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작가의 수치,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8.02.14 15:09
최근연재일 :
2018.10.12 20:47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56,776
추천수 :
14,055
글자수 :
176,134

작성
18.10.11 08:30
조회
7,508
추천
194
글자
11쪽

강제 퀘스트(2)

DUMMY

마글러는 최소 중급 던전의 우두머리로 등장하는 마수였다.

마글러가 직선적이고 단순한 공격만 행했다곤 해도, 리티너와 베일이 최대한 신경을 분산시켰다고는 해도 평범한 용병단이 감당할 만한 속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곤죽이 되어버린다는 압박감에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을 테니 체력과 정신의 소모는 더욱 가속화됐을 터.

사실 아무런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칭할 만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


지금 베일이 상대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마글러는 웬만한 공격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설프게 공격하려 했으면 처음 리티너의 생각대로 체력만 더 빨리 달았을 것이 분명했다.


‘빈틈을 보일 때 동시 오버워크를 사용해서 큼지막한 일격을 날려봐야 하나?’


진지하게 동시 오버워크를 고려하던 리티너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잘만 성공한다면 마글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테지만, 실패한다면 리티너 자신이라는 큰 전력이 단숨에 리타이어될 테니 쉽게 시도할 수는 없었다.


“여기 물 있으니까 천천히 돌려가면서 마셔. 너무 마시지는 말고 목을 축일 정도로만.”

“감사합니다.”


아공간에서 물 한 통을 꺼내 옆에 있던 디레즈에게 건네준 리티너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시게요?”

“도와주러. 난 아직 여력이······. 좋았어!”


리티너는 베일과 싸우는 마글러를 노려보다 주먹을 꽉 쥐었다.


“광폭화가 끝나가고 있어.”


마글러의 체격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체력을 회복하고 있어. 조금만 더 상대하다 총공격에 들어갈 테니까 신호를 주면 돌입하고.”

“네!”


좀 전과 달리 활기찬 함성에 리티너는 만족하며 몸을 돌리고는 마글러를 향해 달려 나갔다.

마글러가 베일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틈을 타 들바람을 오버워크 모드로 바꾼 리티너는 마글러의 목 뒤, 베일이 만든 상처에 검을 쑤셔 박은 뒤 고통에 몸부림치는 마글러를 뒤로하고 가볍게 착지했다.


“자네도 좀 쉬지 그랬는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직 쌩쌩합니다.”


리티너의 농담에 작게 웃어 보인 베일은 몸집이 미세하게 작아지고 있는 마글러를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저놈의 몸집이 작아지는 게 광폭화가 풀리려는 전조인가?”

“맞습니다. 아마 원래 크기의 3분의 2 정도로 작아질 겁니다.”

“흠. 그런데 광폭화가 풀린다 해도 일반적인 병기는 통하지 않을 것 같네만.”


오러를 두르지 않은 병기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마글러의 피부는 튼튼하고 질겼다.

광폭화가 끝나 힘과 속도가 감소한다 해도 황금고래 용병단이 나설 틈은 없어 보였다.


“방금 확인해본 결과 내피는 그렇게 질기지 않더군요. 재생력도 그리 높지 않으니 저희가 상처를 낸 곳을 용병단이 집중 공략한다면 보다 쉽게 쓰러트릴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그럼 얕아도 최대한 넓게 베어가야 되겠군.”


작전을 재확인한 베일은 흥분한 마글러의 주먹을 피하며 마글러의 팔을 길게 베어 올렸고, 리티너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반대쪽 허리를 베어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피 칠갑을 하고 있는 마글러를 상대로 리티너는 농담을 건넸다.


“조금 짜증나지?”


자잘한 상처를 지속적으로 입은 마글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왕이면 혈압 올라 죽어줬음 좋겠는데. 피가 계속 뿜어져 나올 테니 그건 불가능하려나? 에어로 붐.”


3서클 마법 에어로 붐으로 마글러가 휘두르는 주먹의 궤도를 살짝 튼 리티너는 높이 점프해 마글러의 어깨를 쭉 베어 내렸다.


“거긴 너무 높아 웬만해선 닿지 않을 거라 보네만?”


마글러의 어깨 높이는 약 5m 정도.

웬만해선 닿을 리 없는 장소지만 리티너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겸사겸사 해둔 겁니다.”


리티너의 담백한 답변에 베일은 농담을 집어넣고 다시 진중하게 물었다.


“이제 광폭화가 슬슬 끝나가는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하나?”


아닌 게 아니라 마글러의 덩치는 더 이상 작아지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 체력도 많이 빠졌는지 거대한 양팔을 휘두르는 속도도 현격히 느려졌고, 파괴력도 비교적 줄어든 상태였다.


“슬슬 신호를 보내야겠군요. 메시지 마법 배열식이 뭐였더라?”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리티너는 여유롭게 마법의 배열식을 구성해나갔다.

