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 (5)
한스의 자리에 합석한 우리들, 국방기사단에 들어갔던 한스는 어느새 센추리온의 자리까지 올라가있었다.
센추리온. 단원의 수가 다른 기사단과는 비교를 불허할 만큼 압도적인 플로렌스의 국방기사단은 대장과 부대장의 아래, 센추리온과 데쿠리온이라는 이름의 직책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스의 말에 따르면 센추리온과 데쿠리온은 역할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 센추리온의 경우, 각 부대마다 다르지만 열에서 백 정도 되는 일반 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병사의 양성과 훈련, 전투에서의 지휘뿐만 아니라 전쟁 시, 병사들을 이끌고 선두에 서는 이들이 센추리온이다. 용맹과 지휘능력을 모두 갖추어야 임명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사실상 센추리온은 다른 기사단의 대장이나 다를 바 없는 중요하고 또 그만큼 병사들에게 존경을 받는 직책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저 직책을 계속 부르기엔 딱딱해서 그런지 센추리온의 병사들은 사석에서는 자신의 센추리온을 편하게 대장이라 부르는 경향이 많았다.
“아무리 내가 이곳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긴 했다만 벌써 센추리온이라니.. 이거 엄청난 진급인데?”
“하하, 그나저나 넌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온 거야?”
“좀.. 복잡하지”
나는 한스의 맞은편에 앉아 익숙하게 벌꿀맥주를 주문한다. 오랜만에 들린 술집에는 익숙한 주인대신 머리에 수건을 두른 원 주인장의 딸이 능숙하게 주문을 받고 있었다.
“키야! 이 맛은 변하질 않네!”
깔끔한 맥주의 바탕에 농후한 벌꿀의 향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거침없이 술을 들이키는 나, 그런 나에게 한스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말한다.
“야, 난 네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응?”
“돌아오니까 마을은 화산에 박살나 있지, 널 찾으려고 해봐도 너 살던 숙소부터 일하던 꽃집까지 전부 사라져버렸지, 애들 겨우겨우 찾아서 물어봐도 네가 갑자기 떠나버렸다고만 하니 원, 아무도 원체 네 소식을 모르니.. 그리고 이 분들은 또 누구셔?”
내 옆에 앉은 키리류에는 한스의 질문을 가만히 듣더니 특유의 장난스런 표정으로 내 한쪽 팔을 끌어안으며 말한다. 팔에 키리류에의 가슴이 닿는다.
“흐응~ 글쎄요~ 난 우리 도의~ 뭘 까요?”
“키.. 키리류에! 뭐하는 거야!”
나는 황급히 키리류에를 떼어내려 하지만 키리류에는 도리어 더욱 쌔게 나에게 달라붙는다. 그것을 본 설향은 이에 질세라 내 다른 팔을 강하게 끌어안기 시작한다.
“이.. 이 자식! 그동안 대체 뭘 하고 다닌 거냐!”
당황하는 한스를 보며 나는 허둥지둥 샤프에게 이 둘을 떼어 달라 부탁한다. 샤프는 그런 나를 보고 묵묵하게 힘으로 둘을 떼어놓더니 이번엔 자기가 내 무릎에 앉아버린다.
“하.. 될 대로 되라”
나는 한손으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는다.
- 작가의말
한동안 덥고 습하더니 이제는 또 시원하다못해 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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