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제비는 어디에서도 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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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작품등록일 :
2018.02.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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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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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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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 마을(4)

DUMMY

제국력 182년 쿠리 마을은 카잔 가의 영토도 아니고 사이오스 가의 영토도 아닌카잔 제국의 독립적인 땅에 위치한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논밭과 저수지가 가득한 쿠리 마을에는 다른 마을과는 달리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다. 다른 마을과 교류도 적고 수도와 교류하려는 이도 없었기에 마을은 조용했고 소박했다.

소뮤는 쿠리 마을에서 이방인이었다. 쿠리 마을에서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해변가에 아기가 천 한 장만 걸친 채 버려져 있는 것을 몰락 가문이었던 소뮤 가의 마지막 핏줄인 불칸 소뮤가 그녀를 데려와 키웠다. 몰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욕심도 없고 명예에도 관심이 없었던 불칸은 적국인 도라도 땅이 있는 곳에서 떠내려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라 생각하고 자신의 집에 데려와 아기를 키우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양 아기를 키웠다.

아이가 없던 불칸은 그녀에게 가문의 성과 아기 본인의 이름을 주고 싶어 했으나 소뮤라는 가문의 성만 준 채 이름은 짓지 않은 채로 소뮤가 자신의 이름이 소뮤인줄 알고 나이를 먹고 커갈 때까지 이름을 짓지 않아 소뮤라는 이름만을 가진 채로 두게 되었다.

“소뮤!”

소뮤가 10살이 될 때쯤 쿠리 마을에는 축제가 열렸다. 어린 아이들도 뛰놀았고 다른 이들은 술과 고기를 먹으며 노래를 부르며 축제를 즐겼다.

“스루옐?”

“소뮤, 오랜만이야! 그동안 어딨었어?”

스루옐은 소뮤의 친구로 갈색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소뮤에게 뛰어왔다. 아기 때부터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 만났던 그들은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

“잠시 뭘 하느라 집에서 지냈어.”

소뮤는 몇 일 전 소뮤 가의 집에 갇혀 있었다. 불칸의 친구였던 칸테라의 마검사 루돌프가 그녀의 몸에 흐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의 마나를 보고 놀라 불칸에게 그녀에 대해 말하고 그녀의 마나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에에? 뭘 하느라?”

스루옐이 눈을 반짝거리며 소뮤를 쳐다봤다. 소뮤는 집 안에서 했던 일에 대해 남에게 떠벌리고 다니지 말라는 불칸을 말을 기억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 글쎄? 책도 보고 그랬지.”

“그랬구나! 재밌었어? 나도 가끔은 집에서 뒹굴거리며 하루 종일 책 읽고 싶다. 우리 집엔 책 같은건 찾아볼 수가 없는데.”

“스루옐은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

“지금 축제기간이잖아. 그래서 집이 축제 준비 때문에 바빠서 집안일 도와주다 도망 나오고 그랬지. 술을 만든다나 뭐라나.”

“나도 너희 집 술을 한 번 맛보고 싶다.”

스루옐이 인상을 푹 찌푸리며 말했다.

“맛 없어. 안 먹는게 좋을걸. 포도주라고 포도맛이 나는게 아니더라고.”“그래? 그치만 아저씨들은 좋아하잖아.”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어른이 되면 쓴 맛이 좋아지나봐.”

스루옐이 진지한 표정으로 소뮤에게 말하자 소뮤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 축제에 가 보고 싶어.”

소뮤가 빙긋 웃으며 스루옐의 손을 잡고 축제가 한창인 곳으로 스루옐을 끌고 갔다.

“그래? 가자!”

스루옐이 소뮤의 손목을 잡고 축제가 벌어지는 쿠리의 시장으로 뛰어 갔다.


“불칸.”

“왔는가. 루돌프.”

불칸의 집 안에 있는 많은 방 중 독서를 위해 만들어 놓은 서재에 루돌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루돌프가 방에 들어오자 먼지 때문에 그의 발자국이 서재에 찍혔다.

“어이쿠, 청소 좀 하고 살라고 친구.”

“서재에는 먼지가 좀 날리는 맛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서재의 가운데 여러 개 놓여져 있는 의자 중 하나에 앉은 불칸이 큭큭거리며 웃자 루돌프가 씨익 웃고는 말을 이었다.

“불칸, 자네 가문의 이름을 딴 그 아이. 오츠만에서 주웠다고 했나?”

“주운 것이 아니고 데려온거네. 루돌프.”

“그래. 데려왔다고 했나?”

“그래. 왜 그러나?”

“그 아이. 칸테라에서 떠내려 온 것일수도 있겠는걸.”

