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보랏빛 근원 (2)
까가가각- 까득! 까드득!
무시무시한 속도로 결계를 뜯어내는 검보랏빛 마물들, 나는 천천히 한발 한발 물러나며 결계를 만들어 덧대어낸다.
날카롭게 결계를 긁어내는 소리가 내 앞 뿐만이 아닌 등 뒤의 사방에서도 들려오는 걸 보아 다들 처한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이거.. 이러다가는..”
“안되겠어! 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카강-
키리류에의 말과 동시에 들려오는, 마물들을 향해 펼쳐낸 결계가 깨져 흩어져버리는 소리, 설향의 방향이다.
“이런!”
설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리 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끝났습니다!”
땅을 짚고 일어서는 리 엔, 그런 그녀의 전신에 빛을 내는 문자들이 휘감긴다. 리 엔이 벗어나지 말라 했던 땅에 새겨진 문양들, 그것들은 바닥을 타고 올라와 리 엔의 몸을 덮고 있었다.
리 엔에게서 강력한 마력의 파장이 느껴진다.
리 엔은 주체할 수 없는 듯 힘겹게 몸을 가누더니 자신의 몸을 둘러싼 문자의 배열들을 아티쉬에게 옮긴다.
“아티쉬님! 부탁합니다! 전부 쓸어버리세요!”
“으하앗! 힘이 넘친다!”
아티쉬의 전신에 감긴 노란 문자의 배열들. 아티쉬는 끓어오르는 힘을 가득 느끼며 가까운 마물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주문을 외친다.
“화염화살!”
순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기를 찢는 굉음과 지축을 흔드는 충격에 정신이 멍해진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아티쉬가 마법을 발사해낸 방향으로 시선을 옮긴다.
“우..와”
나도 모르게 뱉은 탄성, 아티쉬가 쏘아낸 화염화살의 궤적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화살이 지나간 자리엔 농밀한 푸른 용암의 잔해들만이 지글거리고 있었다. 바닥에 달라붙은 용암을 바라보며 감탄에 젖어있는데 멀리서 키리류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도! 빨리 이쪽으로 와!”
나와 샬롯, 그리고 아티쉬를 제외한 모두가 키리류에의 옆에 붙어있다.
“뭐야.. 앗!”
상황을 인지하기도전에 달려와 나와 샬롯을 들고 뛰어가는 샤프.
“큭!”
샤프가 우리를 데려오자 다급하게 결계를 덧대는 키리류에와 설향, 그리고 리 엔.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직시한다.
“끼야앗! 이거 정말 장난 아니야!”
잔뜩 신이 난 아티쉬, 그리고 그녀의 주위를 뒤덮어가는 푸른 용암들.
바다, 끝없이 펼쳐지는 용암이 모든 것을 뒤덮어버리는 이곳은 마치 푸르른 바다와도 같았다.
가까스로 펼쳐낸 결계들의 조직이 아슬아슬하게 용암을 막아주고 있었고 그 이외의 장소들은 전부 용암에 휩싸여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아티쉬는 마물이건 마을이건 상관하지 않은 채,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불태워내고 있었다.
“큰일이네.. 이거 마물과 싸우는 거보다 훨씬 힘들 것 같은데...”
나비를 꺼내 손에 얹고 아티쉬와의 전투를 준비하려는 키리류에. 그 순간 대지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나둘씩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매서운 소나기로 돌변한다.
쏴아아아-
“어라? 비가 오네? 에..헤헤”
비를 맞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아티쉬. 아티쉬의 몸에 새겨졌던 문양들이 지워진다. 아티쉬가 쓰러지자 아티쉬가 피워낸 불들이 평범한 불꽃의 색으로 바뀐 후 쏟아지는 비를 맞아 사그라든다. 아티쉬가 싸웠던 장소에 하얀 연기들이 피어오른다.
“후으.. 일단은 돌아가자”
잠시 상황을 지켜보더니 아티쉬에게 다가가 그녀를 업는 키리류에. 우리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리버루트의 탑으로 돌아간다.
- 작가의말
전자레인지는 정말 희대의 발명품인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해요. 인간이 이런걸 만들었다는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완전 마법같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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