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의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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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갓
작품등록일 :
2018.03.07 11:50
최근연재일 :
2018.11.1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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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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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조각구름 (10부 엔딩)

DUMMY

창문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햇살의 부서짐, 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어제의 저녁식사에서 키리류에를 통해 전해들은 샬롯의 조언이다. 아침마다 명상의 시간을 한번 가져볼 것. 스스로를 닦는 시간을 한번 가져볼 것.


“성급해하지 말자, 진정하자, 진정한 강함은 냉철함이다. 후우..”


명상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단련해본다. 무지한,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 무작정한 분노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해칠 뿐이라는 교훈을 이곳에서의 일을 통해 느낀 나는 명상을 통해 시끄럽게 마수를 뻗는 마음 속 불길을 다스린다.


약간의 명상의 시간을 가진 나는 따스한 이부자리에서 벗어나 주섬주섬 겉옷을 챙기고 샬롯과 함께 산책의 시간을 가진다.


앤더슨이 준 하루의 휴식기.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루정도 마음에 안식을 주라는 충고를 들은 나는 천천히 수확의 신전을 산책한다.


신전의 뜰에는 설향과 샤프가 열심히 대련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계단에 조용히 앉아 설향과 샤프를 바라본다.


설향은 자신이 품었던 과거의 상처를 모두 씻어낸 듯하다. 볼수록 기특하기만 한 이 어린 천재는 비록 스승이라 부를 수도 없는 잘못된 스승을 만났지만 날이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젠가 설향의 성장이 전부 끝나 내가 볼품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날이 올 것이다.


이 연극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조금 더 설향이 성장하여,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밀을 말해주고 더 좋은 스승을 찾아줄 것이다.


나는 시선을 옮겨 설향과 호각으로 대련을 하고 있는 샤프를 바라본다.


샤프 또한 수련을 거듭한, 열정의 흔적이 보인다. 본디 마력을 공급받아 신체의 능력을 끌어내 싸우던 샤프는 어느덧 마력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하는, 훌륭한 격투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샤프를 보고 있어도 플랫이 연관되지 않는다. 어두운 새장에서 벗어난 샤프는 자신만의 모습을 확실히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겨우 알게 된 밝은 세상이니 마음껏 세상의 빛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샬롯을 되찾고 나면, 샤프 또한 홀로 설 수 있게 자란다면, 나는 샤프에게 모험을 떠나보라고 넌지시 말해볼 것이다.


세상의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더욱 넓은 관록을 가지고 자유롭게, 그저 한없이 자유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몽실몽실한 조각구름이 드넓은 하늘에 퍼져있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키리류에다. 아침식사가 준비되었다고 부르는 키리류에. 설향과 샤프는 그제야 내가 온 것을 알아채고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뻗는다. 한쪽씩 손을 건네는 설향과 샤프. 나는 그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수확의 신전으로 들어간다.


특별히 키리류에가 힘 좀 써봤다는 아침식사, 따뜻한 밥을 먹으니 괜스레 목이 멘다. 주변에 따스한 인연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뻐 마음이 살짝 울컥해졌으나 다행히 들키지 않고 넘어가는 나. 무릎에 올린 샬롯을 한손으로 쓰다듬는다.


식사를 마친 나는 수확의 신전을 다시 거닌다. 거닐고 거닐다 수확의 신전 안에 있는 한 연못에 도착한다. 그 연못에는 긴 로브를 입은, 이 신전의 사람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연못의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그는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사료를 나누어 준다. 사료를 받아 노인을 따라 조금씩 먹이를 뿌린다.


연못에 있는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고 있었으나 나와 노인이 뿌린 먹이를 먹기 위해 앞 다투어 경쟁하고 있었다. 그 추잡함에 우아한 아름다움은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말았다.


이곳저곳 먹이를 뿌린 나는 노인에게 인사를 한 후 손을 탁탁 턴다.


죽음의 신전에 관한 정보는 앤더슨이 저녁식사 이후에 다 같이 모여 말해준다 했으니 나는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기로 한다. 나는 잠시 쉴 겸, 샬롯과 함께 조용히 수확의 신전에서 제공한 포근한 방에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라모스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희망초들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한껏 경치를 감상한 나는 시선을 돌려 방을 슥 둘러본다. 벽에는 무언가 종이가 붙어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종이를 쳐다본다. 그것은 어떤 장치의 설계도였다. 설계도의 구석에는 앤더슨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설계도를 보아하니 침대 옆 선반에 놓인 조그마한 장치에 대한 구조를 나타낸 것 같았다.


'이 기계장치의 설계도인가?'


선반의 기계를 집어든다. 그 기계를 가만히 보고있자니 불에 녹아버린 환영식 때의 허접한 인형들이 생각나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 인형들 참 웃겼지? 애들 보여줄 건 못됐지만 말이야.”


나는 설계도를 천천히 읽는다. 설계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시작하려면 4번 코드를 연결하시오’


조그마한 장치를 뒤집어보니 끊어져있는 여러 선들이 보인다. 그 선들을 뒤져 4번이라고 쓰인 선을 찾아 연결하니 기계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퍼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 조그마한 장치를 책상에 다시 내려놓고 샬롯을 품에 안은 뒤, 눈을 감고 기계가 연주해내는 화사하고 명랑한 선율에 푹 빠져 부드러운 음악에 몸을 맡긴다.


창밖에서 건너오는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적절히 나의 몸을 스친다.


작가의말

10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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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봄의 숨결 (20부 엔딩) 18.11.11 118 0 3쪽
236 키리류에의 시련 (4) 18.11.03 95 0 3쪽
235 키리류에의 시련 (3) 18.10.27 102 0 3쪽
234 키리류에의 시련 (2) 18.10.23 109 0 3쪽
233 키리류에의 시련 (1) 18.10.17 115 0 4쪽
232 새벽의 자락에서 18.10.13 120 0 4쪽
231 현야 (5) 18.10.09 141 0 3쪽
230 현야 (4) 18.10.06 122 1 3쪽
229 현야 (3) 18.10.02 190 1 3쪽
228 현야 (2) 18.09.30 115 1 3쪽
227 현야 (1) (20부 시작) 18.09.27 131 1 3쪽
226 군무 (3) (19부 엔딩) 18.09.20 134 2 3쪽
225 군무 (2) 18.09.19 121 1 3쪽
224 군무 (1) 18.09.17 118 1 4쪽
223 마력폭주 (4) 18.09.12 132 2 3쪽
222 마력폭주 (3) 18.09.09 120 1 3쪽
221 마력폭주 (2) 18.09.05 139 1 3쪽
220 마력폭주 (1) 18.09.04 162 1 3쪽
219 검보랏빛 근원 (5) 18.09.01 125 0 3쪽
218 검보랏빛 근원 (4) 18.08.29 121 0 3쪽
217 검보랏빛 근원 (3) 18.08.28 150 0 3쪽
216 검보랏빛 근원 (2) 18.08.26 15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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