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제비는 어디에서도 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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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작품등록일 :
2018.02.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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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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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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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뮤(8)

DUMMY

스캇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 붉은 수염의 노인 때문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찾아 달라는 사람들을 거의 다 찾아주고 구해달라는 갓난아기들은 다 구해다 줬는데 돈은 들어오질 않고 연락도 되질 않았다.

"뭐 하고 잇는 거야 이 망할 영감!"

붉은 수염의 노인의 시체는 검투사들의 무덤 지하에 묻혀 있었다. 검투사들의 무덤 지하에 잇는 이들이 자신들을 목적을 위한 제물을 묻는 공간에 누구의 시체건 닥치는대로 넣었기 때문에 그의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제물이 될 시체들 앞에 서 잇는 검은 후드를 쓴 남자는 수 많은 시체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곧이다. 우리의 목표가. 영원이 이뤄지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꼬마 녀석이 무슨 존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청난 혼이다. 이 정도로 주술진이 빛나다니··· 애나님의 부활이 머지 않았다."

검은 후드를 쓴 남자는 제물을 둔 구덩이 옆에 있는 빛이 일렁이는 주술진을 바라 봤다.

"제사장님."

검은 후드를 쓴 남자의 뒤에서 녹색 머리의 여자가 무릎을 꿇고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그녀가 회복을 끝내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검은 후드를 쓴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그 꼬마 녀석은 정체가 뭐지? 보통 인간이라면 혼을 한번만 빨려도 식물인간이 되거나 죽게 되는데 수십 번을 빨리고도 제정신을 유지하는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이라니, 지금까지 이런 경우가 있었나?"

검은 후드를 쓴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소리쳤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혼을 빠는 경우는 실험에 쓸모가 없는 어린 아이나 반항심이 센 인간들이었는데 그들 모두 단 한번의 실험에 정신줄을 놓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흐음, 누구 하나 사람을 시켜서 그 아이의 뒷조사를 해 봐야겠다. 매우 흥미롭군. 그 아이도 쓸모가 많을 것 같으니 될 수 있으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검은 후드를 쓴 남자는 빛이 나는 주술진을 다시금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그 주변을 서성이다 품 속에서 단도를 꺼내어 자신의 손을 베어 주술진에 자신을 피를 먹이득 짜냈다. 그러자 주술진은 그의 피에 반응해 빛의 색이 다양하게 변화했다.

"정말 궁금하군. 수십의 혼을 가진 소녀라··· 처음부터 이곳에 올 운명이었던 건지. 우리 편이 될지 안 될지 정말 궁금하군."

검은 후드를 쓴 남자는 붉은 빛이 맴도는 주술진 위에 서서 그 빛을 쐬며 희열을 느꼈다.


"내가 예전에 얘기했던 실험이 끝날 때마다 내 몸에 묻어있던 끈적한 액체 있잖아. 그거 썩은 내를 없애는 로션 같은 거라더라."

소뮤가 보리빵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보리빵은 딱딱하지만 속이 부드러워 소뮤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였다.

"그래? 항상 널 데려가는 그 여자가 그랬어?"

"응. 하는 일은 바뀌지 않는데 요즘에 뭔가 어제 날 데려갈때 내가 지금까지 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 하나 다 기억해서 얘기해주더라고. 말투도 지금까진 계속 딱딱했는데 어젠 굉장히 부드러운게 좀 친절해졌어."

소뮤가 식사로 나온 보리빵에 비둘기 파이 옆에 있는 잼을 발라 또 크게 한입 베어먹었다. 카슈마르는 소뮤가 그들이 친절하게 대한다는 말을 아니꼬와했다.

"너에게 무슨 목적이 생긴 것이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그들이 너에게 잘 해줄 이유가 없잖아. 물론 전보다 잘해준다면 좋은 일이긴 한데 난 그들을 도저히 못 믿겠어. 그들이 하는 실험이 어떤 건지는 물어봤어?"

"응. 물어봤는데 날 항상 데려가던 여자도 정확히 무슨 실험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대. 확실히 실험물인 나를 데리고 매번 왔다 갔다 하고 실험장에 가서는 사라지는 것을 보면 그리 중요한 사람은 아닌가봐."

