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제비는 어디에서도 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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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작품등록일 :
2018.02.24 12:56
최근연재일 :
2019.07.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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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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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7)

DUMMY

“우웨에에에엑.”

시엔이 배 탑승과 함께 배에 오기까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자신의 눈으로 다시금 확인했다. 갑판에선 리나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꼭 연구를 통해서 멀미를 없애는 마법을 만들거야.”

시엔이 켁켁거리며 말했다.

“차라리 돈을 많이 벌어서 멀미 없는 비행정을 타고 다닐거라는 꿈이 훨씬 현실적일 것 같은데?”

리나가 키득거리며 시엔을 놀려댔다. 파견을 출발할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시엔과 리나 사이의 장벽 같은 것이 많이 사라졌다.

“그럼 진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어서 비행정이나 타고 다녀야겠다. 아니, 아주 비행정을 하나 사야겠어.”

“가문도 새로 만들고 말이야, 그치?”

“에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가문을 어떻게 세워. 가문은 혈통 대대로 내려오는 속성도 있어야 하고 그 내려오는 속성에 대한 역사도 필요한 걸.”

“그런가? 난 잘 몰라서 말이야. 만약 가문을 세운다면 이름은 뭘로 하고 싶은데?”

리나가 시엔의 등을 퉁퉁 두드리며 말했다.

시엔은 수건으로 입 주변을 닦은 뒤 리나에게 갑판 안으로 들어가자고 손짓했다.

“음. 물 속성에 바람이 조금 섞여있으니 겨울의 이름을 따서.”

“현실적으로 말고. 어차피 만들기 힘들다. 그냥 네가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라, 그런건 생각 해 본적이 없어서.”

시엔은 갑판 밑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와 탁자 위에 놓은 주전자에서 물을 한 컵 받아 찝찝한 목을 적셨다.

“아들을 낳거나, 딸을 낳거나, 어찌되었든 네 자식이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그 아이를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

“음...”

시엔은 탁자에 앉아 탁자에 살포시 앉은 리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턱을 괴고 리나를 빤히 쳐다보면 시엔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리엔이라고 지을래. 그럼.”

“응?”

“네 이름과 내 이름과 네 성을 따서, 리엔 파이어폭스.”

“네가 어떻게 파이어폭스의 성을 이어?”

“왜 못 이어?”

시엔이 턱을 괸 패로 리나의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펜던트를 바라봤다. 리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엔.”

“응, 그거 맞아.”

“이렇게 갑자기?”

“난 생각 많이 했었어. 갑자기는 아닌데. 단지... 이번 파견을 통해 생각을 완벽히 정리한 것 뿐이야.”

리나가 발개진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시엔의 팔을 가볍게 툭툭 때렸다.

“왜 그렇게 생각을 많이 했어. 그냥 얘기하지.”

“리나야.”

리나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대답했다.

“응.”

“다음 파견도 같이 가는 거다?”

“응.”

시엔과 리나가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둘의 시선은 둘에게만 고정되어 배가 흔들거리던 말던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 둘만 남은 듯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고 몇 분이나 흘렀을까.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배는 흔들거리다가 곧 무언가에 부딪힌 듯 큰 충격을 받았다.

“뭐지?”

시엔이 탁자에서 일어나 갑판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리나가 따라 나갔다. 리나의 볼을 붉은 채 그대로였다.

시엔이 갑판으로 나가는 문을 열리자마자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갑판 위에서 울려 퍼졌다.

“해적이야!”

“해적이다!”

선원들이 요란스럽게 도망치고 시엔과 리나의 옆에서 해적 한 명이 검을 휘두르며 시엔에게 달려들었다.

“가.”

검을 휘두르던 해적은 시엔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붕 하고 날아가 바다에 빠졌다.

“난 멀미가 너무 심해서 배 타는 것은 정말 질색이고 바다보다는 산을 훨씬 중요하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엔이 마나를 손 안에 모으자 단전의 서클이 빠르게 회전하며 조각 나 있던 서클의 조각은 하나의 완전한 모양을 이루고 다른 세 개의 서클 사이에 합류했다. 감정의 변화. 그 덕에 시엔의 몸 안에서 합쳐지길 원하며 발버둥치던 조각들은 서로에게 붙고 합체되어 하나의 서클을 이루었다.

“바다 위에서 내 능력이 극대화된단 말이지.”

시엔이 마나를 앞으로 방출하자 주변에 있던 바닷물이 그 마나에 끌려 소용돌이를 만들어 갑판을 향해 돌진해왔다.

“아쿠아 블래스터!”

갑판 위에서 네 개의 소용돌이가 바닷물을 쓸어담으며 그 크기를 키웠다. 소용돌이는 해적선을 집어 삼키고 산산조각 내고 갑판 위에 있는 시엔이 원하는 모든 이를 집어삼켰다. 아쿠아 블래스터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하늘로 솓아올랐다. 시엔의 손끝에서 방출하던 마나를 차단하자 소용돌이가 사라지며 하늘에서 바닷물과 해적들이 바다에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휴우.”

한숨을 쉬는 시엔의 구레나루에 흐르는 땀을 히나가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시엔은 방긋 웃으며 뒤로 돌아 갑판 밑으로 내려가려 발을 뻗었다.

“멀미나. 하아.”

시엔이 머리를 붙잡고 갑판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선원 하나가 붙잡았다.

“잠시만요. 마법사님.”

선원은 “정말 고맙습니다.” 며 시엔의 손을 꼭 잡고 꾸벅 인사를 했다. 시엔은 웃으며 그를 보내고 후다닥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시엔은 감사 인사보다 안 좋은 속이 먼저였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깐.”

리나가 그런 시엔을 보고 피식 웃으며 따라 갑판 아래로 내려가 탁자에 엎드리게 하고 물을 떠왔다.

“고마워.”

시엔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리나가 “뭘.” 하고 짧게 대답하며 시엔 옆에 앉았다.

“그나저나 리나.”

시엔이 엎드려 게슴츠레 뜬 눈으로 리나를 불렀다.

“왜?”

“나, 4서클에 도달한 것 같아.”

리나가 화들짝 놀라며 “잘됬다.” 며 꺅꺅 거렸다. 시엔의 단전에서 회전을 멈추며 네 개의 서클이 잠잠하게 빛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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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다시 사막으로(7) 19.01.20 27 0 8쪽
58 다시 사막으로(6) 18.12.15 34 0 8쪽
57 다시 사막으로(5) 18.12.09 32 0 8쪽
56 다시 사막으로(4) 18.11.24 32 0 7쪽
55 다시 사막으로(3) 18.11.11 30 0 6쪽
54 다시 사막으로(2) 18.11.04 3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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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소뮤(12) +1 18.10.20 45 1 6쪽
51 소뮤(11) +1 18.10.14 51 1 10쪽
50 소뮤(10) +1 18.10.06 53 1 8쪽
49 소뮤(9) 18.10.03 52 0 10쪽
48 소뮤(8) 18.10.01 50 0 11쪽
47 소뮤(7) 18.09.30 56 0 13쪽
46 소뮤(6) 18.09.23 57 0 9쪽
45 소뮤(5) 18.09.16 56 0 8쪽
44 소뮤(4) 18.09.09 5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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