“오츠만 해변을 건너 온 것도 기적인데 오츠만 해를 건너왔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런 것이 아니고서야 그 아이의 몸에 흐르는 강력하고 순도 깊은 마나를 설명할 수가 없어. 탑의 마법사들에게서도 그 정도의 순도 높은 마나는 흐르지 않아.”

“지금 내 아이에게 마나의 일부를 뽑아내는 고통을 주면서 한다는 말이 오츠만 해를 건너 온 기적적인 아이에 천재 마법사다? 믿을 것을 믿어야지. 마나가 흐르는 자도 흔치 않건만.”

“농담이 아닐세. 불칸.”

“도저히 믿기 힘든 얘기군.”

“물론 뛰어난 마법사가 도라도의 사창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자식을 낳아 버려진 아이일 수도 있지만.”

“창녀의 아이라는 둥 그 아이를 낮추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루돌프.”

“불칸.”

“듣고 있네.”

“그 아이는 위험해. 마나의 기운은 강력하고 그 농도도 짙은데 속성을 알 수가 없어. 테라 제국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 속성이라고.”

불칸은 루돌프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루돌프는 한숨을 푹 쉬고는 그의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차라리 마나 응용을 배워서 그 힘을 제어하게 만드는것은 어떤가?”

“어떻게 마나를 응용한단 말인가?”

“나에게 마검술을 배우면 되지.”

“마검술을? 자네에게 말인가?”

“그래. 마나의 힘도 제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네도 안심. 난 유능한 제자를 둬서 만족하고 모두에게 이득이지.”

“음.”

불칸이 방 창문에 걸린 커튼을 걷어 창 밖을 바라봤다 창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먼지가 날리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 지게 했다. 창 밖에는 축제를 갔다 와서 기분이 들떠있는 소뮤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자네는 그것으로 만족하나? 유능한 제자를 두는 것?”

“모든 메이지들의 소망이지.”

불칸은 루돌프를 서재에 두고 거실로 가 이제 막 집에 들어온 소뮤를 반겼다. 소뮤가 싱글벙글 웃으며 축제에 대해 자신을 반기는 불칸에게 얘기했다.

“...달달한 구름과자도 있고 되게 신났어.”

“소뮤.”

불칸이 소뮤의 말을 자르자 서재에서 루돌프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소뮤는 루돌프를 보자마자 불칸의 뒤에 숨어 떨었다. 그런 소뮤를 불칸이 붙잡고 말했다.

“잘 들어. 이건 중요한 문제야.”

소뮤는 불칸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생각외로 흔쾌히 불칸의 말을 받아들였다. 물론 자신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다는 스승이 루돌프란 사실을 못마땅해 했지만 볼을 뾰루퉁 불리고 있다가도 곧 루돌프를 받아들였다. 루돌프는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바로 시작한다고 했지만 소뮤가 그건 싫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축제가 끝나고 난 뒤에 마나 교육을 시작했다.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마나도 중요하지만 기초적인 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

“마법이 마나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해내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마나가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듣도록 룬으로 마나에게 비는 거지. 마나여, 불을 주소서 하고. 그게 스펠이란 거야.”

“스펠.”

“넌 마검사가 될 거기 때문에 하나의 스펠밖에 필요하지 않아.”

“마검사는 왜 하나만 필요해요?”

“하나의 마법만 쓰거든. ‘인챈트’ 라는 마법. 나머지는 룬 조합만 알면 돼.”

“인챈트.”

“물론 다른 속성 마법과 달리 마법 그 자체를 인챈트하는 경우에는 스펠이 필요하지만.”

“마법 자체를 인챈트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검을 휘두르며 네가 원할 때마다 인챈트 된 마법이 방출되지. 하지만 그때마다 마나가 소진되기 때문에 금방 지치기 마련이야.”

루돌프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는 소뮤에게 보여주었다.

“칼날에 이 글자들이 보여? 이게 룬어 라는건데 이렇게 새겨놓으면 시전시간을 줄일 수 있지. 인챈트라는 마법이 룬어로 새겨져 인챈트 된 경우야.”

“호오.”

“그리고 네 몸에도 룬 문양 문신을 하나 새겨놔야 해. 그곳으로 마나가 빠져나가게 말이지.”

“어떤 룬인데요?”

“‘방출’ 이라는 뜻을 가진 문양이지.”

“어떻게 새기는 건데요?”

“네가 마나를 사용하려 하면 몸 어딘가의 피부조각이 뜯겨나가며 문신이 새겨질거야.”

소뮤는 룬어를 굉장히 빠르게 외워나갔다. 마치 원래부터 룬어를 알고 있던 사람처럼. 루돌프는 그 모습을 보며 굉장히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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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소뮤(11) +1 18.10.14 51 1 10쪽
50 소뮤(10) +1 18.10.06 5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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