"수상한데. 굉장히 수상해. 지금까지 날 데리러 온 남자는 시간이 지난다고 입을 열거나 하는 일이 없었는데. 너를 데리러 오던 여자도 처음에는 그랬잖아. 지금까지 말 없이 너를 데려다 주는 일만 하다가 갑자기 대화를 하기 시작하다니. 뭔가 수상하지 않아?"

"글쎄. 나는 아직까지도 이곳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겠어.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거겠지 카슈마르. 하지만 난 이 변화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어. 다만 한 가지 신경쓰이는 것은 썩은 내를 없애주는 액체를 왜 실험이 끝날때마다 온 몸에 덕지덕지 발라놨냐는 거야. 실험장만 보면 딱히 썩은 내가 날만한 곳은 아닌데다 썩은 내가 날만한 실험도 아닌데 말이야."

"아니면 그 실험을 받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이 되거나. 그런거 아니야? 시체 썩은 내를 없애주는 약인거지."

소뮤가 '시체' 라는 단어를 듣고 입맛이 없어졌는지 보리빵을 내려 놓고 입주변을 팔로 닦았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럴수도 있겠네."

소뮤가 슬픈 눈빛으로 먹다 남은 비둘기 파이를 바라봤다. 카슈마르가 소뮤를 보고 씁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아니겠지. 미안해. 난 그냥 네가 걱정되서···."

"괜찮아. 우리, 함께 살아나가기로 약속했잖아?"

"그래. 꼭 견뎌내자. 우리."

카슈마르가 소뮤를 꼭 껴안았다. 그는 목이 멘 채로 "꼭 살아가자." 하고 한번 더 중얼거렸다. 소뮤는 그 모습을 보고 그의 머리를 할 손으로 차분하게 쓸어내렸다.

카슈마르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소뮤는 방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자신을 데리고 가는 여자에게 모든게 동족의 부흥을 위한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무슨 실험인지는 잘 모르고 카슈마르의 말 처럼 시체 썩는 냄새를 막기 위한 액체라고 생각하면 그녀가 소뮤에게 숨기는 것이 많은 것이 확실했다.

만약 카슈마르의 추리가 맞다면 다른 이들은 힘들어서 자살했다기 보다는 소뮤 자신이 받는 실험을 받고 죽었고 카슈마르는 뭔가 다른 실험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난 왜 죽지 않는거지?'

소뮤는 쿠리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침대에 누운 채로 주먹에 구욱 힘을 주었다. 어떻게 해야 그때의 그 붉은 검을 소환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카슈마르와 모든 것을 견뎌내고 나가기로 했지만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과 지내다가는 죽을 때까지 이곳을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카슈마르와 식사를 함께 한 다음 날 방송으로 소뮤의 이름이 나왔다. 소뮤는 방송을 듣고도 무덤덤하게 침대에 속옷만 입은 채로 누워서 자신을 데리러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렸다.

카슈마르가 소뮤의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소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제 돌아왔는데 오늘 또 불리는 이유가 뭐야?"

카슈마르가 소리치다가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지는 소리가 소뮤의 방 안에 고스란히 들렸다. 곧 방문 앞이 조용해지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갈 시간이에요. 소뮤."

녹색 머리의 여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뮤는 무덤덤히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걸치고 터덜터덜 그녀를 따라갔다.

"힘이 없어보이네요. 소뮤. 너무 걱정마세요. 평소와 다를 것 없어요. 지금까지 잘 해내왔잖아요? 고대신과 동족의 부흥을 위해 힘서준 소뮤를 우리는 잊지 않을거에요."

"지금까지 이 실험을 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됬나요? 지금까지 다 죽어나요? 끈적이는 액체는 대상자가 죽어 시체가 되었을 때 썩은 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건가요?"

"이런이런, 누군가의 말을 듣고 겁 먹었군요. 소뮤. 제가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건 많이 없지만 소뮤는 죽지 않을 거에요. 걱정마세요."

녹색 머리의 여자와 소뮤가 말 없이 계단을 타고 내려와 제단에 거의 도착했다. 소뮤는 항상 잠이 들던 구간에서 녹색 머리의 여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이번에는 기절해도 끈적한 액체 같은건 묻히지 말아줘요. 별 쓸모도 없어보이니깐."

