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일반소설

양태양
작품등록일 :
2018.03.18 19:00
최근연재일 :
2022.01.02 17:10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8,078
추천수 :
9
글자수 :
511,129

작성
18.12.08 20:47
조회
66
추천
0
글자
8쪽

경아 121-125

DUMMY

121


"필요 없다. 도로 가지고 가라. 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지랄이고?"

"와 그러는데? 내가 남해병원에서 여기까지 휠체어를 가지고 오느라

울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아나?"

경남이 그를 내쫓으려 하자 그는 휠체어를 붙잡고 버티면서 따졌다.

"길뱅이 왔나?"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할매."

"아이고야. 이 귀한 걸 우떻게 여기까지 가지고 왔노? 길뱅아. 참말로

고맙데이."

할머니가 휠체어를 만지면서 좋아했다.

"할매. 내가 있는데, 휠체어가 와 필요하노?"

경남이 물었다.

"문디 자슥. 갱남이 니가 언제까지 금이를 업고 다닐 거고?"

"할매. 금이 씨가 갑자기 시골로 와서 답답할 텐데, 휠체어에 태우고 다

같이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가입시다."

길병이 제안을 했다.

"그래. 갱남아. 금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바닷가로 갔다 온나."

"할매는 안 가나?"

경남이 물었다.

"내는 부엌에서 할 일이 있다. 니들끼리 다녀온나."

"알았다. 금이 씨. 바닷가로 놀러 가입시다."

경남이 방 안으로 들어가서 옥금을 껴안고 나와서 마당에 있는 휠체어

에 태웠다.

"할매. 퍼뜩 갔다 올게."







122


그가 휠체어를 밀면서 대문 밖을 나섰고 길병도 뒤따라서 나갔다.

"젊은 아들이 노는데, 늙은이가 껴서 뭐하겠노? 에휴! 늙은 게 죄지. 허

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와 이렇게 가슴도 아프노? 18살 순정이 엊그

제 같은데, 참말로 세월도 빠르네."

할머니가 빠르게 지나간 젊은 시절을 아쉬워하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경남의 집과 바닷가의 거리는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아! 좋다."

옥금은 휠체어가 마음에 드는지 아이처럼 좋아했고 바닷가에 도착하자

휠체어에 앉은 채 드넓은 바다를 향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야호!"

경남과 길병은 그녀의 뒤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갱남아."

"응."

"헤어질 사랑이면 정들지 말고 떨어질 꽃이라면 피지를 마라."

"문디 자슥. 아픔만큼 성숙해진다 아이가?"

"야호!"

그녀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속절없는 바다는 여전히 아무런 대

답도 없었다.


"칠석아. 천천히 좀 가자. 아이고! 힘들어."

초록색 챙모자를 쓴 이장이 마을회관으로 가던 도중에 지쳐서 발걸음

을 멈추었다. 이장은 비교적 넓적한 얼굴과 통통한 몸매를 지녔다.

"이장님. 퍼뜩 좀 오이소. 그래서 밥을 묵고 살겠습니까?"

바가지 머리가 특징인 청년회장이 어깨에 상자를 짊어진 채 뒤돌아보







123


면서 재촉했다.

"문디 자슥. 칠석이 니도 나이를 처무 봐라."

"이장님이랑 저랑 띠동갑이다 아입니까?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반말을

좀 하지 마이소."

"칠석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남해는 10년 동안 변한 게 없다 아입니까? 도대체 뭐가 변했습니까?"

"물론. 남해는 안 변했재. 뭐꼬? 누가 이 시간에 전화질이고?"

이장의 목에 걸어둔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들렸는데, 화면에 '웬수'라

고 떴다.

"와 전화질이고? 바쁘다. 퍼뜩 끊어라. 뭐라꼬? 산허리 밭으로 떡을 묵

으러 오라꼬? 문디 여편네가 미쳤나? 뭐라꼬? 퍼뜩 안 오면 앞으로 밥상

을 안 차려 준다꼬? 알았다. 퍼뜩 갈게. 에헤이. 그놈의 망할 여편네."

전화 통화가 끝나자 이장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장님. 그놈이 누굽니까?"

"몰라서 물어? 그놈이 내지."

"이장님. 갑자기 어디로 가십니까?"

"마누라가 있는 산허리 밭으로 떡을 묵으러 갔다 갈 테니까 자네만 먼

저 가 있게. 에헤이. 망할 여편네."

이장이 산허리 밭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청년회장은 멍하니 이장의 뒷

모습을 지켜보았다.

"칠석아. 배 이장은 어디로 가고 와 니 혼자만 오노?"

청년회장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서자 장기를 두던 막순의 할아버지가

물었다.

"말해도 되려나 모르겠네예."







124


"무슨 말이고? 우리는 괘안으니까 퍼뜩 말해봐라."

"이장님이 사모님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산허리 밭으로 갔

습니다."

"뭐라꼬? 갑자기 배 이장이 산허리 밭으로 와 갔는데?"

