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폭주 (4)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 나, 하지만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검자색의 마물이 아닌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설향?”
마물을 막아서고 있는 설향의 뒷모습, 그 뒷모습에 익숙한 모양의 문양들이 덮여있다. 천천히 설향의 몸을 타고 흐르는 노란 빛의 문양들은 리 엔의 마법이 성공했음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아티쉬의 경험에서 보았듯, 리 엔의 마법은 너무나도 불안정했기에 그녀의 마법이 성공했다고 해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저 설향이 리 엔의 마력을 통제할 수 있길 바라는 것, 그것이 전투능력을 잃어버린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이었다.
마물을 막아선 설향은 자신에게 흐르는 마력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자신의 마력을 확인한다. 하지만 주춤했던 마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올렸던 손을 설향을 향해 내리찍기 시작한다.
“키에에엑!”
촤르르륵-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맹렬한 기세로 설향을 공격하던 마물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온몸이 관통당해 강렬히 몸부림치더니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쳐버린다.
마물의 피가 묻어 그제야 형태가 드러나는 투명한 촉수들, 파랜드에서 보았던 그 촉수들이다. 촉수들은 빠르게 일렁거리며 마물들의 가슴을 전부 관통시켜버린다. 몸이 뚫려버린 마물들은 하나같이 움찔거리더니 한 줌의 재로 변해 흩어져버린다.
“키이이익! 키엑! 캬아악!”
살아남은 마물들은 자신의 동료들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내더니 저 멀리 뒤편으로 물러난다.
“어딜!”
곧바로 자색의 구체를 던지는 설향. 어느 정도 날아간 보랏빛의 구체는 선홍빛으로 변하며 거대해지더니 도망가는 마물들을 집어삼킨 채 압축되어 사라져버린다. 아무리 리 엔의 마력을 받았다고 한들, 저런 위력의 마법을 일절의 주문도 없이 바로바로 꺼내어 사용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다시 상황은 반전되었다. 마치 아티쉬가 뜨거운 화염으로 마물들을 집어삼킨 것처럼, 설향 또한 특유의 화려한 마법들로 도망치는 마물들을 전부 끄집어내어 압살시켰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마물들을 학살하던 설향은 최후의 마물이 쓰러지는 것을 본 후 그제야 지쳐 쓰러지고 만다. 폭주했던 아티쉬처럼 정신을 잃고 기절한 설향, 설향의 몸에 그려졌던 문양들이 서서히 지워진다.
“후우.. 읏-차”
쓰러져있는 설향을 어깨에 들쳐 올려 샤프에게 건네준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샤프와 리 엔, 쓰러져버린 아티쉬와 기절해버린 설향.. 그리고 샬롯까지.. 유일한 희망은 어디론가 사라져 근원 본체와 대적하고 있는 키리류에.. 정도인가’
“샤프, 모두들 데리고 탑으로 돌아가”
“하지만..!”
“여기서 마물들이 더 몰려온다면.. 그땐 정말 방법이 없어, 키리류에는 내가 찾아서 돌아올 테니 걱정 말고”
잠시 머뭇거리던 샤프는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모두를 데리고 리 엔이 만들어낸 차원문 속으로 사라진다.
- 작가의말
일상에 치이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없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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