녹색머리의 여자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하도록 하죠."

소뮤가 몇 발자국 더 내밀자 곧 잠이 들어 바닥에 스러졌다. 눈을 떴을 대는 언제나와 같이 가운 한장만을 걸친 채 제단 위에 속박된 채로 누워 있었다. 또 항상 보이던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자들이 소뮤의 몸 곳곳에 손을 집고 주문을 외웠다.

갑자기 찾아오는 고통에 정신을 잃은 소뮤는 꿈을 꿨다. 어떤 붉은 머리의 남자와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을 걷는 꿈. 남자는 뒷짐을 지고 무덤덤하게 언덕을 올라갔다.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어대? 네가 좋아하던 바람의 언덕이야."

붉은 머리의 남자는 친근한 목소리로 소뮤에게 말을 거렁ㅆ다. 소뮤는 직감으로 이건 자신의 꿈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기억임을 자각했다.

"너랑 어릴때 여기서 꿈 얘기를 종종 했었지. 함께 보리빵을 썰어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말이야. 그때가 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몸은 벌써 이렇게 커 버렸네."

붉은 머리의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소뮤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소뮤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일어나 또 다시 입맞춤을 했다.

"날 선택해줘서 정말 고마워. 평생토록 행복하게 해줄게. 사랑해. 아델."

그의 말을 끝으로 공간이 점점 일그러졌다. 공간은 곧 유리가 깨지듯 와장창 부서지며 칠흑같은 암흑이 찾아왔다.

"정신차리거라 내 딸아. 저들은 너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광기의 신의 영혼을 흡수하는 검 덕에 모은 영혼이 그들의 주술에 빨려들어가 목숨을 부지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네 자신의 영혼과 네 존재마저 사라질수도 있다."

옛날에 쿠리 마을에서 들었던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뮤의 눈에서 왜인지 모를 눈물이 흘렀다.

"너무 힘들어서 지금은 조금 자고 싶어요."

소뮤가 중얼거렸다. 검은 후드를 쓴 남자들은 개의치 않고 소뮤의 압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붉은 기운을 끄집어내려했다.

"감히 누구의 몸에 손을 대는가!"

그 순간 소뮤의 머리가 붉게 물들고 소뮤를 속박하고 있던 끈이 타들어가듯 사라졌다. 소뮤가 눈을 번쩍 뜨고 오른 팔에서 붉은 검을 소환해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남자들을 베었다.

"애나를 믿는 자들이여. 어찌 잘 못된 방법으로 같은 편을 죽이려 하는가. 그대들의 죄는 무궁무진하며 대표적으로 무지함이 있다. 이제 그 죄값을 치르도록 해라!"

소뮤의 검이 길게 늘어나며 채찍처럼 검을 휘두르자 검이 크게 휘어지며 제단을 갈랐다.

"파괴와 절망을 주는 광기의 신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소뮤가 건물을 무너뜨리며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미친 개 같았다.

"정신차려야 한다. 내 딸아. 광기에 네 자신을 맡기면 안 된다. 블러드가 네 몸을 지배하게 둬서는 안 돼!"

한편 소뮤의 내면에서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소뮤의 정신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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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다시 사막으로(9) 19.02.03 29 0 7쪽
60 다시 사막으로(8) 19.01.26 26 0 11쪽
59 다시 사막으로(7) 19.01.20 27 0 8쪽
58 다시 사막으로(6) 18.12.15 34 0 8쪽
57 다시 사막으로(5) 18.12.09 32 0 8쪽
56 다시 사막으로(4) 18.11.24 32 0 7쪽
55 다시 사막으로(3) 18.11.11 30 0 6쪽
54 다시 사막으로(2) 18.11.04 38 0 7쪽
53 다시 사막으로(1) +1 18.10.28 60 1 11쪽
52 소뮤(12) +1 18.10.20 45 1 6쪽
51 소뮤(11) +1 18.10.14 51 1 10쪽
50 소뮤(10) +1 18.10.06 53 1 8쪽
49 소뮤(9) 18.10.03 52 0 10쪽
» 소뮤(8) 18.10.01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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