에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드러난 모습은 말라가였다.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고, 피부는 창백했으며 왼팔의 팔꿈치 밑으로는 팔이 존재하지 않는 피 투성이의 상태였지만 .. 그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엄..마?"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이미 잠에서 깨어난 라일은 클로에의 품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라일. 가서 옷 입으렴"


라일의 목소리에 클로에는 정신이 들었는지 안고있던 라일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자신과 라일이 위험하다'

흉측한 모습이었지만 확실히 말라가였다. 그리고 상처와 한쪽팔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는 이미 살아있는 인간이 아닐 것이다.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지킬 것 이 있었다.


"어서!"


라일이 우물쭈물 거리자 클로에가 소리쳤다.


"저기에.."


하지만 라일의 시선은 이미 창 밖을 향해 있었다.

창문을 넘어오지 못하는 것인지.. 한 팔만을 집 안으로 쭉 뻗어 허우적 거리고 있는 말라가의 시선 또한 라일에게 고정 되어 있었다.


"..."


클로에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라일을 안아들고 있던 말라가의 모습은 없었다.


"아빠 아니야. 그러니까 어서 옷 입어"


그러나 감정은 최대한 억눌렀다.


"하지만 아버.."

"라일!"


라일이 말을 채 다 하기전에 클로에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저 모습이 말라가라는 것 쯤은 눈보라 속에서 사람의 형태를 발견했을 때 부터 알고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라가가 아니다.

그토록 아끼던 라일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겨우 창문하나 넘어오는 판단조차 하지 못해서 허우적 거리는 눈 앞의 저것은 말라가가 아니다.

클로에는 마음을 다잡았지만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까지 참을 수 는 없었다.


"응..."


라일은 클로에의 고성에 잠시 움찔했지만 클로에와 말라가를 번갈아 응시한 후,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우직-

그 순간 나무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문고리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애초에 나무에서 이런 소리가 난다는 것 자체가 -


"캬아악-"


클로에가 상황을 판단했을때는 이미 말라가가 창틀을 힘으로 부수고 라일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라일!"


생각하고 있을 시간 따위 있을리 없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클로에는 라일에게 달려드는 말라가를 향해 몸을 날렸고, 둘은 뒤엉켜 마룻바닥을 뒹굴었다.


"어.. 엄마!"


라일이 그 모습에 겁에 질려 주저앉으며 외쳤다


"컥!"


말라가는 자신에게 달려든 클로에를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팔을 휘둘러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고 그 반동으로 클로에는 벽에 부딫힌 후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크으 -"


말라가는 쓰러진 클로에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일어나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 클로에는 간신히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움켜쥔 말라가의 팔을 붙잡았다.

눈보라에 체온을 빼앗겨서 그런것인지, 사후경직의 영향인지 알 수 는 없었지만 그의 팔은 매우 차갑고.. 돌덩이처럼 딱딱했다.

클로에의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이 조금씩 더 들어갔다.


"아..가"


눈 앞의 광경이 조금씩 흐릿해져갔다.

자신의 힘으로는 말라가를 떼어놓을 수 없었다. 클로에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눈동자를 굴려 라일을 찾았다.

투명했던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어느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라일.. 라일만은'

라일을 향해 간신히 손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라일을 향해 말을 건넬 수 는 없었다. 이윽고, 팔이 힘 없이 땅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엄.,.마?"


라일은 겁에 질린 채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7살밖에 되지 않은 라일로서는 아버지가 왜 저러는지 전혀 알 수 가 없었다.

그저 ' 무섭다' 라는 감정만이 온 몸을 휘감았다.


뚝-뚜둑


클로에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자 말라가는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던 손을 풀며 몸을 일으켰고, 온몸에서 마치 뼈가 부러지는 듯한 괴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버지.. 엄..마"


라일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인해 몸이 굳었다.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으어 - 으어-"


그리고 곧 이어 말라가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라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간단한 세계관 소개입니다. 18.02.18 80 0 -
19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7화 18.03.14 44 0 9쪽
18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6화 18.03.13 67 0 8쪽
17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5화 18.03.12 46 0 11쪽
16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4화 18.03.09 86 0 8쪽
15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3화 18.03.07 66 0 11쪽
14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2화 18.03.06 76 0 11쪽
13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1화 18.03.05 94 0 11쪽
12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0화 18.03.02 90 0 8쪽
11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9화 18.02.28 101 0 11쪽
10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8화 18.02.27 124 0 17쪽
9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7화 18.02.26 112 0 7쪽
8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6화 18.02.22 86 0 9쪽
7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5화 +1 18.02.19 87 0 11쪽
6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4화 18.02.18 92 1 15쪽
5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3화 18.02.16 103 1 13쪽
4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2화 18.02.16 115 1 10쪽
3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1화 18.02.16 141 1 9쪽
2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0화 (2) +2 18.02.14 164 1 27쪽
»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용사 - 0화 (1) 18.02.14 244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