막순의 할아버지와 노인들이 궁금한지 모두가 청년회장을 바라보았다.

"이장님이 산허리 밭에서 사모님이랑 떡 치려고 갔다 아입니까?"

"참말이가? 배 이장이 산허리 밭에서 자기 마누라랑 떡을 친다꼬? 허허

허. 배 이장의 취향이 그쪽이었나? 다시 봐야겠네."

노인들이 칠석의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웅성대기 시작했다.

"칠석아."

"네."

"배 이장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까 배 이장 대신 칠석이 니

가 방송을 좀 해라."

"제가예?"

"하모. 칠석이 니는 미래의 이장이다 아이가?"

"알았습니다. 별로 자신은 없지만, 해보겠습니다. 땡구야. 내다. 칠석이

다. 며칠 전에 땡구 니가 노름할 때 내한테 빌려 간 돈 5만 원을 퍼뜩 갚

아라.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 노름을 몬 하고 있다."

청년회장이 마이크에 대고 심각한 표정으로 방송했다.

"칠석아. 지금 뭐 하는 짓거리고? 사적인 얘기를 하지 말고 공적인 얘

기를 해라."

청년회장이 마이크로 엉뚱한 얘기를 해대자 보다 못한 막순의 할아버

지가 그한테 장기알을 집어던졌다.

"죄송합니다. 다시 할 게예. 아. 아. 안녕하십니까. 주민 여러분. 청년회







125


장 공칠석인데예. 이장님께서 저와 마을회관으로 오는 도중에 사모님한

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산허리 밭으로 가서 사모님이랑 떡 치는 관계로

제가 이장님 대신 방송하게 되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이장님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시는 분들이 마이 계신데, 듣다시피 이장님

께서 사모님이랑 산허리 밭에서 떡 칠 정도로 정력이 왕성하십니다. 그

러니까 쓰잘데기없는 걱정하지 마시고 자기 할 일이나 열심히 하시기 바

랍니다."

"야. 이 문디 자슥아. 본론을 얘기하라니까 와 배 이장이 자기 마누라랑

산허리 밭에서 떡 치는 얘기만 하고 지랄이고? 비켜봐라. 아. 아. 막순이

할배입니다. 주민 여러분은 산행하실 때 배 이장이 자기 마누라랑 산허

리 밭에서 떡 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야생의

싸나이. 배 이장. 파이팅."

막순의 할아버지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방송했다.

"에헤이. 망할 여편네 때문에 힘들어서 죽겠네."

이장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왔다.

"배 이장. 살아있네."

막순의 할아버지가 이장을 보자 매우 반가워했다.

"무슨 개소리고? 내가 언제 죽었나?"

"배 이장. 칠석이한테 들어서 다 알고 있다."

"다 들었나? 칠석아. 쪽팔리게 와 쓰잘데기없는 얘기를 지껄였노? 주민

들이 낼 우떻게 생각하겠노? 그런데 내가 마을회관으로 오는 도중에 주

민들이 낼 보면서 웃던데, 내 얼굴에 콩고물이라도 묻었나?"

이장이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물었다.

"아까 칠석이가 한 방송을 몬 들었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경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2 경아 756-760 22.01.02 16 0 7쪽
151 경아 751-755 21.12.12 6 0 7쪽
150 경아 746-750 21.11.08 8 0 7쪽
149 경아 741-745 21.10.04 7 0 7쪽
148 경아 736-740 21.09.21 12 0 7쪽
147 경아 731-735 21.09.05 11 0 8쪽
146 경아 726-730 21.08.29 8 0 7쪽
145 경아 721-725 21.08.08 19 0 8쪽
144 경아 716-720 21.07.25 13 0 8쪽
143 경아 711-715 21.07.11 11 0 7쪽
142 경아 706-710 21.07.04 9 0 7쪽
141 경아 701-705 21.06.13 10 0 8쪽
140 경아 696-700 21.05.30 12 0 8쪽
139 경아 691-695 21.05.16 14 0 8쪽
138 경아 686-690 21.05.01 12 0 8쪽
137 경아 681-685 21.04.10 23 0 7쪽
136 경아 676-680 21.03.31 39 0 8쪽
135 경아 671-675 21.03.19 22 0 7쪽
134 경아 666-670 21.03.07 33 0 7쪽
133 경아 661-665 21.02.28 21 0 7쪽
132 경아 656-660 +1 21.02.21 47 1 7쪽
131 경아 651-655 21.02.11 21 0 7쪽
130 경아 646-650 21.01.30 53 0 8쪽
129 경아 641-645 21.01.22 25 0 8쪽
128 경아 636-640 21.01.14 16 0 7쪽
127 경아 631-635 21.01.03 20 0 7쪽
126 경아 626-630 20.12.31 20 0 7쪽
125 경아 621-625 20.12.20 28 0 7쪽
124 경아 616-620 20.12.13 23 0 7쪽
123 경아 611-615 20.12.05 22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