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3)
“헉헉..”
가쁜 숨을 몰아 내쉬는 나. 이마에 맺힌 땀이 눈으로 흘러들어온다.
“도! 조심해!”
땀을 훔치느라 순간적으로 가려진 시야,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검푸른 마물을 간발의 차로 샤프가 저지한다. 샤프는 내리찍는 마물의 공격을 위로 쳐내고 근처에 쓰러져있던 이름 모를 기사의 장검을 주워들더니 마물의 가슴팍에 장검을 쑤셔 넣는다. 고통스러워하는 마물의 왼쪽 가슴에 발을 딛고 꽂아 넣었던 장검을 뽑는 샤프. 힘없이 고꾸라진 마물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밟아 부순다.
콰직-
머리가 으깨진 마물의 시체는 곧바로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것을 지켜보는 나와 샤프. 나는 곧바로 옆에서 마법을 펼쳐내고 있는 키리류에를 향해 묻는다.
“키리류에! 얼마나 남았어?”
“이제 거의.. 아! 됐다!”
키리류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옥색의 결계가 펼쳐진다. 결계가 펼쳐지자 전투에 집중하던 병사들이 전부 무기를 내려놓고 근처의 잔해들을 주워 모아 빠르게 바리케이트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각 팀마다 거점을 확보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의 경우 도시 내부로 진입하여 전투를 행하는 사이 키리류에가 대규모의 결계를 형성하고 그 결계가 마물들을 막아서는 동안 빠르게 잔해들을 모아 장벽을 세워 기초적인 거점을 확보한다.’
병사들은 길거리와 비어있는 집안에서 책상과 의자, 부셔진 가구 등을 끌어와 일사분란하게 방벽을 세우기 시작한다. 나는 키리류에의 결계를 계속 확인하며 결계의 특정 부분이 약해지면 그것을 부수고 새로운 결계를 그곳에 덧대고 샤프는 내가 결계를 덧대는 사이 비어있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마물들을 처리한다.
거리의 양쪽 길목을 가구의 잔해들이 틀어막음과 동시에 펼쳐두었던 키리류에의 결계가 깨져버린다. 내가 덧대두었던 결계들은 구멍만 메꾸는 수준의 방벽이었기에 기댈 곳이 사라진 내 결계들 또한 이내 흩어져 사라진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대규모의 결계를 펼쳐내었던 키리류에는 힘을 많이 소모한 탓인지 조금만 쉬어야겠다며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키리류에, 수고했어.”
“대마법사님! 마물들이 물러갑니다!”
거리를 틀어막은 장벽의 너머를 확인할 수 없는 마물들은 새로운 전초기지가 확보되었다 판단했는지 공격을 거두며 하나둘씩 물러나기 시작한다.
빼곡히 자리 잡은 거리의 건물들은 그대로 훌륭한 성벽이 되어 우리가 세운 이 거점을 안전히 보호한다. 잔해들로 틀어막은 이 임시 방벽은 마물들이 물러난 사이 필요한 재료들을 구해와 보수한다.
“동쪽 측면 이상 없습니다!”
“서쪽 측면 이상 없습니다!”
성벽 역할을 수행하는 건물들의 옥상에 올라가 주위를 살피던 병사들이 큰소리로 외치며 보고한다. 나는 서쪽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깃발을 세우는 것을 확인하며 저 끝에 보이는, 전에 세워두었던 기지들이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 다시 키리류에의 곁으로 내려온다.
“도, 여긴 정리됐으니까 설향한테 가봐”
“괜찮겠어?”
“뭐, 슬슬 마력도 돌아오고 있고 거점도 확보했으니까, 여차하면 샤프도 있고 말이지, 제자가 아플 때 가장 필요한 건 스승의 정성어린 간호 아니겠어?”
자신있게 말하는 키리류에를 향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신호하라는 말을 남기고 곧바로 설향이 있는 방어선의 천막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 작가의말
샤프는 왠만한 병장기엔 능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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