짧은 거리에 한해서 자신의 말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3서클 마법 메시지를 시전한 리티너는 몇십 미터 떨어진 나머지 일행들에게 현재 상황과 작전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메시지 마법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용병단이 슬슬 움직이는 걸 보자 리티너는 마글러와 거리를 두고 베일에게 외쳤다.


“잠시만 시간을 좀 끌어주십시오.”

“알았네.”


베일이 마글러의 시선을 모으는 사이 리티너는 지금까지 아껴뒀던 마나를 모두 소모해 현재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썬더 블래스트를 시전했다.

베일을 상대하던 마글러는 허공에 나타난 전격의 구체를 화가 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주먹으로 후려 갈겼다.


“크워어어억!!”


뭣도 모르고 썬더 블래스트에 주먹을 휘두른 마글러는 무지의 대가로 크나큰 고통을 선물 받았다.

상처와 피로가 누적된 몸에 썬더 블래스트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마글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걸로 잠시 동안 마비될 거다. 가자.”


리티너의 신호가 떨어지자 용병단과 디레즈는 속도를 높여 마글러에게 돌격했다.

푹! 푹!

도끼, 창, 그리고 검을 이용해 리티너와 베일이 만든 상처의 틈을 마구 쑤시자 마글러의 몸에서 붉은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물러서라!”


썬더 블래스트의 효과가 다한 건지 마글러가 몸을 조금씩 들썩이자 베일이 크게 소리치며 용병단을 물렸다.


“크어어어어!”

“그래. 여기까지만 하자.”


쓰러진 틈을 타 뒷목의 상처를 꾸준히 도려내던 리티너는 마글러가 정신을 차리자 아이들 달래듯이 말하며 놈의 등에서 내려왔다.


“후. 슬슬 죽을 때 안 됐나?”


인간으로 치자면 경동맥을 잘라냈다.

용병단에 의해 근육과 힘줄 등도 파괴되었다.

마글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샤워를 할 정도였는데 마글러는 도저히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후의 발악인가 봅니다.”


여유를 되찾은 갈레온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마글러는 죽지만 않았을 뿐이지 서 있는 것도 버거워하며 비틀댔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짐승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갈레온.”


베일의 진심 어린 충고에도 갈레온은 실실거리며 힘없이 주먹을 휘두르더니 자세가 무너져 넘어진 마글러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걱정 마십시오. 광폭화인가 뭔가도 끝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순간.

마글러가 포효를 하더니 자신의 몸을 광폭화했을 때보다 더욱 크게 부풀렸다.


“크어어어어억!”

“야! 뭐 했어!”


유스티나가 무슨 짓 한 거냐는 질책의 눈빛을 담으며 갈레온에게 물었지만 갈레온 또한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저, 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발로 치셨잖아요?”

“억! 아닙니다! 아니에요!”


디레즈의 악의 없는 말에 갈레온은 찔렸는지 황급히 손사래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네 탓 아니니까, 걱정 마.”

“그렇죠?”


리티너의 확신에 비로소 안심하는 갈레온이었지만 리티너는 오히려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다, 걱정해야겠다.”

“네?”

“저 자식, 최후의 저항 스킬을 가지고 있었어.”


최후의 저항. 어찌 보면 광폭화와 비슷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다만 분노 상태 때 발동하는 광폭화와는 다르게 최후의 저항은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고, 능력치의 증가폭이 광폭화보다 높다는 점이 달랐다.


“하······ 이 난이도에서 나올 스킬이 아닌데.”


전생에 기록관으로 용사 파티를 뒤쫓아 다닌 리티너는 최후의 저항이 가진 말도 안 되는 위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용사 파티가 쉽게 쓰러트린 마수와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그 마수가 최후의 저항을 가지고 있다면 난이도가 급격히 증가해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대신 최후의 저항을 가지고 있는 마수는 최소 상급 이상의 던전에서만 등장했는데, 놈은 난이도 최하급 던전인 이곳에서 그 위험천만한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이가 없네. 괜히 강제 퀘스트가 아니라 이거지? 이 정도면 거의 상급 던전에서 출몰하는 마수 수준인데······.”


기본적인 신체 능력도 높은데 광폭화에 최후의 저항이라니, 마치 희망을 끊어놓기 위해 구성된 조합 같았다.


“어떻게 해요?”


아직도 커지고 있는 마글러를 보며 초조해진 유스티나가 물었다.


“제 검도 통하지 않아요!”


마글러가 가만히 커지고 있는 틈을 타 리티너와 베일이 만든 상처에 오러를 두른 검을 찔러 넣어 봤지만 살점을 베어내기는커녕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는 것에 유스티나는 참담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오러 익스퍼트 하급이라 해도 오러가 담긴 검인데 속살도 베어낼 수 없다니?’


상황이 좋지 않다 느낀 리티너는 모두를 뒤로 물리며 들바람 대신 은폐의 장막을 오버워크 모드로 변경했다.


“뒤로 물러서. 저 스킬의 지속시간만 끝나면 이기는 거니까 혼자서 버텨보도록 할게.”


광포한 오러를 휘날리며 믿음직스럽게 앞으로 나선 리티너였지만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굳어져 있었다.


‘버틸 수 있을까? 최후의 저항은 보통 광폭화보다 지속시간이 짧다지만 놈의 비정상적인 광폭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최후의 저항의 지속시간도 짧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은폐의 장막을 이용한 오버워크는 몸에 오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최대 8분을 버틸 수 있었다.

만약 놈이 10분 이상 최후의 저항을 지속한다면 승산은 없었다.


“나도 거들도록 하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일시적이라지만 리티너 자신은 아티팩트에 의해 오러를 공급받고 있었다.

하지만 베일은 그런 것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오러를 소모하며 싸웠기에 상당히 지쳐있었을 터였고, 실제로 숨이 조금 가쁜 듯 어깨가 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천생 배운 것이 검뿐인데 이조차 휘두르지 않으면 어찌하겠나.”

“감사합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호의를 베푸는 베일에게 리티너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속으로 침을 삼켰다.


‘자, 도박을 시작해보자.’


준비를 마친 리티너는 오러를 머금은 두 검을 어깨 위로 올리고 마글러에게 달려갔다.

푸슉!

놈의 발을 대각으로 베었다.


‘얕아.’


발을 토막 낼 생각으로 검을 휘두른 건데도 거죽에 작은 상처만 낼뿐이었다.


“쿠워어!”


최후의 저항 스킬이 완전해진 마글러는 아직도 자신의 몸에 검상을 입히는 리티너를 보며 북을 치듯 주먹을 내려쳤다.


“큭!”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내려쳐지는 주먹을 리티너는 간신히 피하곤 숨을 고르며 투덜거렸다.


‘장난 아니군. 은폐의 장막 오버워크를 사용 중인데도 속도에서 밀린다니.’


은폐의 장막 오버워크 모드는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상을 초월하는 대신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에 도달한 베일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맞상대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준다.

그런 힘을 가지고도 고작 피하는 게 한계라는 사실에 리티너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코맨트추천선작 부탁드립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작가의 수치, 회귀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으로 인한 연재 중지 공지 +6 18.10.12 2,235 0 -
39 강제 퀘스트(4) +8 18.10.12 4,763 183 11쪽
38 강제 퀘스트(3) +11 18.10.12 6,188 207 11쪽
» 강제 퀘스트(2) +14 18.10.11 7,509 194 11쪽
36 강제 퀘스트(1) +8 18.10.10 8,238 239 11쪽
35 슬러그 슬라임 +9 18.10.09 9,000 280 12쪽
34 베일(3) +18 18.10.09 9,641 271 12쪽
33 베일(2) +16 18.10.08 10,700 290 11쪽
32 베일(1) +30 18.10.07 11,562 285 11쪽
31 디베스 가문(2) +13 18.10.06 12,082 354 12쪽
30 디베스 가문(1) +11 18.10.05 12,461 345 11쪽
29 검은 늑대의 그림자(5) +10 18.10.04 12,699 321 11쪽
28 검은 늑대의 그림자(4) +12 18.10.03 13,289 310 11쪽
27 검은 늑대의 그림자(3) +9 18.10.03 14,062 304 11쪽
26 검은 늑대의 그림자(2) +14 18.10.02 14,175 312 12쪽
25 검은 늑대의 그림자(1) +12 18.10.02 15,889 323 13쪽
24 디레즈(2) +15 18.10.01 16,361 363 11쪽
23 디레즈(1) +10 18.09.30 16,065 374 10쪽
22 여행의 첫걸음(4) +13 18.09.29 16,420 351 10쪽
21 여행의 첫걸음(3) +14 18.09.28 16,767 348 10쪽
20 여행의 첫걸음(2) +15 18.09.27 17,535 357 10쪽
19 여행의 첫걸음(1) +20 18.09.26 18,572 398 10쪽
18 한밤의 불청객(2) +16 18.09.26 18,878 430 12쪽
17 한 밤의 불청객(1) +13 18.09.25 19,155 411 11쪽
16 그림자 구하기(2) +12 18.09.25 19,726 397 11쪽
15 그림자 구하기(1) +8 18.09.24 19,720 411 10쪽
14 시간은 흘러서 +22 18.09.24 20,378 418 12쪽
13 발각되다 +9 18.09.23 20,246 428 12쪽
12 검술서를 다운로드 하시겠습니까? +14 18.09.23 20,166 395 12쪽
11 백금의 시안(2) +17 18.09.23 20,037 376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실라인'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